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화원 ㅡ 붉은가슴울새의 둥지

단밤이 | 2024.01.11 19:29:19 댓글: 4 조회: 292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39527
The Secret Garden

(비밀의 화원)


붉은가슴울새의 둥지
디콘은 2, 3분 동안 가만히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고, 메리는 디콘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마침내 디콘이 주위를 살며시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디콘은 메리가 사방이 담장으로 둘러싸인 이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발걸음이 훨씬 더 가벼웠다. 디콘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듯 사방을 둘러보았다. 잿빛덩굴이 칭칭 감고 올라가 가지에서 축 눌어져 있는 잿빛 나무들, 담장 표면과 풀밭 사이로 마구 뒤엉킨 덩굴들, 돌로 된 자리들과 그 사이에 키 큰 꽃병들이 놓여 있는 상록수 벽감들.
"이곳을 보게 될 거라구는 상상두 못 하였어요." 마침내 디콘이 속삭이듯 말했다.
"이곳에 대해서 알고 있었어?" 메리가 물었다.
메리가 목소리를 높이자 디콘이 손짓을 했다.
"작은 소리루 말해야 하여요." 디콘이 말했다. "안 그러면 누군가 우리 목소리를 듣구 이 안에서 뭘 하구 있는지 궁금해헐 테니깐요."
"오! 깜박했어!" 메리가 크게 놀라 얼른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이 정원에 대해서 알고 있었어?" 메리는 진정하고는 다시 물었다.
디콘이 고개를 끄덕었다.
"마사 누나가 아무두 들어가지 않는 정원이 있다구 말해주었어요." 디콘이 대답했다. "우린 거기가 어떤 모습일라나 늘 궁금하였죠."
디콘이 말을 멈추고 주위에 마구 뒤엉켜 있는 아름다운 잿빛 덩굴을 둘러보았다. 디콘의 동그란 눈에 행복이 차올라 묘할 정도로 반짝거렸다.
"이야! 봄이 오면 여긴 온통 둥지 천지가 될 거여요." 디콘이 말했다. "영국에 둥지를 튼다면 여기만큼 안전한 덴 없을 테니깐요. 아무두 가까이 오지 않을 테구, 가지에 덩굴이 뒤엉킨 나무하구 덤불장미들은 둥지를 틀기에 딱 좋구요. 황무지 새들이 전부 여기에 둥지를 안 트는 게 이상할 정도여요."
메리 아가씨는 자신도 모르게 다시 손으로 입을 가렸다.
"장미가 필까?" 메리가 속삭였다. "넌 알 수 있니? 내 생각에는 전부 다 죽은 것 같아."
"에이! 아니어요! 전부는 아니여요! 전부 다 죽진 않았다니깐요." 디콘이 대답했다. "여길 보셔요!"
디콘이 제일 가까운 나무로 다가갔다. 껍질에 회색 이끼가 빈틈없이 뒤덮였지만, 마구 뒤엉킨 덩굴과 가지들의 장막을 잘 떠받치고 있는, 늙고 늙은 나무였다. 디콘이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날 하나를 잡아 뺐다.
"여기엔 죽은 나무가 많으니깐 베어내야 해요." 디콘이 말했다. "그리구 늙은 나무들두 많아요. 하지만 이건 작년에 새로 난 가지여요. 여긴 새싹이구." 디콘은 바짝 마르고 딱딱한 회색이 아니라 갈색이 감도는 녹색 순을 만졌다.
"이거?" 메리가 물었다. "이게 정말 살아 있어? 정말?"
디콘은 입술이 반달이 되도록 환하게 웃었다.
"아가씨하구 저만큼이나 쌩쌩허지요." 디콘이 말했다. 메리는 "쌩쌩하다"는 말은 "살아 있다"나 "생기 넘치다"라는 뜻이라고 마사에게 배운 기억이 났다.
"쌩썡해서 정말 기뻐!" 메리가 속삭이듯 말했다. "이곳에서 자라는 식물이 전부 쌩쌩하면 좋겠어. 우리, 이 정원을 둘러보고 쌩쌩한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 세어보자."
메리는 어찌나 열을 냈는지, 숨까지 헐떡거렸다. 물론 디콘도 메리만큼 신이 났다. 두 아이는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이 덤불에서 저 덤불로 돌아다녔다. 디콘은 계속 손에 칼을 들고 다니며 메리에게 이것저것을 보여주었고, 그럴 때마다 메리는 좋아했다.
"저 장미들은 마구잡이루 자랐구만요." 디콘이 말했다. "하지만 젤 강인한 장미들은 잘 자라구 있어요. 가장 예민한 애들은 죽었지만, 나머지 장미들은 자라구 또 자라구 여기저기루 퍼지구 퍼져서 멋지게 자랐어요. 여길 보셔요!" 그러면서 디콘은 말라비틀어진 듯 보이는 굵은 회색 가지를 잡아당겼다. "누군가는 이 나무가 죽었다구 생각헐 수두 있어요. 하지만 전 그래 생각 안 하여요. 저 아래 뿌리까지 살아 있어요. 여길 잘라볼 테니깐 잘 보셔요."
디콘은 무릎을 꿇더니, 땅 가까이에 나 있는 죽은 듯 보이는 가지를 잘라냈다.
"자, 보아요!" 디콘이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 "제가 그랬죠. 이 나무엔 아직 녹색 부분이 있어요. 잘 보셔요."
메리는 디콘이 말을 하기 전부터, 무릎을 꿇고 눈을 부릅떠 그 가지를 보았다.
"이렇게 녹색이 돌구 수액이 나오면 쌩쌩한 거여요." 디콘이 알려주었다. "속이 말랐구 쉽게 부러지면 이미 죽은 거구요. 제가 잘라낸 얘처럼요. 여기 커다란 뿌릴 보세요. 여기서 새로 가지들이 자랐잖아요. 늙은 나무들을 다 베어내구 주위 땅을 잘 갈아주구 보살펴주면." 디콘은 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머리 위로 축 늘어지기도 하고 나무를 타고 올라기도 하는 덩굴을 보았다. "이번 여름에 여긴 장미 분수가 될 거여요."
두 아이는 이 덤불에서 저 덤불로,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돌아다녔다. 디콘은 매우 튼튼하고, 칼을 재주 있게 잘 다루고, 마르고 죽은 나무를 베어내는 법을 잘 알았다. 영 가망이 없어 보이는 가지나 잔가지여도, 그 속이 여전히 녹색으로 싱그러운지 알아낼 수 있었다. 30분 정도 흐르자 메리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디콘이 죽은 듯한 가지를 잘라냈는데 그곳에서 촉촉한 녹색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일라치면, 메리는 숨을 죽인 채 환호했다. 삽과 괭이, 쇠스랑은 몹시 쓸모가 있었다. 디콘은 삽으로 뿌리 주위 흙을 파서 땅을 헤집고 공기가 들어가게 하면서, 한편으로는 메리에게 쇠스랑 쓰는 법을 보여줬다.
두 아이는 가장 커다란 장미관목 주위에서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런데 일을 하던 디콘이 뭔가를 보고 놀라서 탄성을 질렀다.
"이야!" 디콘이 얼마 떨어진 풀밭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누가 저렇게 작업하였어요?"
연두색 새싹들 주위로 메리가 풀을 뽑아준 곳이었다.
"내가 했어." 메리가 말했다.
"세상에, 아가씨는 정원 일을 암것두 모르는 줄 알았어요." 디콘이 감탄을 했다.
"몰라." 메리가 대답했다. 하지만 싹들은 너무 조그마한데 주위의 풀잎들은 너무 무성하고 튼튼하더라고. 싹이 숨 쉴 틈이 없어 보였어. 그래서 숨 쉴 틈을 만들어줬지. 저 싹들이 무슨 싹인지도 나는 몰라."
디콘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가까이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옳게 생각하였어요." 디콘이 말했다. "어떤 정원사두 그보다 더 잘 설명 못 할 거여요. 지금 이 싹들은 잭의 콩줄기처럼 쑥쑥 자라는 중이여요. 크로커스와 아네모네여요. 그리고 여기 요것들은 수선화들이구요." 다른 땅바닥을 돌아보더니 또 말했다. "여기 얘네들은 나팔수선화구만요. 이야! 곧 멋진 광경이 펼쳐질 거여요."
디콘은 메리가 풀을 뽑은 곳 여기저기를 돌아보았다.
"쬐끄만 아가씨치구 일을 정말 많이 허셨네요." 디콘이 메리를 훑어보며 말했다.
"난 점점 살이 붙고 있어," 메리가 말했다. "그리고 점점 더 힘도 세지고, 전에는 늘 피곤했어. 지금은 땅을 파도 전혀 피곤하지 않아. 흙을 팔 때 나는 흙냄새가 참 좋아."
"그건 아가씨한테 진짜루 좋아요." 디콘이 슬기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영양이 풍부하구 깨끗한 흙냄새보다 더 좋은 거는 없죠. 딱 하나 빼구. 그건 바로 비가 내린 담에 쑥쑥 자라는 식물한테 나는 냄새여요. 저는 비오면 황무지에 수두 없이 나가서, 덤불 아래 편케 누워 히스꽃으루 빗방울이 살곰 떨어지는 소릴 들어요. 그러면서 연신 코를 킁킁거리죠. 제 코끝이 토끼 코처럼 찡긋거린다구요. 어머니가 그러셨어요."
"감기에 절대 안 걸리나 봐?" 메리가 디콘을 보며 물었다. 메리는 이렇게 재미나기도 하고 착하기도 한 남자아이를 처음 보았다.
"안 걸려요." 디콘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태어나서 한번두 감기에 안 걸렸어요. 그렇게 약골로 자라지 않았구만요. 전 날씨가 어떻든 토끼들처럼 황무지 사방을 뛰어다니니깐요. 어머닌 제가 12년 내내 황무지에서 신선한 공기를 너무 많이 마셔서, 감기 들어올 자리가 없는 거라구 하셔요. 전 산사나무로 만든 지팡이만큼 단단허지요."
디콘은 이야기를 하는 내내 계속 일을 했다. 메리는 디콘을 따라다니며, 쇠스랑이나 모종삽으로 일을 도왔다.
"여긴 할 일이 진짜루 많아요!" 한번은 디콘이 좋아 죽겠다는 듯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너 또 와서 정원 가꾸는 일을 도와줄래?" 메리가 애원하듯 말했다. "나도 도움이 될 수 있어. 땅을 갈고, 잡초를 뽑을 수도 있어. 네가 시키는 건 뭐든 할게. 제발! 꼭 와줘, 디콘!"
"아가씨가 원하시면, 비가 오든가 해가 반짝이든가 매일 올게요." 디콘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평생 오늘처럼 재미있던 날은 없었어요. 담장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정원을 다시 깨우는 일 말이여요."
"네가 와준다면." 메리가 말했다. "네가 이 정원을 되살리도록 도와준다면, 나는 뭘 하면 될까." 메리가 어쩔 줄 몰라하며 말했다. 이런 남자아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가씨가 앞으루 허실 일을 알려드릴게요." 디콘이 행복한 듯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가씨는 살이 찌구 새끼 여우처럼 배가 고파질 거여요. 저처럼 아가씨두 울새와 이야기하는 방법을 알게 될 거구요. 이야! 우리는 정말 재미있을 거여요!"
디콘은 다시 걷다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나무들과 담장, 덤불을 보았다.
"저는 여길 정원사들이 가지를 쳐서 깔끔하게 다듬고 모양을 내는 정원처럼 만들고 싶지 않아요, 안 그러셔요?" 디콘이 말했다. "이곳은 식물들이 제멋대루 자라구, 가지며 덩굴이 축 늘어지거나 서로 뒤엉켜 있는 편이 더 근사할 거여요."
"깔끔하게 다듬지 말자." 메리도 염려하듯 말했다. "이곳이 깔끔하면 비밀 정원이 아닐 것 같아."
디콘이 유난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붉은 머리를 벅벅 문질렀다.
"이곳은 확실히 비밀 정원이여요." 디콘이 말했다. "그런데 10년 전에 잠긴 다음에도 울새 말구두 누군가 여기 들어온 게 분명해요."
"하지만 문은 잠기고 열쇠는 묻혀 있었잖아." 메리가 말했다. "아무도 못 들어왔어."
"그건 그렇지만요." 디콘이 말했다. "이곳은 정말 기묘해요. 암만 봐두 몇 해 전에 여기저기 가지를 치구 가꾼거로 보여요."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메리가 말했다.
디콘이 장미 가지를 자세하게 살펴보더니 고개를 가로 저었다.
"맞아!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디콘이 중얼거렸다. "문은 잠겼고 열쇠는 땅에 파묻혀 있었구만."
메리 아가씨는 아무리 오래 살아도 자기 정원이 되살아나기 시작한 첫 아침을 잊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늘 들었다. 물론 정원이 메리를 위해 그날 아침부터 되살아난 듯 보였다. 디콘이 씨를 뿌리려고 풀을 뽑기 시작하자, 메리는 배질이 메리를 놀리고 싶을 때면 부르던 노래가 떠올랐다.
"방울처럼 생긴 꽃도 있어?" 메리가 물었다.
"은방울꽃이 그렇지요." 디콘이 모종삽으로 땅을 파며 대답했다. "앵초하구 초롱꽃두 그렇구요."
"씨을 심어보자." 메리가 말했다.
"은방울꽃은 여기에 벌써 있어요. 제가 봤어요. 은방울꽃들이 너무 따닥따닥 붙어서 자라니깐 솎아줘야 하지만 여기 잔뜩이니 괜찮아요. 다른 꽃들은 씨를 심구 꽃이 피려면 2년이 걸리죠. 그러니까 우리 집 정원에서 꽃을 몇 포기 뽑아서 올게요. 아가씨는 뭔 꽃이 좋으셔요?"
그러자 메리는 인도의 배질과 그 형제자매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아이들이 너무 싫었고, '고집불통 메리 아가씨'라는 별명으로 불렸다고 털어놓았다.
"그 아이들은 손을 잡고 빙빙 돌며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불렀어. 이런 노래지.
고집불통 메리 아가씨,
정원은 잘 자라나요?
하얀 방울꽃들과 조가비들과
금잔화들이 쪼르르 늘어서 있지.
이 노래가 막 떠올랐는데, 하얀 방울처럼 생긴 꽃이 정말 있는지 궁금해졌지 뭐야."
메리가 살짝 인상을 쓰고, 아주 심통을 부리듯 모종삽을 땅에 푹 박아 넣었다.
"난 그 애들만큼 못된 아이는 아니었어."
그러자 디콘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죠!" 아이가 말했다. 그리고 메리가 눈길을 준 비옥한 시커먼 흙덩이를 부수더니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이렇게 꽃들이 자라구, 기꺼이 친구가 될 야생동물들이 분주하게 집을 만들구, 둥지를 짓구 노래하구 지저귀는데, 심술을 부릴 필요 없다니깐요, 안 그래요?"
메리는 씨앗을 든 채 새 친구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찌푸렸던 얼굴을 펴 디콘을 바라보았다.
"디콘." 메리가 말했다. "너는 마사가 말한 것처럼 좋은 아이야. 나는 네가 좋아. 그래서 넌 다섯 번째 사람이야. 내게 좋아하는 사람이 다섯이나 생길 줄을 꿈에도 몰랐어."
디콘이 마사가 쇠살대를 청소할 때처럼 발꿈치를 깔고 앉았다. 동그랗고 푸른 눈에 발그레한 볼, 끝이 하늘로 들린, 행복해 보이는 코를 가진 디콘이 유쾌하고 즐거워 보인다고 메리는 생각했다.
"좋아허는 사람이 겨우 다섯이라구요?" 디콘이 말했다. "나머지 넷은 누구여요?"
"네 어머니와 마사." 메리가 손가락을 하나씩 꼽으며 말했다. "그리고 울새와 벤 웨더스태프 영감님."
디콘은 어찌나 배꼽이 빠져라 웃었는지, 팔로 입을 가려 소리를 죽여야 할 정도였다.
"아가씨가 절 이상한 녀석이라구 생각허는 거 다 알어요." 디콘이 말했다. "허지만 아가씨두 제가 본 가장 이상헌 여자아이여요."
그러자 메리가 이상한 행동을 했다. 앞으로 몸을 기울이고, 전에는 어느 누구에게도 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질문을 디콘에게 한 것이다. 게다가 요크셔 말투로 물어보았다. 그 말투가 디콘이 쓰는 말투였고, 인도에서는 원주민의 말을 알아들으면 원주민이 늘 좋아했기 때문이다.
"너두 날 좋아허니?" 메리가 물었다.
"그쵸!" 디콘이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당연허죠. 저는 아가씨가 진짜루 좋아요. 아마 울새두 그럴 거여요. 분명 그럴 거구만요!"
"이제 둘이야." 메리가 말했다. "나한테도 둘이 있어."
잠시 후 두 아이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더 즐겁게 일을 하기 시작했다. 메리는 정원의 커다란 시계가 점심시간을 알리자, 깜짝 놀라며 아쉬워했다.
"가봐야 해." 메리는 기가 푹 죽어 말했다. "너도 가야 하지, 그렇지?"
디콘이 빙그레 웃었다.
"제 점심은 가지구 다니기 쉬워요. " 디콘이 말했다. "어머니가 항상 주머니에 먹을 걸 넣어주셔요."
디콘은 풀밭에서 외투를 집어 들더니, 주머니에서 거칠지만 깨끗한 파란색과 흰색 손수건에 싼 작은 꾸러미를 꺼냈다. 사이에 뭔가 얇은 조각을 한 장 끼운 두툼한 식빵 두 장이었다.
"평소엔 빵밖에 없어요." 디콘이 말했다. "그런데 오늘은 빵 사이에 기름진 베이컨이 들어 있구먼요."
메리는 이상한 점심 같다고 생각했지만, 디콘은 맛있게 먹을 준비가 된 모양이었다.
"어서 가서 점심을 드셔요." 디콘이 말했다. "저 먼저 먹을게요. 집에 돌아가기 전에 일을 좀 더 해둘 거구요."
디콘이 나무에 등을 댄 채 앉았다.
"울새를 불러낼 거라구요." 디콘이 말했다. "그리고 녀석에게 먹으라구 베이컨 쪼가리를 줄 거구요. 울새들은 기름을 엄청 좋아하니깐요."
메리는 차마 디콘을 두고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문득 디콘이 숲속 요정이어서 다시 정원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사라지고 없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콘은 너무 좋은 사람이라, 진짜 사람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메리는 천천히 발을 옮겨 담장에 난 문으로 반쯤 가더니, 우뚝 멈춰섰다가 디콘에게 돌아갔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너는, 너는 절대 말하지 않을 거지?" 메리가 말했다.
양귀비꽃처럼 발그레한 두 볼은 막 베어 먹은 베이컨과 빵으로 불룩했지만, 걱정 말라는 듯 미소는 지을 수 있었다.
"아가씨가 울새인데, 둥지를 어디 틀까 저한테 말허면 제가 그걸 누구한테 말헐까요? 전 그러지 않는다니깐요." 디콘이 말했다. 아가씨는 울새만큼 안전하셔요."
마침내 메리는 자기의 비밀이 안전하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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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252.♡.103
뉘썬2뉘썬2 (♡.169.♡.51) - 2024/01/13 09:18:25

깔끔하게 다듬지말고 비밀스럽게 가꾸자는 아이들생각이 너무 기엽고 재밋어요.
정원을 마주한후 메말랏던 메리의 가슴에 사랑하는 마음이 피여나는것 같아요.
마치 봄꽃처럼.

혼자하기보다 둘이 함께라면 정원 가꾸는일도 훨씬 신나겟죠.

단밤이 (♡.252.♡.103) - 2024/01/13 09:27:26

저도 비밀 화원 만들고 싶어요 ㅋㅋㅋ

뉘썬2뉘썬2 (♡.169.♡.51) - 2024/01/13 09:32:47

갑자기 시골로 놀러가고싶어요.흙냄새 맡아보구싶구 ㅋㅋ

단밤이 (♡.252.♡.103) - 2024/01/13 09:53:36

저도요 ㅋㅋ 폭신한 땅을 걸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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