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탐내도 될까? (22회)

죽으나사나 | 2024.03.01 10:15:12 댓글: 0 조회: 202 추천: 1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50892
너를 탐내도 될까? (22회) 원칙에 어긋나는 일.
"아까 네 전화를 받고 대표님 비서실에 언뜻 가 보았는데 조금 있다 실장님이랑 나가신다고 들었어. 너 대표님 만나려면 빨리 와야 될 거 같아."
저번처럼 무작정 뛰어 들어갈 생각은 없었고 이번엔 본부장 비서실에 있을 정연이한테 미리 연락을 했다.
"그래. 알았어. 고마워."
스파이 친구 덕분에 얼른 시동을 걸고 영진 그룹으로 향했다. 정연한테서 수시로 문자가 왔다. 
본부장 실에 오늘 그분이 안 계신다더니 진짜 한가한 건지 지금 막 주차장에 들어온 하정이에게 또 문자가 도착했다.
<대표 실에서 금방 나갔어. 아마 지하로 내려갔을 거야.>
오케이,
하정은 운전대를 급히 돌리며 어디에 있을지 모를 기혁을 열심히 찾기 시작했다. 지하 1층, 지하 2층, 지하 3층까지 다다랐다.
회사가 크니 주차장도 끝이 안 보였다.
그러다 하정이 시야에 드디어 그 커다란 몸체가 보였다.
제대로 된 자리에 주차할 겨를도 없던 하정은 그대로 자신의 차에서 내렸다. 이한이가 빠른 발걸음으로 다가가 제 보스에게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고 하정은 마침 차에 오르려는 기혁을 불렀다.
"권기혁 대표 님!"
뜻밖의 장소에서 또 그 제 이름이 불리니 이번엔 바로 뒤돌아보는 기혁이었다. 변함없는 표정에 하정이를 담은 그는 고개를 돌려 이한을 보더니 머리만 살짝 까딱했다.
하정이가  찾아온 게 이상하지는 않았는지 둘은 서로의 작은 행동에도 그 뜻을 알아차렸다.
이한이가 자리를 피해주고 하정은 기혁이 차에 올라탔다.
"할 말이 있으면 빨리하시죠."
기혁이는 손목에 걸친 꽤 묵직해 보이는 클래식한 시계를 습관처럼 내려다보며 담담하게 먼저 말을 꺼냈다.
"인원 감축으로 인한 구조조정인지 구조조정을 위한 인원 감축인지 알고 싶습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자신의 호흡마저 다 들릴까 걱정이 된 하정은 들 숨 날 숨도 아끼다가 겨우 꾹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같은 말 아닙니까?"
반문하는 기혁의 말투는 놀리냐는 뜻이 담겨있는 듯했다.
"아니요, 많이 다르죠. 아예 리더스 인원 자체를 다 갈아치우려는 구조조정인지, 아니면 그냥 인원 감축이라면 왜 그 많은 인원을 다 해고하려고 하는지 알고 싶거든요."
"알 게 되면요?"
딱딱한 표정의 하정을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보며 기혁이가 다시 묻는다.
네가 이제 할 수 있는 게 뭐냐는 싸늘한 눈빛이었다.
"어찌 되었던 제 기획이었습니다. 그걸로 영진 그룹도 이득을 보게 된 거 아닌 가요? 리더스 직원들 그리 물렁하지 않습니다. 전체 인원의 60% 라니요. 저희 회사는 오래된 근로자분들이 많아요. 대부분 3년, 5년 그 이상으로 근속 근무를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회사의 성장에 크고 작은 기여가 많은 분들이고요. 근데 그 많은 직원들이 한 번에 다 잘려나가면 그 사람들은..."
초조함이 배어있는 하정을 무감하게 쳐다보던 기혁이가 그녀한테서 시선을 거두었다.
"윤하정 팀장 님."
"네."
"리더스는 작년 영업이익이 창업 이래 최고치를 올렸더군요. 다른 업계에서는 본받아 마땅한 기록이죠. 근데 그에 반해 당기순 이익은 놀라울 정도로 박살 난 거 압니까?"
기혁이 다시 하정이한테 고개를 틀었다. 
"기업인은 장사꾼이지 자선가가 아닙니다. 그걸 제대로 못 한 게 리더스 대표죠. 그 작은 회사에 그 많은 인력이 있다는 게 놀랍더군요. 뭐, 물론 리더스 자금으로 딴짓을 한 결과라고 하지만 리더스 사내에서도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닙니다. 거기서 제일 먼저 해야 할 건 구조조정이었고요."
아무 말도 못 한 채 입술을 짓누르며 잘근 씹는 하정을 보고는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려버린 기혁이.
"그래도 그냥 그렇게 내치기엔 그 사람들이 너무...."
"남을 걱정할 때가 아닌 듯싶은데요. 윤 팀장은 인수 합병에 공이 크니 그대로 그 자리에서 출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아니 지금 제 출근이 문제가 아니라..."
"빵, 빵."
시끄러운 경적음이 울렸다.
"차를 치워야 할 거 같은데,"
기혁은 뭔가 더 따지려고 드는 하정이한테 경적이 울리는 방향으로 눈 짓 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주차장을 빠져나가려는 차들이 하정이가 막 세운 차 때문에 못 나가고 있었다.
하정이는  자기 차와 기혁을 번갈아 보다 어쩔 수 없이 내려서 뛰어갔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차를 빼고 발견했을 땐 기혁이가 탄 차도 나가려고 출발을 하고 있었다.
"어 어?"
말이 안 끝났으니 당연히 기다릴 줄 알았는데 저리 그냥 간다고??
하정이는 다시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그래,
기업인들은 자선가가 아니지.
자비를 베풀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인원 감축이 필요하다면 그래야겠지. 
다만 그렇게 내치지 않고도 서로에게 괜찮은 다른 좋은 방안이 없는지, 꼭 그렇게 냉혈한 이어야 하는지 알고 싶다. 
어떻게든 대규모의 구조조정을 막으려면 권대표와 더 얘기를 해봐야 할 거 같은 하정은 어느새 그가 탄 검은색 세단 뒤를 밟고 있었다.
오지랖이라 해도 좋다. 어차피 사직서도 낸 회사는 하정이한테 개인적인 미련은 없어진 지 오래었다. 병원에서 그 말을 들은 후로는.
다만 머릿속에서 계속 떠나지 않는 이 자책감은 자신으로 하여금 뭐라도 꼭 해야만 했다. 
그게 가망이 없는 발악이라고 할지 언 정 시도는 해야 했다.
30분을 더 달렸나, 한적한 동네로 들어선  검은색 세단이 어느 한 저택 앞에서 멈추더니 기혁이만 내리고 차는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뒤따르는 게 들킬 가봐 가까이 못 갔던 하정은 대문으로 들어가는 기혁을 미처 불러 세우지 못했다.
여기가 권대표 집인가?
높은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대저택은 큰 나무들로 인해 내부는 아예 보이지가 않았다. 몇 개인지 모를 경보 장치들과 삭막함 가득한 담벼락을 보고 있으니 여긴 누가 봐도 엄청난 부자가 살고 있을 거 같은 집이었다.
"삐--"
큰 숨을 들이켠  하정이는 그가 들어간 꾹 닫힌 대문 옆 초인종에 힘을 주며 꾹 눌렀다.
조용했다.
...
"누구시지..."
"왜 그러세요? 이모님."
울리는 초인종에 인터폰을 확인한 주방 이모가 처음 보는 얼굴을 보고 머리를 갸우뚱하며 문을 열지 말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곧장 2층으로 가서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내려온 기혁이가 머뭇거리는 이모를 보고 다가갔다. 무심코 닿은 시선에는 인터폰 화면 속에는  눈이 정말 동그래서 카메라 렌즈를 뚫어버릴 기세로 들여다보고 있는 하정을 보았다.
하,
헛웃음이 나왔다. 여기까지 따라온 거야 지금?
"누구 왔어요?"
어이가 없어 입을 못 다물고 있을 타이밍에 방에 있던 기혁이 어머니인 연화가 인터폰 앞에 모여있는 이들을 발견하고 다가오려고 했다. 얕은 잠을 자고 있었던지라 기다리던 아들의 인기척이 느껴져 거실로 나왔던 것이었다. 

"아, 아니에요."

기혁은 바로 화면을 끄고 어머니한테 성큼 다가갔다.

"들어가서 좀 누워 계세요. 한 여름에 독감도 걸리시고, 어머니 몸이 안 좋으신가 봅니다."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기혁이가 기력이 많이 떨어진 연화를 부축하며 방으로 다시 발을 옮겼다.

독감으로 아프니까 보고 싶다고 집에 들르라는 말을 꼬박꼬박 잘 듣는 기혁이 덕분에 연화는 몸은 쑤시지만 마음만은 훈훈해져 그의 말을 고분고분 들으며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밥시간은 아직 안 되었으니 조금 더 쉬고 아들이랑 밥을 먹을 예산이었다.

연화를 방으로 모시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쉬며 거실로 나온 기혁은 눈치 없이 다시 울리는 초인종에 급히 밖으로 나갔다.

할 얘기가 남아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더 듣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그 자리를 떠난 것이었는데 이렇게 무작정 따라올 줄은 몰랐다.

이 무모한 여자를 어떡하지. 여기가 어디라고...

덜컥하고 대문이 열리자마자 기혁이 앞에 화난 강아지마냥 훅 들어오는 하정이 때문에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와아... 사람 참 너무하네. 몇 번을 눌렀는데 이제야 나와요?"

목소리가 꽤 컸다. 정원이 커서 어머니가 계시는  방까지는 안 들리겠지만 대문 앞에서 이러고 있다간 카메라에 찍힐 거고 괜한 부스럼을 만드는 것보다 일단 여긴 피해야 할 거 같았다.

씩씩 거리는 하정의 손목을 덥석 잡은 기혁은 그녀를 끌고 무작정 카메라가 없는 뒤 쪽으로 갔다.

"뭐, 뭐예요!"

당황해서 버벅거리는 하정이는 신경 쓸 새 없이 주변을 살폈다. 부족한 식재료 때문에 마트로 갔다던 이모님이랑 마주치는 건 꽤 난감할 거 같아서였다.

"여기까지 왜 왔습니까?"

담벼락을 짚은 채 그 속에 하정을 가둔 기혁이가 시선은 여전히 다른 쪽에 돌리고 물었다. 너무 가까운 거리기도 하고 키가 큰 그의 넓은 가슴팍에 하정의 얼굴이 닿을락 말락 하고 있어서 발개진 그녀의 상태를 모른 채.

참다못한 하정이가 그를 확 밀치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저기요, 권기혁 대표 님. 제 말이 안 끝났는데 그렇게 가시는 게 어디 있어요?"

주위만 신경을 쓰다 갑자기 하정에 의해 몇 발짝 밀린 기혁이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쫓아옵니까?"

"그, 그건..."

눈썹이 구겨지며 묻는 기혁에 할 말을 잃은 하정은 뒤를 밟은 거에 대해서는 머리를 숙였다.

"저도 쫓아오고 싶어서 온 게 아니고요. 그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아까 얘기가 다 안 끝난 건데 대표 님이 그렇게 가버려서 어쩔 수 없었어요."

"무슨 얘기요. 더 할 말이 남았나요?"

툭 던지는 그의 어조는 귀찮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영진 그룹 계열사!"

조금 더 머뭇 거렸다가는 이대로 또 기혁이한테 쫓길 거 같아서 여기를 오면서 머리에서 굴러가던 그 생각을 뱉어버렸다.

제발 귀라도 기울여주길 바라면서. 

하정의 바램이 그한테 조금이라도 닿았을까, 눈이 가늘어진 기혁이가 뭔 얘기를 하려고 이러는지 모를 하정이한테 시선을 내리꽂았다.

"그게... 그냥 제 오지랖 넓은 생각이긴 한데요."

"오지랖이 넓은 건 알고 있고요?"

"네. 알고 있죠. 그러니... 하,"

훅 들어오는 그의 비꼬는 말에 반사적으로 답을 하던 하정이가 그 말의 뜻을 깨닫고는 옅은 입김을 내뿜다가 꾹 다물고 삐쭉거렸다.

"어? 지금 비웃은 거예요?"

기혁이 자신도 모르게 찰나의 순간으로만 입꼬리를 올렸다가 내렸는데 하정이가 그걸 또 용케도 캐치했다.

"어떤 오지랖을 떨고 싶어서 그럽니까?"

빨리 얘기하고 가죠. 여기는 보는 눈이 많을 수도 있으니까.

기혁이는 남의 속도 모르고 자꾸 이 말 저 말로 뜸 들이는 하정이 때문에 조바심이 났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 해고를 당할 그 사람들한테 다른 기회를 주세요. 계열사가 그렇게 많은데..."

"그만."

하정이 말 뜻을 단번에 알아차린 기혁이가 뚝 잘라버렸다.

이 여자는 진짜 어디까지 봐줘야 하는 걸까.

"못 들은 걸로 하죠. 그 쓸데없는 오지랖은 딴 데 가서 쓰도록 하고요."

기혁이 더 이상 들을 게 없다는 듯 몸을 돌려 가려고 하자 하정이가 급하게 그의 옷깃을 잡았다.

말이 안 되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안 들어줄 거라는 것.

근데도 이렇게 오지랖을 떨고 싶은 건 간절함 때문이었다. 

”실수인 것처럼 한 번만 예외는 없을까요? 고민이라도 해주세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잖아요. 크루즈 선내에서 실수로 제 방에 들어왔다고 했던 것처럼.“

말에 가시가 있었다. 

무심코 듣고 있던 기혁이가 고개를 틀어 하정을 내려다보았다. 

실수인 것처럼이라니….

”그건 명백한 실수였고 다신 그럴 일 없을 겁니다.“

그래요. 대표님 눈빛이 지금 얼마나 단호하고 매서운지 알아요. 나를 다른 사람으로 오해하고 실수할 일이 어디 더 있겠어요. 

“착각을 해서 방에 들어간 건 실수였겠지만 저는 아니었어요. 대표 님은 실수를 해서 꼭 그렇게 싫기만 했나요? 실수였지만 아주 찰나라도 생각지 않은 변수가 없었나요? 원칙에 어긋나는 일,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일 아닌 거 같아서 드리는 말입니다.“

말하고 나서 하정은 바로 후회를 했다. 

이건 뭐 그날 일에 대한 고백으로 들릴 수도 있잖아!  
이게 뭐야. 이런 말을 하려고 했던 게 아닌데! 
말이 이상하게 되었잖아. 

하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얼굴을 뚫어져라 빤히 쳐다보는 기혁이 때문에 달아오르는 얼굴이 걱정되었다. 

알아볼 만큼 빨개지면 어떡하지. 너무 창피한 일인데.

안절부절 못하는 하정이를 구원해준 건 주머니 속에 있던 휴대폰의 울리는 벨 소리였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급히 받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아예 무시했을 모르는 번호. 

“여보세요? 누구세요?”

뒤늦게야 아직까지 기혁이 옷깃을 잡고 있었다는 걸 느낀 하정은 부담스러운 기혁이 시선을 피하며 꽉 잡았던 손을 풀었다. 

전화기 속에는 밝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팀장님. 저 서울이에요. 박서울.”

”박서울?  서울 씨가 어떻게 내 번호를 알아?“

기혁이를 등지고 받는 전화에 하정은 몰랐다. 가려고 하던 기혁을 멈칫하게 만든 건 하정이 입에서 튀어나온 서울이라는 남자 이름 때문이었다는걸. 

”제가 얘기를 안 했었죠? 저 인사 팀에서 일해요. 팀장님 번호 따는 거야 쉬운 거 아시죠?“

”아…“

그러고 보니 물은 적이 없었다. 

”근데 무슨 일로 전화했어?“

”오늘 팀장님 생일이잖아요. 저번에 제 생일을 축하해 줬는데 그 보답으로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어요."

응? 서울이가 어떻게 내 생일을 알지? 내가 그렇게 정확히 얘기를 했었나?

”오늘이 내 생일인 건… 어떻게 알았어? 나 분명히 날짜를 제대로 말 안 했는데.”

얘 도대체 뭐야?
그러고 보니 박서울은 진짜 처음부터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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