할머니와 손자

구름우의세상 | 2019.08.27 08:54:24 댓글: 27 조회: 2372 추천: 17
분류40대 공감 https://life.moyiza.kr/sympathy/3981323
추석이 다가오니 할머니가 그립네요.


이쁜 셌째딸이였던 울 엄마는 술 , 친구 좋아하고 농사일 하기 싫어했던 겉모습만 번지르했던 아버지한테 얼리워 시집을 왔다.
내가 두살되는 해, 아버지,엄마가 풍파가 있어서 장남인 우리 형은 아버지가 갖구, 여동생은 엄마가 갖구 , 센드위치인 나는
윗동네 애를 못낳는 어느 의사부부네 집에 보내기로 했었다
물론 이얘기는 엄마,아버지한테서 들은적은 없고 할머니가 알려준거다.
후에 내가 엄마한테 왜 귀한 아들을, 고추달린 놈을 남집에 보낼려고 그랬나 그랬더니
엄마가 울 아부지한테 하도 고생을 해서,
고추 달린 놈만 봐도 한이 맺혀서 그럴 생각을 잠간 했단다.ㅜㅜ
그렇게 날 데려가기로 한 그날 아침에 이 모든 결정을 돌려놓은 분이 있었으니 ,
울 할머니다.
최씨네 앉은 자리엔 풀도 안난다는 울 최씨할머니.
대 의사네집에 갔으무 더 잘됬을수도 있겠지만두.ㅎ
어쩄든 울 할머니의 극구반대가 내 인생사에 한 획을 그은것만은 사실이다.
좋은 획인지,나쁜획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내가 불쌍해서였던지 그떄부터 장손도 아닌 나에게 할머니사랑이 쏟아졌고 나도 할머니를 껌딱지처럼 따라다녔다.
엄마가 집체일 나가시면 나는 당연히 할머니한테 맡겨졌고,
김매는 뙤약볕에도,나무할러 가는데도,
그렇게 졸졸 따라다니다가 대여셧살에 더위를 먹어 밤에 목이 부어오르고 숨이 못올라와서 온집이 크게 놀란적 있다.
지금도 찍하면 편도선이 붓는다.

내가 1학년때 처음 학교가던 날,
반에까지 데려다준 할머니와 안떨어지겠다고 울고불며
그래서 사흘동안을 할머니가 반에서 뒤에 걸상에 같이 앉아있었다.
나흘째부터 부끄러웠던지 할머니를 오지 말라고 했던 기억도 ...ㅎㅎ
나때문에 낫놓고 기윽자도 모르는 할머니는 학교에서 수업하는 사흘동안의 소원을 풀었다.
이사건이 두고두고 옛말이 되였다는...

시내에 딸 시집 보낸 할머니는 그래도 고모들이 주는 용돈으로 몸삐안의 주머니에 돈은 마를새 없었으니
그래봤자 그때돈으로 몇십원. 5전짜리 삥궐,10전짜리 쒜꼬우,20전자리 치술
할머니는 그 몸삐의 돈주머니에서 형과 여동생이 없을때면 더 가만히 사주었다.
내기 항상 삥궐이나 쥐고 막을때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던 여동생.
(오빠,난두 한입...)
(응, 베먹으면 혼난다. 녹아내리는 삥궐물 먹어, 그게 더 달아)
오빠는 씹어먹고 겨우 삥궐물이나 핥아먹게 한 날 두고 .
후에 성인이 된 여동생이 내한테 하는 말.
그때 날 쥑여뿌리고싶었다고.ㅎㅎ .

일자무식이고 한족말 한마디도 못했던 할머니.
그래도 몇십년간 혼자서 할빈고모집으로 용케도 찾아다니시고
평생 친척들의 생일까지 기억해서 며칠 지나면 뉘기 생일인데 하시던 할머니
서유기를 좋아하시는 할머니가 저놈은 왜 죽었는데 또 나왔나 하며 안타까워하시던 할머니.
69세를 좀앞두고 옛날부터 아홉고개를 넘기기 힘들단다 하며 나를 긴장시켰던 할머니.
그러시던 할머니가 69.79.89세도 넘기셨고.
모난 돌같이 부딪히며 아츠러운 소리 내던 아부지 엄마사이도 세월속에서 둥글둥글 되여지고
그렇게 할머니 꼬랑지였던 난 운명적이였는지 커서는 할머닐 멀리 떠나중국 제일 끝에 가버렸고.

그리고 뵐때마다 이미 기력이 많이 못해져가는 할머니.
한번씩 찾아뵐때마다 (할빈에 선 벌어먹기 힘드냐? 너 있는데가 북경보다도 더 머니?)
평생 제일 큰도시가 할빈과 모주석이 사는 북경으로만 아시는 할머니.

할머니가 91세 되시던 해,
백원짜리는 돈이 아니라고 평생 10원,5원짜리만 보시던 할머니에게
우정 두툼하게 1,000원어치 바꾸어서 드렸더니
이거 내 어디 쓸데 있니 하시면서도 그 몸삐 돈주머니로 넣으시며 어린애처럼 웃으시던 할머니.

그리고 그때 넣어드렸던것이 마지막이 될줄은...

평생 병원에 한번도 안가셨고
마을의 의사를 불러 링겔 몇번 맞으신적은 있지만.
수술 한번 받으신적 없고 정통편은 40년 드신 할머니.
딸이라고 할머니 아버지가 던져서 옆구리에 메추리알만한 혹을 평생 달고 사신 할머니.
돌아가실때도 자리를 더럽힌적 없고 사흘 음식 못드시더만 조용히 자는것처럼 92세로 멀리멀리 가신 할머니.

큰 인생도리로 절 가르친적도 없고
그 시대 어느 할머니 삷들처럼 평범하게 소박하게 가난하게 거칠게 살아오신 할머니.
추석이 다가오니 할머니가 그립네요,
울 할머니,그쪽에선 지금 어떨게 지내십니까?




추천 (17) 선물 (0명)
IP: ♡.86.♡.139
게임플레이 (♡.254.♡.114) - 2019/08/27 11:37:47

참 여운이 남는 아름다운 추억이네요. 항상 긍정적이고 밝으신 할머니와 성장해온 님 또한 복 많이 받으셧을듯 합니다.저 멀리 하늘가에서 할머니도 님과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잘 보내고 있을거예요.

구름우의세상 (♡.13.♡.172) - 2019/08/29 11:02:33

댓글 감사합니다.

한자연 (♡.27.♡.96) - 2019/08/27 12:12:28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구름우의세상 (♡.13.♡.172) - 2019/08/29 11:02:51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꿈별 (♡.36.♡.20) - 2019/08/27 12:21:02

글속에 그리움이 뚝뚝 떨어지는거같슴다

우리 할머니두 독보조 갓다오무 거르마이에서 우유사탕 둬알씩 주구햇엇는데 ㅋㅋ

덩달아 할머니사랑이 그리워짐다

구름우의세상 (♡.13.♡.172) - 2019/08/29 11:03:35

ㅎㅎ
그리움에 같이 동참해주셔서 감사함다.

인생만사새옹지마 (♡.245.♡.55) - 2019/08/27 12:45:18

할머니를 향한 손자의 애틋한 정이 묻어나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 잘 보고갑니다.여운이 남는 좋은글 추천!!!

구름우의세상 (♡.13.♡.172) - 2019/08/29 11:04:24

댓글 감사하구요.
화이팅!

해브꿋타임 (♡.167.♡.198) - 2019/08/27 14:48:06

왠지 읽으면서 울컥하네요~~

구름우의세상 (♡.13.♡.172) - 2019/08/29 11:05:09

그렇게 느껴지나요?
감사합니다.

핑핑엄마 (♡.214.♡.201) - 2019/08/27 15:54:34

아,찡해나네요.
우리 할머니 보고싶네요.

구름우의세상 (♡.13.♡.172) - 2019/08/29 11:05:30

댓글 고마워요

샤꾸어 (♡.56.♡.162) - 2019/08/27 16:42:00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구름우의세상 (♡.13.♡.172) - 2019/08/29 11:05:47

감사합니다.

lige72 (♡.104.♡.51) - 2019/08/27 18:20:30

길다야...

구름우의세상 (♡.13.♡.172) - 2019/08/29 11:05:58

ㅎㅎ

봄봄란란 (♡.120.♡.184) - 2019/08/27 21:52:52

돌아가실때 큰 고생안하신것도 복이예요.

구름우의세상 (♡.13.♡.172) - 2019/08/29 11:06:34

그쵸?
댓글 땡큐!

계곡으로 (♡.87.♡.32) - 2019/08/27 22:56:41

부모님은 님에게 생명을 준 인연이라면, 할머니는 이런 생명의 끈을, 고난속에서도 끈끈하게 이어나가도록 도와주신 고마운 분이시네요.

할머니의 삥궐같은 달콤한 사랑속에서 튼튼히 자라난 님은 나중엔 할머니에게 효도를 하고 또 기쁨을 선사하는 어엿한 손군으로 자라나, 할머니도 그당시 추호의 망설임도 없는 선택이였음으로, 아마 마음이 뿌듯했을꺼얘요.

지금도 할머니를 그리는 그마음은 저멀리하늘나라에서 손주를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고있을껍니다.

구름우의세상 (♡.13.♡.172) - 2019/08/29 11:07:54

계곡님은 인생경험 풍부하시고 정확하신분 같음.ㅎㅎ

래일을위하여 (♡.147.♡.95) - 2019/08/28 14:34:09

촣은글 잘보고 다신 더실수하면 않데겠네요 저도 할매손에 자라가 마냥 짠합니다 우리할머님들 참고생많이하신분들입니다

구름우의세상 (♡.13.♡.172) - 2019/08/29 11:08:48

그렇죠.
할머니 사랑 많이 받으신분들은 심성이 착한거 같아요.

깨끗한빗자루 (♡.92.♡.79) - 2019/08/28 20:45:02

좋은추억

구름우의세상 (♡.13.♡.172) - 2019/08/29 11:09:14

댓글 감사합니다.

haruharu083 (♡.70.♡.50) - 2019/08/29 11:59:40

아름다운 추억속으로 여행을 다녀온듯하네요 ..
좋은 글 함께 공유해주셔서 너무 행복했어요 ..추천이요

ininin (♡.33.♡.251) - 2019/08/29 15:01:13

한편의 향수영화를 그려본것 같습니다, 정이 메말라가는 현 사회에 할머니를 애틋이 그리는 마음이 참 따뜻했습니다.

프리돈 (♡.22.♡.130) - 2019/09/02 11:46:00

우리 할머니 얘기 하시는 줄 알았네요...
하늘에선 비가 내리고, 내 마음엔 그리움이 흐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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