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의형제편 박유복이 2

3학년2반 | 2022.01.04 07:56:29 댓글: 0 조회: 393 추천: 0
분류연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39482
  2
  유복이가 양주서 떠날 때 생각에는 죽산이 이백여 리라니 조금만 욱걸으면 하
루 한나절에 댈 수 있으려니  하였더니 모르는 길을 물어가며 오느라고 이틀 만
에도 거의 해동갑하여  간신히 죽산읍내를 대어 왔다. 유복이가 어떤  바람을 붙
들고 칠장사를 물었다. "칠장사가 어디 있소? “ "어디  있다니 칠현산에 있지요. 
" "칠현산이 여기서 가깝소? " "삼십 리요. " "아이구, 삼십 리면 지금 가기 어렵
겠네. " "보아하니 초행인데 산길 삼십  리를 지금 어떻게 가겠소. 갈 생각 마우. 
" 유복이가 그 사람의 말을 들은 뒤에 읍내서 묵을 작정하고 과객질할  만한집을 
찾느라고 한동안 이 집 저 립 다니며 기웃거리다가 나중에 어느 큰 기와집 하나
를 보고 찾아왔다.  대문 앞에서 들여다보니 마당은 넓고 마루는  높은데 마당에
는 하인들이 왔다갔다하고  마루에는 양반 두 분이 앉아 있었다.  유복이가 으리
으리한데 눌려서 들어갈까 말까 잠간 동안 주저하다가 이왕 과객질하는 바에 큼
직한 집에서 잘 얻어먹고 가리라 생각하고 대문 안에 들어 서니 하인 하나가 쫓
아오며 웬 사람이냐고 소리를 질렀다. 유복이가  하룻밤 묵어가자는 뜻을 말한즉 
그 하인이 주인 양반의 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오늘 우리 댁에는 손님이  오셔서 
잘 수 없소.  다른 데나 가보우. " 하고 방색하였다.  "손님 온 집에는 다른 사람 
재우지 못하우? ” "잔소리 말구 어서 다른  데루 가우. " 하고 그 하인이 곧 몰
아낼 기세를 보이는 데 유복이가 슬며시  골이 나서 "나는 다른 데 못 가겠소. " 
하고 언성을 높이었다. 주인 양반  같아 보이는 사람이 마루에서 내려다보며 "웬 
사람이 함부루 소리를 지르느냐? “ 하고 말하는 것이 하인에게 묻는 말도 같고 
유복이를 꾸짖는 말도 같았다. 유복이가  한두 걸음 앞으로 나서며 "지나가는 과
객이 하룻밤 자구 가자구 왔습니다. " 하고  소리를 질러 말하니 그 양반은 호령
기 있는 언성으로  "자자면 조용히 자자고 할 것이지 무슨  야료야! " 말하고 곧 
하인더러 "마방에서 재워 보내려무나.  " 하고 분부하여 유복이는 하인이 지시하
여 주는 마방에 들어앉게 되었다. 그 방에  있던 손님의 하인들과 서로 인사하고 
수작하는 중에 유복이는 그 집  택호가 안승지댁인 것을 알고 또온 손님이 서울 
손님인 것을 알았다.  얼마 뒤에 저녁 밥상이  나왔다. 밥이 서홉밥일 뿐 아니라 
찬도 망측하고 하인들은  나중에 사랑 대궁상을 물려다가  먹는데 그 상은 칠첩 
반상이 분명하였다. 저녁밥이 끝난 뒤에 주인의  하인과 손님의 하인이 이야기들 
하는 것을 유복이는 한옆에 앉아서  들었다. "칠장사 경치가 좋소? ” "좋다뿐이
오. 내일 가보떤 아실 테지만 선경 같지요. "  "큰절버덤두 명적암이란 암자가 경
치가 썩 좋지요. " "철쭉  철이나 단풍 때 오셨드면 좋았을걸 지금은 산수뿐이지 
무슨 구경거리가 있어야지. " "내일 일찍 가신답디까? “ "한낮은 더우니까 일찍 
가실걸요. " 유복이가 주인의 하인  한 사람을 보고 "칠장사에 생불 스님이 있다
지요? ” 하고 물으니 그 하인이 "있지요. 전에는 생불 스님이라구 해서 근처 양
반님네까지 대접해 주셨지만 지금은 백정중이라고 대접을 잘 아니합니다. " 하고 
대답하였다. 옆에 있던 다른 하인이 "여보게 이 사람아, 백정중이라두  생불은 생
불이라네. " 하고 동무 하인을  나무라고 "칠장사 생불을 만나보러 오신 길이오? 
“ 하고 유복이더러 물었다. 유복이가  ”녜. “ 하고 그 하인의 말을 대답한 뒤
에 먼저 말하던 하인을 보고  "백정중이라두 지금 세상에 단벌 가는 인물이라우. 
" 하고 말하니 그  하인이 "저의 근본이 백정이면 다 알아보았지  인물이면 무엇
하우. " 하고 불쾌스럽게 말하여 유복이는 다시 더 입을 열지 아니하였다.
  유복이가 안승지 집 마방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이튿날 아침밥 한술을 남나중 
얻어먹은 까닭에 햇살이 훨씬 퍼진 뒤 그 집에 칠장사 가는 일행과 함께 떠나게 
되었다. 안승지 집의 당대 주인 안진사가 서울서  온 친구를 칠장사 구경시켜 주
기 겸 시회로 하루 소견하려고 동네 친구 두 분을 더 청하여 같이 가는 터이라 
그 일행은 양반이  넷이고 말 하나, 나귀  셋, 짐승이 넷이고 견마잡이가 넷이고 
그 외에 또 손님 하인이 하나, 주인  하인이 하나, 사람 수효만이 도합 열이었다. 
유복이는 양반 행차를  배행할 묘리가 없어서 청처짐하게 뒤에 떨어져  갔다. 그 
일행이 길을 차지하고 가는테 마주 오다 만나는 행인들은 말할 것 없고 길 옆에 
섰던 농군들도  황망히 길을 비키었다. 읍내서  십여 리 나왔을 때  어떤 나무꾼 
하나가 앞서 가는데 사람이  어리보기든지 "비켜서라, 에라 비켜서라! " 하는  길 
잡는 소리를 번연히 들으면서도 얼른 비키지 아니하여 앞에 가는 견마잡이가 사
정 없이 왈칵떠다밀어서 지게 진 채 길  옆도낭에 처박히었다. 일행은 그대로 지
나가고 뒤에 오는 유복이가 붙들어 일으키니 그 나무꾼이 유복이를 양반의 일행
으로 여기고 "죽을  때라 잘못했으니 살려줍시오. " 하고 빌었다.  유복이는 도랑
에 처박힌 자의  비는 꼴이 도랑에 처박은  자의 행패보다도 더 불쾌해서 "예끼 
순. “ 하고 다시 돌아다보지도 아니하고 일행 뒤를 멀찍이 따라갔다. 하인 하나
가 중간에서 앞서 가서 절에 연통하여 일행이 절에 당도하기 전에 여러 중이 장
삼을 떨뜨리고 절문 앞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소승 문안드립니다. " "진사
님 행차합시오. " "생원님 오십니까? ” 하고 여러 중들이 제각기 합장하고 일행
을 맞아들이는 중에  유복이는 뒤에 와서 어떤 젊은  중 하나를 보고 생불 스님 
만나이를 청 하였다.  젊은 중이 "그 노장의  상좌가 여기 있으니 물어보시오.  " 
말하고 옆에 있는  젊은 상좌중을 가르쳐 주어서  유복이는 그 상좌중을 향하여 
온 사연을 말하고 곧 그 상좌중의 뒤를 따라들어갔다.
  안진사와 그의 친구들은 한동안 판도방 마루에 걸터앉아 땀을 들인 뒤에 고적 
구경을 나서는데 지도하는 중 하나가 앞을 서고  여러 하인이 뒤를 따랐다. 글자
가 완하여져서 군데군데  읽을 수 없이 된 비석  앞에 와서 지도하는 중은 서울 
손님을 보고 "이것은  고려 혜조국사의 비올시다. 혜조  스님께서 도둑놈 일곱을 
감화시키셔서 정도로 끌어들이셨는데 그  도둑놈 일곱이 모두 신장이 되어서 이 
절을 수호합니다.  세상에서는 혜조 스님이  이 절을 개창하신  줄로 말하옵지만 
삼한고찰을 중창하신 것이외다. " 하고 설명하고 많은 세윌에 늙을 대로 늙은 반
송 앞에 와서 "이것이 나옹 스님이 심으신 반송이올시다. 이 반송의 나이가 지금 
육백 살이 넘었을 것이외다. " 하고 또  설명하고 대웅전을 구경시킨 뒤에 그 지
도하는 중은 여러 양반들을 보고 "이 절이 본래는 대찰로 유명하던 절이온데  고
려 말년 큰 난리에 충화를  당하온 후 이때껏 일신하게 중창하지 못하온 까닭으
로 이같이 보잘것이 없소이다.  백여 년간 거의 빈 절이 되다시피  하와 이십 년 
전까지도 중 한둘이 동냥으로 간신히 향화를 받드옵다가 도덕이 갸륵한 노장 한 
분이 이 절에 오신 뒤로 근처에서 불공두 많이 드옵고 또 각처에서 공부하는 중
도 모여드옵는 까닭에 지금은 겨우 절 모양을 차리고 지내옵니다. "
 하고 절 사적을 대강 이야기하고 그 다음에 "지금도 절의 전답이 한 마지기 없
사온 까닭으로 소승들이 지내기가 군간하올뿐더러 손님께 지공하옵는 것이 마련
이 없사외다.  " 하고 절의 형편을  잠깐 하소연하였다. 여러 양반들비  고개들을 
끄덕이며 듣고 나서  서로 돌아보고 "자네 시주 노릇  좀 아니하려나. " "자네가 
아마 공덕을  쌓을 생각이 나는 모양이지.  " 하고 실없은 소리로들  지껄이었다. 
서을 손님이 지도하는 중에게 "인제 더 구경할 것은 없는 모양이냐? “ 하고 묻
고 곧 안진사더러 "인제 어디 가  좀 들어앉세. " 하고 말하여 일행이 대웅전 뒤
로 돌아  내려오는 길에 정결한 별당  앞을 지나게 되었다. 지도하는  중은 앞서 
가고 양반들은 뒤에서 어슬렁어슬렁 오다가 서을 손님이 "여기가 깨끗하고  좋아 
보이는군. " 하고 지쳐놓은 별당 중문을 열어  보니 별당 마루에 풍신 좋은 늙은 
중 하나가 책상다리하고  앉았는데, 상좌 하나는 뒤에 서서 부채질하고  속인 하
나는 모를 꺾어 꿇어앉아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 었다. "저 중이 장히 점
잖아 보이는군. " 하고 서을  손님이 안진사를 돌아보는데 안진사의 하인이 뒤에 
와서 빠끔히 중문 안을 들여다보며 "저 중이 백정중이올시다. 저 속인은 아까 같
이 온 과객이로구먼요. " 하고 손님께 말하고 곧 뒤를 이어 "소인이 들어가서 백
정중을 불러내  오리까? ” 하고 의향을  물었다. 손님이 갈없이  잠깐 비켜서니 
그 하인은 쭈르르 중문 안으로 들어가서 별당 뜰 아래에서 마루를 치어다보며  "
양반님네가 문밖에 와 서셨으니  얼른 나와 영접해. " 하고 소리를 질렀다. 노인 
대사는 빙그레 웃고 말이 없는데  꿇어 앉았던 속인이 일어서서 마루 끝으로 나
오며 "누구더러 누구  영접하란 말이오? “ 하고 말씨  곱지 않게 물었다. "누가 
당신더러 나오라우. " 하고 대번에  목자를 부라리는 것은 어젯밤에 근본이 백정
이면 더 볼  것이 없다고 말하던 하인이요 "그러면  누구 말이야? ” 하고 차차 
말을 쇠는 것은  어젯밤에 그 하인의 말을 불쾌히 여기던  유복이다. "저 중더러 
말하는데 왜 중뿔나게 나서서 말썽이야.  " "저 중이라니 말을 배운 것이 그뿐인
가! " 말이  좋지 않게 왔다갔마 하는  중에 대사가 상좌의 손을  잡고 일어서서 
몇 걸음 마루 앞으로 나서며 "이 사람 당치 않은 시비 말게. " 하고 유복이를 제
지하니 유복이가 몸을 돌쳐 대사를 향하여 "대체 양반의 집 종새끼는 사람  새끼
가 아니라 개새끼예요. 되지 못한 자세나 할 줄 알구. " 하고  말을 그치자마자 "
너는 백정놈의 첫벌 새끼냐 두벌 새끼냐. " 하고 그 하인치 주먹을 불끈 쥐고 뜰 
위로 올라왔다. 유복이가 다시 돌쳐서서 올라오는  하인의 동가슴을 향하여 한번 
발길을 날리니 그 하인은 쿵 하고 마당에  나가 떨어졌다. "그게 무슨 상없은 짓
인가. " 하고 대사가 유복이를 책망하는 중에 양반들의 호령 소리가 들리며 하인 
다섯이 앞을 다투어 몰려들어왔다. 유복이가 이것을  보고 뜰 위로 뛰서내려가서 
두 팔을 쭉 벌리고 서서 "잠깐 내 말 들어라. " 하고 소리를 지르니 앞선 하인이 
발을 머뭇거리며 다른 여러  하인들도 따라서 멈칫멈칫하였다. "당신네들이 몇십 
명이라두 무서을 것이 없지만 우리 선생님이 상없은 짓 말라셔서 고만둘 테니까 
저 자빠진 놈이나  끌어가지구 나가우. " “이 자식이 누구를  싯까스르나. " "그 
자식이 따늘이 높은 줄을 모르는구나. " 이 하인이 이 말, 저 하인이 저  말 하는 
중에 먼저 발길에 채인 하인이 어느 틈에 일어나서 앞으로 대들면서 "선생  제자
할 것 없이 두놈다나가자.  " 하고 눈방울을 굴리었다. 유복이가 저의 선생을 호
놈하는 데 열이 나서  "예 이놈들, 순리루 못 나가겠거든 견뎌봐라. "  하고 대사
가 말릴 사이도 없이 하인들에게토  뛰어내려가서 악 하고 이놈을 치고 응 하고 
저놈을 쳤다. 유복이가  날래게 날뛰는 바람에 먼저 하인까지 하인  여섯이 손발
도 많이 놀려보지 못하고 엎어지고 자빠졌다. 열에  뜨인 유복이는 하인을 한 사
람씩 잡아 일으켜다가  중문 밖에 내치려고 먼저  불공스럽게 굴던 하인부터 꼭 
뒤를 잡아 일으켜다가  중문턱에 세우고 꽁무니를 제기려고 할 제,  손님을 지도
하던 중이l마주 들어오며 팔을  벌리어 막았다. 이 동안에 대사가 상좌의 부축을 
받고 마당에 내려와서 유복이를  붙잡고 잠깐 동안 얼굴만 들여다보다가 "이  사
람 뒷생각 없이 이게 무슨 짓인가! "  하고 꾸짖으니 유복이는 그제야 하인의 꼭
뒤 잡았던 손을 놓고  대사 앞에 꿇어앉아서 "선생님께 누가 미칠 첫을 생각  못
하구 잘못했습니다.  지금 양반들에게 나가서  자청해서 볼기라두 맞겠습니다.  " 
하고 말하였다. "어서 일어나서  저 방에 들어가 가만히 앉아 있게. " 하고  대사
는 유복이를 자기 침실로 들여보내고 곧 손님 지도하던 중더러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여러 하인을 부축하여 데려다가 큰 방에 눕히라
고 이르고 자기는 상좌를 데삐고 대웅전 뒤에 몰려가 섰는 양반들에게로 올라갔
다. 안진사 일행 양반 네 사람은 하인들이  허무하게 봉패하는 것을 보고 창퍼가 
몸에까지 미칠까 겁이 나서  멀리 대웅전 뒤에 와 모여 서서 "이런 소조가  어디 
있나! " "참말 큰 봉변일세! " "망신살이 뻗쳤어. " "망신이라면 헐후하지. " 처음
에 이렇게 괴탄들 하고 "분을  어떻게 풀면 좋단 말인라. " "원에게 기별해서 관
차를 보내랄까. " "누구를 시키나? ”  "중 시키지. " "한속이 아닐까 ? “ "우리 
중의 누구든지 하나 가세. " "자네  자견할 줄 알지? ” "나는 견마 없이 다녀본 
적이 없네. "  "지금 점심때가 다 되었으니 읍내 가서  지체할 건 고만두고 내왕 
육십 리만 하재도 밤이 될 것일세. "  "아직 하회를 좀더 보세. " "그놈이 도타하
면 어찌하나. " "중놈들 잡아다가 채근하지. " "하여튼 좀더  있어 보세. " 나중에
는 이렇게 작정이 없는 작정을 하고 별당 동정을 살피는 중에 늙은 중이 상좌를 
데리고 구부렁거리며 올라왔다.  그 늙은 중이 양반들 앞에 와서는  면면이 합장 
배례를 공손히 하고 아무 일도 없는 것같이 태연하게 "여러분 행차를 빨리  영접
하지 못하고  오래 서서 기시게 해서  죄송하기 이를 게 없습니다.  저의 처소가 
과히 누추하지 아니하니 잠깐 들어가  앉으셔서 담화들 하시기를 바랍니다. " 하
고 말하였다. 양반들이 의려가 있어서 서로 돌아보며  말이 없으니 그 늙은 중은 
다시 "의논하실 일이 있더라도 가 앉으셔서 의논하시고 처치하실 일이  있더라도 
가 앉으셔서 처치하시지요. 자 내려들 가십시다. " 하고 말하는데  말씨가 부드럽
기는 한이 없이 부드러우나 어디에  힘이 있는지 그 말을 듣는 사람이 거역하지 
못할 힘이 있어서  양반들이 대사를 따라 별당에 와서 마루에  좌정하였다. 하인
들과 과객은 눈에  보이지 아니하고 상좌는 대사가  별당에 돌아오는 길로 무슨 
말을 일러서 밖으로  내보내고 대사와 손님 아울러 다섯 사람  뿐이다. 저편에는 
손님이 네  분 느런히 앉고 이편에는  대사가 흘로 앉았다. 안진사와  읍내 양반 
두 사람은 서울서 처음 온 손님과 달라서 대사와 다소 안면이 있는 터이라 전에 
본 일 있는 사람의 인사 수작들을 간단히 마친 뒤에 안진사가 말을 묻고 대사가 
대답 하였다. "하인들을 어디로 데려갔나?  “ "큰 방에 갖다 눕히라고 일렀습니
다. " "병신  된 것이 많을 터이지. "  "과히 상한 사람은 없는 모양이외다. 설혹 
상한 사람이 있더라도 절에 의약이  있으니까 염려 마십시오. " "그 행패한 손은 
어디로 보냈나? ”"무슨 처분이 내리시기까지 기다리게 하였습니다. "
 "우리가 데리고 가서 치죄를 할 터이니까 하인들 일어나기까지 대사가 잘 맡아 
두게. " "녜, 잘 알았습니다.  " 안진사와 대사의 문답이 끝난 뒤에는 양반들끼리
도 별로 말이 없어서 자리가 버성길 때에 대사가 입을 열어 "이 늙은 것의  소경
력이나 한번 이야기하오리까. " 하고 말하니 여러 양반의 눈이 대사의 얼굴로 모
여들었다. "저는 근본이 함흥 백정이올시다. 이 장자 곤자 이찬성이  함흥으로 망
명하였을 때 저의 형의 집에 와서 계셨습니다. '백정의 딸 봉단이 정경부인 바쳤
다'고 아이들 노랫가락에까지 이름이 오른 이찬성 부인이 저의 질녀올시다. 제가 
이찬성의 연줄로 서울 와서 동소문  안에서 갖바치 노릇을 할 때 조정암께서 어
떻게 
아시고 저를 찾아다니셨습니다. 당시 정암으로 말씀하면  여러분이 다 잘 아시다
시피 조정에  들어서시면 명망이 높은  재상이요, 선비에게 오시면  학문이 깊은 
선생이요, 거리에 나서시면 시정바치들이  우리 상전이라고 떠받들던 양반이을시
다. 이런  양반이 천한 갖바치를 친히  찾으셔서 교분이 생긴 뒤로  정의가 점점 
두터워져서 나중에는 귀천의 형적을 잊을 만큼  자별하게 지냈습니다. 정암의 천
분과 학문이 저의 미칠  바가 아니건만 정암은 불치하문하시는 보량으로 저에게 
문의하시는 일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때 사세가 정암의 신상에 화가  미치기 쉬
운 것은 저의  말씀이 아니라도 정암이 미리 짐작하셨지만, 임금  사랑하시는 맘
이 너무 
과하셔서 미치미치하시다가  구경 기묘년에  일을 당하게 되셨습니다.  기묘년에 
정암은 귀양을 가서 후명까지  받으시고 이찬성은 파직을 장하고 솔가하여 낙향
하고 저도 서울 있을 맘이  적어서 팔도로 강산 구경을 다니다가 묘향산에 가서 
낙발하였습니다. " 대사의 이야기가 끝이 나갈 때에 대사의 상좌와 다른 중 하나
가 큰  다담상을 마주 들고 들어왔다.  다담상이 상은 크나 음식  가짓수는 많지 
못하고 음식이 정결은 하나 풍성치는  못하였다. 대사가 손님들을 오고 "절이 빈
한한 까닭에 잡술 것이 변변치 못합니다. " 하고 말하니 우선 서울 손님이 "천만
에. " "다담보다도  대사의 이야기나 더 들읍시다. " 말하고  안진사도 말을 고치
어서 "대사가 험상한 인물이  아닌 줄은 증왕 짐작하였지만 정암 선생과  교분이 
두터운 인 줄은 몰랐소그려.  " 하고 하오로 말하였다. 대사가 여러 손님에게 다
담을 권하켜 음식들을 자시는 중에 먼저 읍내 앙반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대사
에게 말을 물었다. "이찬성이 망명하셨을 때 연세가 얼마시든가요? “ "이찬성이 
갑오생 저와 동갑인데 망명한 것이 갑자년이니까  그 때 서른하나든가 보오이다. 
" "이찬성 부인은  그때 몇이든가요? ” "열여덟이었지요.  그때 형 내외는 나이 
너무 틀린다고 혼인 안하려는 것을  제가 우기다시피 했소이다. " "지금 그 집이 
어디서 사우? “ "처음  낙향할 때 여주로 갔었는데 나중에 경상도 창녕으로 갔
습니다. 그  동안 내외 구몰하고 자제들이  거기서 사는갑디다. " "연신이  없소? 
” "없습니다. " 안진사가 그 친구들의 뒤를  이어 말을 물었다. "정암 자제와 상
종하시우? " "상종  없습니다. " "만나보신 일도  없소? " "신착립 적데 한번  본 
일이 있습니다. " "그후에는 못 만나셨소? “ "용인이 멀지 않건만 한번 찾지 못
했습니다. " "그 사람이 찾아와 보여야 할  일이지. " "소승이 이 절에 있는 줄도 
아시지 못할 것입니다.  " "그 사람이 우리  친구요. 선친이 정암 문하에  다니신 
까닭으로 세의가 있소. " 안진사의 말이 끝이 나자, 서을 손님이 말  물을 차례를 
기다리었던 것같이  곧 수저를 놓고  나앉으며 "김사성장과는 친분이 없으셨소? 
” 하고 물으니 대사가  "별호로 사서 말씀이지요? “ 하고 돌이켜 묻고 나서  "
정암의 반연으로 사서  영감과도 상종이 있었습니다. 정암과 사서 두  분이 양근 
미원으로 낙향할 경영하실  때도 제가 옆에서 듣고  두 분의 경영이 경영대로만 
되면 작히 좋겠느냐고 말씀하니까 사서 영감께서 우리가 미원 가서 살거든 놀러
나 오지 하고 웃으시던 것이  생각하면 어제 일 같소이다. " "김사성장이 이찬성
장의 본을 떠서 망명을 하시려다가  공연히 낙명만 하셨소. " "일이 조금 떳떳치 
못하게 되었을 뿐이지요. " "그 자제들이 지금 미원 가서 사는데 더러 상종이 있
소? ” "둘째 자제가  올에 여기를 왔다가셨습니다. " "중일이가 여기를 왔었소? 
올봄에 오래간만에 서울 와서 만났는데 그때  양주 누구를 찾아간다고 했었는데. 
" "백정의 아들 임꺽정이를  찾아서 양주 왔다가 거기서 소승을 만나  가지고 여
기까지 같이 와서 달포 묵어가셨습니다. " "백정의 아들을 찾아갔세요? 나더러는 
양주에 친한 사람이 있어 찾아간다고 말합디다. " "그 양반이 임꺽정이더러 조카
라고 합니다. " "어찌해서? “   ”임꺽정이는 이찬성 부인의 외사촌의 아들인데 
그 양반이 이찬성  부인과 남매의를 맺은 까닭에  항렬을 따져서 조카라고 하는 
모양입디다. " "그러면 대사더러는 삼촌이라고  하겠소그려. " "먼 조카는 따져도 
가까운 삼촌은 따지지 않습디다. " 하고 대사가  웃으니 여러 사람도 다 함께 웃
었다. 다암상이  끝이 나서 기다리고 섰던  나이 지긋한 중과 젊은  상좌가 상을 
치우는데 대사가  "얼마 잡숫지들 아니하셨으니 점심  진지를 속히 차려서  이리 
들
여오게 해라. "  하고 이르니 둘이 일시에 “녜. ”하고  대답하였다, 그 중과 그 
상좌가 상을 맞들고 옆걸음을 쳐서 향적전으로 내려가는 길에 "나는 절에 큰  탈
이 날 줄  알구 속으로 겁이 났었소. "  “나는 염려도 아니했다. 스님이 기신데 
무슨 걱정이 있니? ” "양반들 말공대하는 것 보니까 맘이 놓입디다. " "대체 야
단을 일으킨 사람이 누구라디? “ "스님의  그전 제자랍디다. ” “전에 왔던 양
주 꺽정이의 동무로구나. 내괴, 행내기가 아니더라. " 하고 서로 지껄이었다.
  안진사가 서울  손님을 보고 "김사서장 댁하구  자네 집하구 어떻게  과갈간이
지?“ 하고 물으니 ”사서장 자제 중일이가  내 사촌매부일세. " 하고 서을 손님
이 대답하였다. "중일이가  김덕수의 자인가, 김덕순의 자인가? “ "김덕순의  자
야. 김덕수의 자는 경직이지. " 서울 손님의 말을  대사가 옆에서 듣다가 "그러면 
성씨가 이씨올시다그려.  " 하고 말하니 서을  손님이 "용하게 아시는구려.  내차 
이참봉이오. " 하고 대답하고 곧 뒤를 이어 "기묘년 풍파 중에 청춘에 돌아간 우
리 누님의 팔자도 기박하지만 의초 좋던 내외간에 생리사별한 것이 포원이 되어
서 속현 아니하고  일생을 홀애비로 지내는 중일이의 일도 가엾지요.  우리 여러 
종형제는 누님이 없는 까닭으로 그 매부를 더욱  소중하게들 여기오. ” 하고 말
한 끝쎄 한동안 대사와 이참봉이 김덕순의 내외 일을 이야기하다가 나중에 김덕
순의 처 유모의  아들 박연중이게로 이야기가 번져나갔다.  "그자가 본래 중일이 
따라서 도망했었는데 중일이와 함께  사를 받았건만 지금까지 세상에 나서지 않
는다오. " "평산 운달산에서 행호시령을 하고 지냅니다. " "명화적 노릇을 한답디
다. 화적 괴수를 영의정  부럽지 않게 생각하는지 모르지. " 이때 안진사가 갑자
기 무슨 일이 생각나는 듯이 대사를 보고 새삼스럽게 "갖바치 노릇을 하셨다지? 
“ 하고 물어서 대사가 ”녜. “ 하고  고개를 끄덕이니 안진사가 "내가 전에 들
은 말이 있소.  " 하고 허두를 놓고 "인종대왕께서 동궁에  기실 때 당대 인물로 
도목을 꾸미어서 병풍  뒤데 붙이신 것이 있었는데 그 도목에  좌의정은 정북창, 
우의정은 김하서, 육조판서는 누구누구 당대 인물들의  이름을 죽 쓰시고 영의정
만은 이름이 없이 혜장이라고 쓰셨더란  말이 있더니 지금 알고 보니 그 혜장이 
곧 대사시구려. ” 하고  말하니 "나도 그런 이야기 들은 법하군. " 하고  이참봉
이 말하고 "정암 선생이 복시 서연에서 말씀을 여쭈었던 게지. " 하고 읍내 양반 
하나가 말하는데  대사는 웃으면서 "정암이 나더러  환로에 나서 보라고  권하신 
일은 있지만 내 말씀을 동궁에 여쭈셨을 리도 없고 인종대왕께서 동궁으로 그런 
실없은 도목을 꾸미셨을  리도 없습니다. 대중없는 여항간 풍설이겠지요. "  하고 
말하였다. 여러 양안들이 갸륵하다고 칭찬을 하는 것을 대사 
는 손사로 대답하고 나서 "여러분께 말씀할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 하고 운을 
떼니 안진사가 얼른 미리  알아채고 "행패한 손 용서하란 말이오? “ 하고 물었
다. "용서하시고 안 하시는 것은 처분을 기다릴 뿐이고 우선 이야기 하나를 들어 
보십시오. " 하고 대사가 웃으며 말한 뒤에 유복이 아버지다 나라에서 조재상 같
은 이를 죽인 까닭에 연사까지 흉년이라고 말 한 마디 한 탓으로 무고를 당하여 
서울 잡혀와서 죽은 일과, 유
복이 어머니가 일정 혈육인  유복자를 기르느라고 서울서 행랑살이로 고생한 일
과 또 자기가 그 유복자를  한동안 맡아 가르친 일을 대강대강 이야기하고 나중
에 "하인들에게 손찌검한 사람이 곧 그 유복자올시다. 동소문 안에 있을 때 상종
하던 양반들이 대접해 주시는 것만 본 까닭에 아까 하인이 이 늙은 것을 흘대한
다고 그렇게 야료한 것입니다. 실상 죄는 소승에게 있습니다. " 하는 말로 그 이
야기를 끝막았다. 이참봉이 먼저 말을  내어 "하인은 고사하고 우리라도 대사 같
은 이를 홀대했으면 봉변해 싸지 않은가. " 하고 안진사를 돌아보니 안진사가 대
사를 보고 자기 하인이 대사를 흘대한 것은 모르고 한 일이나 평일의 자기 단속
이 부족한 탓이라고 사과하는 뜻을 말하고, 또  여러 하인들에게 행패까지 한 것
은 그 사람의  잘못이나 대사의 안면을 보아 용서하겠다는 뜻을  말하였다. 대사
가 옆에 방에 있는 유복이를  마루로 불러내서 여러 양반들에게 사과를 시킨 뒤
에 한구석에 자리를 주어  앉히면서 "소승이 백정으로 갖바치로 중으로 이  나이
가 되기까지 양반님네와 대좌하는  것이 버릇이 된 까닭으로 소승에게서는 반상
과 노소를 물론하고 다같이 앉습니다.  " 말하고 여러 양반들을 돌아보니 이참봉
은 싹싹하게 "절에 와서는 중 하라는  대로 한다먼요. " 하고 실없은 말 하며 웃
고 읍내 양반들은 "암, 입향순속이 제일이지. " "워낙 같이 앉는 것이 좋지. "  하
고 다 각각 석연들 하게  말하는데 안진사만은 종시 오기가 있어서 유복이를 괘
씸히 여기는 맘이 다 풀리지  않은데다가 상사람과 한 마루에 앉는 것을 불쾌히 
생각하여 입을 봉하고 앉았었다.  얼마 동안 뒤에 점심상이 들어왔다. 겸상 출은 
양반들의 상이고 외상 하나는 유복이의 상이고  대사는 점심을 먹지 아니하였다. 
안진사가 상 나르는  중을 "나 좀 보자. "  하고 불러가지고 "하인들이 점심이나 
먹겠다더냐? “ 하고 물으니 그 중이 두 손을 맞잡고 서서 "배가 고프다고 점심 
재촉이 야단입니다. " 하고  대답하였다. 점심이 끝난 뒤에 읍내 양반 한 사람이 
안진사를 돌아보며 "인제 운자나 하나  내보지. " 하고 풍윌 지을 의논을 꺼내었
다가 그날 모임의 주인 안진사가 "일장 풍파에 글 지을 흥치가 없어졌네. " 하고 
왼고개를 치는 바람에 그 의논이 그만 들어가고 또 안진사가 이참봉을 보고  "명
적암 경치나 한번  가보려나. " 하고 구경 나서자고 이끌다가  정작 구경할 손님 
이참봉이 "폭양에 나서 다니느니 여기서  대사의 좋은 말씀이나 듣세. " 하고 자
리를 뜨지 않는 까닭에 암자 구경도 자연  파의되었다. 여러 양반들이 대사와 같
이 담화하는 중에  산리 말이 나서 이 양반은  선산이 대지인 것을 자랑하고 저 
양반은 친산면례할 것을 걱정하는데  대사는 덤덤히 앉아 있는 유복이를 돌아보
며 "자네 아버니 산소  자리가 좋으니 옮기지 말고 쓰대로 두는 것이 좋지  않을
까. "  하고 유복이의 말을 자아내었다.  "아무리 산소라두 아버지에게는  어머니 
옆버덤 더 좋은  자리가 없을 것입니다. " 하고 유복이의  대답하는 말이 양반들 
귀에 우습게 들리어서 이참봉이  한동안 웃음을 머금고 앉았다가 나중에 유복이
의 말본을 떠서 ”어머니에게두 아버지  옆버덤 더 좋은 자리가 없을 게니 어머
니를 갖다가 아버지와 같이 좋은 자리에 묻으면 더 좋을 것이 아닌가. " 하고 조
롱으로 말하였다. "어머니 산소 근처에는 아는 사람이 있어서 풀이라두 깎아달라
구 할 수 있지만 아버지 산소에는  그런 부탁할 데가 없습니다. " "산소 밑에 가
서 살면 되지. "  "그렇게 살 수가 있으면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 "그러면 할 
수 없겠군. " 하고 이참봉은 가볍게 수작을 끝마치고 대사가 그 뒤를 받아서 "이
번에 자네 아버지 산소에 다녀왔겠지, 봉분이나  있든가? “ 하고 유복이더러 물
었다. "다녀는 왔는데  다른 사람 산소에를 다녀왔는지두 모르겠습니다.  " "산소 
형지를 모르겠더란 말인가? "  "여남은 살까지 다니던 데니까 잘 알려니  했더니 
첫째 전에 없던 무덤이 총총 들어백여서 이  자띤지 저 자린지 잘 모르겠습디다. 
" "산소도 모르면 면례를  어떻게 하려나? ” "선생님은 아시겠지요. " "내가  그 
동안 죽었던들  자네는 낭패를 볼 뻔했네그려,  자네 아버지 산소를 쓸  때 뒷날 
염려로 내가 자네 어머니와 의논하고 산소 전후좌우에 사기 사발을 하나씩 묻어 
두었으니 가서 파보면 알 것일세. " 하고 대사가 말하는데 유복이 눈에뜬 눈물이 
글썽글썽하였다. 대사는 말을 그치고 여러 양반들을  향하여 앉고 유복이는 여러 
양반들이 다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서 고개를 돌이키고 주먹 쥔 손으로 
눈물을 눌러 씻었다.
  안진사의 일행이 다리 팔 접질린 하인들을 조리시키느라고 그날 밤 절에서 묵
는데 이참봉은 별당에서 대사와 같이 자려고  하였으나, 안진사가 좁은 처소에서 
여럿이 자기 불편하다고 말하여  여러 양반들은 판도방에 나가서 자고 유복이만 
대사의 별당에서  자게 되었다. 만일에  양반들이 별당에사 자게  되면 유복이는 
선생과 이야기할 틈이  없을까 보아 속으로 은근히  걱정이 되던 차에 안진사가 
고집을 세워서 판도방으로 나가게  되니 유복이는 안진사가 도리서 고마워서 여
러 양반들이 별당에서 나갈 때 특별히 안진사 뒤를 따라나오며 "안녕히 가서  주
무십시오. " 하고 인사까지 하였더니 안진사는 처소가 좁으니보다도 유복이 같은 
사람과 한데  굴기가 싫어서 나가는 판이라  흘깃 돌아보고 나가면서  "주제넘은 
손님이로군. " 하고 먼산바라기로 꾸짖었다. 유복이가 처음에는 무료하니  섰다가 
나중에는 슬그머니 분이 나서  곧 안진사를 쫓아나가 등줄기를 우려주고 싶었으
나 대사가 "자네는 고만 들어가게.  " 하고 눈짓하는 바람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
왔다. 상좌가 마루를  쓸고 자리를 떨어 다시 깔아놓은 뒤에  유복이는 마루에서 
대사를 뫼시고 낮에 못다 한 소경력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였는데 산속은 들녘과 
달라커 서퇴가 일찍 되고  서퇴된 뒤에는 곧 시원하다느니보다 오히려 선선하였
다. 대사가 "방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세. " 하고 말하여  상좌가 먼저 방에 들어
가 등잔불을 켜놓은 뒤에 유복이는  대사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와서 밤이 이
윽토록 이야기하였다. 유복이는  피곤하지도 않고 피곤하여도 상관이  없지만 대
사같은 노인을 늦게까지 자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맘에 미안해서 이야기하는 동안
에 몇 번 "곤하시지  않습니까? “ 하고 물었으나 그렇게 물을 때마다 대사는  "
아직 졸리지 아니하니  어서 이야기하게. " 하고 유복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유복이는 원수 같으러 갈 일을 대사에게 말하려고 상좌가 자리 비기를 기다리었
으나 젊은 상좌는 표창질 이야기, 차력 이야기에 재미를 붙여서 유복이 옆에 
턱살을 치어들고  잠시도 자리를 떠나지  아니하였다. 유복이가 지난  일을 대강 
다 이야기하고 나서 애기가 대단 똑똑하더란 말,  애기 어머니가 아직도 젊어 보
이더란 말, 이런 말 저런 말을 하면서  속으로는 상좌가 오줌이라도 누러 나가기
를 바라고 가끔 상좌를 돌아보나 남의 속을 모르는 상좌는 대사를 보고  "주무실 
때가 지났습니다. 고만 자리를  펴오리까? “ 하고 취침하기를 청하였다. 다행히 
대사가 유복이의 맘을 살펴서    "오래간만에 만나기도 했고 더구나 내일 곧  떠
난다니 이야기나 좀 더 하다 자지. "  하고 상좌의 청을 듣지 아니하여 유복이는 
어떤 말을 묻기도 하고 어떤  일을 말하기도 하다가 내일 사람들이 일어나면 더
욱 대사와 
 조용히 말할 틈이  없을 것을 생각하고 할 수  없이 들떼놓고 "제가 앞으루 할 
일이 한 가지 있는데 저에게는 이 세상에  다시 없는 큰일입니다. " 하고 말하고
서 "그 일이 소원대로 잘 될까  점 하나 쳐주십시오. " 하고 청하니 대사는 빙그
레 웃으며 "그  일이 점괘가 시원치 못하면 아니해도 좋을  일인가. " 하고 말한 
뒤 "지금 할까말까 하는  일이면 점도 치는 것이 좋지마는 좋든 그르든 해야  할 
일이면 점이 소용 있나. 그저 하는 것이지.  하면 또 되느니. " 하고 사리를 타이
르듯 말하였다. 유복이가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앉았다가 다시 고개를 치어들면
서 "선생님을 이번 보입구는 다시  보입지 못할까 보오이다. " 하고 대사의 얼굴
을 바라보니   "죽지 않으년  또 만나겠지. " 하고 대사가 대답하는데 그 입가에
는 여전히  빙그레 웃는 빛이 떠돌았다.  그 뒤에도 한동안 앉아들  있다가 밤이 
참말 깊은 뒤에 대사가 유복이더러 "인제  고만 자세. " 하고 말한 뒤 상좌 시켜 
자리를 보이었다. 이튿날 식전에 유복이가 일어나  보니 대사는 꼭두새벽에 기침 
하였는지 벌써  소세하고 마루에 나앉았었다.  소반 뒤에 대사가  상좌를 데리고 
양반들을 보러  나오는데 유복이가 뒤따라나오다가 판도방  가까이 와서 대사를 
보고 "저는 이 길루 곧 떠나겠습니다. 지체하다가 또 양반들하구 동행이 되면 길
에서 비윗장 사나운 꼴을 보기 쉬우니까 먼저 떠나겠습니다. " 하고 대사에게 하
직하고 상좌까지 작별하고 절문  밖에 나왔을 때 상좌가 뒤레서 쫓아나오며  "스
님께서 부르십니다. " 하고 소리를 쳐서 유복이는 다시 돌쳐서  들어왔다. 유복이
가 들어오며 보니 대사도 역시 이리 향하고 나오는 중이라 빨리 걸어 앞에 가서
서 "무슨 일러주실 말씀이 있습니까? “ 하고 물으니 대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
내가 정신이 사나워져서. " 하고 잠깐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자네를 줄 것이 있
는게 잊었네. 지금 가지러 보냈으니 잠깐만  기다리게. " 하고 말하였다. 얼마 뒤
에 중 하나가 피딱지에 싼 물건을 새끼로 동여 들고 나와서 바로 유복이를 주는
데 부피도 있고 무게도 있었다.  유복이가 물건을 추썩추썩하여 보며 "이것이 무
엇입니까? ”하고 대사에게 물으니 가지고  온 중이 먼저 "무명이오. " 대답하고 
대사는 그 뒤에 "면례하는 데 쓰라는  부조 셈일세. " 하고 유복이가 무슨 말 하
기도 전에 다시 "서울이란  데가 시골과 달라서 역군도 사야 할 것이구 괭이  하
나라두 세를 내야 할 것이니 가지고 가서 쓰게. " 하고 말하였다.
  유복이가 그 무명을 받아서 퍼딱지에  싼 채로 보따리와 길양식 자루 위에 얹
어서 걸머지고 다시  떠나나왔다. 칠장사서 서울이 이백십 리란 갈을  듣고 유복
이는 생각하기를 하루에는 댈 수 없고 이틀 가야 할 터인데 이틀 길로는 홀가분
하다고 하였더니 그날 점심  전, 점심 뒤 두 차례 소낙비에  길을 많이 빼앗기어 
간신히 팔십리 와서 잔 까닭에  나머지 일백삼십 리가 하룻길로 잔뜩 벅차게 되
었다. 이튿날  유복이가 서울을 일찌거니  대어보려고 새벽길 이십  리를 걸어서 
챵지 와서 아침 먹고 다시  칠십 리 길을 걸어서 너더리 와서 점심 먹고 다르내
재를 넘어을 때 해는 아직 높이 있었다.  유복이가 잿마루에서 새원을 빤히 내려
다보며 굽이굽이 돌아 내려오는 중에  한 굽이를 잡아드니 사람 둘이 앞길에 쑥 
나섰다. 그자들은 머리를 수건으로 동이고 손에 긴  몽둥이를 짚은 것 이 사냥질
의 몰이꾼 비슷하였다. 그자들이 사람은 조금  수상해 보이지만 유복이는 그대로 
지나 내려가려고 그자들 섰는 곳으로  가까이 나가니 둘 중에 자칫 앞으로 나선 
자가 유복이를 향하여 "이놈, 게 섰거라! " 하고 호령하였다. 유복이는 어이가 없
어서 걸음을 멈추고 우뚝 섰다. "너  짊어진 것이 무엇이냐? “ "얼른 대답 못하
느냐? ”"무명하구 양식이다.  그건 물어 무어할라느냐? “ "물어  무어할라느냐, 
이놈 봐. " 하고 앞선 자가 게먹으며 앞선 자 뒤선 자가 일시에 몽등이를 둘러메
었다. "그까지 작대기 가지구는 너의 집에 가서 개새끼나 혼돌림시켜라,  이 자식
들아. " 유복이의 씨까스르는 말을 듣더니 앞선 자가 "이놈!  " 하고 뛰어들며 유
복이의 머리를 정면으로  내리쳤다. 유복이가 얻어맞았다면 해골이  바숴졌을 것
이지만 유복이는 바른손을  번개같이 쳐들어서 몽등이를 붙잡았다.  붙잡은 몽등
이를 얼른 끄숙여다가 왼손에  옮겨잡고 바른손이 비자마자 뒤선 자의 몽등이가 
마치 맞게  들어와서 유복이 바른손에  그 몽등이가 마저  붙잡히었다. 그자들이 
몽등이를 잡아채면 유복이는 손아귀에  힘을 들여 누르고 그자들이 몽둥이를 잡
아당기면 유복이는 팔에  힘을 올려 끌어들였다. 그자들이 그제야 자는  범의 코
를 쑤신 줄 깨닫고 눈이 등그래지기 시작하였다. "너희들하구 오래 실랑이하다가
는 내 길이 늦겠으니 우리 얼른 내기를 하나 하자. " 하고 유복이가 그자들의 얼
굴을 보니 둘이 다 핏대를 올리고 하나는  이까지 악물었다. 이를 악물지 아니한 
자마 "무슨 내기냐? ” 하고 묻는데  말이 아직도 뻣뻣하였다. “이 몽등이가 무
슨 나무냐? ” "참나무다.  " "이 몽둥이를 끝을 쥐고 분지르면 분질러지겠느냐? 
“ "생나무라두 굵기가 이만하면 분지르지 못할 텐데 이것은 손때가 먹었어. " "
너희들은 둘이 다 이것을 분지르지 못하지? " 이를 악물었던 자가 저의 동무 대
답하기 전에 "분지르지 못해. 그래  어째! " 하고 짜개발려 말하였다. "그러면 된 
수가 있다. 내가 이것을 분질러  보마. 그래 내기는 못 분지르면 내 무명을 너희
들 주구 분지르면 어떻게 할까? ” 하고 유복이가 그자들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
다. 유복이가  도적놈들파 내기를 정하는데  그자들이 내기 말낸  사람이 맘대로 
정하라고 유복이에게 밀어 맡겨서  유복이는 "너희들은 가진 것이 이 잘난  몽둥
이뿐이지. " 말하고 생각하다가 "옳지,  이렇게 하자. 내가 이 몽둥이를 분지르거
든 너희들이 날 따라서 서울 가서 내일 하루만 내 심부름을 해다우. " 하고 내기 
조건을 정하여 말하니 한 자는 "아무리나 그래 보자. " 하고 두말 않고 응낙하고 
다른 자는 "글쎄. " 하고  고개를 비틀다가 저의 동무의 눈짓하는 것을 보고 "그
래 볼까. " 하고 두동싸게 말하였다. 내기가 이렬게  작정된 뒤에 유복이는 "몽등
이들을 이리 내라. " 고 말하여  몽등이 두 개를 한데 가로 들고 서서 "너희들이 
하나를 골라 다우. " 하고 몽등이 든  손을 앞으로 내미니 그자들이 서로 돌아보
며 "자네 것이 단단하지. " "아니 내 것버덤 자네 것이 더 단단하리. " 하고 두어 
마디 수군거리다가 한 자가 "이것을  분질러 보아. " 하고 몽등이 하나를 가리켰
다. 유복이가 짐을 벗어  돌 위에 놓고 몽등이 한 개는 짐 옆에  놓고 그 가리키
던 몽둥이만 두 손에 가로 쥐었다 한번 지끈 눌러보고서 "망신이나 하지 않을까. 
" 하고 혼자 말한 뒤에 "자  보아라. " 하고 그 몽등이를 무릎에 대고 전신의 힘
을 두 팔에 모아들이며 응 소리를 질렀다. 응  소리 한번에 우직하고 두 번에 우
지직하고 몽둥이가 분질러졌다.  유복이가 동강난 몽둥이를 그자들  앞에 내던지
며 "인제 어떻게 할  테냐? “ 하고 그자들을 바라보니 선뜻 응낙하던 자는  "이
런 제기, 내기대루 시행하지  어떻게 해. " 하고 머리를 긁적거리고 두동싸게 말
하던 자는 "나는 시행 못하겠어. 내일이 우리 처삼촌 아저씨 소상날인데 내일 내
가 집에 없었다가는 나중 애어머니 잔소리에 머리가 
빠지라구. " 하고  딴소리하며 유복이의 눈치를 살폈다. "내기 시행  안 할라거든 
저 몽둥이루 앞정갱이나  한번 얻어맞고 가거라. " "정갱이  부러지라구. " "그럼 
어떻게 할 테냐? ” "내가 한강 나룻가까지 저 짐을 져다 드리리다. " 하고 그자
가 공대하는  말로 짐꾼 노룻하기를 자청하였다.  유복이가 "아무리나 그래라.  " 
하고 허락한 뒤  그자는 짐을 지워서 앞세우고  서울까지 간다는 자는 뒤딸리고 
유복이 자기는 몽둥이를 들고 중간에 서서 잿길을  내려왔다. 앞에 가는 자가 길
에서 참참이 뒤를 돌아보는데 유복이가 의심이 나서 유심하고 여겨보니 앞에 가
는 자의 눈짓과 입짓이 뒤에 오는 자에게  무슨 군호하는 것이 분명하였다. 그자
가 눈짓 입짓 할 때마다  뒤에 오는 자가 머리 흔드는 것을 곁눈질하여 보고 유
복이는 앞에  가는 자의 군호를 뒤에  오는 자가 받지 않는  줄까지 짐작하였다. 
재를 거의 다 내려와서  한참 오다가 앞에 가던 자가 발을 멈추고 돌아서서  "발
감개 속에 모래가 들어서 걸음 걷기가 거북하니  신발 좀 고쳐 신구 가십시다. " 
하고 말하는데 유복이가 "그러면  우리는 슬슬 갈 게니 신발 고쳐 신구 곧  쫓아
오려나. " 하고 시험조로 말하였더니 그자는 "네, 곧 쫓아가지요. 잠깐 고쳐 신구 
쫓아가지요. " 하고 현연히 눈웃음을 치고 뒤에 오던 자는 "같이 가는 것이 좋지
요. " 하고 눈살을 찌푸리었다.    "슬슬 뫼시구 가지 왜 이래. " "어서 신발이나 
고쳐 신게. " "걱정 말어. 고쳐 신을 테야.  걱정 되우 하네. "   "시 사람이 미쳤
나. 물계 모르구 아무데나  덤비게. " 저희들끼리 다투는 말을 듣고 유복이는 웃
으면서 "무얼 그래? 해 지기 전에 한강을 건너야 할 테니까 한 발자국이라두 어
서 가야지. " 하고 뒤에 오던 자를 데리고 슬슬 걸어오며 슬금슬금 뒤를 돌아 보
았다. 그자가 처음에는  주저앉아서 신발을 고치는 체하더니  살금살금 풀섶길로 
내여갔다. 유복이가 돌쳐서서 "어디루 가느냐.  어서 이리 오너라. " 하고 소리를 
지르니 그제는 그자가  장달음을 놓기 시작하였다. 유복이가  몽둥이를 둘러메고 
달아나는 도적놈을 쫓아갔다.  슬슬 걸어갔던 길이 여닐곱 칸 동안밖에  아니 되
는 까닭에 유복이는 불과 얼마 아니 쫓아가서 붙잡으려니 생각하였더니 누가 알
았으리. 그자가 발이 여간 빠르지 아니하여 짐을  지고도 유복이보다 더 빨리 달
아났다. 쫓는 사람과 쫓기는  사람의 사이가 일곱 칸이 여덟 칸  되고 여덟 칸이 
아홉 칸 되어  차차로 멀어졌다. 유복이가 분이 나서 둘러메었던  몽등이를 풀설
에 내던지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달음질쳤다. 늘어가던 칸수가  뒤쪽으로 줄어
들기 시작하여 댓 간쯤  되게 줄었을 때, 그자가 등에 졌던  짐을 벗어버리고 내
뺐다. 유복이는 분김에 짐도 돌보지 않고 그대로 그자를 뒤쫓았다. 칸 수가 한참 
동안 늘도 줄도  못하고 핑핑하게 나가다가 그자가  무슨 풀덩굴에 발이 걸려서 
발 빼느라고 지체하여 그 동안에 칸수가 바싹 줄었다. "이놈아 인제두, 이놈아! " 
유복이가 소리 지를 때 그자는 별안간 몸을 돌며 꿇어앉아서 숨이 가빠 말은 못
하고 두 손을 내밀어 싹싹 빌었다. 유복이가 "이놈! " 하고 뛰어들어와서  상투를 
잡아 일으켜 세웠다. 유복이는 분한 품이 곧  그자를 한주먹에 박살을 내고 싶었
으나 참고 참은 끝에  그 자의 얼굴을 뒤로 젖히고 뺨을  한번 내갈기었다. 아이
쿠 소리하는 그자의 입귀에서 피가  흐르더니 칵 하고 피를 배앝는데 붉은 핏덩
이 속에 누런 이빨들이 섞여 나왔다. 유복이가  이것을 보고 분이 조금 풀려서 "
너 같은 놈은 죽여두 싸지만 인생이 불쌍해서 목숨을 붙여준 
다. “ 말하고 곧 그자를 잡아 돌려앉히고  "인제는 네 기집 잔소리나 들으러 가
거라. " 말하면서 발길로 엉덩이를 차 내던졌다. 유복이는 앞으로  고꾸라진 그자
를 내버리고 짐이 떨어셔 있는  데 와서 짐을 찾아 걸머지고 전의 길에 나와 보
니 서울까지 따라간다는 자는 길가에 퍼져버리고 앉아 있었다. "죽이지나 않으셨
소? ” "뺨 한 번밖에 안 때렸다. " "그  자식 죽는 줄 알았더니 수 좋았네. 아까 
재에서 내려올 때 그 자식이  나더러 당신을 해내라구 몇번 눈짓하는 것을 내가 
모른 체했소. " "해내보지 왜  고만두었어? “ "당신 같은 낭사를 섣불리 해내려
다가 나는 죽구요.  나는 죽거나말거나 그 틈에 무명 가지구  도망질할라구 맘먹
는 것을 아는데 내가 왜 그 자식에게 속을  까닭이 있소. 그 자식이 몸이 날쌔구 
걸음이 재기루 유명한데 장사  앞에는 하는 수 없던 게요. 도망질을  못 치구 붙
잡혔으니. " "그러나저러나 너는 왜 어디루 가지 않구 여기 있느냐? ” "내기 시
행 아니할라구 못생기게 도망한단 말이오?  나두 사내 자식인데 일구이언하겠소. 
" "아따, 그러면 같이 가자.  어둡기 전에 서울을 갈 수 있을까. " 하고 유복이가 
서편 하늘을 바라보니 붉은 불덩이 같은 해가 너울 너울 산 너머로 넘어가는 중
이었다. 그자도 유복이와 같이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고 나서 "지금 서울 가기 틀
렸소. 나룻배 끊어지지 전에 강가에두  못 대 가겠소. 또 강을 건너면 무어하오? 
인경을 쳐서 사대문이 꽝꽝 닫힌 뒤에 문안에를  들어가는 장사가 있소. 내일 일
찍 서울 갈 작정하구 오늘 밤은 새원 가서 잡시다. " 하고 말하는 것을 유복이는 
길 늦은 데 찜부럭이 나서 "너희놈들 때문에 길이 늦었다. 잡말 말구 어서 가자. 
" 하고 길을 재촉하여 새원까지 와서 보니  퍼의 땅거미가 다 되었다. 그자의 말
이 옳은 것을 생각하고 유복이는  그날 밤 새원서 묵기로 작정하고 원집을 찾아
가려고 하니 그자가 "우리 집이  여기서 가까우니 우리 집으루 가십시다. 집꼴은 
망칙하지마는 밥 지어 먹는 수고는 없을 게니  우리 집으루 가십시다. “하고 권
하는데 유복이는 그자의 속도 알 수가 없고 또 도적놈의 집에 가 자기가 싫어서 
"폐 끼칠 것 없어.  " 하고 좋은 낯으로 거절하였다. 그자가 유복이 속을  짐작하
고 "나를 의심하셔서 그리하시우? 내가 조금이라두 딴생각을 두면 지금 이 자리
에서 급살을 맞겠소. " 하고 말하는 것이  진심인 것을 안 뒤에 유복이는 그자의 
집으로 가기를 허락하고 그자를 따라갔다.
  새원서 멀지 아니한  곳에 두서너 집치 뜸뜸이 있는 조그마한  마을이 있었다. 
그자가 마을에 들어서며 뒤에 오는  유복이를 돌아보고 "저것이 우리 집이오. “ 
하고 길목에  있는 첫집을 가리키는데 울타리가  여기저기 쓰러지고 삽작문조차 
없는 허술한 집이었다. 그자가  집으로 가까이 오며 집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
고 먼저 "어머니. " 하고 부르니 저편에서 "인제 오니? ” 하고 꼬부랑거리며 마
주 나온 것이 파파  늙은 할멈이었다. "손님 한 분 뫼시구 왔소. "  "어떤 손님이
야? “ "차차 이 야기하지요. "  "배고팠지? ” "아니오. " 그자는 돌아서서 유복
이를 보고 "주무실 데두 변변치 못하우. 하룻밤 드새어 가실 작정 하시우. 자, 들
어가십시다. " 하고 인사 차려 말한 뒤  늙은 어머니를 붙들고 앞을 서고 유복이
는 뒤따라서 집 안으로 들어왔다. 한편에 단간방이  있고 중간에 토마루 한 간이 
끼여 있고 한편 머리에 부엌이  붙어 있는 네 간 집인데 부엌 붙은 안방에만 등
잔불이 켜 있었다. 불 없는 건넌방 앞에  와 서서 아들이 "광솔이 어데 있소? “ 
하고 그  어머니에게 물었다. "불 켤라고  그러지? 내가 켜놓으마. "  "광솔 있는 
데만 가르쳐 주시우, 내가 켜놓을  테니. " "광솔은 여기도 있지. " 하고 그 어머
니가 토마루 앞구석에 있는 광솔을  집어다가 아들을 주니 그 아들은 안방에 들
어가서 광솔에 불을 달려다가 건넌방에 등잔불을 켜놓고 방문 앞에 섰는 유복이
를 내다보며 "이것이 내 방이오. 이리 들어오시우. " 하고 말하였다. 유복이는 주
인이 지도하는 대로 짐을 주인  주어 방구석에 놓게 하고 방에 들어와서 앞문을 
등지고 앉아서 열어놓은 옆문으로 건너편 안방을 바라보니 그 방에 사내아이 하
나가 누워 있었다. "저기 누워 있는  것이 아들인가? ” "그것 때문에 우리 어머
니가 더 고생이오. "  "그 애 어머니는? “ "죽었소. "  "아들이 지금 몇 살인가? 
” “아홉 살이오. 어미 없는 자식을 세  살부터 저만큼 키우시자니 우리 어머니 
고생이 어떠했겠소. 게다가  그 자식이 잔병치레하느라구 일년  삼백육십일에 성
한 날이 별루 없소. 지금두 아프다구 누운 지가 벌써 사흘째요. "  "왜 앉지 않구 
서서 이야기야. " "미안하지만 혼자 앉아 기시오. 늙은  어머니가 저녁 차리는 것
을 좀 가서  거들어야겠소. " 주인이 어머니 위하는 것을  보고 유복이는 주인의 
늙은 어머니 있는  것이 속으로 부러웠다. 한동안 뒤에 주인이  저녁상을 가지고 
들어왔는데 키 얕은 솔소반에 놓인 것이 밥 한 사발, 장찌개 한  그릇뿐이었다. "
주인은 아니 먹나? ”  "나는 먼저 먹었소. " "이것이 주인  먹을 밥이나 아닌가. 
" 옆문에 와서 들여다보던 주인의  어머니가 "그것은 지금 새로 지은 밥이오. 저
애는 저녁에 쑨 죽을 먹었소. “ 말하는  것을 듣고 유복이가 "이 밥 좀 같이 먹
세. " 하고 주인보고 말하니 주인이 그게 다 무슨 말이냐고 펄쩍 뛰었다. 주인의 
어머니가 "그거 보아라. 손님하고 겸상해 먹으라니까. "  하고 아들보고 말하고 "
밥이 또 한 그룻이 있소. 그런데 저애가 나더러 떠먹으라고 안 먹는다오. " 하고 
유복이보고 말하였다. "그것은 노인 잡숫게 두구 이  밥을 같이 먹세. " "참말 배
가 불러 못 먹겠소.  " "이애 그러다가는 손님 밥 못 자시겠다. 저  밥 갖다주랴? 
” "그 밥은 어머니  잡수시우. " "내가 다 먹느냐. 먹다가 남겨라. "  "그러면 반
만 덜어다 주시우. " 손님이 주인과 한 사발 밥을 같이 먹자고 하다가 주인의 어
머니가 그 아들과  한 그룻 밥을 반씩 나눠  먹게 되어서 밥 가지고 실랑이하던 
것이 끝이 났다.    유복이가 주인의 모자간 사랑을 진수성찬보다  더 맘에 좋게 
여기어 밥 한 사발을 달게 먹었다. 그날  밤 유복이가 신불출이와 한방에서 같이 
잤다. 신불출이는 그 집  주인의 성명이다. 유복이와 불출이가 하룻밤 동안에 십
년 사귄 이나  다름이 없이 정숙하여졌다. 유복이는 불출이의 형편을  보고 늙은 
어머니와 어린 자식즐 데리고  호구하려면 도적질이라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라고 생각하고, 불출이는  유복이의 사정을 알고 종적이 생소한 서울  가서 면례
하는데 내기 시행이 아니라도 가서 보아 줄  성의가 생기었다. 이튿날 식전에 유
복이가 짐을 끄  르고 보니 무명이 네 필이라 네  필 중에 한 필을 꺼내서 양식 
바꾸어 먹으라고 불출이  어머니를 주고 불출이와 같이 서울로 떠나  왔다. 불출
이가 걸음이 본래 유복이만 못한데다가 무겁지 않은 짐이라도 유복의 짐을 대신 
진 까닭에 동안  뜨게 뒤떨어질 때가 많아서 유복이는 노량으로  걸음을 걸었다. 
같이 걷게 된 뒤부터 두 사람 사이에  이야기가 별로 그치지 아니하였는데, 불출
이가 재미나게 듣고 유복이가 신이  나게 하는 이야기는 대개 꺽정이의 원력 이
야기와 봉학이의 활재주 이야기였었다. 이야기 끝에 불출이가 
꺽정이와 봉학이를 한번 만나지라고  하여 유복이는 자기가 이번에 꺽정이를 만
나게 되면 말하여 둘 것이니 이 다음  찾아가라고 말하였다. "그럴 것 없이 이번
에 양주까지 같이 갑시다. " 하고 불출이가 졸랐다.  "꼭 만나게 될는지두 모르는
데 같이 갈 것이 무엇 있나. 이 다음  혼자 가서라두 내 말하구 만나자면 반갑게 
만나줄걸. " "집이라두 알아두면 좋지 않소. 못 만날 손 잡더라두 같이 갑시다. " 
"정 그러면 같이 가세. " 유복이와 불출이는 이렇게 양주까지 동행하기로 작정하
였다. 빨리는 걷지 아니하여도  강 건널 때 이외에는 쉬지 않고  오는 길이라 아
침때 좀 지나서 서울을 들어왔다. 유복이는 면례하는  것을 당초에 구경도 한 일
이 없는 까닭에 면례에 소용  닿는 물건을 불출이에게 훈수받아 가며 바꾸게 되
었다. 무명 한  필을 끊어서 상포 백지,  기직 한 닢까지 바꾸어가지고 유복이는 
이만하면 더 들  것이 없으려니 생각하면서 가래, 괭이 등속을  세내려고 상두도
가를 찾아왔다. 상두도가 주인이 유옥이와 불출이의  의표를 한번 훑어보더니 사
람 하나 끼지 않고 물건만은  세를 놓지 않는다고 말하여 유복이가 사람 품삯과 
가래, 괭이 두 가지  물건세를 물은즉, 한 사람의 하루 품삯으로 무명  열 자, 가
래 하나 괭이 하나에 면례에서 제일 긴용된다고 무쇠 지레 하나를 더 넣어서 세 
가지 물건 세로 무명 예 자 도합 십육 척을 달라고 하보 거기다가 세를 먼저 내
고 가라고 말하였다.  불출이가 나서서 우리를 시골뜨기라고  업신여겨서 비싸게 
달라느냐고 다투는 것을 유복이는 고만두라고 말리고 달라는 대로 다 끊어 주었
다. 상두도가 일꾼과 세  사람이 수구문 밖으로 나오는 길에 그  일꾼 말이 아무
리 관은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땅속일이란 것은 알 수 없어서 이십여 년은 고
사하고 몇 백 년이라도 썩지  않는 송장이 있으니 칠성판 하나는 사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고 말하여 유복이가 그  말을 옳게 여기고 칠성판을 구하러 가려고 한
즉 그 일꾼이 무명 댓  자만 저를 주면 제가 얼른 가서 사오마고 자청하고 가더
니 백짓장 같은 박판 한 쪽을 들고 왔다.  불출이가 이것을 보고 증을 내며 이런 
송반은 무명 댓  자는 커녕 한 자도 아깜다고  타박하니 그 일꾼은 서울 물가가 
시골과 다른 줄을 모른다고  도리어 불출이를 핀잔주었다. "서울은 날도적놈들만 
사는 게야. "  "그러면 시골은 밤토적놈들만 사나. " 빨리는  걷지 아니하여도 강 
건널 때 이외에는 쉬지 않고 오는 길이라  아침때 좀 지나서 서울을 들어왔다. "
시골 쇠도적놈두 서울놈들에게 대면  부처님이지. " "서울은 시골서 온 부처님이 
큰 도적놈이야. " 불출이와 일꾼이 말다툼하며 뒤에서 오는 것을 앞서 가던 유복
이가 솔아보면서 "이 사람 쓸데없는  소리 고만 지껄이게. " 하고 불출이를 나무
라고 "여보 입 좀 봉하우. 듣기 싫소.  " 하고 그 일꾼을 눌렀다. 그 일꾼이 아무 
말 없이 얼마 동안 따라오다가 "면례하는데 제사는 아니 지내우? 산신에두 지내
구 분상에두 지내는  법이오. " 하고 가르쳐주어 유복이가 제  지낼 생각이 나서 
제물 장만할 것을 걱정하니  불물이가 이번에는 자기가 가서 사가지고 오겠다고 
하고 무명 끝을 가지고 제물을 바꾸러 가고 유복이는 그 일꾼과 먼저 산소 자리
로 향하여 왔다. 유복이가 산소 근처에 ,와서는 먼저 사방을 돌아보고 그 다음에 
누누중총 틈에서 봉분이 거의 형지 없이 헐어진 한 무덤 앞에 와서 한동안 살펴
보다가 일군더러 괭이를 달라고 하였다. 칠꾼이  제사부터 지내고 동토하는 법이
라고 법을 찾는 것을 유복이가 잔소리 말고 달라고 하여 괭이를 가지고 우선 봉
분 앞을 파보니 얼마  아니 파서 괭이 끝에 다치는 것이  있었다. 유복이가 그곳
을 파헤 치니 과연 사기 그룻이 하나 나왔다. 봉분 뒤와 양옆을 다 파헤치 
고 사기 사발을 하나씩 찾아내었다, 유복이는 그  사발 안에 무엇이 쓰이어 있으
려니는 미처 생각지  못하였더니, 일꾼이 가까이 와서 지석을 사방에  묻은 것은 
처음 본다고 하면서 사발 하나를 들고 그 안에 있는 흙을 긁어내서 글자가 드러
났다. 유복이가 동소문 안에  있을 때 천자권을 배운 덕으로 자기  성인 박자 외
에 임오 칠월 십일이라는 연월일 글자는 분명히  알아보았다. 나머지 사발 세 개
를 유복이가 낱낱이 씻고 보니  글자는 다 있는데 먼저 사발과 똑같은 글자들이
었다.
  얼마 동안 뒤에 불출이가 참외 대여섯 개, 수박 한 덩이, 술 한병을 사람 들려
가지고 왔다. 인제  제물은 있지만 제기가 없어서 한참 공론하닥  불출이가 의사
를 내어  지석으로 묻었던 사기 사발을  정하게 닦아서 제기 대신  쓰게 되었다. 
일꾼은 면례에 미립이 난 사람이라 먼저  산신제를 지내라고 권하였지만, 유복이
가 듣지  아니하고 자기 아버지 무덤에만  제사를 지내는데 참외 두  사발, 수박 
한 사발, 술 한 사발을 무덤 앞에 벌려놓고  손을 높이 치어들어서 공손히 절 한 
번 하고 그대로 엎드려서 한바탕 통곡하였다. 유복이의  곡이 끝난 뒤에 세 사람
이 참외와 수박을 안주삼아서 술 한 병을 나눠서 먹고 무덤을 파기 시작하였다.
  봉분은 거의 평토나 다름없고 회는 쓴 적도 없는 까닭으로 얼마 동안 아니 파
서 광중이 드러났다. 횡대도 썩고 관도 썩었으나  시체만은 썩지 않고 홑이불 같
은 것이 덮인 채로  착 가라앉았었다. 무덤 앞 적이 편편한  곳에 기직자리를 펴
고 칠성판을 놓은 뒤에 광중 아래윗막이를 떠고 유복이가 불출이를 데리고 시체
를 맞들어내다가 칠성판 위에 눕히는데  바짝 말린 가벼운 나무 토막 드는 것과 
같았다. 유복이가 불출이와 일꾼의 방조를 받아서  시첼ㄹ 상포로 감고 종잇매를 
여러 겹 쳐서 군데군데 묶은  뒤에 기직으로 싸고 칠성판은 짊어지는 등판에 닿
게 좋도록 한옆에 붙이어 새끼로 동이었다.
  일을 마치고 나서 보니 해는 거의 저녁때가  다 되었었다. 먼저 일꾸능ㄹ 보낸 
뒤에 유복이는 시체를 짊어지고 불출이는 양식과 무명을 걸머지고 수구문 밖 인
가로 내려와서 하룻밤을 자고 가려고  한즉 시체를 꺼리어서 재워 주는 집이 없
었다. 나중에 유복이는 밤을 걸어 양주로  내려가려고 생각하고 불출이의 의향을 
물으니 불출이 역시 그것이 좋다고  말하여 두 사람은 한 노파의 집에서 저녁밥
을 부치어 지어먹고 곧 양주를 향하여 밤길을  떠났다. 아무리 친한 사람의 집이
라도 송장을 지고  첫새벽에 대드는 것이 좋을  것이 없어서 유복이와 불출이는 
길에서 지체하고 이튿날 해 뜬 뒤에 꺽정이의  집을 찾아왔다. 애기 어머니는 말
할 것도 없고  다른 식구들도 반갑게 맞아들이는데  팔삭동이만은 지고 온 것이 
송장이란 말을 듣고 오만상을 찌푸리었다. 꺽정이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아니한 
것을 알고 유복이만  섭섭할 뿐 아니라 불출이도 대단 서운하여  하였다. 유복이
가 애기 어머니를 보고 불출이와 같이 온 사정을 대강 이야기하고 이 다음 찾아
을 때 정답게 대접하도록 꺽정이에게 말하여  달라고 부탁하였다. 유복이가 시체
를 가지고 한만히 묵을 수 없는 까닭으로 아침 뒤에 곧 떠나가기로 작정하고 아
침밥 대접을 받는 동안에, 유복이는 잠간 꺽정이  아버지를 들어 보고 곧 마루로 
나와서 애기 어머니에게 대사의  안부를 자세히 전한뒤 "내가 누나보구 청할  일
이 두 가지 있소. " 하고 말하니  애기 어머니는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면 
열 가지 스무 가지라도 사양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나서 곧 그 청하는 일이 무엇
인가를 물었다. 유복이의 두 가지 청이 한  가지는 길양식을 보태어 달라는 것이
요, 또 한 가지는 환도가  있거든 한 자루 달라는 것이었다. 애기 어머니가 길양
식은 두말 않고 허락하고 환도는  꺽정이가 전장에 가지고 가고 집에 없다고 거
절하더니 다시 생각하고 환도라고 할 것도 없는 짧은 칼이 한 자루 있으나 소용
될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안방  다락에 가서 칼을 찾아내다가 유복이를 보여주었
다. 그 칼이 과연 짧아서 자루까지 넣어도 한 자 길이가 못 되었다. 유복이가 칼
날을 뽑아 보고 다시 집에 꽂으면서 "좀 작으나 그대로 쓰겠으니 나를 주시우. " 
하고 청하니 애기 어머니는 말이 없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아침밥들을 먹을 때 
옆에 앉아 있던 애기 어머니가  "여보게 동생. " 하고 유복이를 보면서 “요전에 
물어볼 말이 있는데 잊고 못 물어보았네. " 하고 말하니 유복이가 "무슨 말이오? 
” 하고 애기 어머니를 돌아보았다. "우리 올케는 지금 어디 있나? “ "올케라니 
백손 어머니가 저기 계시지  않소. " "누가 백손 어머니 말인가. 자네 안해  말이
지. " "내가 웬 안해가  있소? ” "웬 안해가 있다니? “ "장가를 들었어야 안해
가 있지요. "  "상투는 무어야? ” "상투는  외자요. " "참말이야? “  "참말이지, 
내가 언제 거짓말합디까. " 애기 어머니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의외 말을 듣는 
것같이 놀라는데 그 중 천왕동기는 ”이때껏 어른으로만 알았더니 알구 보니 우
리 동물세그려. " 하고 웃었다.
  아침밥이 끝나서  유복이가 떠나려고 할 때  "배천까지라두 같이 가구  싶지만 
어머니가 기다리실 테니까 나 는 여기서 집으루 가겠소. " 하고 불출이가 말하고 
"암, 집으루 가야지 배천까지 무어하러가. "  하고  유복이가 대답하는 것을 애기 
어머니는 옆에서 듣고  "시체를 지고 다른 짐은  어찌하나? “ 하고 유복이에게 
물었다. "기든지  들든지 어떻게든지 하지요. "  "그것이 될 수가 있나?  ” 하고 
애기 어머니는 가까이 섰는 천왕동이를  돌아보며 "백손 아저씨, 배천까지 좀 같
이 가구려. " 하고 권하듯이 말하였다. "같이 가도 좋지요. " 하고 천왕동이는 대
답하는데 유복이가  그리할 것이 없다고 고사한  즉 천왕동이가 웃으면서  "여게 
동무, 고사할 게  무어 있나. 내가 짐 좀  져다 줌세. 그런데 배천두 장기  둘 줄 
아는 사람이 있겠나? “ 하고 말하여 애기 어머니가 "장기에 미친 황도령이로군. 
" 하고 웃으니 다른 사람들도 따라 웃었다. 유복이가 천왕동이와 같이 가기로 작
정하고 나서 천왕동이를 보고  "자네가 걸음을 잘 걷는다지? ” 하고 물으니 천
왕동이는 "왜 누가 빨리 걷나 내기 좀 하려나. " 하고 빙글거리는데 불출이가 나
서서 "총각이 걸음을 얼마나 잘 걷는지 몰라두 박서방의 걸음은 따라 가기  어려
울걸. 내가 이번 동행에 애를 여간 먹지 않았어. " 하고 말참견하였다.  천왕동이
가 불출이의 말은 대꾸하지  아니하고 유복이더러 "대관절 배천이 여기서 몇  리
나 되나? “ 하고 묻는데 유복이가 "나두 잘 모르네, 여기서 송도가 몇 린고? ” 
하고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다가 "송도가 일백삼십 리라지. " 하고 신불출이가 가
르쳐 주는 말을 들은 뒤에 다시 천왕동이를 보고 "배천읍내가 송도서 육십  리밖
에 안 되니까 따져보면 알겠네. 일백삼십 리하구  육십 리하구 도합 일백구십 릴
세그려. " 하고 대답하였다.  "오늘 일찍 들어가겠네. " "오늘이야 어떻게  들어가
나. 내일은 일찍  대일 수 있지. " "사람 갑갑해  죽을 일이 났네. 일백구십 리를 
이틀씩 가구 있어? “  천왕동이의 말을 듣고 유복이도 기가 막혔지만 불출이는 
혀까지 내둘렀다.
  유복이가 무명 자투리 남은 것은 불출이를 주고 남은 무명 온필 한 필과 길양
식 자루와 짧은 환도는 한데  묶어서 천왕동이를 지워 주고 자기는 시체를 지고 
양주서 떠났다. 배천  한다리는 읍에서 오리길이 착실하지마는  벽란나루를 건너
서 오는 데는 읍을 다 가지 않고 중간에서 갈림길로 들어오는 까닭에 잇수가 거
의 읍이나 맞먹었다. 유복이와 천왕동이는 양주서  떠나던 이튿날 아침 사이때쯤 
한다리를 대어왔다. 큰 동네에서 따로 떨거져 있는  외딴집에 이가 성 가진 사람
이 사는데, 그 집  늙은이가 전에 큰 동네에서 살 때  유복이 이모부와 이웃하여 
산 까닭에 늙은이  내외가 유복이를 잘 알 뿐  아니라 그 아들이 유복이와 아이 
적 동무이었다. 유복이가  평안도서 오는 길에 맨 먼저 어머니  무덤에를 다녀가
려고 왔을 때 그 집을  찾아들어가서 늙은이와 아들을 만나보고 면례에 일 보아
달자고 부탁까지 한 터이라  한다리 오는 길로 바로 그 집을  찾아왔다. 그 집에
서 유복이의 지고 온것이 관도  없는 맨송장이란 말을 듣고 반갑게들 여기지 아
니하는 중에 안늙은이가 더욱 심하여  "이 사람 집안으로는 지고 들어오지 말게. 
" 하고 삽작문 안을 들어서지  못하게 하니 그 아들이 "어머니는 가만히 기시우. 
" 하고 안늙은이를 말  못하게 하고 유복이 보고 "집안에서 구기두  하두 많으니
까 성가신 일이 많아. 그런데 오늘 곧  면례를 지내려나? “ 하고 묻는데 유복이
가 "지금 곧 갖다가 묻을 테니 연장만 좀 빌려주게. " 하고 대답한즉 "그러면 될 
수 있네. " 하고 안으로 들어가서 헌  멍석 한 닢을 갖다가 삽작문 밖 편편한 곳
에 깔아놓고 "여보게, 이리 와서  여기 내려 뫼시게. " 하고 말하였다. "내려놓을 
것도 없네. 연장만 주게나, 그대로 산으로  갈 테니. " "나도 가서 보아줄 테니까 
우리 같이 요기 좀 하고 가세. "  유복이가 그 집 아들 말에 못이겨서 시체를 멍
석 위에 내려놓고 그 앞에 앉으면서  "자네두 이리 와서 좀 앉게. " 하고 천왕동
이를 돌아보았다. 천왕동이가 와서 앉은 뒤에 그  집 아들이 역시 앉아서 천왕동
이와 인사하고 곧 고개를 돌이켜 안을 향하고 "여보게 여보게. " 하고 부르니 그 
안해가 삽작문 안에까지 와서  나오지는 않고 "왜 그러오? " 하고 부른 뜻을  물
었다. "쌀 좀 떠가지구 핑하게 가서 술 몇 사발만 받아 오게. " 하고  그 집 아들
이 말할 때 바깥  늙은이가 나오다가 듣고 "이애 저 사람들이 어디서 아침을  먹
었는지는 모르지만 술만 가지고 요기가 되겠느냐? 찬밥이라두 물에 놓아서 같이 
떠먹으려무나. " 하고 말을 이르니  그 아들은 "녜, 술두 먹구 밥두 먹지요. " 하
고 대답하였다.
  그 늙은이 부자가 시체 까닭에 반가워 아니할 뿐이지 유복이를 푸대접은 하지 
아니하였다. 탁배기와 찬밥으로  요기들을 한 뒤에 그 집 아들이  천왕동이 지고 
온 짐을 집 안에 들여다 두고 연장들을 가지고  나왔다. 그 집 아들은 가래 하나
를 메고 천왕동이는  종가래 하나, 괭이 하나를 양어깨에 메고  유복이는 여전히 
시체를 지고 무덤  있는 산으로 올라왔다. 산역을 시작하여 광중을  파헤쳐서 유
복이 어머니의 시신이 드러나게 되었을 때, 그  집 바깥 늙은이가 올라와서 이것
을 보고 "합폄이라두 광중은  따루 짓는 법인데 어떻게 날라구 구광중을  저렇게 
파혜쳤는가? “ 하고  유복이를 나무라니 유복이는 "한데  묻을라구 그랬지요. " 
하고 즉시 뒤를  이어서 "딴 광중을 맨들면 한데  묻는 보람이 있나요? ” 하고 
구광 파헤친 까닭을  말하였다. 늙은이는 종시 유복이의 소견을 옳게  여기지 아
니하나 벌써 구광을 파놓은 뒤일  뿐 아니라 딴 광중을 지으려고 하지 아니하여 
듀복이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한 광중에 묻게 되었다.  평토 치고 봉분 만들고 뗏
장까지 입히고 나 
니 긴긴 해도 벌써 저녁때가 다 되어서 유복이와 천왕동이는 그 집에 가서 하룻
밤 묵어 갈 작정하고 그 아들을 따라왔다.  그날 밤자고 이튿날 식전에 유복이가 
무명 한 필은 그 집에 주고 그 집 아들의 고의적삼 한 벌을 얻어서 짧은 환도와 
같이 보따리에 싸서 양식자루와 함께 묶어놓았다. 옆에  있던 그 집 아들이 유복
이를 보고 "총각하구 같이 양주로 가나? “ 하고 물으니 유복이는 "아니. " 하고 
간단히 대답하고 나서 "운수 좋으면 또 수이 만나지. " 하고 말하였다.
  유복이가 이가 집에서 떠나 나오는 길로 곧 천왕동이와 작별하고 한다리서 연
안으로 삽다리로 돌장승으로  일백오십 리 해주 와서 자고, 이튿날  영전들을 지
나고 쇠티를 넘어서 강령 팔십 리를 저녁  사이때쯤 대어 들어왔다. 유복이가 고
향이라고 발 들여놓기가 이번이 생외  처음이라 산도 설고 물도 설기가 타도 타
관이나 
 다름이 없으니  낯익은 사람이 있을 까닭이  없다. 원수 노가의  종적을 누구를 
보고 물어야 할지 몰라서 공연히 이리써리 지싯거리고 다니다가 장터 한 바퀴를 
다 돌고 나서 어느 노인 하나가 지팡이를 짚고  멀찍이 오는 것을 보고 옳지, 저 
늙은이더러 좀 물어보겠다, 낫살 먹은 사람이면  옛일도 모르지 않으려니 생각하
면서 앞으로 나가다가 그 노인이  곧은길로 오지 않고 어느 집 모롱이에서 사이 
골목으로 꺾이는 것을 보고 유복이가 "여보시우 여보시우. " 하고 소리를 지르며 
손짓하였다. 그 노인이  처음에는 고개만 돌리고 두리번거리다가  유복이의 손짓
이 자기보고 하는 것인 줄을 알고 그제야  돌아서서 지팡이를 의지하고 섰다. 유
복이가 가까이 와서 두 손길을 마주 잡고 허리를 굽히니 그 노인이 물끄러미 유
복이를 보면서 "누군지 나는 모르겠는데...“ 하고 괴상히 여기츤 빛을 얼굴에 나
타내었다. "잠깐 여쭤볼 말씀이 있습니다. " ”무슨 말인고?  “   "이 읍내에 노
가 성 가진 사람이 삽니까? ” "노가  성 가진 사람? “ ”녜. “ "노가 성 가진 
사람이 하나둘인가. 나부터 노가인걸. " 유복이가 그 노인이 노가란  말을 듣고는 
이 늙은 것이 원수 노가가 아닌가 하고  의심이 들기 시작하였다. "노가 성 가진 
사람을 어찌해서 찾는고? ” 하고 그 노인씨 묻는데 유복이는 선뜻 대답할 말이 
없어서 말똥말똥 그  노인의 얼굴만 들여다보았다. "괴상한 사람이로군.  " "찾는 
사람이 있소이다. " "대체 허구많은  노가에 누구를 찾는 거야? " "아들 많고 손
자 많은 사람을 찾습니다. " "아들  손자 많은 사람? 나두 아들이 삼형제에 손자
가 팔종 형제나 되는걸. " 유복이는 이자가  정말 원수인가 보다 하고 의심이 버
썩 들었다. "당신 서울 가보신 일 있소? “  "못 가보았어. " "젊어서 한 번두 못 
가보셨단 말씀이오? ” "허허 시골 사람이 서을 구경하기가 어디 쉬운가. 볼일도 
없이 구경하러 사백팔십 리 갈 엄두를 낼 수가 있나? “ 유복이가 당치 않게 헛
의심을 낸 줄  짐작하였으나 그래도 미심하여 더  캐어물었다. "강령서 나셨는가
요? ” "아니, 내가  옹진서 이리 이사온 지가 한 이십 년밖에 아니  되었어. " "
녜, 옹진 사시다 오셨어요? 그러면 나시기도 옹진서 나셨겠구먼요. " "그래, 옹진
이 내 고향이야. " 유복이가 그제는 그 노인이 확실히 원수 노가가 아닌 줄을 알
고 의심이 풀리었다. 유복이가  다른 말을 물으려고 할 제 그  노인이 짚었던 지
팡이를 들면서 "내가 지금 둘째아들에게를 가는데 얼른 가야 할 일이 있어. " 하
고 말아여 "녜, 그렇습니까? 그럼 어서 가십시오. " 하고  유복이는 그 노인을 보
내고 그 뒤에 여기저기 다니며 물어보아서 읍내에 노가 성 가진 사람의 집이 칠
팔 호나 되는 줄  알았고, 또 그중에 본토 사람으로 자손  많고 농사지어서 요부
하게 사는 집이 단 한 집인 것을  알았다. 유복이가 전에 이모부에게 들어두었던 
말에 맞는 노가는 그 집뿐이라 그 집을 찾아와서 문 밖에서 주인을 만나자고 하
였더니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하나 나왔다. "당신이 이 집 주인이오. " “그렇소. 
" "당신 아버지 있소? ” “녜. ” "지금 집에 계시오? “ "등산 볼일 보러 가셨
소. ”  "등산이라니? “ "등산곶 나가셨단  말씀이오. " "당신 아버지 연세가 올
에 몇이시오? ” "그건 왜 묻소? “  "좀 알아볼 일이 있소. " "올에 쉬흔여덟이
시오. " "쉬흔여덟?  ” 하고 유복이는 고개를  비틀었다가 다시 "당신 할아버지 
기시우? “ 하고 물었다. “기시지요. ” "올에 나이 몇이시오?  “ "아흔 한두엇 
되셨소. "  "아흔 한두엇? 너무 넘고  처지는걸. " "무엇이 넘고  처진단 말이오? 
” "내 셈으루 말이오. " "별사람 다 보겠네.  " 하고 그 젊은 사람은 곧 집 안으
로 들어가 버리었다.
  유복이가 그 노가의  집 문 앞에서 돌아설 배 해가  벌써 다 진 뒤라 그 길로 
어느 여염집에 가서  하룻밤 얻어 자고 이튿날  식전부터 나서서 강령읍내 노가 
성 가진 사람의  집을 줄뒤짐하여 찾아 다니었다. 유복이의 원수는  본바닥 사람
이라는데 타곳에서 이사  와서 사는 노가가 두 집이고, 유복이의  원수는 대대로 
농군이라는데 관속 다니는 노가가  두 집이고, 훈장질하는 노따가 한 집이고, 또 
백정질하는 노가가 한 집이고, 유복이의 원수는  자손이 번성하다는데 식구 단출
한 노가가 세 집이고 그  외에 자손 많은 집은 곧 유복이가 전날 저녁때 찾아가
서 양대 나이가  넘고 처진다고 말하던 노가이었다. 유복이의 원수가  자식 손자
가 많았다고 하지마는 이십여 년  동안에 혹시 집안이 폭 망하여서 지금은 식구 
단출하게 지내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라 단 내외 사는 노가라도 원수의 자식이
나 손자가 아닌가  유복이는 의심하여 반드시 그 집안의 내력을  캐어물었다. 읍
내 사는 노가 여덟 집을 모조리 찾아다닌 뒤에 유복이가 원수 노가는 필경 어디
로 이사를 간 모양이니 그  이사간 곳을 뒤밟아가야 하겠다 생각하면서 잘 곳을 
찾으려오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며 다니는 동안에 어느 집 앞에를 와서 보니 사
람들이 많이 들락날락하는 것이 무슨 일이 있는  집 같아 보이었다. 유복이가 사
람 많은 데서 혹시 듣는 말이 있을까 하고 그 집에서 하룻밤 자기를 청하였더니 
젊은 사람 하나가      "오늘 밤에 우리 집에서는 자지 못하우. " 하고 거절하였
다. 유복이가 그 거절하는 이유를  물어본즉 "오늘이 우리 돌아간 조분님 대상날
인데 밤에 범새임을 할 터이니까 손님이 잘 수가 없소. " 하고 손의 잠 못 잘 것
을 이유삼아서 거절하는 것이라  유복이가 같이 밤새움을 하여도 좋으니 하룻밤 
새고 가게 하여 달라고 떼쓰다시피 말하니 그 젊은 사람이 한참 생각하다가  "그
러면 초저녁 제사 지낸 뒤에 이웃 사랑방에 가서 주무시게 해드릴 테니 아직 저
기 가서 앉으시오. " 하고  바깥마당메 깔아놓은 멍석자리를 가리켜 주어서 먼저 
앉아 있는 사람들을 한번 죽 돌아보고 그중에 나이 제일 많아 보이는 사람 옆에 
와서 앉았다. 노인들은 딴  자리에 모인 모양인지 거기 앉은 나이  제일 많아 보
이는 사람이 불과  사십여 세쯤 되어 보이어서  유복이가 평인사로 인사를 붙였
다. "우리 인사합시다. " "녜, 뉘 댁이시오? “ "나는 박서방이오. " "나는 고서방
이오. 어디 사시오? ”  "나는 떠돌아다니는 사람이오. " 한동안 지난  뒤 관가의 
폐문하는 삼현육각 소리가 들리더니  집에서 초저녁 제를 지내려고 준비가 분주
하였다. 안팎 마당에  톳불이 밝아서 바깥마당에서 집 안을 환하게  들여다볼 수
가 있었다.  처음에는 깎은 머리 중들을  한밥 잘 먹이는 모양이고  그 다음에는 
그 집 식구들이 제청 안팎에 모여 서서 울며불며 제를 지내고 제가 끝난 뒤에는 
곧 손님들을 대접하는데 안팎 마당 멍석자리에 널린 것이 음식이었다. 탁주동이, 
도야지다리는 말할 것도  없고 해산이 본곳 소산이라서  여러 가지 말린 생선에 
홍합, 해삼까지 있고 그외에 떡에 과실에 또는  부침개에 떡을 것이 많아서 유복
이는 의외에 배불리 잘 먹었다. 여러 손들이 먹을  것은 먹고 쌀 것은 싸서 음식
이 다 끝난 뒤에 제각기 주인보고 새벽제사 잘 지내라고 인사를 하고 일어설 때 
유복이를 맞아들인 젊은  사람이 유복이에게 와서 인제  잘 곳을 지시할 터이니 
같이 가자고 말하다가 유복이 옆에 있는 고서방이 마침 일어서려는 것을 보고  "
고서방 지금 가실라우? “  하고 묻고서 그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가시는 길에 
이 손님 주무실  데 좀 지시해 주시구려.  " 하고 부탁하였다. "어디루  지시하란 
말인가? ” "응선이네게나 취옥이네게나 어디든지 바깥방 있는 데루 지시하
시구려. " "그 사람들이 좋다구 할까? “ "좋다구 않거든 고서방 당신네 집 머슴
방두 좋지 않소. " 하고 그  젊은 따람은 곧 유복이를 보고 "이 고서방만 따라가
시면 하룻밤 편히 주무실  수 있을 것이오. 내일 아침에는 다시  우리 집으루 오
셔두 좋소. "  하고 말하여 유복이는 그 젊은 사람에게  치사하고 곧 고서방이란 
사람과 같이 일어섰다. 유복이가 고서방의 뒤를  따라오는 길에 고서방이 ”뉘집 
뉘집 할 것 없이 숫제 바루 우리 집으루 갑시다. " 하고 딸하여 유복이는 고서방 
집 머슴방으로 오게 되었다. 깜박깜박하는 기름불  밑에서 고서방의 머슴은 짚신
을 삼고 놀러들 온 동네  머슴은 아이 어른이 섞이어 앉아서 씩둑깍둑 지껄이고 
있었다.
머슴방 앞에서 고서방이 유복이더러 "자, 이 방으루 들어가시우.  " 하고 말한 구 
자기 집 머슴에게 "김서방, 이 손님 거기 좀 주무시게  하게. " 말을 이르고 자기
는 안으로 들어갔다. 여러 머슴들이 유복이 들어  오는 것을 보고 자리를 비키어 
주고 한동안은 잠자코 앉았더니 주인 머슴이 "손님, 거기  누우시우. " 하고 말하
여 유복이가 한옆에 떨어져서 벽을 향하고 누운 뒤에 머슴들은 또다시 지껄이기 
시작하였다. "작은쇠야, 너 오늘 어디루  나무 갔었니? “ "먼 산으루 갔었소. ” 
"또 강서상하고  같이 갔었구나. " "작은쇠  나무는 강서방이 맡아놓구 해주는데 
같이 가구말구. "  "자네두 작은쇠 나무를 못 해주어서 샘이  나지. " "미친 소리 
말게, 이 사람. " "작은쇠야, 강서방  어디 갔니? “ "강서방 어디 간 걸 내가 아
오? " "네가 모르면 누가  아니? ”   "대상집에서 밤새임한다더라. 어서 가보아
라. 너 줄라구 떡 싸놓더라. "  "여보, 김서방, 짚신 고만 삼구 치야기 좀 합시다. 
" "내일 나무하러 갈 때 맨발루 가구. “ "나무하러  갈 때 신을 신이오. 나는 도
망질칠 때 유렴이라구. " "왜 도망질은? ” "인제 모르는 사람이 없이 다 아니까 
말이지만 고서방이 별른다며. "  "공연히 별른다구 애매한 사람이 도망질칠 까닭
이 있나. " "아까두 김서방한테 말할 때  고서방 눈이 곱지 않습디다. " "이애 작
은쇠야, 고서방이 칼 가는 것을 너두 보았다지? “ "그럼 칼을 갈구 나서 연눔을 
한번에 하구 중얼거리며 일어설 때  상호가 무섭기라니 나는 그날 밤에 꿈을 다 
꾸었소. " "아니 자기 여편네  버릇을 잘못 가르쳐놓구 아무나 함부루 죽인단 말
이야? 그렇게 사람을 죽일래서는 사람 씨 지겠네.  " "하여튼 김서방 조심하오. " 
"고서방이 이날 이때껏 안해 덕에  사는 사람인데 마누라를 죽여 밥을 죽이라지. 
" "큰골 노첨지네 떼서리가 언간히 세야지. 섣불리  날뛰다간 고서방만 경치네. " 
"고서방이 안해에게 쥐어지내지만 지렁이두 밞으면 꿈질한다구 누가  아나? ” "
여기 고서방이 노첨지 둘째사위지? “  "그렇지, 맏사위는 쇠우물 조서방이구 끝
엣사위는 두뭇개  이서방이지. " "이서방이  셋째사위지, 끝엣사위차 다  무어요? 
” "아니, 노첨지 딸이  삼형제 아니야. " "시집 간 딸은 삼형제지만  시집 안 간 
딸은 셈에 치지 않구. " "시집  안 간 딸이 어디 있어? “ "작년에 난 딸이 있는
데? ” "옳지, 서른  몇 살 먹은 여편네를 얻어가지구 작년에  났다더군. " "요전
에 내가 큰골 호미씻이에 갔었는데  칠십 먹은 늙은이가 젖먹이 딸을 가루 안구 
다니는 꼴이라니 눈꼴이  시어 못 보겠더군. 모르는 사람은 손녀나  증손녀루 알 
것이야. " "그럼, 노첨지 증손자가 열 살 넘은 아이가 있는데 말할 것 무어 있나. 
증손녀루두 몇째 증손녀지. " "칠십 먹은  늙은이가 기운두 좋아. " "그 작은마누
라는 새파랗게 젊은데 아직두 몇을 낳을는지 모르지. “ "늙은이가 남부끄럽지두 
않은가 봐. " "제기, 우리 같은 젊은 놈은 기집맛을 못 보구. " "자네두  노첨지처
럼 천량만 있어 보게. 십리 밖 기집이 슬슬 기어들지 않나. "  "딸 삼형제두 노첨
지를 닳아서 행실들이 부정한 거야. " "그런지두 모르지. " "오늘 밤에 노첨지 귀
가 가렵겠다. "  "재채기는 아니하구. " 여러 머슴들이 잡상스럽게  지껄일 때 유
복이는 그 지껄이는 말을 그다지  귀담아 듣지 아니하다가 노첨지 말이 난 뒤부
터는 혹시 한마디다도 빠뜨리고 못  들을까 보아서 한편 귀 눌러 베었던 목침을 
관잣놀이 위로 솟치어 베고 숨결까지  죽이고 듣고 있었다. "자네 대상집에 갔었
던가? ” "못 갔네. " "대상은 잘 차렸을걸? “ "지지난 장에 농우소까지 냈으니
까 잘 차렸을 테지. " 하고 머슴들의 이야기가 제사로 비꾸러지기 시작하더니 귀
신으로 도깨비로 한없이 다른  데로 흘러나나고 다시 노첨지에게로 돌아오지 아
니하여 유복이는 솔에  조바심이 났다. 나중에 유복이는 참다 못하여  오줌 누러 
일어나는 체하고 밖에를 한번  나갔다가 들어온 후에 좌중을 향하여 "큰골이  여
기서 몇 리나 되우? ” 하고 물으니 어른 머슴 한 사람이 "십 리요. " 하고 간단
히 대답하였다. "어느 쪽으루 가우? “ "해주  가는 길가요. " "나는 이번에 해주
서 왔는데 큰골을  지나왔겠구먼. " "그러면 큰골 앞을  지나오셨겠지요. " "바루 
길가요? ” "큰길에서 조끔 들어가우. " "동네가 크우? “ "그렇게 클 것두 없지
만 포실하우. "  "큰골두 노첨지네 대소가뿐이지 동네야 포실할 것  무어 있나. " 
하고 다른 사람이 말참례하고 "그럼 노첨지네가 큰골 주인 셈이지. " 하고 또 다
른 사람이 뒤를 달아서 유복이의 소망대로 이야기가 노첨지에게로 돌아왔다. "노
첨지네는 형세가 점점  더 는다데. " "큰골 동네 앞  좋은 땅은 거지반 노첨지네 
대소가에서 다 지으니 형세 늘 것 아닌가. " "그 늙은이가 수단이 좋으니까 지금
은 형세가 늘지만 늙
은이만 죽구 없어 보게. 그 아들 손자는 지금처럼 못 살 게니. " "그렇지, 갈모루 
이서방네가 여간  잘살았나. 지금 노첨지네버덤 낫었지.  그렇지만 요전 등내 때 
관가에서 한번 잡아 가두는 바람에 살림을 죄다 떨어바치지 않았나. " 주인 머슴 
김서방이 삼던 신을 끝마치고 돌아앉아서 다른 사람의 말하는 것을 듣고 있다가 
"노첨지는 난 사람이야. " 하고 말을 내니 유복이 가까이 앉아 있는 곰배팔이 한 
사람이 김서방을 건너다보며  "잘났던 못났던 나씨는 났지. " 하고  말을 받았다. 
"노첨지가 잘났단 말이야. " "노첨지의 심보루 보면 빌어두 못 먹어야 싸지만 그
래두 늙게까지 아무  근심 없이 잘사니 하느님이  귀가 먹었거나 눈이 멀었지그
려. " "왜  하느님이 곰배팔이는 아니든가? ” "내가 하느님이면  벌써 요정났네. 
" 두 사람의 말이 여러 사람의 웃음을 자아내어 좌중이 웃음판이 되었다가  웃음
이 끝이 나며 한 사람이 곰배팔이를 보고 "오서방의 고모부 아저씨가 노첨지  때
문에 서울까지 잡혀간 일이  있었다지? “ 하고 물으니 그 곰배팔이 오서방이 "
그랬다네. 우리는 보지 못한 일이지만 우리  아주머니가 지금도 이야기를 하니까 
그것만 보더라도 노첨지 심보가 젊었을 적부터 고약하던 걸 알 수 있지 않은가? 
” 하고 김서창을 건너다보았다. 김서방은 잠자코  있고 작은쇠란 얼굴 나부죽한 
아이가 "나도  한번 서울 잡혀나 가보았으면,  서울 구경하게끔. “ 하고  나서니 
오서방이 "이 자식아, 서을  구경은 다 무어냐. 볼기가 맞구 싶거든 이 자리에라
두 엎드려라. 돌림매로 실컨 때려줄 테니.  " 하고 박을 주었다. "누가 볼기 맞구 
싶다나. " "서울 잡혀가면 볼기쯤은  툴맛이야. 이 자식아, 너 아니? ” 작은쇠가 
무슨 말대꾸를 하려고 입술이 나불나불할 즈음에 김서방이 오서방을 건너다보며 
"노첨지가 서울에만 났었더면 그때두  큰 공신 벼슬을 했을 것인데 원수의  시골 
사람이라 무명 세 필 상타구 말았다데. " 하고 여전히 노첨지를 두둔하여 말하니 
오서방이 한 자리  앞으로 나앉으며 "아니 이 사람차, 그래  친구 하나는 죽이구 
친구 하나는 볼기 맞히구 무명 세 필 상탄 것이 장한 일인가? “ 하고 시비조로 
대답하였다. 이때껏 말이 없이 듣고 앉았던 유복이가 "옳다! " 하고 손뼉을  치니 
곰배팔이 오서방은 자기 말을 옳다는 줄로 여기고 "손님 그렇지요. 그런 법이 어
디 있겠소? ” 하고 유복이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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