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세심한건지 배려깊은건지..ㅋㅋ

듀푱님듀푱님 | 2023.09.05 15:47:16 댓글: 1 조회: 487 추천: 1
분류단순잡담 https://life.moyiza.kr/freetalk/4500571
회사에서 나온 후 여자친구 집에서 지내고 있다.

여자친구는 일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집안일을 하고 있다.
집안일은 솔직히 별 거 없다. 그래서 하고 있다.

밤에 잠도 안 오고 내가 뭘하고 있나 그냥 적어보기로 했다.



1. 청소

아침에 일어나면, 모든 창문을 열고 환기한다.
너무 덥거나 추우면 10분 정도만 한다.

환기하는 동안 청소기를 돌리거나 가구에 조금씩 쌓인 먼지를 닦는다.
빨래는 이틀에 한번씩 돌리고 여자친구가 돌아오면 그 날 입은 옷과 수건을 돌린다.

그 외로 3일에 한번씩 베개를 세탁하고 이불은 2주에 한번씩 세탁한다.

곰팡이가 자주 생기고 오염이 쉬운 욕실은 2주에 한번씩 청소하고
집 전체를 청소하는 건 한달에 한번씩 했다.

설거지는 바로바로




2. 요리

여자친구는 새벽에 일찍 나가 3시 전후로 퇴근한다.

나는 점심과 저녁, 그리고 끼니 사이에 간식을 챙겨준다.

여자친구는 편식이 없지만, 사람은 항상 같은 걸 먹지 않기 때문에 일주일동안 메뉴가 안 겹치게 노력하고 있다.
고기반찬이 주 메인이고 고기와 어울리는 채소와 국물요리를 준비해두는 편이다.

여자친구가 퇴근하고나면 바로 씻으러가는데 씻고나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요리를 한다.
그렇게 첫 끼를 해결하고나면 4시간 정도 쉬는데 여자친구는 대부분 자면서 체력을 회복한다.
나는 여자친구가 일어나기 30분 전에 설거지를 끝내고 저녁밥을 차려놓는 편이다.

메뉴를 정하는 방법은 여자친구의 말과 행동에서 힌트를 얻는다.
유튜브 보는 데 고기가 자주 보인다든지, 특정 대화(겨울엔 역시 전골이 좋지)에서 라든지,
유심히 관찰하면 메뉴에 대한 걱정은 안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아, 요즘 이거 안 먹은 지 좀 됐는데 만들어봐야지 싶은 날이 있다.
예를 들어, 호박죽이나 베트남 월남쌈, 버섯전골, 고등어구이 등등




3. 여자친구의 스트레스 관리

"여자친구가 애냐? 이런 것도 챙겨주고 있네" 싶겠지만, 어리석은 소리.

이건 정말 중요한거다. 단순히 함께 동거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동반자다.
앞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우린 8년째 연애 중이고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사이이다.

그렇기에 더욱 내 반려자의 행복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

나는 여자친구의 스트레스 관리를 이렇게 하는 편이다.



3-1. 작은 것들

뭐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둔해도 사람들은 환경에 예민한 편이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살짝 삐뚤어진 가구, 어지럽게 놓인 헤어핀, 정리되지 않은 이불,
여름철 초파리와 날벌레들, 겨울의 자잘한 찬기운 등등

정말 사소하지만 괜히 신경쓰이는 것들이 있다.
이런 요소들을 제거해주면 신경 쓸 게 없어서 심신이 편해진다.

예를 들어,
초파리와 찬기운은 좀 오바하는 거 아닌가싶지만,
자기 직전 초파리와 스마트폰에서 얼쩡댄다거나 찬기운 때문에 잠자리가 불편해질 수 있다.(여자친구는 주로 악몽을 꿈)

초파리는 설거지와 음식물 제거를 제때제때 해주면 덜 생겼고
찬 기운은 창가에 커튼을 단다거나 핫팩을 데워다주면 해결되었다.



3-2. 무엇을 하든 냅둔다.

퇴근하고 돌아와서 누워서 스마트폰만 본다든지, 하루종일 잠만 잔다든지
뭘하든 냅둔다. 언급조차 안한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 지 외출하고 싶다고 하면 차를 빌려서라도 멀리 다녀오거나
같이 바람도 쐴 겸 먹을걸 사러가기도 한다.

일하는 건 정말 고되고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으로 생긴 스트레스는 잘 풀어야하고 그 방법에 대해선 도의적으로 어긋나지않는 이상
나는 관여하지 않는다.



3-3. 사랑을 표현한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정말 다양하다.

내 방법은 별 거 없다.

짐이 많다거나 비가 많이 오면 버스 정류장에서 마중 나간다.
가끔씩 차를 빌리면, 출퇴근길을 전부 도와준다.
못 나가고 집에서 반기는 날은 입구로 나와 안아준다.
씻고 나오면 얼굴만 조심스럽게 닦아주고 뽀뽀해준다.
오늘도 고생했다, 오늘 하루는 어땠나 물어본다.
누워서 뒹굴거리며 유튜브 보고 있으면 뒤에 누워 함께 보거나 조용히 안아준다.
같이 밥 먹을 때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만 한 두번 먹여준다.(쌈채소 먹을때만)

기타 등등 더 많은데 별 거 없다.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자친구가 좋아해서 꾸준히 하고 있다.
보통 한번 해보고 아니다싶으면 안한다.

무엇이든 싫어하거나 귀찮아하는 걸로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 게 가장 좋다.



3-4. 잠

여자친구는 잠에 금방 들지만, 간혹 잠에 안 들 때가 있다.
그럼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여자친구를 재운다.

-따뜻한 우유

-핫팩(눈/복부)

-마사지(다리)

-조용한 ASMR(빗소리/풀벌레소리 등등)

한꺼번에 하면 부산스러워서 방해만 되기 때문에 하나씩 해보는 편이다.
보통 한 두개하면 금방 잔다.

다른 방법도 있긴한데 이건 19금이라 언급하지 않겠다.


이렇게 하고나면 스트레스가 보통 없다시피 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안될 때가 있긴하다.
그건 대부분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라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저 무슨 일 때문인지 말 걸어주고 잘 들어줘야만 한다.

이 문제는 일을 그만두거나 근무지를 바꾸지 않는 이상 제대로 회복할 수 없기에
날마다 새로 받는 퀘스트라고 생각하고 고민상담을 날마다 새롭게 들어주면 된다.
그럼 최소한 우울증은 피한다.



-



여자친구는 무엇 때문인지 별 거 없는 내 나날을 보고 결혼 결심이 더욱 들었다고 한다.

심지어 필요할 때 쓰라고 용돈까지 줬는데 여자친구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 지 알고 있어서

이 돈을 함부로 쓰고 싶지 않다. 언젠가 자기 월급을 전부 관리해보라고 했었는데 나는 기겁하며 거절한 적도 있다.

요즘은 일하지말고 가정주부로써 집안일만 해도 된다고 했지만, 주변 어른들이 탐탁치 않을 거 같다.



아무튼 기만이자 자랑일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별 거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뜬금없지만, 존경한다고 말하고 싶다. 매일 꿋꿋하게 일하는, 여자친구와 모든 사람들을(내가 퇴사한 회사의 직원놈들 빼고)

왜냐면, 나는 너무 쉽게 회사로부터 도망쳤으니까.

그렇기에 내 생활은 별 거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친구는 철야로 일하고 있고,

내가 모르는, 어떤 사람들은 잠든 이들의 편의를 위해 일하고 있다.

그렇기에 내 생활은 더욱 별 거 없다.

이만 글 줄이며, 모두 힘내자.
추천 (1) 선물 (0명)
IP: ♡.163.♡.135
뉘썬2뉘썬2 (♡.203.♡.82) - 2023/09/05 22:00:38

너처럼 마음을 비우며 사는것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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