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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속의 지우개

핸디맨남자 | 2019.10.13 19:33:01 댓글: 0 조회: 2848 추천: 4
분류40대 공감 https://life.moyiza.kr/sympathy/4000267

화창한 여름날의 오후시간,조용한 교실에서는 선생님의 흙판에 쓰는 분필소리가 잔잔이 들려온다.선생님은 흙판이 미여질 정도로 뭔가 써내려 가지만 나는 나대로 졸음이 밀려와서 하품이 나온다.졸음을 쫓아내려고 억지로 손바닥으로 얼굴을 비비면서 정신을 춰세우려 노력중이다. 약간의 방심은 흙판에 쓰는 분필소리가 멎는순간 쌩하니 날려오는 분필토막에 이마가 땡깡 적중될지도 모르는 상황을 몰고올수 있다.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열심히 흙판에 써놓은 체계를 강의하고나면 지우개로 흙판을 지우신다.여름날의 오후,차창가에 흘러들어온 해빛은 선생님이 지우개로 칠판을 지우면서 허우적대는 손짓에 하얀 분말로 무대홀을 장식해주지만,맨 앞에 앉은 여자애들은 벌써부터 분필가루 오염의 영향권에서 코를 쥐고 죽을상이다...
우리의 학창시절의 모양새는 흙판과 분필,그리고 사람과의 무대에서 시작되고 또 그렇게 끝났다. 얼마나 많은 글들이 흙판에 새겨졌다 지워졌을가.지우개로 지우고 나면 항상 흙판은 새롭게 태여나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정신적으로 많이 지치고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너무 힘들어서 때론 잊어먹으려 노력해도 허사이다.마치 우리가 불면의 밤을 지새울때 <잠아 ,이제 좀 오라.나 피곤해, 우리 이제 자야지.>하고 뒤척이면 자신을 닥달거려도 여전히 잠이 안오는 것처럼....그래서 의문이 들었다. 의식은 도대체 내 물건이 맞느냐고? 왜서 내맘대로 완벽하게 조정할수가 없느냐고...의식이 흥분해서 요동칠때는 우리 몸 자체는 거대한 풍랑위의 조각배처럼 이리 저리 휘둘린다.상처받고 찢겨질수도 있지만 고요가 찾아오면 언제 그랬나싶이 또 마귀의 속삭임에 홀린듯 그와 동침하고 만다.

스트레스의 세례를 여러차례 받고나서 의식의 무서움을 느꼈다. 의식을 합당한 방법으로 조절하지 않으면 내 자유와 행복은 언제 어디서 문뜩 무참히 박탈받을수 있기 때문이다. 흙판에 지워진 글들을 지우는 지우개처럼 항상 지나간 일을 말끔히 지우고 매일 새롭게 태여나는 방법을 얻는다면 세상 부러울게 없을거 같다.

의식이 때론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뛰쳐나와 상처를 준다는 사실을 다른뜻으로 분석하면 의식자체가 길을 잃고 방황하거나,배고파서 허기졌다는 생각을 해봤다.그래서 몇년간 그냥 나름대로 내면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었다.에세이에 관한 책을 읽을때는 소설책처럼 읽으면 안된다.한구절의 글이라도 마음에 공감이 간다면 자기와 연관시켜서 음미할수가 있어야 제대로 봤다고 할수 있다.연상의 방식으로 책과 같이 숨을 쉬는 느낌? 그래서 난 책 한권을 빨리 보려 하지 않는다.그리고 무슨책을 얼마,몇번 읽었는지 기억이 없다.그래서 심심할때는 봤던 책을 다시 찾아 다시 읽어갈때가 많았다.참 희한한게 책을 한번 읽는거와 두번 세번 읽는것이 감회가 다르다는것...

현시대 우리가 책을 항상 음미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냉담한 사회구조일거라는 생각을 해본다.어른이 되고나서 자신의 미성숙한 가치관에 대해 누군가가 말해줄이가 없다.어불성설하게 자신의 국한된 과거의 총결과 외곡된 사회이슈들사이에서 자신감있는 그런 가치관을 도출해내기가 아주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자체가 무수한 탐욕의 함정들로 쌓여있고 그런 함정에 빠진 사람들은 암덩어리를 안고 허덕이고 있다.

맘속에 지우개를 안고 살아서 그런지 요새는 건망증이 부쩍 심해졌다.언제부턴가 건망증이 심해져서 자기전에 노트에다가 연필로 생각을 정리하는 <낙서> 습관이 생겼다.내가 생각하는 머리속의 지우개란 남한테 양보하기,남과 쓸떼없는 일에 쟁론하지 않기,아침에 뻐스기사와 현장경비아저씨한테 인사하기,잘못생각하고 행동했던 일을 뉘우치는 순간 자존심 버리고 사과하기,혼자 사는 독방이라도 집안청소와 설겆이는 제때에 하기...이다.
스트레스가 생길만한 징조가 있는 것을 맹아상태에서 소멸하는것...예전에는 하루하루를 사는데 내가 포함되여 있다면 ,지금은 내가 하루하루가 기대하는 식으로 살고 있는 느낌의 차이가 있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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