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2 격정시대 하-52

더좋은래일 | 2023.11.07 16:06:16 댓글: 1 조회: 173 추천: 3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5643


52

양씨동이가 한개 분대를 이끌고 지정된 지점에를 급히 달려와보니 그것은 어린 잡동사니나무들이 되는대로 자란 나지막한 언덕배기였다. 그 언덕배기 바로 밑을 굽이쳐 흐르는 그리 크지 않은 내에 교각 셋밖에 없는 콩크리트다리 하나가 걸렸는데 숭양에서 통성으로 내려오는 적군을 여기서 한번 저지해보자는것이 아군의 작전계획이였다. 국도를 가로 끊고 지나간 이 내는 막부산에서 발하여 북으로 북으로 구불거리며 흐르다가 삼국시대의 고전장인 적벽을 왼편에 끼고 양자강에 합류되는데 그 이름을 륙수라고 하였다. 그 륙수상류에 걸린 이 이름없는 콩크리트다리가 아군 폭파수들에 의하여 폭파되기 직전에 양씨동이와 그 분대는 득달을 한것이다. 언덕배기에는 엉성하게나마 전호를 팠고 또 잎이 달린 생나무가지로 위장도 하였었다.

<<여기 어느분이 책임진분입니까?>>

씨동이가 맨처음 맞다든 장교에게 말을 물으니 그 장교는

<<중대장은 저게 계십니다.>> 하고 손을 들어 가리켰다.

저쪽 얕은 전호속에 장교 하나가 서서 웃몸을 땅우에 드러내놓고 전화를 받고있었다. 씨동이가 대오를 세워놓고 혼자 성큼성큼 그 중대장에게로 걸어갔다. 수화기를 걸고 쳐다보는 중대장과 앞에 와 서서 내려다보는 씨동이의 입에서 동시에

<<아니 이게 누구여?>>

<<아니 너 `공부장` 아니냐?>>

이런 말이 튀여나왔다. 중대장이 곧 몸을 솟구쳐 지면으로 올라왔다. 두 사람은 굳은 악수를 나누었다.

<<증원을 와준다는게... 너냐? 아까 대대본부에서 전화가 왔더라... 조선의용대가 곧 당도할거라구.>>

<<여기 중대장이... 바로 너냐?>>

<<우리 중대장은... 지난번 전투에 중상을 입었어. 그래 내가 지금 대리를 보고있는중이여.>>

<<그렇구나. 아무튼 반갑다.>>

<<정말 뜻박이다. 이런데서 만날줄은.>>

군관학교 예비과시절의 동창생들이 전쟁터에서 해후상봉을 한것이다. 대리중대장의 성이 공가인데 공자의 동향인 산동사람이 아니고 재정부장 공상회의 동향인 산서사람이라고 해 군관학교때 그의 별명이 <<공부장>>이였었다.

<<그래 여기 형편이 어떠냐?>>

<<형편? 형편 말 말아. 죽을 지경이다.>>

<<죽을 지경... 어떻게?...>>

<<계속 얻어맞구 계속 밀리구... 이 목숨이 여태 붙어있는게 신기할 정도다.>>

<<그 정도야?>>

<<좀 봐라...>> 하고 공부장이 손을 들어 대충대충 새로 판 전호를 가리켜보였다.

<<패잔병들의 혼성부대가 돼버렸다.>>

고무바퀴식반전차포가 한문, 수랭식막심중기가 한정, 공기랭각식체코중기 한정, 각양각이한 경기가 대여섯정... 씨동이가 둘러보니 위장을 한 중요한 화력기재가 눈에 띄는게 대개 이러하였다.

<<적은 지금 어디까지 왔다니?>>

<<정오까지는 여기 들이닥칠걸루 알구 준비를 서두르는중이다.>>

씨동이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니 정오까지는 아직 두시간 푼히 남았다. 이때 다부지게 생긴 하사관 하나가 언덕아래에서 급한 걸음으로 올라오더니 공부장 즉 중대장에게

<<준비 다됐습니다.>> 하고 보고를 하였다.

<<음 그래. 그럼... 점화!>>

중대장의 말 한마디가 떨어지자 그 하사관은 곧 전호에서 파낸. 새 흙무지에 올라서서 언덕아래를 향하여 두팔을 가위질하듯 별렸다 모았다 하였다. 신호를 확인하자 다리우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섰던 폭파수들이 하나만 뒤에 떨어지고 나머지는 다 들고뛰여 숨을데를 찾았다. 남은 하나가 도화선에다 불을 다는 모양으로 잠시 지체하더니 이것도 곧 몸을 돌쳐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질을 쳤다. 뒤이어 요란한 폭발성과 함께 콩크리트다리의 중등이 뭉청 끊겨져내려앉았다. 가까운 절벽과 먼산에 부딪쳐 메아리가 겹겹이 일어났다. 놓은 때는 여러달이 걸린 다리였지만 끊어버리는데는 단 바난절도 채 아니 걸렸다.

폭발성을 신호로 삼기라도 한듯이 끊어진 다리건너 산모퉁이길에 남부녀대한 피난민의 떼가 나타나 몰려오는것이 바라보였다. 조금만 일찍 왔더라도 내만은 무사히 건느는것을 한걸음 늦은탓으로 욕들을 더 보게 되였다. 엎친데 덮친다는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것이다. 피난민들은 고대 난 폭발성을 무슨 대포알이 터지는 소리거나 폭탄이 터지는 소리로 잘못 안 모양이였다. 그래 더욱 황급하여 종종걸음을 쳐 몰려오는데 앞에 있는 다리가 끊어졌을줄은 꿈에도 생각들 못하는 모양이였다.

<<다리는 못 건느오-!>>

<<다리가 끊겼소-!>>

이편에서 건너다보고 소리들을 지르는데도 피난만들은 경황없는중에 말을 못 알아듣는지 그냥 대고 몰려내려왔다. 급기야 앞을 선 사람이 다리목에 다달았다. 그 사람은 눈앞에 벌어진 엄청난 광경에 깜작 놀라 무춤 서더니 곧 뒤를 돌아보고 절망적으로 손을 내저으며 고함을 질렀다.

<<다리가... 끊겼소...!>>

피난민들속에서 녀자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어린아이들까지 덩달아 울음을 터뜨려 끊어진 다리목께는 온통 울음판으로 변하였다.

이윽고 피난민들은 내뚝을 돌아내려와 물을 건늘 차비들을 하였다.

<<저 물이 얼마나 깊은가?>> 하고 씨동이가 중대장-공중위를 돌아보니 공중위는

<<깊은데는 아마... 어른들이 키루 젖가슴엔 찰걸.>> 하고 눈으로는 피난민들을 바라보며 대답하였다.

<<우리가 내려가 건네줘야지.>>

<<아니, 우리 사람을 시키지.>>

씨동이는 공중위의 말을 귀등으로 흘려들으며 부리나케 대오가 머물러있는 곳으로 달려내려왔다.

아무리 강남이라도 가을물은 역시 찼다. 조선의용대 대원들과 공중위의 부하들이 거의 젖가슴에까지 오는 찬물속에 들어서서 로인들과 녀자들은 부축해 건네주고 어린아이들은 업거나 목말을 태워 건네는중에 숭양방향에서 적의 정찰기 한대가 폭음을 울리며 안하무인격으로 낮추 날아왔다. 물을 건느던 사람들이 경황하여 허둥지둥하기 시작하였다. 국도를 따라 날아오던 정찰기는 다리가 끊긴것을 발견하고는 빨간 고양표식이 그려진 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소리개처럼 한바퀴 빙 돌더니 지나가는결에 물을 건느는 사람들에게 드립다 기관총소사를 가하였다. 이와 동시에 언덕배기우의 기관총들도 일제히 대공사격의 탄막을 폈다. 정찰기가 곡예비행을 하여 오던 방향으로 되돌아가자 내물우에는 시체둘이 떠내려갔다. 그러나 네댓 되는 부상자는 다 군인들의 등에 업혀 건너왔다. 의심할바 없이 정찰기는 물을 건느는것이 아녀자가 대부분인 평민들인것을 알고있었을것이다.

피난민들을 건네주는 수선이 끝난 뒤에 젖은 옷들을 벗어 짜 풀밭에 널어놓고 조선의용대 대원들은 공중위가 부하들을 시켜 날라다주는 더운밥, 더운 국으로 우선 배부터 채웠다. 밥을 먹고나서 막 꾸덕꾸덕한 옷들을 다시 주어입었을 때 마침맞게 적의 전투기들이 공중으로 달려들고 또 다리건너 산모퉁이길에 적의 선견대가 경땅크 한대를 앞장세우고 나타났다. 하늘과 땅 사이에 그리고 또 땅과 땅 사이에 대번에 맞불질이 어우러졌다. 공중에서 떨어져내려오는 폭탄이 전호주위에 맹렬한 힘으로 흙구뎅이들을 파헤치는것과 동시에 기관총탄이 우박쳤다. 경땅크는 끊어진 다리목까지 와 서서 소구경포로 련달아 포격을 가해오고 또 그뒤를 따라오던 보병들은 재빨리 산병선을 치고 길섶에 엎드려 일제사격을 가해왔다. 아군은 공군의 엄호가 없는것이 크게 불리하기는 하였으나 지형지물을 리용하여 미리 전호를 파놓은것이 유리하였다. 그리고 다리를 미리 폭파해치워 적군이 내를 건느기 어렵게 만들어준것이 더구나 큰 도움으로 되였다. 그러나 필경 적의 도하작전을 아주 저지하지는 못할 형편이였다. 시간을 얼마나 끄는가 즉 얼마동안 지탱을 하는가로 맡겨진 임무를 잘 완수했나 못했나-가늠을 하게 될것이였다. 공중위가 미리 준비해놓은 탄약은 충족하였다. 탄약을 다 쓸 때까지 쏴제낄판이였다.

반땅크포의 사수가 연거퍼 네댓발 갈겼으나 번번이 포탄은 빗겨나가고 가증스러운 적의 땅크는 끄떡없이 계속 포격을 가해왔다. 워낙 고무바퀴식반땅크포는 경편한 반면 사격할 때는 드놀기를 잘해 명중률이 낮았다. 육중한 쇠테바뀌식만 못하였다. 적의 땅크가 계속 기승을 부리는것을 보고 부아통이 터진 씨동이가 반땅크포를 향하여 비발치는 탄알속을 네발걸음으로 엉금엉금 기여갔다. 인사체면 돌보지 않고

<<나 좀 쏴보자구.>>

말하며 포수를 한옆으로 밀어내니 포수는 그 기안에 눌려 두말없이 자리를 내주었다. 씨동이가 뒤에서 넘겨주는 포탄을 막 받아들었을 때 방순에 기관총탄이 몰방으로 와 부딪쳐 튕겨져나갔다. 그 소리가 귀청을 찢을듯이 요란하여 씨동이는 저도 모르게 목을 움찔하였다. 씨동이가 반땅크포를 쏘는데 자신이 있는가 하면 결코 그런것은 아니였다. 부아김에 앞뒤를 헤아리지 않고 그저 한번 달려들어본것이였다.

첫방이 빗나가고 두번째 방이 빗나갔을 때 씨동이는 난생처음 그 존재를 인정하지도 않는 하느님에게 빌고싶었다.

(제발 좀 맞히게 해줍소서!)

기적이랄 밖에 없었다. 세번재 포탄이 과연 명중을 한것이다. 적의 땅크에서 시커먼 연기와 함께 불길이 훅 솟구치는것을 보자 아군진지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그만큼 적군의 사기가 떨어졌을것은 더 말할것도 없는 일이다. 씨동이가 우연하게 공을 세워가지고 속내 모르는 사람들에게 명포수소리를 듣게 되였다. 그러나 그것쯤으로 이미 마련된 퇴각의 운명을 돌려세울수는 없었다.

날이 저물었다. 어둠을 리용하여 도하작전을 감행하는 우세한 적을 고단한 병력으로 어찌 막아낼것인가. 공중위가 대대본부에 전화로 긴박한 전황을 보고한 뒤 대대장에게 품한즉

<<적에게 논치채지 않게... 조용히 곧 철퇴하두룩.>>

대대장이 까다롭게 굴지 않아 공중위는 한시름이 덜렸다. 별빛아래에서 씨동이가

<<철퇴?>> 하고 물으니 공중위는 수화기를 걸고

<<옥쇄를 하는것만이 애국군인은 아니겠지.>>

거뜬한 기분으로 대꾸하였다. 그리고 곧 전령병을 시켜 각 소대장들을 불러모았다.

이보다 앞서-양씨동이가 적의 땅크를 까부시여 아군의 사기가 잠시나마 부쩍 올랐을무렵-숭양쪽으로 한 팔구마장 떨어진 자그마한 주막거리에는 일본군 치중대의 트럭이 칠팔대 멎어서있었다. 다리를 끊어놓고 도화를 저지하려는 중국군을 물리치고 공병대가 다리만 수복하면 곧 떠나려고 대기들을 하고있는중이였다. 이때 장준광이 소속한 분대는 전문적으로 적의 보급선을 교란할 임무를 띤 우군의 소부대와 함께 행동하고있었다. 낮에는 적이 점령한 국도에 접근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언덕뒤에 같은데 숨어서 박격포로 먼장질을 하는수 밖에 없는데 실상은 이것도 해롭지는 않은 방법이였다. 적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하여 목표가 드러나는 노새따위는 부리지 못하고 포고 포탄이고 다 사람이 메여날라야 하는것이 좀 성가시기는 하였다. 물론 자위할 경무기를 소총이나 경기 따위는 휴대를 해야 하였다.

장준광이 힘자랑을 좀 해볼 생각으로 제 총을 남을 주고 무거운 포신을 바꿔서 둘러메는것을 보고 옆에서들

<<아주 제격이다.>>

<<또 재구를 치지.>>

<<고장왕이 세긴 세다.>>
중구난방으로 놀려주는데 조선말을 못 알아듣는 우군들은 그저 덩달아 웃기만 하였다.

논틀밭틀로 펀펀히 걸어가던 장준광이-일부러 남의 말막음을 해주려는것 모양-공교롭게도 두더지굴을 디디고 휘청하는바람에 몸을 가누려고 애를 쓰다가 더욱더 몸시 나가곤드라지며 메였던 포신을 동댕이쳤다. 이것을 보고 아니 웃는 사람이 없었다. 전쟁판에도 웃음은 언제나 따라다녔다.

<<남이 다 안 디디는데를... 구태여 골라 디딜건 뭐람!>>

<<그러게 고장왕이라지.>>

<<괜찮다, 액땜 미리 잘했다. 백살 산다!>>

장준광이 곧 툭툭 털고 일어나기는 하였으나 옹이에 마디로 발목을 접질러 포는 고사하고 총도 못 메고 그냥 절뚝절뚝 따라가게 되였다.

지형지물을 리용하여 소부대 전원이 주막거리에서 칠팔백메터 떨어진 언덕밑에까지 숨어들었다. 유리한것은 내를 격한것이였다. 언덕마루에는 쑥이 빈틈없이 자라서 몸을 숨기고 내다보기에는 안성맞춤이였다.

일본병사들은 국군주의교육과 신문, 잡지, 방송, 영화 따위의 영향을 받아 중국군대란 의례히 황군만 보면 겁이 나 꽁무니에 돛을 달고 도망질을 치는 못난이들로 알고있었다. 심지어 중국군대가 성을 지키다가 일본군의 공격을 받고 다급해 등에 지고 다니던 종이우산을 락하산삼아 펼쳐들고 뛰여내리는 만화까지 나타났었다. 비록 만화일망정 그 지경으로 중국군대를 하잘것없는것으로 묘사하였었다. 그러하기에 적을 업신여겨 왕왕 경계를 소홀히 하다가 뜻밖에 봉패를 하는 일이 있었다.

적군 치중대 트럭들에 대한 기습작전을 준비하며 즉 박격포 2문을 자리잡아놓으며... 말들을 주고받았다.

<<저 주막거리에 우리 사람들이 있으면 어떻거지?>>

<<우리 사람이라니?>>

<<백성들 말이여.>>

<<어느 정신빠진 백성이... 아직두 거기 남아있담? 벌써 다 들구 뛴지가 옛날이지.>>

<<남아있다면 친일주구나 몇놈 남아있겠지.>>

<<옳은 말이야.>>

<<그렇지만 저 집들이 성할가 포를 갈기면?...>>

<<독을 보아 쥐를 못 친단 말인가?>>

<<군관학교에선 무얼 배웠나? 견벽청야... 초토화작전... 몰라?>>

준비가 다된 뒤에는 또

<<7백? ...7백 50?...>>

<<8백.>>

<<8백... 비슷해 ... 그럼 8백!>>

이와 같이 눈어림으로 거리들을 측정하였다. 매우 원시적이긴 하였지만 하는수 없었다.

지체없이 첫 두발의 박격포탄이 거의 동시에 포신강에서 사출되여 허공에다 몹시 흰 무지개다리를 놓으며 쌍둥이자매처럼 목표물을 향하여 날아갔다.

<<쿵!>>

잇달아 또

<<쿵!>>

떨어져 터지는것을 보니 어지간하다. 잽싸게 넘고 처진 앙각을 교정하였다.

련달아 날아가 자동차고 집이고 닥치는대로 박산을 내는중에 날벼락을 맞은 적들이 머리를 싸안고 엎드러지며 곱드러지며 거미새끼같이 흩어지는것이 바라보였다. 트럭 한대는 탄약을 실었던 모양으로 지축이 흔들리는것 같은 굉장한 폭발성과 함께 일대 폭발을 일으켜 트럭이 아주 가루가 되여 날아가버렸다. 나머지 트럭들은 불길에 싸이지 않으면 앉은뱅이들이 된 모양이였다. 무너져버린 집과 불이 붙는 집... 주막거리는 삽시에 수라장으로 변하였다. 그것은 침략자에 대한 직접적인 회답이였다.

뜻밖에 큰 전과를 거둔 이들의 임무는 인제 한시바삐 본대-독립대대로 귀대를 하는것이였다. 모두들 사기가 오르고 의기가 충천하여(장준광의 접질린 발목도 한결 나은것 같았다) 길들을 조이는중에 우군의 병사 하나가 뒤가 급하다고 보고를 하여 대오를 령솔하는 장교가

<<그럼 얼른 보구... 따라와.>>

허가하고 대오는 그대로 길 없는 길을 어관하여-물고기를 꼬챙이에 꿴것처럼 줄지어-나아갔다.

대오가 초간히 왔는데도 뒤에 떨어진 병사가 따라오지를 아니하여 웬 일인가 하고 뒤를 돌아보니 그 병사는 메였던 총을 내버리고 또 탄대를 끌러버리고 그리고 허리에 찼던 칼(날창)까지 떼여버리고 맨몸으로 천방지축 줄해랑을 치는중이였다. 그 방향은 적국이 점령한 주막거리고 아니고 또 본대가 머무르는 금당거리도 물론 아니였다. 그가 향하는데는 바로 맥시거리였다. 저의 집이였다. 추가성 가진 그 병사는 원래 맥시태생이였다.

추격이 시작되였다. 대오를 령솔하는 장교가

<<왕유재, 1분대는 이리 가 뒤를 쫓아라!>>

<<렴진발, 2분대는 저리 가 앞을 질러라!>> 하고 손가락질하며 지휘하여 하사관들과 병사들이 이리저리 갈리여 뒤를 쫓고 또 앞을 질렀다.

제3분대와 조선의용대 대원들은 제자리에 머물러 추격자들이 두고 간 무기를 지키는데 그중의 두엇은 가서 탈주병이 풀밭에 다 팽개치고 달아난 총과 칼과 탄대를 집어가지고 왔다.

장준광이 총을 짚고 서서 바라보니 쫓고 쫓기고 하는 광경이 마치 활극영화를 실지로 보는것만 같았다. 뭇몰이군에 쫓기는 노루모양 갈팡질팡하던 탈주병은 급전환하여 평지를 버리고 동남쪽을 둘러막은 돌산을 바라올랐다. 누에 한마리가 엎드려있는것 같은 형상의 나지막한 그 돌산은 잔솔나무가 바위틈에 듬성듬성 박혔는데 중간쯤에 폭포 명색까지 하나 걸려있어 풍경이 마치 금강산의 모형을 보는것처럼 아름다왔다. 추격활극은 무대를 곧 그 돌산우에 옮겨가지고 벌어졌다. 뒤를 쫓는 추격자와 앞을 지르는 추격자 사이에 들어 움치고 뛸데가 없어진 탈주병이 칼물고 뜀뛰기로 몸을 날려 폭포에 뛰여들었다. 영화도 이렇게 찍자면 아마 좀 어려울것이다.

물초가 되고 또 파김치가 된 탈주병이 이날의 련달린 전과에 상투가 국수버섯 솟듯한 추격자들에게 붙들려왔을 때 장준광의 머리속은 여러갈래의 내용으로 뒤얽힌듯이 복잡하였다. 대오를 령솔하는 장교의 신문에 탈주병의 대답은 아주 간단명료하였다.

<<집생각이 나 견딜수가 없어서 그랬습니다.>>

전쟁마당에서 무기를 버리고 붙들린 탈주병의 운명이 어떻가는것을 그도 모를리 없었다. 물론 알고있었다. 알면서도 뛴것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뛴것이다. 원쑤의 집생각!

일본포로를 잡으면 묶으려던 포승줄로 결박을 지워가지고 가면서 압송하는 병사-묶이운자의 조금전의 전우-가 허리에 찬 칼을 빼여 그 뺨에 갖다대며

<<내 이따 이 칼루 죽여주께 응?>> 하고 정말인지 장난의 말인지 분간을 못하게 말하는것을 옆에서 듣고 장준광은 몸서리가 치이는것을 느꼈다. 사람이 사는 세상 같지를 않았다.

독립대대 대대장 당소좌는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는 소식에 너무 좋아 입이 벌어졌다. 그러나 탈주병을 붙들어왔다는 궂은 소식을 듣고는 금세 얼굴빛이 험악해졌다. 전쟁마당에서의 탈주병은 공개적으로 처형하여 전 부대를 경계하는것이 관례였기때문이다. 전시인데다가 또 적군의 후방이였으므로 독립대대의 대대장은 사형까지를 포함한 군법을 시행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대대전원을 정렬시켜놓고 대대장이 훈유를 하였다.

<<나라가 없으면 집이 있을수 없다. 집을 지키자면 먼저 나라부터 지켜야 한다. 나라를 지키는 전쟁마당에서 무기를 버리고 도망 치는것은 나라를 배반하는 행위니까 용서가 있을수 없다. 너두나두 다 집으루 도망을 치면... 나라는 지킬 사람이 없지 않은가. 다들 이 리치를 깨닫구 내가 한 말을 명기하기 바란다.>>

간단한 훈유를 마치고 대대장은 곧 목청을 돋우어가지고

<<전대- 뒤로 돌아-섯!>>

구령을 불렀다. 전대가 일제히 <<뒤로 돌아섯>>을 하고보니 거기에는 벌써 림시포진으로 형장이 마련되여있었다.

10여명의 병사가 총에다 날창을 꽂아들고 한획이 모자라는 입구자형으로 밖을 향하여 띠염띠염 늘어서고 그리고 뒤결박을 지운 탈주병은 등을 돌려대고 서있는데 그 량어깨에 병사 둘이 량옆에서 손을 얹고있었다. 그 두 병사도 역시 날창을 꽂은 총을 들었었다. 책임진 장교가 손짓을 하자 두 병사가 곧 탈주병의 어깨를 밀고 앞으로 나가다가 이내 손들을 떼고 하나는 뒤에 처지고 하나만 따라나갔다. 끝까지 가지 않고 중도에서 불시에 뒤따르던 병사가 탈주병의 잔허리를 발길로 내지르니 탈주병이 앞으로 폭 고꾸라졌다. 그 찰나 병사가 꼬나든 날창을 힘껏 내지르니 탈주병은 째는듯한 비명을 지르는데 등으로 들어간 날창끝이 명치끝으로 나갔었다. 날창이 오무라든 살에 물려 빠지지를 않으니까 잽쳐 고꾸라진 탈주병의 등판을 발로 한번 콱 차는것과 동시에 쑥 잡아뽑았다. 재차 날창이 몸뚱이에 들어갈 때 탈주병은 목구멍에서 피가 끓는 소리로 또 한번 비명을 질렀다. 몸서리 치이는 단말마의 비명이였다. 그러나 세번째 들어갈 때는 이미 숨이 졌는지 아무 반응이 없었다. 망나니구실을 한 병사는 날창에 묻은 피를 죽은자의 군복에다 썩썩 문질러 닦았다.

이 끔직한 광경을 목도한 조선의용대 대원들중에는 속이 뉘였거려 저녁밥을 먹지 못한 사람이 몇이 있었다. 그리고 밤에 자다가 일어나 오줌을 누러 나갈 때 어두운 밤에를 혼자 나가지 못하고 옆에서 곤히 자는 사람을 흔들어 깨워가지고 같이 나간 사람도 한둘이 아니였다.

아무렴 오쎌로 마점산의 분대는 통성을 지키려는 우군분대와 함께 행동하였다. 국도에다는 물론이요 동북쪽으로 통하는 모든 길목에다 지뢰를 매설하느라고 분주하였다.

지뢰원을 조성하는 작업이 얼추 손떨어진 뒤에 성안에 들어와 시가전을 하기에 알맞춤한 건물들을 물색하던중 오쎌로가 딱한사정에 부닥쳤다. 한 집에를 들아가보니 머리가 허연 로파가 손녀 하나와 손자 하나를 데리고 있는데 그 로파는 심한 관절염으로 다리가 불인하여 걸음을 잘 걷지 못한다는것이였다.

<<할머니, 아들은 없습니까? 며느리는 없습니까?>>

오쎌로가 물어보니 로파는 한숨부터 한번 쉬고나서

<<없쇠다. 아들두 없고 며느리두 없고... 다 없쇠다.>> 하고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다 어디들 갔습니까?>>

<<저승 갔지요. 돌림병으루 앓다가 다 저승 갔지요.>>

그 정상이 하두 가긍하여 오쎌로는 한동아 말을 못하였다.

<<저 아이는 손녑니까? 몇살이니까?>>

<<세는 나이루 이제 열네살이라오.>>

<<그럼 이 아이... 이 손자는요?>>

<<그놈은 열살이요 열살. 철부지... 아구것두 모르는 철부지.>>

<<그럼 할머니, 도대체 어떻게 살아나가시우. 이 어린것들 데리구?>>

<<우리 큰손자가 미장일을 해... 네 식구가 그럭저럭 연명을 하지요.>>

로파가 빼빼 여윈 손으로 때가 낀 상모서리를 탁 치고

<<군대가 짐을 지워 데리구 간지가 벌써 여드레짼데... 글쎄 아직도 돌아오지를 않으니... 우린 어떻게 산다지요?>> 하고 목멘소리로 하소연을 하였다.

(또 강제징용!)

오쎌로와 대른 대원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할머니, 어디 촌에... 가 의지할만한 일가친척이 없습니까?>>

미구에 시가전이 벌어질판인데 로인과 아이들이 피난을 가지않고 남아있다는것은 말도 되지 않을 소리다.

<<의자할테가 있기야. 있지마는... 내가 이다리를 해가지구 간다는 재간이 무어요. 조카네가 맥시거리 못미처에 살구있긴 하지마는.>>

<<거기가... 그 조카네가 살구있는데가... 예서 얼마나 됩니까?>>

<<30리요 30리... 그렇지 계화야?>>

옆에 섰던 손녀가 그렇다는 뜻으로 머리를 까닥였다. 오쎌로가 긴말 더 묻지 않고 곧 군복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가진 돈을 몽땅 꺼내들고 좌우를 돌아보니 다른 대원들고 통쾌하게 그 본을 따랐다. 오쎌로가 모은 돈을 그대로 로파앞에 밀어놓고 그리고 옆에 섰는 손녀아이에게 말을 일렀다.

<<계화, 너 계화랬지? 우리가 이제 나가 외바퀴차 한채를 얻어다줄테니... 옷보따리, 이불짐 다 주어싣구... 할머니 모시구 곧 떠나두룩해. 30리면 해있어 넉넉히 들어갈테니까... 여기서 잠시라두 더 지체를 해선 안된다. 알겠냐? 오빠는 차차 돌아올테니까 걱정 말구 어서 떠나.>>

한동안 지나서다. 건장한 일군 하나가 외바퀴차에다 세간짐과 로파를 갈라 싣고 계화와 그 사내동생을 앞세우고 맥시방향으로 떠나는것을 성가퀴우에서 바라보는 조선의용대 대원들의 얼굴에는 회심의 미소들이 어리였다(계화는 앞가슴에 암탉 한마리를 안았고 또 사내아이는 저의 형의것인듯싶은 큰 대삿갓을 등에 졌었다).

적의 선두부대가 통성 성밖에 들이닥친것은 이튿날 늦은아침때였다. 안날 다소 반신반의하며 묻어놓은 지뢰들이 이정도로 은을 낼줄이야! 앞장서서 돌진해오던 경땅크가 첫코에 걸렸다. 지뢰가 터지는 바람에 무한궤도가 끊어져 앉은뱅이가 된것이다. 지뢰탐지기를 든 놈이 나와 얼쩡거리는것은 기관총으로 답새기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뢰원이 서너시간 좋이 적군의 발을 한자리에 묶어놓았다. 성안에를 들어와서도 적들은 마찬기지로 골탕을 먹었다. 애당초에 안전한 골목이라는것은 존재하지를 않았다. 어디를 가도 지뢰가 밟히였다. 어디를 가도 지붕마루에서 저격탄이 날아오고 또 수류탄이 날아떨어졌다. 침략군은 호북성 최남단의 보잘것없은 이 읍거리 하나를 점령하느라고 무슨 요새 하나를 함락하는것만큼이나 큰 피의 대가를 치러야 하였다.

방어하는 부대는 야반에 지나서야 성을 버리고 철퇴를 하였다. 샐녘에 막부산기슭에 다달으니 짙은 안개가 낀 마을에서 개짖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불과 몇십리 밖에서 전쟁판이 벌어졌다고 생각하기가 어려울만큼 한적하게 들렸다. 중국은 확실히 큰 나라였다(몇해후에, 항일전쟁이 일어난지 네해만에, 조선의용대가 태항산항일근거지로 들어가기 직전에 산서 어느 산골마을에 숙영을 할 때 오쎌로가 집주인에게 란리가 난것을 아느냐고 물어보니까 주인이 놀라며 <<녜? 또 란리가 났습니까? 이번엔 누구하구 누가 맞붙었습니까?>> 하고 되물었다). <<누구하고 누가>>는 <<어느 군벌과 어느 군벌이>>하는 뜻.

군관학교때 영창속에 갇혀가지고 중대장에게 징벌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쪽지를 써낸바 있는 유명한 고집퉁이 윤지평이가 새삼스레 툴툴거렸다.

<<더 버틸만한데두 퇴군령을 놓는단 말이야, 망할 자식들!>>

<<그럼 혼자 남아 끝까지 해볼게지 따라오긴 왜 따라왔어?>>

누군가가 비양스레 한마디를 쏘아붙였다.

<<진짜용사라면 아마 결김에... 지금이라두 되돌아서실걸.>>

<<그렇게 된다면... 추도사는 서선장이가 있어야 지을텐데...>>

<<아니, 리정도호 돼, 그런 추도사쯤은.>>

여럿이 받고차기로 놀려주는데 오쎌로가 정당한 말로

<<아니야, 그건 다 까닭이 있는거야.>> 하고 윤지평이를 돌아보았다.

<<까닭이 있다구? 무슨 까닭이?>>

<<부대는-국민당군대 장령들이 밑천이란 말이야... 군벌은 더 말할것두 없구. 밑천이 거덜이 나면 빈털터리사령노릇을 해야 하거든. 빈껍데기사령노릇을 한단 말이야. 그러나 항전보다는 실력보존에 더 큰 관심들을 돌릴 밖에. 그들에게 철저한 항전을 바라는건 무리야. 어려워.>>

오쎌로의 설명을 듣고 윤지평이는 못마땅스레 고개를 외치고 더 말을 아니하였다.

막부련봉에 아침노을이 붉에 비쳤다.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아침노을 저녁비라지...>>

막부전선에서 전투에 참가한 조선의용대 대원들이 철퇴한 뒤에는 례외없이 그들이 허뜨린 탄피와 함께 대적군삐라들이 널려 있었다. 그 대부분의 내용인즉 일본병사들에게 반전을 호소하는것으로서 일본병사들에게는 해로울게 없는 선물이였지만 일본장교들에게는 매우 골머리 아픈 선물이였다. <<총부리를 그대네 상관에게 돌리라!>> 이런따위 불온한 내용들이 찍혀있었으니까.

양자강북안의 제5전구와 황하남안의 제1전구로 전출한 제2지대 각 분대들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였다. 무릇 조선의용대가-적의 말을 빌어-출몰을 하는 곳에서는 다 그러하였다.

추천 (3) 선물 (0명)
IP: ♡.208.♡.115
로즈박 (♡.101.♡.40) - 2023/11/07 19:01:32

탈주병 참 마음이 아프네요..집이 얼마나 그리웟으면 그랫을가요?
일본병사들두 멋 모르고 전쟁에 끌려온 사람들두 많앗을테고..
암튼 전쟁은 참혹한것이지요..
각자 평화롭게 살면 돠는것인데 왜들 저러는건지..
바쁘신데 두편이나 올려주셔서 오늘도 잘 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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