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4-태항산록-(수필)전적지에 얽힌 사연

더좋은래일 | 2024.05.05 14:36:30 댓글: 0 조회: 91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66337


수필


전적지에 얽힌 사연



<<먼곳에서 온 편지>>


XX동지

주신 글월 반가이 받아보았습니다. 열정적인 협조에 감사를 드립니다. 동지께서 그려보내주신 귀현의 략도에서 저는 40년전 항일의 봉화가 타오르던 원씨(元氏)현의 흙냄새를 맡는것 같습니다.

항일전쟁시기 우리 조선의용군은 무한에서 건립되였습니다. 1938년 가을이였습니다. 그후 우리는 태항산항일근거지에 전입하여 산서성 동욕(桐峪)에 총지휘부를 설치하였습니다. 당시 동욕은 팔로군총사령부 소재지였습니다.

1941년 가을, 우리 분대 약 30명 대원들은 원씨현경내에 진입하여 팔로군부대와 협동작전을 벌렸습니다. 당시 남좌거리는 적군의 전초기지였습니다. 우리는 낮에는 전투를 하고 밤에는 적군을 와해시킬 목적으로 적군의 포대에 접근하여 대적군선전공작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일본말에 능통하였으므로 그것이 가능하였습니다.

1941년 12월 11일, 적군은 선옹채로 쳐들어왔습니다. 우리는 즉시 팔로군의 한개 대대와 함께 치렬한 방어전을 벌림으로써 적군을 격퇴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날 밤 우리는 호가장에 옮기여 숙영하였습니다. 이튿날 즉 12월 12일 새벽, 적군의 대병력이 우리를 포위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불가피적으로 일장의 혈전이 벌어졌습니다. 그 전투에서 4명의 조선의용군 용사가 젊은 목숨을 바쳤습니다.

손일봉(孙一峰) 28세
박철동(朴哲东) 26세
한청도(韩清道) 27세
왕현순(王现淳) 24세

이밖에 중상자 둘,경상자 둘이 났는데 저도 그중의 한 사람입니다.

귀현당사판공실의 초청을 두번이나 받고서도 신체조건에 눌리고 또 나이에 눌려서 원씨땅에 묻힌 옛 전우들을 찾아보지 못하는 이 심정을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이달 12일 호가정전투 40돐입니다. 귀현의 땅속에 묻혀있는 그들은 저의 가슴속에 아직도 살아있습니다. 저는 귀현 인민들이 행복한 생활을 누리시기를 간절히 바라는바입니다. 그래야 우리 전우들의 피가 헛되이 흐른것으로 되지 않겠기에 말입니다.

귀현의 번영과 <<백화원>>의 만발을 축원합니다. 귀현 인민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김학철
1981년 12월 3일




이상은 태항산기슭에 위치한, 하북성 원씨현에서 발간되는 간행물 <<백화원>> 1982년 제1호에 실린 나의 편지다(제목은 편집부에서 단것이다).

그때로부터 2년 반이 지난 어제 즉 1984년 6월 22일에 나는 료녕성에서 사업하고있는 옛 전우 한청한테서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그 내용의 일부를 발취하면 아래와 같다.

...이번에 나는 혼자서 동무들의 옛 싸움터-호가장을 찾아가 보았소. 당시 동무들과 협동작전하던 팔로군의 한 중대장이 아직도 살아있어서 나를 반겨맞는데 그 첫마디가

<<어째 이렇게 혼자 오셨습니까? 40여년 동안에 여기 묻힌 전우들을 찾아보는이가 한분도 없었으니 웬 일입니까? 당시 조선의용군 동지들이 아직 그래도 더러는 살아계시겠지요?>>

나는 말문이 막혀서 선뜻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 얼버무려넘길수 밖에 없었소. 그 옛 중대장이 속으로 우리 조선동지들을 얼마나 무정하다고 생각했겠소? 나는 부끄러워서 등골에 식은땀을 흘렸소. 무슨 변명의 여지가 있어야지! 우리가 그래 의리 없고 량심 없고 도덕 없는 인간들이 아니요? 항일로간부! 생각만 해도 낯이 뜨뜻해나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만리이역에서 목숨을 바친 지하의 전우들을 대할 면목이 있소 없소? 그들은 다 총각의 몸으로 죽었소. 다들 대가 끊어졌단 말이요. 그런데 우리는?... 처자식 거느리고 손자손녀 앞에 두고... 이렇게 편안히들 잘살고있소그려! 그들의 무덤이 보잘것없는 태항산구석에 처박혀있지 않고 교통이 편리한 어느 명승고적 같은데 있었다면 이 지경이야 아니였겠지? 슬픈 일이고 가탄할 일이요. ...

나는 <<백화원>>편집부의 요청에 따라 그들이 그려 보내온 략도에다 다음과 같이 기입해 보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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