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2 격정시대 하-56

더좋은래일 | 2023.11.10 11:40:41 댓글: 0 조회: 176 추천: 3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6391


56

장사 소강변에서 대기하는 수많은 돛배들중의 한척을 골라 가지고 배삯을 흥정한 뒤 일행은 배에 올랐다. 동정호를 건너 안향까지 가게 되였는데 북위 29도선에 걸쳐있어 워낙 더운 지방이라 일년중 해가 제일 짧은 동지머리인데도 날씨는 조선의 구시월 단풍놀이때만밖에 안하였다. 안향에서 배를 갈아타고 또 여러날 걸려 태평구까지 와가지고 다시 양가강의 나루를 건느니 제2의 한구라고 불리는 말쑥한 도시-사시다. 사시 어느 허술한 려관 2층에서 묵은해를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였다. 다들 나이 한살씩 더 먹어 선장이도 세는 나이로 스물다섯이 되였다. 항일전쟁은 네해째로 잡아들었다.

<<이거 로총각들이 장가들기가 급하잖은가.>>

<<장가가 급하기보다 아들이 늦었네.>>

<<딸은 안 늦구?...>>

<<일본놈이 빨리 망해주잖으면 이거 모두 몽당귀가 된단 소리가 나잖겠나.>>

<<몽달귀란게 대체 뭐 말라뒈진거야?>>

<<몽달귀가 총각 죽은 귀신이지 뭐 말라뒈지긴 둬 말라뒈진게야!>>

우스개소리로 허전한 마음들을 달래고 부지런히 일어나 세수하고 아침밥들을 먹었다.

사시에서 다시 기선을 타고 양자강을 거슬러올라가다가 날이 저물어 의도에서 하루밤을 드새고(여울이 많아 어두우면 배가 잘다니지를 못하므로) 이튿날 한낮이 좀 기울어서야 비로소 의창에 다달았다.(이창-양양 사이를 달리는 군용트럭에 편승을 할 계획이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선창에는 모젤권총을 찬 국민당이 헌병들이 웅긋쭝긋 서있잖은가! 이런 일이 있을것은 의당예측을 했어야 할것이데 선장이는 데면데면하게도 금서목록에 들어있는 좌익서적 몇권을 휴대하고있었다. 그래 어찌할바를 몰라 혼자 왼새끼를 꼬다가 다른 선객들이 들을가봐 조선말로 나직이 리정호와 의논하였다.

<<어떻건다?>>

<<생활서점거야?>>

<<신지서점것두 있어.>>

<<또 다른건?...>>

<<외국어판이 한권 있는데...>>

<<괜찮아 그럼. 저것들은 다 까막눈이나 다름없는 밥병신들이야. 못 들춰내.>>

아니나다를가 리정호의 료량한대로 그 얼간이들중의 하나가 앞에 와 선장이의 풀어보이는 짐속의 책들을 집어들고 한동안 뒤적뒤적해보더니 무슨 탈을 잡지 못하겠던지 입속으로 웅얼웅얼 도깨비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더니만 내키지 않는듯이 경례를 한번 붙이고 시들해서 저쪽으로 가버렸다.

워낙 신중하고 경험있는 출판업자인 추도분선생과 그 동료들은 미리미리 맑스, 엥겔스, 레닌 등의 글자를 칼, 프레데리흐 또는 일이이치로 고쳐놓았던것이다. 그리고 또 책뚜껑은 모두 선장이가 제 손으로 리카르도, 아담 스미스, 헤겔 등으로 고쳐놓았던것이다. 선장이는 속으로 출판자의 주도한 용의에 심시한 감사를 드리지 않을수 없었다.

의창에서는 항전초기에 양자강을 봉쇄하고 억류한 일본기선들을 볼수 있었다. <<가와사기마루>>, <<후구오가마루>> 따위의 선명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부리고있는데 모두 톤수들이 높아 의창이상은 더 올라가지 못하는 모양이였다. 아닌게아니라 의창서부터는 강너비가 현저히 좁아졌었다. 의창에서는 차편을 기다리느라고 싱겁게 닷새씩이나 묵새겼다. 가까스로 양양성에 당도하였을 때는 하늘이 자욱하게 눈발이 섰는데 교회당의 뾰족탑이 옛성에 어울리지 않아 눈에 거슬리였다. 양양에서 하루밤을 드새고 이튿달 번성으로 건너가는데 한수의 굽이치는 강물이 성기슭을 씻는 광경은 참으로 장관이였다.

<<옛날사람들이 이 강을 건너서 양양성을 치다는건 불가능한 일이였겠는걸. 물살이 이렇게 센데 배를 갖다댈 재간이 있어야지.>>

<<상류 어느 좁은데루 도하를 해가지고 꽁무니를 들이치는수밖에 없었겠구먼.>>
<<아무튼 누가 이성을 쌓았는지 머리를 썻어.>>

<<제갈량이 쌓았는지두 모르지.>>

<<정신나간 소리 하지 말아. 전국시대부터 있었기 쉬운 성을 제갈량이 쌓았다구?>>

<<오, 참 륭중이 예서 멀잖다지?>>

<<륭중? 륭중이 뭐야?>>

<<아, 제갈량이 은거했다던 륭중두 몰라? 무식쟁이!>>

<<류비가 관운장, 장비를 데리구 세번 찾아갔다는?>>

<<똑똑하구먼.>>

<<그건 남양의 와룡강이 아니던가?>>

<<조신하게 좀 앉았어 유식쟁이, 배 뒤집어진다!>>

<<내버려두라구, 물귀신이 되구싶어 몸살이 나 그러는데.>>

이런 소리들을 지껄이며 한수를 건넜다.

양양거리가 옛스러운데 비하여 번성은 상업이 발달한 서민의 거리라는 인상을 주었다.

이튿날부터 도보행군인데 목적지인 로하구까지 가려면 이틀을 가야 하였다. 눈발이 날리는중에 삼삼오오 질서없이 걸으며 또 씩둑꺽둑 지껄였다.

<<리청천도 어지간한 대포쟁이야.>>

<<어째서?...>>

<<전에 만주에서 무장투쟁을 하던 때의 일이였대. 한번은 왜놈토벌대 일굽놈이 소로길루 줄을 서서 오더라나. 그래 덤불속에 납작 엎드렸다나 다 지나보내놓구 뒤에서 소총 한방을 갈겼다지 뭐야. 아 그랬더니 글쎄 일곱놈이 일제히 뒤를 한번 돌아보더라잖아. 그리구 일시에 나가너부러지는게... 꼬챙이루 꿴 북어처럼 가지런히 한쪽으로 나가너부러지더라지 뭐야.>>

<<아하하!...>>

<<그런 천하의... 히히히!... 아이구 배야!...>>

<<허풍을 쳐두 유뷴수지...>>

<<북어쾌처럼 나가너부러져? 웁후후!...>>

<<출지법한단 소린 않던가?>>

<<전설적영웅을... 어느 놈처럼... 제 입으루 불어서 만들잔 수작이지 뭐야.>>

<<그래두 광복군의 총사령이 된다는 소문이 있더라니.>>

<<아이구, 그럼 이거 또 숱한 왜놈들이 북어꿰미가 될 일 났구먼.>>

<<한방에 일굽놈씩?...>>

와하하 웃고 지껄이는통에 길이 잘 불었다.

<<김구가 완고는 해두 반일사상만은 철저해. 문자 그대루 불공대천의 원쑤야 왜놈하군.>>

<<그야 그렇지. 헌병보조원놈의 배를 가르구 날간을 내 씹었다는데.>>

<<지금 환진갑이 다 지났어두... 그 80 로모가 화가 나 장죽으루 두드리면 꿇어앉아 맞으면서 눈물을 뚝뚝 떨군다데.>>

<<그렇지만 락후하긴 뭐 형편없이 락후하더라니.>>

<<어떻게?...>>

<<글쎄 루즈벨트를... 미국대통령 루즈벨트 말이야... 라사복(罗斯福)이라잖아. 한어를 우리 식으루 발음을 하는거지 뭐야. 그리구 영국수상 쳐칠은 구길이(丘吉尔)이라구 얕잡아부르데.>>

<<라사복, 구길이... 아하하!...>>

<<본인들이 들었으면 기가 차겠군.>>

<<그리구 일본천황은 곡 왜양유인(倭王裕仁)이라구 얕잡아부르데.>>

<<그야 당연하지 뭐.>>

<<아무튼 그놈의 령감... 체력두 보통이아니야. 재작년 장사에서 그 자식... 그 자식 이름이 뭐더라?...>>

<<어느 그 자식?>>

<<김구한테 총을 쏘구 달아난... 리운한(李云汉).>>

<<그래그래 리운한, 몸속에 그 자식의 쏜 총알이 세알인가 네알인가 들어박혔는데두 죽지 앟구 살아난걸 보면... 체력이 보통이 아니야.>>

<<권총탄은 좀 작으니까.>>

<<작아두 그렇지!>>

<<그때 아마 윤대성동무가 위문단으루 갔었지.>>

<<갔었어 갔었어! 장사까지 갔었어.>>

<<그렇지만 그놈의 얽음뱅이(김구 곰보임)... 좌익서적만 보면 기가 나서 살라버린다며?>>

<<히틀러의 본을 다는게로군.>>

<<히틀러는 무슨 놈의 히틀러! 진시황의 본을 딴거지.>>

<<장개석이 말을 할 때는 꼭 장개석씨가... 하더라니.>>

<<나두 들었어... 손중산은 꼭 손문선생이라구 하구.>>

<<그래두 리승만이 도적놈에 비하면 인격자야.>>

<<그야 그렇지. 비교나 되나.>>

<<리승만이 그 도둑놈이 림시정부의 국고금을 가루채가지구 미국기선에 오른걸...>>

<<미국기선엔 왜?...>>

<<미국으루 도망을 치려는거지. 그런걸 최우강선생하구 또 누구하고 쫓아가 따졌다지 뭐야. 그 서슬에 할수없이 착복했던 돈을 도루 게워냈다대여.>>

<<아니야, 다 게워낸게 아니라 일부만 게워냈어.>>

<<버젓이 특등실을 탔더래. 그자가 물쓰듯하는 그 돈이 다 국내에서 애국동포들이 군자금으루 헌납한거지 뭐야.>>

<<림시정부 대통령 꼴 좋다.>>

<<김구 발바닥만두 못한 놈이지!>>

<<너절한 놈!>>

진득진득한 진눈까비가 일변 날리며 일변 녹아서 길이 질어 걷기가 말째였으나 걷는 사라들의 지껄이는 소리는 곧 그치지를 아니하였다.

<<내 보긴 류자명이두 본때가 있어.>>

<<어느 류자명이?...>>

<<어느 류자명이는 어느 류자명이야? 무정부주의자 류자명이지!>>

<<어떻게 본때가 있어?...>>

<<그 사람... 내 한번 보니까... 저수지공사판에서 인부들하구 같이 막로동을 하잖겠어. 그러다가 쉴참에 나무그늘에 삽을 짚구 서서 연설을 하는데 수백명 인부가 기침 하나 안하구 귀들을 기울이지 뭐야. 인부들속에서 인망이 여간만 높잖대.>>

<<선동연설은 그네들의 특기니까.>>

<<리하유나 라월한이두 다 만만찮은 사람이지.>>

<<다 류자명이의 고족제자들이 아닌가.>>

<<다 표범 같은 사람들이지.>>

주막거리에서 호르래기 부는 소리가 났다. 점심요기를 하고 다리를 쉴 때가 된것이다.

태평점에서 하루밤을 드새고나니 하늘에 구름 한점이 없는 쾌청-극상의 날씨였다. 하얀 눈으로 엷은 화장을 한 전원풍경은 거칠고 아득하게 넓어 강남과는 다른 정취가 있었다. 한수를 옆에 끼고 거의다 무너진 허술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로화구는 제5전구 사령장관 리종인의 사령부소재지다. 제2지대의 지대본부는 바로 한수가에 위치한 2층건물에 자리잡고있는데 그 건물은 원래 어느 큰 상인의 소유였다고 한다. 피차 오래간만에 만나가지고 상봉을 반기는중에 선장이는 생각지 못한 얼굴 하나를 발견하고 저도 모르게 환성을 질렀다.

<<아니 이게 누굽니까?>>

<<오래간만입니다. 선장동무.>>

만면에 웃음을 띤 그사라은 7년전에 상해에서 갈라진 성재수-당시의 선전부장이였다. 열렬한 악수를 나눈 뒤에 두 사람은 한수의 황막한 풍경이 한눈에 안겨오는 창문가에 걸상을 옮겨다놓고 마주앉아 밀린 이야기를 서로 쏟아놓았다.

<<대체 언제 여기를 오셨습니까?>>

<<지난해 봄... 아직 1년이 채 못됐습니다.>>

<<신사군으로 넘어가셨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녜, 신사군부대를 따라 대홍산까지 왔다가 거기서 이리루 넘어왔습니다.>>

<<어디 있습니까, 그 대홍산이란 산이?...>>

<<여기서 동남쪽으루 한 2백여리 떠어진 곳에 있는데... 거기 신사군의 근거지 하나가 있습니다. 리선념부대에 속하는.>>

이어 성재수는 대홍산근거지에서 조선의용대성원 몇을 만나 그중 한사람에게 자신이 맡아보던 대적군과 과장의 직무를 떠맡기고 자신은 이리로 왔다는것과 대홍산근거지에는 아직도 대적군과 과장 외에 신사군의 중대장으로 활약하는 조선의용대성원이 둘이나 있다는것을 이야기하였다.

원래는 대우를 잘 내였었으나 조선의용대가 든 뒤로는 살틀히 손질을 하는 사람이 없어 거칠해진 가래나무탁자앞에서는 마점산 오쎌로가 네댓명 사람에게 자신의 강남전선에서의 무용담을 신나게 피로를 하고있었다.

<<...그 망할 놈의 화점을 악전고투끝에 그예 짓마스구 뛰여들어가보니 그속에서 끝끝내 저항하던 예닐곱놈은 벌써 다 나가너부러졌지 뭐야. 발끝으루 툭툭 걷어차는데... 야 이것 봐라, 소고기통졸임이 한 반상자 잘되게 남아있잖아. 다른건 다 팽개치구 그것부터 메여내왔지. 죽 둘러앉아 그놈을 안주삼아 로획품 마사무네루 전첩축하연을 베풀었을 밖에. 통졸임을 따려구 날창끝으루 한번 콱 찍으니까 쏴-괴상한 가스가 뿜겨나오는데 그 냄새가 독하기라니! 다들 코를 싸쥐구 거미새끼모양 흩어졌지 뭐야. 위장한 독가스탄인줄 알았단 말이야. 그러니 대소동이 일어났을 밖에. 아연 긴장해했지. 그런데 나중에 알구보니까 고놈 한놈만 바람이 들어가서 썩었던 모양이야. 다른건 다 멀쩡하지 뭐야...>>

이렇게 떠벌이며 오쎌로가 그 당황망조하던 추태를 입짓몸짓으로 형용을 해보이는 바람에 둘러선 사람들은 모두다 웃음보를 터뜨렸다. 오쎌로의 무용담은 계속된다.

<<...빨병에 파편이 맞아가지고... 암 내 대신 맞았지... 빨병에서 물이 흐르는걸 난 내가 어디를 맞아 피가 흐르는줄 알구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지 뭐야.>>

또다시 웃음판이 벌어지는중에 언제나 맑스주의리론가로 자처를 하는 리달이가 늘 하는 버릇으로

<<앞에 달구 다니던게 맞아떨어진줄 알았겠지.>> 하고 조롱하는 투로 말곁을 다니 오쎌로는 짐짓 놀라는체하며

<<아니 어떻게 그렇게 용하게 알아맞춰? 남의 속에 들어가보지두 않구. 리론가가 다르긴 다르다! >>하고 비꼬아 경탄을 하였다.

웃음소리가 번화스러운중에 여러 사람이 받고차기로 지껄였다.

<<정말 고것만 뚝 떨어져나간 놈두 있다며?...>>

<<총알이 눈이 있다구 가리구 사리구 하겠나, 아무데나 맞으면 맞는게지.>>

<<그런 그거 야단 아니야.>>

<<야단은 무슨 야단... 죽는 놈두 있을라네.>>
<<전쟁이 끝나면... 이쁜 색시 하나 골라가지구 시치미 뚝 따구 결혼을 해놓구본단 말이야. 사전에 신체검살 하자군 못할테니까.>>

<<예끼 이 협잡군!>>

모도들 낄낄거리며 흩어졌다.

저녁때 선장이가 행낭을 정리하다가 새로 산 치약튜브에 먼지 같은게 보얗게 앉은것을 발견하였다. 본시 조금이라도 어지러운것을 참지 못하는 성미인지라 곧 손수건을 꺼내여 튜브가 반들반들해질 때가지 자꾸 닦았다. 무슨 일이나 하기 시작하면 언제나 지나치게 하는 버릇이 있어 이번에도 아마 좀 지나쳤던 모양이다. 옆에 앉아 상글거리며 구경을 하고있던 강진세 얌전이가 참다못해 충고를 하는것이였다.

<<속은 안 닦아?... 속두 닦아야지!>>

며칠동안 휴식이 끝나자 제2지대에서 원래 계획하였던대로 <<조선이용대통신 한수판>>을 내는 일에 착수하였는데 서선장이와 강진세와 리정호가 책임을 지고 달라붙었다. 보도기사를 쓸 통신원으로는 윤곡홈, 김찬만, 리산조, 박문, 류문환, 림평 및 심성운... 이런 사람들이 있었으나 원고료는 일률적으로 지불하지 않기로 하였다. 경비를 념출할 방도가 없어서였다. 그러나 재무를 겸하여 맡아보는 강진세작은아씨는 쇠배 어두운 몰풍정한 인간이 아니였으므로 때로는 간소한 위로연을 베풀어 그들의 로고를 풀어주군 하였다.

<<한수판>>을 내는 한편 선장이들의 그 기구에서는 또 여러 종류의 대적군인쇄물도 찍어내였다. 즉 일본군과 피점령구역에 거류하는 조선사람들에 대한 삐라나 통행증(우리 편으로 넘어오는) 따위를 일, 조, 중 세가지 문자로 찍어낸것이다. 그리고 사업상의 필요로 하여 적점령구에서 쓰이는 신분증명서, <<량민증>> 따위도 위조를 하였다. 미술가 장지광은 그 방면의 전문가로서 당자가 우스개소리로 하듯이 그는 혁명의 계명구도였다. 장지광은 영국신사의 풍도가 다분히 있는 례의바른 사람이였으며 역시 선장이의 군관학교 동기생이였다. 그는 열여덟살 때 반일테로단체인 의렬단의 활동자금을 조달하다가 체포되여 강도죄로 일본감옥에서 7년동안 복역을 한바 있는 전과자이기도 하였다. 그가 태여난 곳은 서반구 태평양상에 둥실 떠있는 하와이섬이였다.

봄. 새로 임명된 분대장 서선장이와 역시 새로 임명된 정치지도원 강진세가 령솔하는 한개 분대가 수현전선에 나가 활약하였다. 그들은 전호에서 불과 두어마장 밖에 안 떨어진 광서부대의 대대본부에 머무르며 대적군선전공작을 하였다. 광서군 장병들의 입버릇을 <<뜌나마>>. 조선말로 옮기면 <<제미붙을>>이였다. 그들은 그 고상한 낱말을 노상 입에 달고있었다. 마치 중들이 나무아미타불이나 관세음보살을 외듯이.

남북으로 백여리 걸친 전선은 총포성이 잠잠하였다. 적아 량군의 구불구불한 전호는 상거가 불과 수백메터. 매개 중대마다 저격수 몇명씩을 포치하여 주야로 적의 동정을 감시하는외에는 다들 평사시나 거의 다름없는 생활을 영위하고있었다. 분대성원은 때로 광서군 병사, 하사관들에게 일본말도 가르쳤다. <<총을 바치면 목숨을 살려준다>>, <<우리는 포로를 우대한다>>, <<일본형제들 총부리를 그대네 지휘관에게 돌려대라>> 따위를 가르쳐주었다. 그런데 괴이한것은 그들이 정당한 말을 배우는데는 혀가 제대로 돌아주지를 않아 애를 먹이면서도 <<바가야로>>따위의 욕설은 아주 수월히 배울뿐아니라 또 금세 써먹기까지 하는것이였다. 그들은 전호속에서 일본군진지에다 대고 목청이 떨어지도록 그 아름답지도 못한 낱말을 웨치는것이였다. 그러면 맞은편에서도 지지 않으려는 일본병사들의 똑같은 큰 목소리가 메아리치듯 들려오는것이였다-<<왕-바-단!>>

분대성원들은 또 굉장히 긴 프랑카드 하나를 마련하였다. 폭이 한메터 가량 되고 길이가 근 20메터나 되는 옥양목 온필에다 특대붓에 진한 먹을 듬뿍 묻혀가지고 문짝만큼씩이나 크게 일본글로 썼는데 그 내용인즉-<<일본병사형제들이여, 무엇하러 머나먼 타국에 와가지고 아까운 목숨들을 버리려 하는가?>>, <<집안식구들은 그대들이 돌아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있다>>, <<어서 총부리를 그대네 상관에게 돌리라!>>

분대 전원이 밤중에 적의 전호에서 150메터 가량 되는 지점에까지 접근하여 여라문개의 대막대기로 그 프랑카드를 벌려세워놓음으로써 날이 밝으면 적군과 불가피적으로 마주보게 할 심산이였다. 낮에는 쌍방의 저격수들이 엄밀히 감시를 하는 까닭에 아무도 적아 량군 진지사이의 개활지대에 들어설 엄두를 못 내였다. 이날 밤 전원이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가지 하현의 달은 뜨지 않았었다.

이튿날새벽, 느닷없이 일어나는 요란한 기관총소리에 분대 전원이 놀라 깼다. 무슨 일이 났는지도 모르면서 다짜고짜로 총들을 거머쥐고 밖으로 뛰여나왔다. 그러자 그 미친듯이 쏘아제끼던 기총소사가 뚝 멎어버렸다. 동이 트자 왜병들은 바로 코앞에 조선의용대가 밤중에 세워놓은 그초대급프랑카드를 발견하고-하루밤사이에 마법사의 버섯모양 갑자기 자라난 그 초대급프랑카드를 발견하고-당황망조하여 그 프랑카드에다 대고 미친듯이 기총소사를 한것이였다, 그리나 그들은 공연히 탄알만 허비하였다. 프랑카드는 기관총탄에 쑤심질을 당하여 벌집같이 구멍투성이가 되여 가지고도 끄떡없이 거기 그대로 버티고 서서 일본병사들에게 계속 반란을 호소하고있었던것이다.

어느날 장준광이 방어선의 좌익을 담당하는 중대를 다녀와야할 일이 생겼다. 대대본부에서는 그 중대까지는 너덧마장 밖에 안되는 거리였지만 마음 좋은 광서대대장은 한사코 장준광더러 자기의 밤빛거세마를 타고 가라는것이였다. 장준광의 말타는 솜씨가 워낙 오죽잖아 그렇긴 하겠지만 어찌된 셈판인지 그가 타본 군마들은 레외없이 다 그의 솜씨를 꿰뚫어보기라도 하는듯이 그가 가까이 가기만 하면 의례 마뜩잖은 눈으로 그를 흘겨보는것이였다. 광서대대장의 그 밤빛짐승도 역시 그런 태도로 장준광을 대하였다. 즉 마지못해 태운다는것 같은 시들한 태도로 그를 대한것이다.

장준광이 말을 타고 가는 길은 전호 바로 턱밑에 펼쳐진 과수원사이로 나있었다. 한창 망울이 진 배나무들이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데 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살랑살랑... 극상의 날씨였다. 슬렁슬렁 걸어가는 말잔등에서 호사스럽게 앉아 봄빛을 만끽하는것은 일종의 향락이였다. 그러나 그렇게 안락한 시간은 그리 길지 못하였다. 일수가 사나와서 장준광은 얼마 오래지 않아 매우 난처한 지경에 빠지게 된것이다-

장준광의 그 향락기분에 잠겨있는 머리우에 삐딱하게 씌워졌던 군모가-철딱서니없이-배나무가지에 걸려 <<아차!>> 땅바닥에 떨어진것이다. 사달은 여기서 났다. 그는 휘파람을 휙 불고 말잔등에서 미끄러져내려와 네댓발자국 되돌아가 가지고 모자를 집었다. 그런데 그가 다시 돌아와 한발을 등자에 걸고 올라타려고 한 즉 그 망할 놈의 거세마가 되지 못하게 옆걸음질을 치면서 사람을 근접을 못하게 하는것이였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숫제 외면을 하고 제 가고싶은데로 갈 차비를 하였다. 장준광은 슬그머니 화가나서 쫓아가 땅바닥에 질질 끌리는 고삐를 잡으려 하였으나 좀체 따라잡을수가 없었다. 그가 걸음을 재게 떼면 그놈도 재게 떼고 또 그가 달으면 그놈도 달았다. 그러다가 말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갑자기 벌어지면서 그놈의 유다-주인을 배반한 거세마-는 눈깜박할 사이에 참호를 훌쩍 건너뛰여 개미새끼 한마리 얼씬거리지 않은 적아진지사이의 공한지에 들어섰다. 그놈이 숱한 사람의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삐를 질질 끌며 버젓이 적진으로 달려갈때 일이 너무나 돌연적이라 장준광이나 저격수들이나 다 눈들이 멀뚱멀뚱해 바라보기만 하였을뿐 아무도 그놈을 쏴죽일 궁리는 내지를 못하였다.

투항하는 군마가 적의 진지로 달려올라가자 호박이 떨어진 적병들은 이게 웬 떡이냐 하고 저마다 손을 내밀어 고삐를 휘여잡았다. 이어 광명을 버리고 암흑을 따르는 유다는 바라보는 사람들 시야에서 꺼진둣이 사라져버렸다.

파김치가 되여가지고 터덕터덕 걸어 돌아온 고장왕 장준광을 보고 분대성원은 어처구니가 없어 다들 쓴입만 다셨다.

(대대장의 사랑하는 말을 잃어버려주었으니 이를 어쩌면 좋단말이.)

그러나 광서대대장은 수양이 있는 사람이였다. 그는 두말 않고 곧 그 말이 지뢰에 걸려 폭사를 하였다고 거짓보고를 내는것으로 일을 마무리였다.


<<조선의용대통신 한수판>>에 실린 보도기사(1)

우리 분대는 적군과의 <<대화>>를 번번히 진행하였다. 야밤을 타고 적진에서 백사오십메터 가량 떨어진 곳에까지 접근하여 수류탄 두발을 터뜨려 적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말하자면 개막을 알리는 징소리인 셈이다. 산 사람이 한밤중에 느닷없는 폭발성을 지척에 듣고 어떻게 무관심할수가 있겠는가. 하물며 그 폭발성을 듣는 일본병사들이 다 산설고 물설은 외국땅에 끌려와 전호, 대피호속에서 옅은 꿈을 맺어보려는 젊은이들이임에랴. <<변성야야다수몽(边城夜夜多愁梦)>>이라잖은가!

<<개막의 징소리>>가 울린 뒤에 우리는 메가폰으로 대화를 시작하는데 실로 메가폰이 없이도 말소리는 똑똑히 다 들린다. 우리는 류창한 일본말로 일본병사들에게 착취가 자본가를 위해 아까운 목숨들을 버리지 말라. 고향에서 부모형제가 그대들을 떠나보낼 때 흘리던 눈물을 잊지는 않았겠지. 살아서 고향땅을 밟아볼 생각들을 안하는가. <<일장공성만골고(一将功成万骨枯)>>란 말이 뜻을 아는가. 그대들의 해골이 전장터에 많이 널리면 널릴수록 그대네 상관들의 가슴에는 훈장이 늘어난다. 이와 같이 사리를 밝혀 타이른 다음 <<총을 바치면 목숨을 살려준다>>, <<포로는 우대한다>> 따위 아방의 정책을 낱낱이 설명하는것이다. 그리고 끝으로 우리가 살포한 통행증의 효력과 사용방법 등도 자세히 알려주었다.

대화를 마치고 돌아설 때는 밤하늘에다 총 두방을 쏘는것으로 고별식-안녕히 주무세요-를 대신하였다.

이에 대하여 적들은 보통 속내를 알수 없는 침묵으로써 대응을 하였다. 그것은 장교들의 단속이 심해 병사들이 옴짝달싹을 못하는것이라고 우리는 풀이하였다. 그렇더라도 한놈한놈 다 귀를 틀어막고 땅바닥에 엎드려있으라고는 못할것인즉 필경 그 귀속으로 흘러드는 우리의 말소리는 막을 도리가 없을것이다. 하물며 우리가 하는 말은 다 병사들의 소박한 진리임에랴. 일단 귀속에 들어가 박히면 적당한 온도에서 싸기 트고 또 뿌리가 내릴것은 정한 리치다.

<<조선의용대통신 한수판>>에 실린 보도기사(2)

우리는 사업상의 필요로 일본군포로 몇명을 데려다가 교양개조를 하였다. 계급의식의 계발로 하여 그들은 얼마 오래지 않아 곧 그들이 휘말려든 전쟁의 침략적실질을 깨닫게 되였다. 근로자들에게 있어서 진리란 결코 리해햐지 어려운것이 아니였다.

그중의 몇몇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오오다께 요시오, 32세, 재단가출신.

노구찌 에이사꾸, 27세, 기병 1등병, 농민출신.

이도오 스스무, 24세, 보병 상등병, 자전거회사의 기능공출신.(이 젊은 포로는 김찬만분대 소속의 젊은 녀자포로-이무라 요시꼬를 짝사랑하는중임.)

한번은 우리가 대화를 하러 갈 준비를 하고있는데 이도오가 자진하여 저도 데리고 가줄것을 요청하였다. 우리는 두말없이 그도 데리고 가기로 하였다. 례의 <<개막의 징소리>>가 울린 뒤에 이도오는 자발적으로 나서서 그의 동포 즉 일본병사들과의 대화를 시작하였다. 그는 먼저 자신이 소속하였던것은 어느 부대였으며 무슨 병종이였으며 또 군직은 무엇이고 이름은 무엇이고 그리고 고향은 어디라고 자기소개부터 하였다. 그런 연후에 병사형제들더러 모두 일떠나 이 죄악적인 침랙전쟁을 반대하라고 호소하였다. 그리고 이런 수치스러운 략탈전쟁에 목숨을 바치는것은 부질없는 일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그런데 이때 천만뜻밖의 일이 생겼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전에 어둠속에 괴괴하던 맞은쪽 전호속에서 어떤놈이 벼락같이 소래기를 지른것이다.

<<우리가리모노, 하지오시레!>>

그 뜻을 그대로 우리 말로 옮기면-<<이 변절자야, 수치를 알아라!>>

쥐죽은듯 고요하던 어둠속에서 그 목소리는 그렇게도 가깝게 또 그렇게도 똑똑히 들려왔었다. 우리는 그제야 밤중에 진행하는 우리의 사상공세가 어떠한 기묘한 반을을 보이는가를 똑똑히 인식하였다. 그들은 듣기가 좋든싫든간에 호기심에 끌려 모두들 우리의 목소리를 귀담다듣고 있었던것이다!

그러나 그 돌연적인 <<소래기탄>>은 면바로 이도오의 목줄띠에 들어맞기라도 한것처럼 이도오는 꺽하고 나오던 말이 목구멍에 걸려가지고 한참동안 후두암 제3기 환자꼴이 되여버렸다. 사후에 그가 술회를 했듯이 그는 그 순간 령혼이 날벼락을 맞은것 같았던것이다.

이윽고 이도오는 첫 타격에서 소생이 되여 정신을 수습해가지고 중둥무이된 대화를 다시 계속하였다. 그러자 기다리고있었기라도 한듯이 성난 질타가-맞받아날라왔다.

<<다마레! 우리기모노!>>

그 뜻은-<<닥쳐라! 이 반역자!>>

이 두번째 <<소래기탄>>은 이도오를 완전히 때려눕혔다. 그는 대화를 더 계속할 맥이 나지 않아 그만 물러앉고말았다. 어려서부터 군국주의교육으로 훈도된 이도오가 패전을 한데 대하여 우리는 충분히 량해를 하므로 한마디도 그를 나무라지는 않았다.

이튿날 우리는 작전계획을 고쳐 짜고 이도오패장을 격려하는 한편 오오다께와 노구찌더러도 가진 재주를 한번 부려보라고 부추겼다. 그리고 동시에 20리 밖에 있던 김만찬분대에다 전화로 청병을 하였다. 예상대로 원병은 한낮때가 채 못되여 도착하였다. 김위가 이무라 요시꼬를 대동하고 말을 달려온것이다. 원래 청병을 할 때 우리는 바로 그 두 녀자를 지명하였다.

<<조선의용대통신 한수판>>에 실린 보도기사(3)

우리는 대(对)적군공작을 함에 있어서 의식적으로 <<천황>>두 글자를 기피하였다. 누구를 막론하고 그 우상을 건드려서는 결코 좋은 결과가 있을수 없다는것을 경험에 의하여 알았기때문이다. 일본군인은 거지반 다 귀신신자 신도의 신보자였다. 그런데 이 가소롭고 가공할 우상-천황이 바로 그들의 신주였던것이다. 싸움소는 빨간 빛갈만 보면 성이 나가지고 미쳐날뛴다. 그와 마찬가지로 일본군장병들은 누가 그 우상에사 침 한방울만 튕겨도 성이 나가지고 미쳐날뛴다. 일단 그렇게 되는 날이면 제아주리 좋은 말을 해도-꾀꼬리, 종다라이의 울음소리보다 더 달콤한 말을 해도-다 소용이 없다. 애당초에 귀속으로 들어가지를 않는것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그 맹목적인 숭배의 대상으로 되여있는 우상을 잠시 기피하는것이 상책이라고 판단을 하였던것이다. 따라서 이도오의 대화에서도 그렇고 오오다께와 노구찌의 재담에서도 그렇고 <<천황>> 두 글자는다 기피의 대상으로 되여있었다.

밤에 우리 분대 전원은 제각기 무기와 메가폰을 들고 총출동하였다.

야색이 창망한 가운데 두발의 수류탄의 폭발성이 정적을 깨뜨리자 특이한 레파토리가 상연되였다. 이팔방년의 이무라 요시꼬가 일본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는 동요를 부르기 시작한것이다. 그녀의 애되면서도 애조를 띤 노래소리는 포탄구뎅이천지인 황량한 전장상공을 서서히 퍼져나갔다. 우리의 그 조명도 없고 무대장치도 없는 밤중 로천무대는 서로대치한 적아 량군의 전호사이에 거친 황무지에 차려졌다. 전방 150메터 지점에서는 일본군청중들이 그리고 후방 250메터 지점에서는 중국군청중들이 서로 원쑤가 져가지고 억센 손아귀에 총과 칼을 단단히 틀어쥐고 귀들을 기울이고 듣고있었다.

저녁노을 곱게 날이 저무니
산속의 절간에서 종이 울린다
손에 손을 맞잡고 돌아들 가자
까마귀도 다같이 돌아들가자
......

이러한 야반의 가성에 어찌 원정군 무인들이 애를 끓지 않을건가. 그것은 그들이 아이적부터 늘 불러온 피줄 잇달린 노래였다!

다음 순서는 재담이였다. 오오다께는 본시 그것으로 밥벌이를 하던 사람이라 더 말할것도 없거니와 노구찌도 그가 육성한 제자이므로 꽤 알만하엿다. 이날 그들의 공연은 참으로 우스워 삶은 소도 웃다가 꾸레미를 터칠만했다.

세번째 종목은 또다시 이도오의 반전을 호소하는 대화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도 단단히 결심을 한바가 있었던지 아주 멋진 열변을 토함으로써 안날의 치욕을 깨끗이 씻었다. 이번에 그가 거둔 성공은 우리가 격려를 한 보람이라느니보다는 이무라 요시꼬가 옆에 있었기때문이라고 풀이하는게 더 근사할것 같다. 녀자가 보는 앞에서 그래 어느 못난이사나이가 싸움에 지는것을 달가와할것인가.-이번에는 적들도 책략을 바꾸었는지 완전한 침묵으로 이에 대응하였다.

마지막 순서는 김위와 이무라 요시꼬의 합창으로 되는 <<반디불(올드랭 사인)>> 즉 <<리별가>>. 그리고 페막은 례에 의하여 밤하늘에 대고 쏘는 두발의 총성-안녕히 주무세요.

총성의 여운이 캄캄한 하늘가에 사라지자 전선에는 또다시 정적이 깃들었다...

추천 (3) 선물 (0명)
IP: ♡.245.♡.118
23,513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단차
2023-12-12
1
219
단차
2023-12-12
1
190
단차
2023-12-12
1
180
단차
2023-12-12
1
266
단차
2023-12-12
1
174
단차
2023-12-11
1
250
단차
2023-12-11
1
241
단차
2023-12-11
1
177
단차
2023-12-11
1
177
단차
2023-12-11
1
218
단차
2023-12-10
1
167
단차
2023-12-10
2
159
단차
2023-12-10
1
137
단차
2023-12-10
1
160
단차
2023-12-10
2
241
뉘썬2뉘썬2
2023-12-10
1
276
뉘썬2뉘썬2
2023-12-10
1
287
단차
2023-12-09
1
284
단차
2023-12-09
1
234
단차
2023-12-09
1
158
단차
2023-12-09
1
233
단차
2023-12-09
1
169
단차
2023-12-08
1
149
단차
2023-12-08
1
117
단차
2023-12-08
2
160
단차
2023-12-08
1
121
단차
2023-12-08
3
301
단차
2023-12-07
1
146
단차
2023-12-07
1
127
단차
2023-12-07
1
161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