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의형제편 박유복이 1

3학년2반 | 2022.01.04 07:52:51 댓글: 0 조회: 484 추천: 0
분류연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39481
  제 1장 박유복이
  1
  아침 저녁에 선선한  바람기는 생기었건만 더위가 채 숙지지 아니한  때다. 양
주읍내 임꺽정이의 집에는 반신불수로  누워 지내는 꺽정이의 아비가 더위에 병
화가 더치어 밤낮으로 소리소리 질러서 온  집안이 소요스러웠다. 꺽정이가 집에 
있으면 그다지 심하지 아니하련만, 딸과 며느리는  만만하게 여겨서 더하는지 시
중을잘   들어도 야단을 아니 칠  때가 드물었다. 꺽정이의 안해  백손 어머니는 
길이 들지 아니한 생매와 같은 사람이라 당자가 시아비의 야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뿐  아니라, 병자 역시 한손을  접는 까닭에 꺽정이의 누이  애기 어머니가 
말하자면 야단받이 노릇하느라고 머리가 셀 지경이었다.  이 날도 애기 어머니가 
점심상을 들고 병자 방에 들어가니 병자가 말을 하기 전에 혀를 툭툭 차고 나서 
얼버 무리는 말소리로 "지금 속이  더부룩해 죽겠는데 무얼 먹으란 말이냐. 내가 
돼지냐, 망한 년들아. " 하고 생야단을 쳤다. 애기 어머니는 눈살을 찌푸리고 "속
이 좋지 않으신 걸 누가 알았소. "  하고 말소리 곱지 않게 대답하고 상을 든 채 
돌아서 나오려다가 다시 고개를  돌리어 누운 아비를 바라보며 "그럼 이따  잡숫
고 싶은 때 달라시오. " 하고 나와서  그 상을 마루 한구석에 베보자기를 덮어놓
았다. 꺽정이의 아들  백손이가 반두질을 나가서 고기 잡히는 재미에  점심 먹을 
생각도 아니하고 물속으로 돌아다니다가  낮때가 훨씬 기운 뒤에 집에를 들어와 
보니, 저의 어머니는 그늘진 아랫방 봉당에 멍석을  깔고 낮잠 자고 저의 반실이 
삼촌 팔삭동이는 아직도 볕이 드는 남향판, 마루  위에 위통을 벗고 누웠고 다른 
식구는 눈에 보이지  아니하였다. 백손이가 손에 반두와 고기 종다래끼를  든 채 
안방 앞으로 와서  열어놓은 되창문으로 방안을 들여다보며 "아주머니는  어디를 
갔나?“ 하고 저의 고모를 찾다가 "오빠 왔소? ” 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이키니 
고모의 딸 애기가 부엌 뒤에서 쫓아나왔다. "어머니 어디 갔니?“ 하고 백손이는 
고조를 묻는데 "저기 계시지 않아.  " 하고 애기는 낮잠 자는 외삼촌댁을 가리켰
다. "너 어머니 말이여? ” "할아버지 고의 빨러 가셨어.  " "또 똥을 쌌구나. " "
아니 어제 싼 거야. " 하고 내외종 남매 지껄일 때 팔삭동이가 부스스 일어나 앉
으며 "떠들지들 말아. 아버지 잠 깨노면 누님에게 경쳐.  " 하고 크게 흔동하듯이 
말하였다. 백손이가  입을 삐쭉하고 마구  끝에 걸터앉으며 손에  들었던 반두와 
종다래끼를 마루 위에 놓으니 팔삭동이가 "고기 많이 잡았니? “ 하고 백손이에
게로 와서 종다래끼 속을 들여다보며 "아이구, 불거지가 많다.  " 하고 두어 사발
이 착실히 되는 고기를 "한  사발 되겠지. " 하고 종다래끼를 애기에게로 기울여 
보였다. 애기가 가까이 와서 들여다보고  팔삭동이 말은 대답 아니하고 "오빠 많
이 잡았구려. 두어 사발 되겠네. " 하고 백손이를 보고 말하니 백손이는 저의 삼
촌더러 "눈대중 잘하는  체하지 말고 저리 가우. " 하고  저의 삼촌이 들고 있는 
종다래끼를 빼앗아 한옆에 치워놓고 그 다음에 애기를 보고 "배가 고프다, 밥 좀 
다우. " 하고 말하였다. 백손이가 애기의 갖다 준 밥을 먹기 시작할  때 애기는 "
내 우물에 가서 배 따가지고 올께. " 하고 고기 종다래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백손이가 밥 한 그릇을 게눈  감추듯 다 먹고 나서 마루 구석에 놓인 밥상에 와
서 베보자기를 치어들어  보고 저의 삼촌을 돌아보며  "할아버지 밥 안 먹었소? 
” 하고 물으니 팔삭동이는 고개를  끄덕끄덕하였다. "할아버지 안 먹은 밥 내나 
더 먹을까. " 하고 백손이가 그 팡을  들고 나앉는 것을 팔삭동이는 우두머니 보
고 있더니 아무 말  없이 일어나서 숟갈 하나를 가지고 와서 상머리에 앉으며  "
나두 점심 쪼금  먹었다. 같이 먹자. " 하고  대들어서 숙질이 잠시 동안에 반찬 
하나 안 남기고 말짱스럽게 다 먹어 버리었다.  애기 어머니가 점심 먹고 빨래하
러 나갈 때 애기더러 "할아버지 고의 빨러 가니 그 동안 밖에 놀러 나가지  말고 
집에 있다가 오래비 들어오거든 밥을 차려 주어라. " 이르고 또 백손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밥 달라시거든 갖다  드리고 그러고 얼른 튀어나오지 말고 앉아서  시
중 좀 잘 들게. " 당부하고 병인의  고의적삼 두어 가지만 자배기에 담아서 머리
에 이고 삽작문  밖에까지 나섰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다시 들어와서 급한 빨래 
몇 가지를 더  담아 가지고 나갔었다. 이때 애기는 부엌에  들어가서 설겆이하느
라고 저의 어머니가 빨래 가짓수 많이 가지고 가는 것을 못본 까닭에 나중에 어
머니 빨래가 너무 늦는다고 속으로 고시랑거리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애기 어머
니는 이를 것 일렀고 당부할  것 당부했으니까 별일 없으리라고 맘놓고 빠는 까
닭에 빨래가 더 늦어서 빨래터에서 집으로 돌아을 때 벌써 이른 저녁 연기가 여
기저기 보이었었다. 애기 어머니가 삽작 안에 들
어서자, 백손이가 팔삭동이와  같이 마당에서 어정거리다가 "아주머니  오는군. " 
하고 소리질러서 부겨에서 저녁하느라고 부산하던 백손 어머니와 애기가 일시에 
쫓아나왔다. 애기 어머니는 빨래 자배비를 내려놓으며 "저녁 일찍  시작했네그려. 
" 하고 백손 어머니더러  말하는 것을 "할아버지가 배고프다고 야단이오. " 하고 
애기가 먼저 가로채어  대답을 하여 백손 어머니는  "야단이면 여간 야단이야. " 
하고 말을 달았다. "점심밥을 드리지 않았나? “  "밥이 없으니까 못 드렸지. " "
어째 없어? ” "백손이가 다 먹었다오. "  "기막혀 죽겠네. " 하고 시누이 올레가 
서로 말하는 중에 화가 난 병자가 격을 보고 외치는지 "이년들이 날 굻겨죽인다. 
" 하는 어눌한 말소리가 병자  쓰는 건넌방에서 울리어나왔다. 애기 어머니가 백
손이를 보고 "이놈아, 그게  무슨 짓이냐! " 하고 나무라니 백손이는  "누가 할아
버지 밥 찾을 줄 알았소.  할아버지 안 먹은 밥이라기에 먹었지. " 하고 볼멘  소
리로 발명하였다.  "할아버지 안 먹은 밥이라고  누가 그러디, 애기란 년이  그러
디? “ 하고 애기 어머니의  다그쳐 묻는 말을 백손이가 미처 대답하기 전에 애
기는 "나는 고기 배 따러 나가서  먹는 것 보도 못했소. " 하고 재빠르게 발뺌하
고 팔삭동이는 백손이가  저를 대면 제가 혼이  나려니 생각하고 슬금슬금 뒤를 
빼어 밖으로 나갔다. 백손이가 삼촌은 말밥뻬 얹지 않고 고모의 말을 뒤받아서 "
모르고 좀 먹었기루 왜 이렇게 야단이오. " 하고 말대답하니 애기 어머니는 샐룩
하여진 눈으로 백손이를 노려 보다가 흘저에 고개를 돌이켜 백손 어머니를 보고 
"자네는 무엇 했나? 자빠져 낮잠 잤나! " 하고 독살스럽게  말하였다. "형님은 보
지도 않은 일을 잘 아는구려. " 하고  백손 어머니의 말이 마치 낮잠 아니 잔 사
람이 비꼬아 말하는  것 같아서 애기 어머니는 "자네가 비꼴  줄을 다 아네그려. 
그래 낮잠을 안 잤으면  저놈이 먹는 것을 보고 있었단 말인가,  내가 당부나 안 
했을세 말이지. " 하고 성을 더 내다가  "왜 누가 안 잤다고 하로. 정말 잤소. 잤
으니까 밥을 먹게  내버려 두었지. 애기가 와서 할아버지가 밥  달란다고 깨워서 
일어났소. ”  하고 백손 어머니가 낮잠  잔 것을 잘한 일  공치사하듯이 말하는 
바람에 어이가 없어서 도리어 웃음이  나왔다. "내가 아버지를 좀 들여다보구 나
올께 어서 가서 저녁 짓게.“ 하고 말한  뒤에 애기 어머니는 건넌방으로 올라가
고 백손 어머니와  애기는 다시 부엌으로 들어갔다. 애기 어머니가  자기가 고의 
빨러 나간 동안에 백손이가  모스고 밥을 먹어버렸다고 병인에게 이야기하고 저
녁밥이 다 되어 가니 조금만  참으라고 병인에게 사정하여 병인의 화가 조금 풀
렸을 때, 팔삭동이가 열어놓은 방문 앞에  와 서서 "어떤 사내가 밖에 와서 누님
을 보자우. " 하고  손님이 왔다고 연통하였다. 애기 어머니가 괴상히 여기는 끝
에 "칠장사에서 사람이  왔나? ”하는 생각이 언뜻 머리에 떠올라서  괄삭동이더
러 "중이디? “ 하고  물으니 팔삭동이가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아니  요전에 
왔다간애기 할아버찌가 또 온 줄아우? 그늙은 중이면  내가 모를라구. 당초에 못 
보던 사람이야. " 애기 어머니가 또 말을 묻기도 전에 팔삭동이는 입귀를 실룩거
리며 "내가 밖에 가 있다가 집으로 들어오려니까 그 사람이 집 앞에서  기웃기웃
하다가 날 보고  '네가 꺽정이의 아들이냐' 하구  욕을 하겠지. 그래 내가  '우리 
언니요' 하고 소리를 질렀지. " 하고 말하였다. ”그래. " "그러면 너의  언니보다
도 나이 많은 누님이 있지 하구 묻기에 있다구 했지. " "어디서 왔느냐고는 물어
보지 못해! " 하고 애기 어머니  말에 나무라는 기색이 보이니까 "물어볼라구 하
는데 그 사람이 너의 누님보구 이리 좀  나오시라구 해라 하기에 그냥 들어왔소. 
" 하고 팔삭동이는 제가 가장 똑똑히 한 듯이 발명하였다. 애기 어머니가 팔삭동
이보고 더 말을 묻지 않고 일어서서 밖으로 나오며 "그게 대체 누구람? “ 하고 
혼자 말하니 팔삭동이는 긴한 체하고 "나가 보십시다. " 하고 절름절름하며 뒤를 
따라나왔다. 애기 어머니가  삽작문 딴에 서서 밖에 섰는 사람을  내다보니 알지 
못할 낯선 사내다. 머리에 갓을 썼으니 분명 양민이고 몸에 소 
매 달린 웃옷을 입지 못하였으니 정녕 상사람이고 발에 짚신감발을 단단히 하였
으니 근처 사람이 아니고 먼길을 온  사람이다. "어디서 오셨나요? “ 그 사내가 
그 말대답은 아니하고 한 걸음 삽작문 앞으로 가까이
들어서며 "당신이 섭섭이 누나요? “ 하고 물었다. 섭섭이는 애기 어머니의 아명
이다. 밤낮 이년 저년  하는 그 아버지까지 부르자면 애기 엄마  하는 때라 섭섭
이 당자보다도 뒤에 따라나온  팔삭동이가 섭섭이 누나 한마디에 눈이 휘둥그래
졌다. "대체 누구야?  ” "나는 누나를 알아보겠는데 누나는 나를  몰라보는구려. 
" 그 사내가 웃으며 말하였다.  "아이구 쾨상스러운 일도 많지. 영 모르겠는데. " 
"유복이오. 인제 아시겠소? “ "아이구, 이게 누구야! " 하고 애기 어머니가 반가
운 결에 내달아서 그 사내의 손을 잡았다. 한참  동안 두 사람이 서로 얼굴만 들
여다보고 말이 없다가  "저승에나 가야 볼 줄 알았더니.  " "하마터면 그럴 뻔했
소. " 팔삭동이가 저의 누님이 사내의 손  잡는 것을 보고 큰일이나 난듯이 부지
런히 콩을 심으며  들어가서 부엌에 있는 백손  어머니와 애기에게 말하고 그때 
마침 뒤보러 간  백손이에게까지 쫓아가서 말하였다. 맨 먼저 뛰어나온  백손 어
머니는 삽작 귀틀에  붙어서서 손으로 입을 막고 웃고, 뒤쫓아나온  애기는 낯모
르는 사내가 저의 어머니를 앗아갈까 겁이 났던지 살그머니 어머니 옆에 나와서 
치맛자락을 직신거리며 "어머니! "  하고 불렀다.   애기 어머니가 그제야 그  사
내의 손을 놓고  "왜 나왔니? ” 하고  애기를 돌아다보며 "네게는 아저씨  되는 
이야. " 하고 가르쳐  주었다. 그 사내가 애기의 손을 끌어당기며 애기 어머니를 
보고 "이 애가  누나의 딸이오? 그럼 이 애 아버지두  지금 여기 있소? “ 하고 
물으니 "벌써 저승으로 갔어. "  하고 애기 어러니는 한숨을 짓는데 애기의 눈에
는 눈물이 맺혔다. 그 사내가 허 하고 탄식한 뒤 "그래 이 애가 지금 몇 살이오? 
” 하고 물어서 열 살이라는 애기  어머니의 대답을 듣고 "열 살. " 하면서 애기
의 얼굴을 들여다보려고 하니 애기는 눈물을  보이진 않으려고 고개를 돌이켰다. 
애기 어머니가 그 사내를 보고  "어서 안으로 들어가서 앉아 이야기아지. " 하고 
말하여 데리고 들어을 때 백손  어머니는 살 맞은 뱀같이 내빼어 부엌으로 들어
가고 백손이는 팔삭동이와 같이 마주나오는 중이었다.  유복이가 옆에서 오는 애
기 어머니를 돌아보며 "여보 누나! " 하고 부르더니 백손이를 가리키며 "저 아이
가 꺽정이 언니의 아들이구려.  " 하고 말하였다. "어디 같아 보이는  데가 있어? 
“ "같은 게  무거요? 천연하우. 우리 서로 떠날 때  꺽정이 언니의 모습이 눈에 
왈칵 끼치는 것 같소. " "저의 아버지와는 딴판인데. " "올에 몇 살이오? ”"열다
섯 살이야. " 그  동안에 백손이가 앞으로 가까이 왔다. 유복이가 백손이의 손을 
잡으려고 하니 백손이는 손을 뿌리쳤다. "심술스러운 것까지 천연하구나. "
하고 유복이가 허허 웃고  나서 백손이를 내려다오며 "내가 네게는 삼촌이나  다
름없는 사람이다. "  하고 말하는데 애기 어머니가  옆에서 "너의 아버지의 아이 
적 동접 친구다. 그리고  너의 아버지하고 형제의를 맺은 이다. " 하고 일러주니 
백손이가 다짜고짜로 "그러면  유복이란 이구려. " 하고 이름을  불렀다. "어른의 
이름을 그렇게 막 부르는 법이 어디 있느냐? “ 하고 애기 어머니가 나무가는데 
유복이는 웃으면서  "옳다, 내가 유복이다. 그러나  네가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
니? ” 하고 물었다. "아저씨 이름을 왜 몰라요? 아버지가 아저씨하구 이번 전장
에 같이 나간 봉학이 아저씨하구  셋이 아이 적에 동접했단 이야기를 귀가 아프
도록 들었는데. " 하고 백손이가 이름 아는  까닭을 말하니 유복이는 그 말을 듣
고 애기 어머니클 돌아보며 "여기 언니가 봉학이 언니하구 같이 전장에 나갔소? 
“ 하고 물어서  애기 어머니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었다. 유복이가  "제기. " 
하고 입맛을 다시고 "나두 가까이  있었더면 따라갔지. " 하고 다시 한숨을 쉬었
다. 애기 어머니가    "암, 그랬겠지. " 하고 유복이의 비위를 맞춘 뒤 곧 애기를 
보고 "너 어서 마루를 좀 훔치고 방에 있는 기직을 내다 깔아라.  " 하고 일렀다. 
애기가 마루를 훔치는  동안에 유복이와 애기 어머니는  마루 끝에 와 걸터앉았
다. "내가 이번에 교하  낙하원을 들러 오는 길이오. 봉학 언니의 외삼촌이란 자
를 만나서 봉학  언니가 전장에 갔단 말은 들었지만  여기 언니와 같이 간 줄은 
몰랐소. 아까 앞 주막에서 요기하면서 집을 묻다가  여기 언니가 요패 집에 없는 
줄까지 알구서두 전장에  나갔을 생각은 못했소. 봉학이 언니 같으면  벌써 짐작
했을 테지. "  "봉학이 집에 가보니 사는 모양이  어떻디? ” "사는 모양 모르지
요. 삽작 밖에서 그의 외삼촌이란 자에게 말 몇 마디 물어보구 곧 돌아섰으니까. 
집은 조그마합디다.  다른 이야기는 차차  하구 대관절 선생님이  아직 생존하셨
소? “ "생존하시고말고. 올에 여든둘이시건만  근력이 좋으셔서 올 봄에 여기를 
걸어왔다 가셨어. " "지금 가서 계신  데가 어디요? ” "중이 되셔서 절에 가 계
시지. " "중이  되셨다? 내가 소문을 들으니까 지금  어떤 중이 삼정승 육판서를 
하인처럼 부린다더니. " 유복이의 하는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애기 어머니는 
벌써 말의 의취를 짐작하고 "아니야 아니뱌. 그건 보우라는 중이야.  우리 시아버
지는 죽산 칠장사란 절에 가서 계신데 죽산 근방에서 생불스님이라면 모르는 사
람이 없대. " "그렇지, 우리 선생님 같으신 이가 나스셨으면 세상이 이 꼴이겠소. 
그래 지금 선생님이 죽산이란 산에 가서 계시오? “ "죽산이 무슨 산이야? 경기
도 땅이름이야. " "여기서 가깝소? ” "가까운  게 무어야. 여기서 이백여 리라는
데. " "내가 올 때 선생님은 다시 뵙지 못하려니 했더니 인제는 뵈어 놓았소. " "
죽산을 갈 터이야? “  "가다뿐이오? 내일 곧 가겠소. " "내일이야  어떻게 가나. 
" "꺽정이 언니두 집에 없는데 곧 가지  무어하우. " "나는 사람 축에 못 가나. " 
"누나를 축에 치기에 언니 없는 줄까지 알구  오지 않았소. ” 이 말끝에 유복이
와 애기 어머니가 서로 웃느라고  끝이 없이 나오던 이야기가 잠깐 동안 그치었
다. 애기가 이 틈을 타서  '어머니 고만 올라오시오. 자리 깔아놓은 지가 언제요. 
" 하고 올라오기를 재촉하니 애기 어머니가 "내가 이야기에 정신이 팔렸다. " 하
고 또다시 웃고  나서 유복이와 같이 마루로 올라왔다. 유복이가  애기 어머니의 
가르쳐 주는 복창문 앞자리에 와서  앉으려고 하다카 아직 서 있는 애기 어머니
를 치어다보며 "누나에게 절이나 한번  하여야지. " 하고 몸을 구부리니 애기 어
머니는 앞으로 대들어서 "새삼스럽게 절은  다 무어야. " 하고 그대로 붙들어 앉
히고 "너희들이나 와서 절을 좀 해라. " 하고  애기와 백손이를 돌아보았다. 마루 
끝에 섰던 애기는 앞으로 나와서  납신 절하고 마루 아래 섰던 백손이는 놀라와
서 꾸벅 절하였다.  다리가 불인해서 오래 섰지 못하는 팔삭동이는  이야기들 하
는 동안에 아랫방 봉당 멍석 위에 가 퍼더버리고 앉아서 마루 위를 바라보고 있
고 백손 어머니는 부엌에서 삐금삐금 내다보고 있었다. "우리 동생의댁하고 상면
을 해야지. " "아저씨는 보입지  않아두 좋소? “ "우리 아버지 말이지 풍병으로 
누워 기시디까 차차 보입지 무어.  " 애기 어머니가 부엌을 향하고 "여보게 거기 
있나? 좀 올라오게. " 하고 백손 어머니를 불렀다. 백손 어머니가 머리를  쓰다듬
으며 마루 끝에 와서 가로 걸터앉았다. 애기  어머니가 그의 걸터앉는 것을 미타
히 생각하여 잠깐 눈살을 찡그리고  "어서 이리 올라와서 인사하게. " 하고 이르
니 고지식한 백손 어머니는 어떻게 인사할 것을 배워 가지고 올라가려고 걸터앉
은 채 "형님, 나도 절하리까? ” 하고 물었
다. "누가 자네더러 절하라나" "글쎄, 절을 할지 안 할지 몰라 묻지 않소? “ "요
전 이봉학이 왔을 때  인사를 어떻게 했나. 그대로만 하게그려. " "그 아재  왔을 
때 무슨 인사했소. 저 아랫방 앞마당에서 그  아재가 허리를 굽신하며 저는 이봉
학이올시다, 하기에 나도 허리를 굽신하고 저는  운총이올시다 하니까 형님이 웃
기까지 하지 않았소. " 애기 어머니가 "참말  그랬든가. " 하고 웃으니 백손 어머
니는 "그랬든가가 무어요.  " 하고 웃었다. 백손 어머니 올라오기를  일어서서 기
다리던 유복이가 역시 웃으면서 "인사가 무슨 별것입니까.  어서 올라오시지요. " 
하고 말하여 백손 어머니가 ”녜. “ 대답하고 돌라왔다. 유복이는  "아주머니 절 
받으시오. " 말하고 절하는 것을 백손 어머니는 서서 받으려고 하니 애기 어머니
가 보다가 딱하여서  "이 사람아, 절을 먼저  하지는 않더라도 맞기는 해야지.  " 
하고 면박을 주듯  일러주었다. 싹싹한 백손 어머니가 얼른 절을  하였으나 유복
이는 벌써 몸을 펴고 일어선  뒤라 유복이가 한번 더 절을 하여 언븟 보면 백손 
어머니의 절을 유복이가  맞는 것 같았다. 백손 어머니가 장관의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은 뒤에  애기 어머니는 면무료해 주기  겸하여 백손 어머니의 내력을 
이야기하였다.   "이 사람의 아버지는 갑산  관노고 이 사람의 어머니는 갑산 관
빈데 서로 눈이 맞아서 관가  모르게 도망해서 처음 갑산에 있는 운총내라는 냇
가에 가서 숨어 살았더래.  그때 이 사람이 난 까닭에 이  사람의 아명이 운총이
야. 그런데 관가에 염탐이 들어가서 잡으려고  하니까 인간처를 피하느라고 백두
산 속으로 들어갔더래.
백두산을 들어가자면 허항령인가  허강령인가 하는 데가 있다는구먼.  그곳서 화
전 일어서 서속을 심궈  먹고 사냥해서 고기 먹고 그러고 살았대,  이 사쌈 여덟 
살 적에 사내동생이 하나 생겨서  남매가 부모 외에는 사람을 구경 못하고 자라
난 까닭에 시아버지가 우리 동생을  데리고 백두산에 가셨을 때 이 사람이 나이 
스물셋이나 된 처녀지만 동생하고 같이 자자고 메를 쓰고 별일이 다 많았더란구
먼. 지금은 사람이 다 되었지.  남매가 처음 집에 왔을 때 꼴이라니 어디가 사람
이야. 꼭 들짐생들 같았지.  동생이 거기서 혼인을 하구 나와서 아버지에게 야단
을 몇 번 만났다구. 이 사람 아버지는 우리  동생이 가기 전에 돌아갔고 이 사람 
어머니는 이  사람이 우리 집에 오던  해에 남편 무덤 앞에서  자결해 돌아가고. 
그래 이 사람 남매가 어린 백손이를 번갈아  업고 나왔어. " 유복이가 재미가 나
서 연해 '그래서요' '그래서요'  하며 이야기를 듣는 중에 별안간 어디서 능구렁
이 우는 소리 같은 소리가 들리 었다. "누나 저게 무슨 소리요? “ 하고 애기 어
머니에게 물으니 애기 어머니는 ”아버지가 또 화나셨군. 가보아야지. "  하고 자
리에서 일어났다. 애기 어머니가 건넌방 되창문으로  마루에 있는 유복이를 내다
보면서 "아버지가 보자시니 이리 와요.  " 하고 말하여 유복이가 병자 방으로 들
어왔다. 병자가 한  다리를 뻗고 벽에 기대어 앉았는데 넓적넓적한  검버섯 박힌 
얼굴이 누렇게 떠서  보기가 흉하였다. 게다가 말이 반벙어리라 처음  듣는 유복
이는 알아듣기 어려워서  대답을 썩썩 하지 못하니  잘 알아듣는 애기 어머니가 
병인의 말을 받아 옮기기도 하고 유복이 대답할  말을 뚱기어 주기도 하였다. 병
인이 자기 병이 할길 없는  것을 하소연하고 나서 유복이의 경력을 캐어묻기 시
작하였다. "처음에 서울서 이사갈 때 황해도 어디루 갔었지? “ ”배천으루 갔었
습니다. " "옳아, 그래서 백손 애비가 자네를 찾으러 배천을 갔었거니. "  "백손이 
어른이 그때 어디 배천만 갔었나요. 이 사람의 본고향 강령까지 갔었지요. 이 사
람의 종덕을 모르고 와서 괴탄도  하더니 오늘날까지도 이 사람의 말만 나면 그 
자식 죽었어, 그 자식 죽었어 하면서 언짢아하지요. 아이 적 동무는 정이 특별한 
거예요. " 애기  어머니가 옆에서 이야기에 쐐기를  쳤다.  "그래 배천서  어디루 
갔었나? “ "어머니가  저를 데리구 배천으루 내려가기는 이모를 의지하구  살생
각이었는데 내려간 뒤 일 년 배 못  되어서 이모가돌아가구, 이모 장사지내구 며
칠 안 되어서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저를 유복자루 낳아가지구 갖
은 고생을 다해 가며 키워서  간신히 열두어 살 먹여놓구 돌아갈 때 눈이 잘 감
겼겠습니까. 돌아가던  날 식전까지두 정신이  남아서 저의 손을  만지면서 내가 
죽어두 눈을 감지 못하겠다.  네가 커서 너의 아버지... " 하고 유복이의 목이  메
이어서 말을 못하다가 병인이  "그래서? ” 하고 이야기 끝을 재촉한 뒤에 유복
이가 이야기를 이어 하였다. "제가 어머니 하나 믿구 살다가 그 어머니를 여의구 
보니 자연 천지가 아득할 것 아닙니까. 이모부와  동네 사람 덕으루 장사라구 지
내구 나서 저는 동소문 안 선생님께 와서 지낼 소견으루 이모부 더러 서울루 가
겠다구 말하니까 이모부가 자기 집에 와서  이종매와 같이 있으라구 만류합디다. 
그래서 이모부의 집에 가서 얹혀 있게 되었었습니다. "  "그때 고만 서울루 오지. 
그랬더면 이번에 전장에도 같이 갔지.  " 하고 애기 어머니가 말하니 "글쎄 말이
오. 생각하면 모두가  다 내 팔자가 험한  탓이오. " 유복이가 대답하고  "사람이 
너무 빈실해서. " 하고 애기 어머니가  말하니 "내가 나를 모르는 줄 아시오? 내
가 미련하지. " 유복이가 대답하여 이야기가 가닥이 지게 되니 병인이 이것을 좋
아하지 아니하여 원  끝을 놓지 않고 "그래 이모부에게루  가서... " 하고 채쳐서 
유복이가 이야기를  또다시 이어 하였다.  “저의 이모부가 사람은  대단 좋은데 
지금 생각하니 기집을  너무 좋아한 모양이에요. 사단은 잘 모르나  하여튼 기집 
관계루 동네서  회가출동을 시킨다구 야단이 나서  이모부가 모야무지에 이사를 
가는데 저두 같이 갔었습니다. 그 뒤에두 이사를 몇 번 다녔는지 모릅니다. 처음
에 황주 땅, 그  다음에 자산 땅, 또 그 다음에 순천 땅,  나중에 맹산 두메 속으
루 들어가서 살게 되었습니다.  제가 열 일곱 살 되떤 해  봄에 맹산으루 이사를 
갔었는데 그해 가을부터  제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해서  한일 년 지내니까 뼈에 
가죽만 남았지요. 의약두 없는  데구 꼭 죽는 줄 알았었습니다. 이모부와 이종매
의 성심으루 살아난 셈입니다. 이십 가까이 된  뒤 완구히 병줄이 놓여서 사람이 
될 만하니까 원수의  앉을뱅이 병이 생겼었습니다. 두 다리의 무읖  아래가 힘이 
없어서 걸음을 걷지 못합니다 그려. 사냥을 하러 갈 수가 
있습니까, 나무를 하러  갈 수가 있습니까. 꼭 앉아 먹구  지내게 되었지요. 아무
리 이모부는 내색을 하지 않더래두 제가 무안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몇 번 자처
해 죽으려구까지 했었습니다.  그러나 죽을 맘이 날 때마다 죽은  부모 한풀이를 
어떻게 하나 생각하구  고만두구 고만두구 했었습니다. 그래 십 년  동안을 앉을
뱅이루 지냈습니다. "  이때 애기가 방에 들어와서 "할아버지, 저녁  밥상 가져와
요? ” 하고 물으니 이야기에 재미 붙인 병인이 배고파 죽는다고 야단칠 때와는 
딴판으로 "좀 있다  먹지. " 하고 유복이더러 "자네 시장하지  않은가. 과히 시장
치 않거든 이야기 마저 하게. "  하고 말하는 것을 매기 어머니가 "먼길 온 사람
이 어째 시장하지 않겠소. 이야기는 식후에  다시 들으시오. " 하고 말리었다. 백
손 어머니가 애기 어머니를  와서 보고 "손님 아재 상을 어떻게 하리까? "  하고 
물으니 애기 어머니는 "백손 아저씨하고 겸상하게나. " 대답하고 곧 백손이를 불
러서 "너의 아저씨 부르러 가거라. " 하고  일렀다. "왜 밤낮 나더러만 부르러 가
라우? “ ”너의 외삼촌이니까  너더러 부르라지 " "외삼촌은 다른 사람이  부르
러 가선 못 쓰우? 삼촌더러두 좀 가라구 하시우. " "다리 병신더러 가라는 게 네 
맘엔 좋겠느냐? " "그러면 애기를 보내구려. " “네가 가야 얼른 오지야. " "잘두 
얼른 와요. " "얼른 안 오거든 요전처럼 장기판을 쓸려무나. " "요전에 공연히 볼
치를 얻어맞구 분해 죽겠는데  또 얻어 맞으라구? ” "그래도 네가 가야 대번에 
불러오지, 만일 다른 사람이 가면  두세 번 헛걸음시킬 게다. " "아따, 내가 가리
다. " 하고 백손이가 고모의  말을 순종하면서도 "제기, 성가시어 죽겠네. " 하고 
투덜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유복이가 백손이  말하는 것을 유심히  보고 있더니 
애기 어머니더러 "백손이 말할  때 아랫입살 빼무는 것이 천연 저의  따버지로구
려. " 하고  말하니 "씨야 속일 수 없지.  " 하고 애기 어머니는 웃었다. "백손이 
외삼촌이 대체 어디를 갔기에 부르러 가는데 그렇게 야단이오? “ "집에서 밤낮 
뻔등뻔등 놀던 사람이 요 근래  장기에 반해서 집에 잠시를 붙어 있지 아니한다
네. ” "장기를 가르쳐 주는 글방두 있소? “ 유복이의 묻는 말이 우스우나 애기 
어머니는 시침 떼고 "그래 글방이  있고말고. 그 글방이 낮에는 정자나무 밑이고 
밤에는 머슴방이래. 그리고 읽는  글은 장이야 군이야. " 하고 말끝도 없이 깔깔
거리고 웃었다. 한식경이 지나서 키가 호리호리한 노총각이 들어왔다. 이 총각이 
백손이의 외삼촌 황천왕동이다. 마루 위에 손님이 있는  것을 보고 마루 아래 와
서 멈칫멈칫하는 것을 애기 어머띠가 어서 올라오라고 재촉하여 올라오며 곧 유
복이와 인사를 붙이었다. 유복이가 천왕동이의 얼굴을  보니 살빛이 희고 이목구
비가 단정하고 모르고 보더라도 백손 어머니의 동생인 것을 알아낼 만큼 전형이 
남매 비슷하였다. 나이가 들어보이지 아니하여  유복이가 "올에 스물 몇인가? ” 
하고 물으니 천왕동이는 "스물? “  하고 뇌고 따서 "서른하나요. " 하고 대답하
였다. "서른이 넘었어? ” 하고 유복이가  놀라면서 "이 사람이 내게 삼 년 아래
라면 누가 곧이듣겠소. " 하고  애기 어머니를 돌아보니 애기 어머니가 새삼스럽
게 두 사람의 얼굴을 반반씩 갈라 보다가 "글쎄, 외양으론 한 십 년 틀려 보이는
군. 대체 백손이 외삼촌이  젊어도 보이지만 동생이 너무 겉늙었어. 고생츨 많이 
해서 그런가? " 하고 말하였다. 나이 비교가 끝이 나자, 백손 어머니가  저녁상을 
가지고 올라왔다. 유복이와 천왕동이가 겸상하여 마주  앉아 먹는데 애기 어머니
는 유복이 가까이 앉아서 "찬이 없어 어떻게 자시나. " 하고 상을 들여다보고 백
손 어머니는 천왕동이 옆에 앉아서  "이 생선이 아까 백손이가 잡아온 것이야. " 
하고 지짐이  그릇을 가리켰다. 외삼촌보다  뒤떨어져 들어와서 마루  끝에 섰던 
백손이가 "우리는 밥 안 줄라우? " 하고 퉁명을  부리니 "점심을 두 그릇씩 먹고
도 어느 새 배가 고프냐? “ 백손 어머니는 나무라고 "할아버지 상이 나거든 먹
으려무나. ”애기 어머니는 달래는데 "할아버지  턱찌끼 먹기 싫소. 그대로 주우. 
" 하고 백손이가  고집을 세웠다. "그러면 처의 삼촌 불러가지고  같이 먹어라. " 
하고 애기 어머니가 허락하여 백손이와 팔삭동이는 마루 끝에 앉아서 상이 없이 
밥그릇들을 들고 먹었다. 외조부의 밥상을 가지고  건넌방에 들어갔던 애기가 나
와서 저의 어머니를 보고    "할아버지가 어머니 얼른 밥 먹고 손님  아저씨하고 
같이 들어오라시오. " 하고 말하니 애기 어머니는 "이야기 듣기가 급해서 재촉이
시군. " 하고 웃고 백손 어머니를  보며 "또 벼락령 내리기 전에 우리도 얼른 먹
어치우세. " 하고 말하였다.
 저녁밥이 끝난 뒤에 천왕동이는 장기 동무를 찾아가고 유복이는 애기 어머니와 
같이 건넌방으로 들어왔다.   병인이 앉았다가 누울 때는 쓰러지듯  흔자 눕지마
는 누웠다가 일어나 앉을 때는 부축 없이는  옴짝하지 못하는 터이라, 누워 있던 
병인이 애기 어머니를 보고 "좀 일으켜 다오. " 하고 말하여 애기 어머니가 부축
하여 주려고 병인 앞으로 바짝 들어 앉아서  옆구리 밑에 손을 들이밀었다. 손이 
닿으면 병인이 아프다고 질색하는 곳이 있는 까닭에 애기 어머니는 극히 조심하
였건만 손이 잘못 들어갔던지 "이 망한 년이 또 손을 그리 넣네. “ 하고 병인이 
화를 내니 "유착한 몸을 끼어안아 일으키자니 옆구리 밑에 손을 넣지 않으면  어
떻게 해요. 인제는 고개만 쳐들어 드리리다. " 하고 애기 어머니도 증을 냈다.
 이때 백손 어머니가 유복이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설겆이를 건정건정 마치고 열
어놓은 되창  앞에 와서 앉았다. 병인이  일어나 앉으며 후유 하고  길게 한숨을 
쥐고 애기 어머니와  백손 어머니를 갈라 보면서  "백손 아비가 어서 와야 내가 
살지 너희년들하구 있다간 병버덤두 지레  말라죽겠다. " 하고 책망하니 백손 어
머니는 눈을 흘기며  고개를 돌이키고 애기 어머니는  백손 어머니 가까이 와서 
앉으면서 "백손이 어른이 얼른 와야  제일로 내가 살겠소. 아버지에게 부대껴 살 
수가 있어야지. "  하고 말대답하였다. "백손 아비가  안아 일으킬 때 내가  언제 
아프다구 말하드냐. 보았거든  보았다구 말해라. 우악스러운 사내 손으루두 그렇
게 곰살 궂게  다루는데 너희년은 여편네 명색에  좀더 곰살궂어야지. " "백손이 
어른은 아버지가 마구 욱대기기 어려우니까 아파도 참는지 누가 아오? “ "이년
아, 잘못했다구 나무라거든 주등이다 닥치구 있어. " "아버지, 제 나이 몇 살인지 
아시오? ”  "왜 나이는. " "나이  마흔여섯이오. 오십줄이에요. 아무리 딸이래도 
나이 대접이나 좀 하시오.  누가 있든 없든 밤낮 이년 저년 망한 년  그게 다 무
슨 말투요? 아버지 말투가 안됐어요. " 애기 어머니가 유복이 보는 데 창피한 맘
이 나서 푸념을 내놓으니  병인이 "에라 고만 지껄여라. 저 사람 이야니나 듣자. 
" 하고 유복이를 보며 "대체 십 년 앉을뱅이가 어떻게  해서 저렇게 성한 사람이 
되었나? “ 하고 말을 물었다. "하느님  덕택으로 이인 하나를 만나서 약을 얻어
먹었습니다. " 하고 유복이가 말하니 "어떻게 이인을 만나구 어떠한 약을 얻어먹
었나 이야기 좀 자세히하게. " 하고 병인이 벽에 기대었던 몸을 앞으로 일으키었
다. "아까두 말씀하였지만  저의 병이 두 무릎 아래가 힘이  빠져서 걸음을 걷지 
못하는 병이라 앉았다가 일어서려면  남이 붙들어 주거나 그렇지 않으면 무엇이
든지 붙들어야 간신히 일어나구 두  손으루 벽을 짚구 게걸음을 쳐서 한두 발쯤 
걸으면 벌써 다리가  벌벌 떨려서 펄썩 주저앉게 되구  하니까 할 수 없이 토막 
둘을 양손에 갈라 쥐구 궁릉이루 다니게 되었었습니다. " "그러면 바루 앉을뱅이
는 아니었었군. "  "무릎이 붙어서 꼼짝 못하는  것만 앉을뱅이가 아니구 저처럼 
무릎 아래 힘이 없어 걷지 못하는 것두  앉을짱이라구 합디다. 걸음을 걷지 못하
니 앉을뱅이지 무엇입니까. " "그렇지. " "궁둥이루 다니는 것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습니까. 조팝으루 주린 배를 채우면 뜰 앞에 앉아서  해를 보냈었습니다. " "해
가 길지, 질감스럽게 갈지.  " "오뉴월에두 해 긴 줄은 모르구 지냈습니다. "  "밖
에 나가 앉아서 이것저것 구경하니까 나와는 달르든  겔세. 나는 해가 길어서 고
생일세. " "저는 종일 앉아 손장난을 한  까닭에 해 긴 줄을 몰랐습니다. " "무슨 
손장난? ” “나무때기루  짜름한 꼬챙이를 깎아서 던지는 장난을  했습니다. 처
음에는 심심풀이 장난으루 시작한 것인데 물건을 노리구 던지면 맞는 데 재미가 
날뿐더러 그것두 혹시 재주루 쓸 데가 있을까 하 구 일심 정력을 들여서 익혔습
니다. 그래서 긴긴 해두  가는 줄을 모르구 보냈습니다. " 유복이가 말을 마치고 
나서 애기 어머니를 돌아보며 "누나 입으루 콩알을 잘 부시더니 지금두 부시우? 
” 하고 물으니 애기  어머니는 웃기만 하고 대답을 아니하는데 "콩알을  불어서 
새를 다 잡으신다오. " 하고 백손 어머니가 대신  대답하였다. "누나는 다 아시지
만 봉학 언니는 활을 잘  쏘구 여기 언니는 칼을 잘 부리는데 나만 아무 재주가 
없어서 어머니에게 구박두 많이 맞았더니 꼬챙이 던지기를 익힌 것이 지금은 백 
보 이내의 큰 짐생을 맘대루 잡을  추 있소. " "나무 꼬챙이로 어떻게 짐생을 잡
나? “ 애기 어머니 말끝에 "나무  꼬챙이로 무슨 짐생을 잡아 새앙쥐나 잡을까. 
" 백손 어머니가 말깃을 달고  깔깔 웃기까지 하였다. "처음엔 나무 꼬챙이를 가
지구 익히다가 나중엔 쇠끝으루  꼬챙이를 치어서 익혔는데 병을 고쳐주신 어른
이 조그만 창끝 같은 병장기를스무개 한벌 갖다주셔서 그뒤는 줄곧 그걸 가지구
익 혔어요. " "지금 가졌거든 어디 구경  좀 하세. " 애기 어머니 말에 "보따리에 
들었으니 이따 구경시켜 드리지요. "  유복이가 대답하는 것을 백손 어머니는 듣
기가 무섭게 얼른 가서 유복이의 보따리를 들고  왔다. 병인이 홀저에 성한 다리
에서 쥐가 난다고 벽에 기대어 앉으면서 애기 어머니더러 주물러 달라고 말하여 
애기 어머니가 병인의 다리를 주무르는 동안에 백손 어머니는 유복이 가까이 와 
앉아서 "어서 좀 보여주시우. " 하고 졸랐다. 유복이가  보따리 속에서 유지에 싼 
것을 꺼내서 풀러놓으니 반들반들 길이 든 조그만  창열 스무 개가 드러났다. 백
손 어머니가 얼른  손을 내밀어서 한 개를 집어들고 "아이구  이뻐라. 아주 창열 
천연해. " 하고 말하였다. "이것을 주신 어
른은 진서글두 잘하시구 대국 일두  잘 아시는 어른인데 이 창을 대국서 표창이
라구 한다구  말하십디다. 내 이종매가 이것을  보구 장뼘 한 뼘밖에  안 된다구 
뼘창이라구 이름을 지어서 나두 장난으루 뼘창이라구 부릅니다만 원이름은 표창
이랍니다. " "그래 이걸 가지구  짐생을 어떻게 잡소? ” "골통씨나 산멱에 두어 
개 들어가 백히면 아무리 큰  짐생이라두 제가 넘어가지 별수 있습니까. " "빗맞
으면 큰일 아니오? “ "왜 빗맞게 던지나요. " "호랑이도 잡아보셨소? ” “잡아
봤습니다. " "우리 남매가 백두산  속에서 사냥질할 때 긴 창들을 가지고도 호랑
이에게는 여러 번 혼이 났는데 요런 조그만 쇠끝을 가지고 호랑이 같은 큰 짐생
을 어떻게 어를까요. " 백손 어머니의 말이  막 그칠 때에 병인이 애기 어머니더
러 "아 혼이 났다. 인제 좀 나았다. 저리 가 앉아라. " 말하고 유복이를 향하여 "
창인지 칼인지 이야기는 고만두구 병 고친 이야기나  어서 좀 하게. " 하고 말하
니 유복이가 ”녜.“ 대답하고 표창을 유지에 싸놓고  나서 병 고친 이야기를 다
시 시작하였다. "임자년 늦은  봄 일입니다. 제가 들 앞에서 나무 꼬챙이를 던지
는데 어떤 낯모르는 노인 한  분이 들어오더니 대번 제게루 와서 무엇을 던지느
냐구 묻구 나서 무어 잡을 만한 것이 있나 하구 둘레둘레 돌아보다가 나무 끄트
럭에 앉은 잠자리 한 마리를  보구 가리키면서 저것두 잡을 수 있겠느냐구 묻습
디다. 그래서  제가 그것 쯤은 누워서두  잡을 수 있다구 곧  드러누워서 꼬챙이 
하나를 던졌습니다. 그것이야  안 맞을 까닭이 있습니까. 바로  들어가 맞았지요. 
이것이 연분이 되어서 그 노인이  저의 병신인 것을 불쌍히 여기구 약을 해주게 
되었었습니다. 그 노인은  산속으루 약을 캐러 다니는 어른인데 모르는  것이 없
는 이인이에요. 처음엔 그가 몸에 지녔던 환약  두어 줌을 먹어보라구 주구 가꺼
니 그 뒤에 와서 제 다리가 좀 나은 것을  보구 인제는 되었다, 이것 한 제만 먹
으면 성한 사람이 될  것이다 하구 환약 한 봉지를 주십디다.  그것을 다 먹구는 
곧 걸음을 걷게 되었습니다. "  병인이 이야기 끝나기를 기다릴 사이 없이 "나두 
어떻게 하면 그런 신통한 약을 얻어먹구 성한 사람이 되어 보나. " 하고 길게 한
숨을 쉬었다. "걸음을 걷에 된 뒤 그  어른의 태산같은 은혜를 만분 일이라두 갚
으려구 그 어른을 따라다니며 몸 수구를 했습니다.  산 속으루 돌아다닐 때 표창
으루 짐생두 많이 잡구 강 건너 되땅에 갔을 때는 표창 가지구 되놈들하구 접전
까지 해봤습니다. 지지난 달에 그 어른이 강계  땅에서 병환이 나셨는데 워낙 노
병환이라 약효가 없어서 한 달포 동안 시름시름 편치 않으시다가 마침내 상사가 
나서 제 손으루 감장해 드리구 맹산 이모부집에를 다녀서 나오는 길입니다. " 유
복이가 이야기 끝을 마친 뒤에  병인이 피곤하든지 눕혀 달라고 하여서 애기 어
머니가 병인을 거들어 눕히고 나서 유복이를 보고 "인제 우리는 좀 시원한  데로 
나가지. " 하고 말하여 유복이는 애기 어머니와 같이 다시 마루로 나왔다. 해 진 
지가 벌써 오래라  초생달 빛이 마당에 가득하였다. 백손 어머니가  아랫방 봉당
에 가서 멍석을 걷어다가 마당 한중간에 깔아 놓고 자기가 먼저 앉으면서 "형님, 
손님 아재하구 이리 내려오시오. 침침한 마루보다 여기가 좋소. " 하고 소리쳤다. 
애기 어머니와 유복이는 마루 복창  앞에 앉아서 서로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언
니자 언제쯤 온다구 말하구 갔소? ”  "말 없었어. " "언제 올지 모르는구려. " "
요즈음 소문에는 난리가 끝이 났다니까  수이 올는지 모르지. " "언니를 한번 만
나보았으면 좋겠는데. "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게나. " "내일 곧 갈 터인데 언
니 올 때까지가 다 무어요. " "참말 내일 떠날 테야? “ "지금 내가 맘이 조조해
서 하루두 묵새길 수가 없소. " "무슨 급한 일이 있나? ” "있어요. 누나, 이따가 
좀 조용히 이야기할 틈이 없겠소? “  "왜 그래? 다들 잔 뒤에나 조용할까. " 어
느 틈에 집안  식구가 거지반 다 마당 멍석자리로 모여들었다.  애기와 백손이는 
멍석 가에 앉아서 서로 웃고  지껄이고 팔삭동이는 멍석 위에 네 활개를 벌리고 
자빠졌고, 벗개들을 찾아다니느라고  종일 현형 아니하던 검등이까지  마루 밑에
서 기어나왔다. 검둥이가  저를 가장 좋아하는 애기와 저를 제일  구박하는 백손
이가 느런히 앉았는 것을 보고  가까이 가다가 말고 꼬리치고 섰는 것을 백손이
가 "이눔의 개가 왜 나왔어 !  " 하고 일어서서 발길질하려고 하니 애기가 "오빠
는 개하구 무슨 원수 졌소. " 하고 나무라며 백손이를 붙잡아 앉히었다. 백손 어
머니가 마루를 치어다보며 "아니들 내려오실라오? ” 하고  또다시 소리치니 "저
리 내려갈라나. "  "아무리나 합시다. " 하고 애기 어머니와  유복이도 역시 마당
으로 내려왔다.
 멍석자리의 이야기판이 벌어졌다. 이야기에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나와서 사람
들은 정신이 이야기에 팔린 중에 검등이는 애기 가까이 엎드려서 멋없이 사람들
의 얼굴을 치어다오고 있다가 부엌에서  무슨 새까만 것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우
르르 쫓아갔다. 키킥하는  것은 검등이요, 야옹하는 것은 고양이다.  개와 고양이
의 싸움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훼방놓았다.  백손이가 짚신짝을 집어던지니 고양
이는 날쌔게 지붕으로 뛰어올라갔다.  검등이가 치어다보며 키킥하니까 고양이는 
내려다보며 야옹야옹하였다. 애기 어머니가  애기와 백손이를 돌아보고 웃으면서 
"개와 고양이가 어째서  저렇게 원수가 되었는지 너희들  아니? “ 하고 물으니 
백손이는   "몰라. " 하고  대답할 뿐이고 애기는 "어째서 원수가 되었소? ” 하
고 되물었다. "예전에 백정이 어떤  양반하고 이웃해 사는데 그 양반이 똥구녁이 
찢어지게 가난해서 백정에게서  키를 갖다 쓰고 키값을 주지 않았더란다.  그 백
정은 양반을 보면 키값을 내라고  조르고 그 양반은 양반보고 키값 달란다고 강
호령질로 배기다가 나중에 백정도 죽고 양반도 죽었는데 백정의 넋은 개가 되고 
양반의 넋은 고양이가 되어서 개는 고양이를 보면 키값을 내라고 키킥하고 고양
이는 양반이 라고 양양한단다. "  애기 어머니의 이야기가 끝이 나자 애기는 "오
빠, 인제부터는 개를 구박  마오. " 하고 옆에 앉은 백손이를 돌아보고 백손이는 
"고눔의 키값 안  준 고앙이를 잡아 죽이까 부다. "  하고 지붕에 있는 고양이를 
치어다보았다. 애기 어머니가 실없이 "너희 이 아저씨더러 아까 보이든 창끝으루 
잡아보시라구 졸라 봐라. " 하고  부추겨서 백손이가 조르고 애기가 조르고 백손 
어머니까지 졸랐다.  유복이가 졸리다 못하여  주머니 속에서 다른  쇠끝을 한개 
꺼내서 손에 들고  일어섰다. 유복이의 손이 한번 번뜻하며 지붕의  고양이가 양 
하고 껑충 뛰더니 곧 마당으로 굴러떨어졌다.  백손이가 쫓아가서 떨어진 고양이
를 집어들고 와서 여러 사람을 보이는데 고양이 두 눈 사이에 쇠끝이 들어가 박
히었었다. 도둑고양이가 양반의 넋으로 몰리어 죽는데  백정 넋이란 검둥이는 무
슨 까닭에 겁이  났던지 마루 밑으로 기어들어가서 다시 나오지  아니하였다. 유
복이가 고양이 잡은 쇠끝을 씻어서 주머니에 넣은 뒤 
표창으로 사냥한 이야기를  하는데, 아슬아슬한 이야기가 많아서  애기와 백손이
까지 밤이 이윽토록  자지 아니하였다. 유복이와 천왕동이와  팔삭동이는 아랫방
에서 자고 애기 모녀와 백손이  모자는 마루에서 잤다. 밤이 깊은 뒤다. 애기 어
머니가 아랫방 앞에  와서 "동생. " 하고 유복이를 불렀다.  잠꾸러기 팔삭동이는 
코를 곤 지가 오래고 늦게 돌아온 천왕동이도  첫잠이 깊이 들었다. 유복이는 천
왕동이 돌아을 때  잠이 깨어서 한동안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다가 다시 잠이 
들려 하던 중이라 대번에 목소리를 알아듣고 "네. “  하고 일어났다. "이리 나오
게. " ”네.“ "멍석 펴놓은 데로  갈까? ” “네. ” 하고 유복이가 애기 어머니
의 뒤를 따라서 마당으로  나왔다. 이때 달은 진 지가 오래고  별빛이 희미할 뿐
이었다. 애기 어머니는  조그만치 화톳불을 놓으려고 광솔 가지러 가는  것을 유
복이가 자는 사람 잠 깨기 쉽다고 말리어서 두 자람이 어두운 속에 앉아서 가만
가만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조용히 할 이야기가 무엇이야? “ "내가 갚아야만 
할 원수가 있는 것은 누나 알지요? ” "아버지 원수 말이겠지. " "아버지의 원수
를 갚는 것이 어머니의 한풀이까지 되오. 지금  어머니는 지하에서 원수 갚는 날
을 고대할 것이오. " "원수가 누구인지 지금까지 살았는지 살았으면 어디서 사는
지 그것을 다 알아야 할 것  아니야. " "아버지를 모함한 놈이 성이 노가인 것은 
어머니에게서 들었구 
이모부가 배천으루 이사 나을  때까지 강령서 산 것은 이모부에게서 들었으니까 
그만하면 종적을 찾을 수가 있겠지요. 단지 그놈이  그 동안 죽었을까 보아 근심
이오. " "지금 살았다면 나이 왜 많을걸. " "한 칠십 가량 되었을 것이오.  그놈이 
살아 있어야망정이지 만일 죽었으면 그놈의 집은 결딴이지요. " "어째서? “ "그
놈이 살아 있으면 그놈 한 놈만 죽여서 원수를 갚을 테지만 그놈이 죽고 없으면 
그놈의 집안을 도륙낼 작정이오. "   유복의 말소리는 나직나직하지마는 그 말은 
말말이 힘차게 들리었다.  애기 어머니가 잠간 동안 잠자코 있다가  유복이 손을 
덥석 잡으며 "원수 갚고서 붙잡히면 어찌하나!  ” 하고 물으니 유복이는 수월스
럽게 "죽지요. 죽는 것이 겁이 나서야  원수를 갚을 수 있소. " 하고 대답하였다. 
"백손이 어른과 봉학이가 오거든  서로 의논해서 하는 것이 좋지않을까? “  "왜
요? " "글쎄 말이야. "  "나두 죽기 전에 한번들 만나보구 싶은 생각은 간절하지
만 원수 갚는 데 도움받을 생각은 꼬물두없소. " "자네 재주 가지고 원수 갚기는 
염려 없겠지만. " "누나, 염려  마시오. " "지금 걸음은 잘 걷나? ” "잘 걷는  셈
이오. 요새 해에 하루  일백이삼십 리는 무난하오. " "십년 앉을뱅이가 약 한  제
에 그렇게 되었어?  “ "약은 여러 제 먹었소. 내가  그 이인 노인을 따라다니는 
중에 나의 신세와 사정을 자세히 이야기했더니 그 노인이 아버지 원수를 갚도록 
사람을 만들어 준다고 장담을  합디다. 그래서 다른 약을 얻어먹었소. 그게 차력
약입디다. 지금 내  힘이 실 장정 십여 명은  무섭지 않을 만하오. " "그래  죽산 
다녀서는 바로 원수를  찾아갈 터인가? ” "아니오. 내가 죽기  전에 할 일이 또 
한 가지 있소. " "무어야?  “ "아버지와 어머니를 따루따루 둘 수 있소? 아버지
를 파다가 어머니와 같이 묻을 작정이오. 그래 죽산 다녀서는 서울루 갈 터이오. 
" "서울서는 배천으루 갈 터이지? ” "암, 그렇지요. " "그러면 배천 갈때 좀돌더
라도우리 집에 다녀가게. 그동안이라도 백손이 어른이 돌아올는지  모르니. " "글
쎄요. " "다시 온다면 내일 가게.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내일은 못  갈 테니 그리 
알아. " "보아서 오지요. " "보아서가  아니야. 꼭 온대야 놔보낼 테야. " 그 뒤에
도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느라고 애기 어머니와 유복이는 먼동이 틀 때까
지 마당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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