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전 7

나단비 | 2024.03.04 12:21:30 댓글: 4 조회: 225 추천: 2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51514
화랑전 7
화랑은 크고 작은 키의 꽃과 식물이 곳곳에 놓여 있는 카페 안을 두리번거렸다. 해영은 어떻게 이런 곳만 골라서 다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부드러운 조명이 은은히 뒤덮인 카페 내부와 테이블마다 작은 양초와 화병에 생화가 장식되어 있고, 햇살이 흰색 시폰 커튼 사이로 살짝 스며들고 있었다.
화랑은 내심 감탄하며 카운터 앞으로 다가섰다.
"바닐라 라테와 카라멜 마끼아또 한 잔 주문 할게요."
"네. 손님."
카페 직원은 화랑에게 진동 벨을 건넸다.
두 사람은 창가 자리에 가서 앉았다.
"해영 씨. 여기 카페 너무 예뻐요. 이런 데는 어떻게 알게 된 거예요?"
"아. 뭐. 집 근처라 자주 다녀요."
"그렇군요."
신기함도 잠시 화랑은 다시 말이 없어졌다. 아까 묘한 태도로 불쑥 끼어들었다가 생각보다 쉽게 물러난 이연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대체 왜 그런 거지.
해영은 시선을 창밖으로 향하는 화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화랑 씨. 혹시 디저트는 안 좋아해요?"
"네? 디저트 좋아해요."
"어떤 거 좋아해요? 케익? 아니면 마카롱?"
"음. 아무거나 괜찮아요. 해영 씨가 좋아하는 걸로 주문하면 돼요."
"아. 그래요. 여기 제일 잘나가는 디저트가 있는데 그걸로 주문해도 될까요?"
"네. 뭐든 괜찮아요."
해영은 약간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자리를 뜨자, 화랑은 핸드폰을 꺼내서 확인해 보았다. 윤이연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3통 와있었다. 시간대를 보니 해영과 식사하기 전이었다. 늘 무음으로 해놓던 터라 종종 전화를 놓치는 편이었다. 대체 왜 전화한 거지. 의문이 일었다. 끝나고 전화하라던 이연의 말이 떠올랐다. 할 말도 없는데 연락을 왜 해야 해? 화랑은 고개를 저었다.
"혼자 무슨 생각을 그렇게 열심히 해요?"
"네?"
고개를 든 화랑은 해영이 들고 온 음료와 디저트 트레이를 보았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잠시만요."
싱긋 웃은 해영이 화랑의 앞에 놓인 진동벨을 들고 다시 카운터 쪽으로 걸어갔다.
"와. 맛있네요."
별 기대 없이 케익을 맛본 화랑이 감탄했다.
"그렇죠? 제가 단 걸 안 좋아하는데 이건 맛있더라고요."
해영이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화랑 씨. 아까 물어본 말 있잖아요. 생각 좀 해봤어요?"
"무슨 말이요? 아."
대답하다 말고 문득 해영이 레스토랑에서 한 말을 떠올린 화랑이 멈칫했다.
"당장 대답할 필요는 없어요. 천천히 생각해 봐도 돼요."
"아. 그게. 네."
말을 고르던 화랑이 덥석 대답했다.
해영은 창가의 햇살 아래서 왠지 더 밝고 환한 분위기를 풍겼다.
"화랑 씨는 저한테 궁금한 거 없어요?"
"네? 음. 그러니까 분식집에서 알바는 언제부터 하기 시작했어요?"
"아. 그거요. 아는 친구 대타로 일주일만 나간거예요."
"네. 어쩐지."
화랑은 뒤의 말을 삼켰다. 가게에서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봤을 때는 미처 몰랐으나 오늘 본 해영은 센스 있고 단정한 옷차림이나 끌고 다니는 차도 보면 가격대가 꽤 나가는 것들이었다. 그런 그가 학교 옆 분식집에서 알바한다는 게 의아하게 느껴졌었다.
"가끔 체험 삼아 해보는 것도 좋더라고요."
"아. 체험 좋죠."
헛웃음을 참으며 화랑이 대답했다. 수업이 없는 날이면 풀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화랑에게는 '체험'이라는 말이 꽤 사치스럽게 들려왔다.
"화랑 씨는 여행 좋아하세요?"
"여행, 글쎄요."
화랑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수학여행 말고는 멀리 여행이란걸 다녀본 적이 없었다.
"저는 작년에는 하와이 다녀왔는데 올해는 국내에서 보내려고요."
"아. 네. 국내 좋죠."
영혼 없이 대답하는 화랑을 지그시 보던 해영이 피식 웃었다.
"언제 기회되면 같이 가죠?"
"네. 네? 같이요?"
"뭐, 기회를 주신다면."
여유롭게 미소를 지어 보이는 해영이었다. 화랑은 아무 답도 하지 못하고 커피잔을 들었다.
커피 잔을 내려놓은 화랑이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그걸 안 물어봤네요. 해영 씨 몇 살이에요?"
"아. 서열 정리 하시게요?"
"네? 그게 아니라 궁금해서요."
"저는 27살이에요. 화랑 씨는요?"
"아. 저는 21살인데요."
해영이 당연히 자기 또래이겠거니 생각했던 화랑은 화들짝 놀랐다.
"생각보다 어리네요."
해영은 별로 놀란 기색이 없이 대답했다.
"그, 그 해영 님은 동안이시네요. 네."
화랑은 놀라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아까 식사 자리에서 본 친구는 몇 살이에요?"
"아. 이연 선배요. 23살로 알고 있어요."
"다 어린 친구들이네요."
싱긋 웃은 해영은 잠시 시선을 창밖으로 던졌다.
"이렇게 하죠. 우리 친하게 지내요. 친한 지인 관계로요."
"아. 네. 좋아요."
화랑은 묘하게 태도가 바뀐 해영을 보고 낯선 기분이 들었다.
"해영 님은 무슨 일 하세요?"
"아. 저요. 잠깐 일 쉬는 중이에요. 편하게 불러주세요. 반말해도 되고요."
"아니에요. 어떻게 그래요."
화랑은 급히 손사래를 쳤다. 그런 그녀를 보던 해영이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 귀엽네요. 저 원래 하던 일은 일러스트 그리는 거였어요."
"일러스트레이터요?"
"네. 그렇죠. 일 년간 해봤으니, 다른 일을 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왜요?"
"전공을 살리고 싶어서 해본 건 있는데, 저한테는 안 맞는 일 같았어요."
그의 이야기를 듣던 화랑은 자기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화랑은 교육학을 배우고 있었다.
"화랑 씨는 뭘 배우고 있어요?"
"저는 교육학을 전공하고 있어요."
"아.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네. 안정적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군요. 안정적인 것도 좋죠."
해영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화랑 씨는 다른 꿈은 없어요? 이를테면 연예인이라던가."
"네? 연예인이요? 그런 생각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뜬금없는 예시에 화랑은 커피를 뿜을 뻔했다. 이게 무슨 생뚱맞은 소리지?
"하하. 예를 들자면 그렇다는 거죠."
허둥대는 화랑을 보고 해영이 못 참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 네. 저는 꿈이 딱히 있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으흠. 네. 그럴 수도 있죠."
어느새 두 사람의 커피잔이 다 비었다.
"그럼 우리 일어날까요?"
"네. 저 3시 반에 과외 아르바이트가 있어서 가봐야 해요."
"아. 그래요? 근처까지 데려다줄게요."
"네? 네, 감사해요."
거절하려던 화랑은 시간이 빠듯했으므로, 고개를 끄덕였다.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화랑 씨. 우리 또 봐요."
멀어져가는 그의 차를 잠시 보던 화랑이 문득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전화를 해. 말어?
그 순간 핸드폰 화면이 켜졌다. 상단에 뜬 이름을 본 화랑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추천 (2) 선물 (0명)
IP: ♡.252.♡.103
뉘썬2뉘썬2 (♡.169.♡.51) - 2024/03/05 11:36:31

또이렇게 두남자사이에서 헤매야되네요.같이 여행가자?옛날남자들이나 신세대 남자
들이나 급하긴 마찬가지네요.여자들은 항상 뜸을들이고.

나단비 (♡.62.♡.175) - 2024/03/05 16:36:37

급하게 마시면 물도 체하죠.

뉘썬2뉘썬2 (♡.203.♡.82) - 2024/03/05 21:26:22

근데 내가 모이자놀면서 남자를 지내봐도 진짜 안급한 남자 없드라구요.

나단비 (♡.252.♡.103) - 2024/03/05 21:30:21

남자로 사는 것도 어려운 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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