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球上唯一的韓亞 2

단차 | 2023.11.11 11:50:37 댓글: 4 조회: 236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6671
 2



세 달 전.

  들뜬 모습으로 거대한 배낭을 메고 있는 경민을, 한아가 배웅하고 있다. 두 사람은 동갑이지만 어째선지 경민 쪽이 더 어려 보인다. 

타고난 유전자 때문인지 선택한 라이프 스타일 때문인지 설익은 참외처럼 동안이었다. 

경민을 아는 사람들은 경민이 언제까지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일부는 그저 호기심으로, 일부는 슬쩍 비틀린 마음으로 궁금해했다. 

자외선은 경민에게 유난히 친절했고, 바람은 경민을 즐거워 보이게 하려고 부는 것 같았다. 

제대로 가르마가 타 있는 적이 없었다. 각이 잡히도록 옷을 다려 입은 적도 없었다. 

칼라와 소매가 해진 피케 셔츠, 작은 나뭇조각 팔찌, 주머니가 구멍 난 카고 바지, 연륜 있어 보이는 트레킹 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언제나 소년 같았다. 

언제까지나 그럴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공항까지 못 나가서 미안해.”

  별로 미안해하지 않으면서 한아가 말했다. 잦은 배웅은 간절함을 감소시켰다.

  “아냐, 금방 다녀올게. 정말 멋질 거야. 이날을 몇 년이나, 몇 년이나 기다렸다니까!”

  하지만 넌 동시에 여러 개를 기다렸잖아, 그건 제대로 기다린 게 아니잖아, 하고 한아는 심드렁하게 생각하며 빈말을 보탰다.

  “유성우, 나도 보고 싶었는데.”

  경민과 사귀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본 적이 있긴 있었다. 

어렵게 가로등이 없는 빈터를 찾아, 추운 땅에 누워서. 그저 하얗고 짧은 선이, 눈이 채 따라가지도 못하는 속도로 여러 개 번지는 하늘을 보았고 그것에 감탄하기보다는 감탄하는 경민에게 감탄했던 기억이었다. 

한아는 소화불량과 비슷한 느낌인 서운함의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올해는 여름휴가를 같이 쓰고 싶었는데, 상의조차 해주지 않아서?

  “같이 가자. 너랑 보고 싶어. 앞으로 한동안은 이만한 유성우 없을 거야. 가게 잠시 쉬어도 좋잖아?”

  “그렇게 갑자기 갈 수 없어. 손님들과 약속한 날짜를 지키는 게 나한텐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너는 잘 이해 못하는 것 같지만.”

  “이해해, 한다니까? 그래도 같이 간다면 정말 좋을 텐데.”

  그렇게 말하지만 넌 이해 못해. 한아는 속으로 말했고 속으로 말하는 일이 너무 늘어난 것과 가장 많이 쓰는 접속 부사가 ‘하지만’이 된 것이 신경쓰였다. 

오래된 커플이어서일까? 유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나치게’ 오래된 커플이었다. 서로 겁이 나서 끝내지 못하는 게 아니냐고, 유리는 거르지 않고 말해버리는 편이었다.

  “다녀와. 돌아와서 많이 이야기해줘.”

 

 두 사람 중 하나는 이 지지부진 늘어지는 배웅을 끝내야 했다. 그런 책임은 어째선지 늘 한아에게 돌아왔다. 

한아의 그 말이 출발 신호라고 생각했는지, 경민이 한아의 이마에 짧게 키스하고 달려가버렸다. 

키스라고 하기에도 너무 짧은 접촉. 키스라고 발음할 때보다도 짧은. ‘닿았다’고 생각되는 시점에 이미 다른 방향을 향해 가고 있었다.

  “잠깐 뒤돌아보기라도 하면 얼마나 좋아.”

  경민이 훌쩍 떠난 게 하루이틀 일은 아니었지만, 한아는 그때 분명 어떤 불안을 느꼈다고 기억하게 되었다.

  늦게라도 가게에 나가자 기분이 좀 나아졌다. 한아는 재봉틀 주변에 떨어진 자투리 천과 실들을 정리하고 먼지 쌓인 곳들을 닦았다. 

점점 폐가 나빠지고 말 거야, 푸념했지만 그래도 새 옷들이 뿜어내는 독한 냄새보다는 낫지 않은가 하는 한아였다. 

유리 자리에 떨어진 물감과 먹물 자국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지만 일단 애를 써보았다. 

한 시간 넘게 쓸고 닦아도 시각적으로 큰 변화는 없었다. 무너지기 직전의 상태로 유지되는 혼란스러움과 무질서가 이 가게의 매력이긴 했다.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왔을 때, 유리가 부스스한 모습으로 들어왔다. 잠을 잘 못 잔 모양이었다. 

유리는 기혼자였지만, 패시브하우스 시공업체를 운영하는 유리의 남편은 일주일의 반쯤은 공사 현장에 머물렀다. 

지켜보는 눈이 없으니 밤새 게임을 하는 게 틀림없었다. 붓을 섬세하게 다루는 유리의 손가락은 게임 컨트롤러도 뛰어난 교치성으로 다루었다.

  “경민씨는 캐나다에 갔다고?”

  자리가 깨끗해진 걸 눈치채지 못하고, 커피부터 내리며 유리가 물었다. 

사실 유리는 경민을 처음부터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 오랜 시간 봐왔으면서도 꼭 경민씨, 하고 거리감을 두며 부르곤 했다.

  “응. 캐나다에서 가장 잘 보일 거래. 엄청난 별똥별.”

  살짝 방어적이 된 한아가 대답했다. 어째선지 경민 대신 변명이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았다.

  “언제쯤이면 철들까, 그 친구는. 필요한 경비만 모으면 직장 그만둬버리잖아.”

  “음, 뭐, 그만둘 만한 가벼운 직장을 그래서 택한 거니까.”

 
 “전전 직장은 그만두기 전에 불성실하다고 잘려버렸고 말이지. 직업윤리 없는 사람은 다른 윤리도 엉망이야. 진짜라니까?”

  “음, 아시아인들이 지나치게 성실한 편이니까 그걸 감안하면 지구 평균은 되지 싶은데…… 진득하게 하고 싶은 분야를 찾으면 달라지겠지.”

  “네가 무슨 걔 부모니? 재능이 꽃필 때까지 지원하게?”

  “뭐, 나도 남들이 보면 답답하게 산다 싶을 거고, 애초에 걔의 그런 점이 좋았는걸. 난 모험가 타입이 아니라 늘 익숙한 곳에 있으려 하니까 경민이가 내 몫까지 모험을 해주는 거 같아서 걜 보며 대리 만족을 할 때도 있고…… 그렇게 서로 보완해주며 사는 거지, 뭘.”

  “둘이 잘 안 맞는다는 생각은 안 들어?”

  “딱 맞는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좋아해. 정말로 좋아해. 스무 살 때부터 좋아했어. 그렇게 휙휙 가버리지만, 언제나 기쁜 얼굴로 돌아와. 베이스캠프 같은 기분으로 계속 지내온 거지. 그걸로 괜찮아.”

  “네가 좋다면 좋은 거지만 난 네 친구니까, 널 좀더 아껴주는 사람이랑 만났으면 좋겠어. 한쪽만 베이스캠프가 되는 관계는 역시 균형이 이상하다고 생각해. 자유로워 보이는 관계라도, 그 안에서 어떤 안정감이 있어야 하는 거 아냐? 경민씨는 늘 불안하달까. 아아, 내가 보수적인지도 모르겠다.”

  유리가 한아를 놓아주었지만 비슷한 대화는 며칠 후에 또 반복될 것이었다. 

한아는 재봉틀 곁에 놓인 휴대폰을 만지작거렸지만 알림 없이 조용했다. 

탑승 전에 한 번쯤은 통화할 줄 알았다. 비행기는 이미 일본을 훌쩍 지나갔을 시간이었다.

  “……가끔은 조금 힘들 때가 있어. 경민이 어디 여행 가고 그럴 때는 전화도 없어서, 이틀 넘게 충전을 안 해도 거뜬한 거야. 뭐야, 이런 식으로 또 환경적이게 되는 건가 싶더라고.”

  결국 유리에게 불안한 마음을 내비치고 말았다. 유리가 이 순간을 기억했다가 후에 경민과 마주치면 살짝 이를 내보일 걸 알면서도. 

물론 경민은 둔하니까 별로 신경쓰지 않겠지만 두 사람이 잘 지내는 것은 한아에게 꽤 중요한 문제였다. 평생 놓을 수 없는 두 사람이니.

  “세상에 좋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습관처럼 계속 만날 필요는 없어, 멈춰도 돼. 이 사람이 아니다 생각이 들면 언제든 멈추는 거야.”

  유리가 늘 하는 말을 하며 먹을 갈기 시작했다. 한아는 자신이 그 먹 냄새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늘 알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향긋하면서도 꼬리꼬리했다. 하얀 캔버스화에 꽃잎을 떨구기 시작하는 친구를 물끄러미 보았다. 

호흡 속도까지 신경을 쓰며 집중한 옆모습에 혼자 감탄하고 말았다. 그런 모습에 처음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유리는 언제나 한아의 편이었다. 한아의 대변자였고 한아가 고려하지 않는 면까지 살피고 지켜주고 짚어주고 싶어하는 건 진심이었다. 

덕분에 긴장이 감돌긴 하지만, 고마운 건 고마운 것이었다. 

한아는 굳은살이 박인 손가락 끝에 골무를 꼈다. 사실 이제 골무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져 있었지만 천연 고무나 금속제 골무, 누빔 골무를 번갈아가며 끼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도 금방 갈 거야. 경민이도 금방 돌아올 거야.

  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손님이 들어왔다.

 

  

 


추천 (2) 선물 (0명)
IP: ♡.252.♡.103
산동신사 (♡.79.♡.87) - 2023/11/11 12:24:39

카나다에 가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봅니다. 점점 더 궁금해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단차 (♡.252.♡.103) - 2023/11/11 12:34:59

네, 이야기가 슬슬 풀릴거에요.

뉘썬2뉘썬2 (♡.203.♡.82) - 2023/11/11 21:13:16

나는 한 십년씩 사기다 헤여지는 커플들이 좀 이해가 안데더라구요.
어케 십년정을 하루아침에 정리할수 잇는지.

그래서 경민이와 한아의 결과가 궁금하네요.ㅋ

단차 (♡.252.♡.103) - 2023/11/11 21:23:24

이건 못 보신 책인가봐요. 저도 그만큼 만나면 가족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헤어져도 평생 잊혀지긴 어려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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