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탐내도 될까? (61회)

죽으나사나 | 2024.04.12 11:08:14 댓글: 14 조회: 192 추천: 0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60397
너를 탐내도 될까? (61회) 언제부터였어요?
하정은 저를 바라보며 굵은 눈물을 뚝뚝 떨구고 있는 영진 그룹 권기혁 대표를 멀뚱멀뚱 쳐다만 보았다. 커다란 덩치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해가 안 되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눈물이 나오는 건가.
그 차갑던 사람이 저리 우니까 마음이 심란해지기 시작했다.
신경이 쓰이게 왜 저리도 우는 거야.
내가 뭐 죽는대?
하...
어???
죽는다고....? 
그러고 보니...
하정의 머릿속이 번개가 치듯 번쩍이었다.
공항으로 가야겠다고 차에 올라타기 바쁘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었다.
모르는 번호였다.
안 받을까 하다가 엄마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받았다.
[혹시.... 윤하정 씨?]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맞는데. 누구시죠?]
[꺄아아아악~~]
귓청이 째지라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하정의 눈살이 찌푸러졌다.
[진짜 윤하정 씨 맞는 거죠?]
[네, 맞습니다만.]
기분이 상당히 안 좋아지려는 찰나,
전화기 너머에서 믿을 수 없는 말이 들려왔다. 아주 신나는 목소리였다.
[여기 성은 대학 병원인데요. 저는 신경외과 담당 간호사고요. 진~~~짜 어렵게 윤하정 환자분과 연락이 닿았네요.]
[아...]
진단을 받고 약을 다 먹으면 바로 오라고 했는데 안 갔더니 연락을 한 거 같았다.
[휴대폰 번호를 잘못 적으셔서 하나하나 번호를 바꿔가며 전화를 드린 거예요.]
[어... 그랬나요? 근데 저한테 왜 그렇게까지 해서 전화를 하셨는지....]
요즘의 병원은 환자가 안 오면 이런 서비스도 하나 싶었다.
[환자분을 꼭 찾아야 했거든요. 저희가 실수를 하는 바람에.]
[네? 무슨...]
긴 한숨을 내쉬던 간호사라는 여자가 잠깐 머뭇거리더니 입을 떼었다.
[차트가 바뀌었었어요. 윤하정 씨 정상이세요. 치매가 아니라고요.]
[네?]
[병원에 한 번 들르세요. 저희 부원장님이 꼭 한 번 뵙고 싶어 해요. 정말 죄송합니다.]
입이 떠억 벌어지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뭐라고 했는지 다시 한번 확인을 받았다.
알츠하이머.
나와는 상관이 없는 병이었고,
나의 머릿속은 아주 깨끗하단다. 단지, 어릴 적 겪었던 사고로 기억을 잃은 부분만 조금 보인다며 다른 건 지극히 정상이라고 했다.
죄송하다는 말을 얼마나 하는지,
잘못 진단을 한 병원을 상대로 화를 내야 하는데 그리하지 못하고 급하게 통화를 끝냈다.
내가...
치매가 아니었다고?
허...
너털웃음이 나왔다.
그래, 이상하긴 했어.
드라마에서 보면 치매 진단을 받고 나서 여러 증상들이 나오던데  나는 술을 마신 후 기억이 흐릿한 걸 제외하고는 치매에 의한 증상이 없었다.
진짜 초기라서 아직 몸에 이상 반응이 안 나온 줄로만 알았다.
난 그러면 어느 날 갑자기 기억을 잃을 일이 없다란 거지.
벅찬 가슴을 누르며 빨리 엄마를 찾아야 했기에 차 시동을 걸었고 출발하려던 차에 그 남자가 들이박는 바람에 깜빡 잊고 있었다.
난 치매가 아니다.
난 아픈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누군가를 기억하는 게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던 나에게 큰 변화가 올 거란 걸,

 난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이렇게 눈앞에서 내 손을 꼭 잡은 채 그가 이리 울고 있다는 거에 난 반응을 할 수밖에 없잖아.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감정이 또 그대로 치고 올라올 것만 같잖아.
그러나,
안 된다는 걸 난 잘 알고 있기에.
그에게서 내 손을 쓱 빼버렸다. 무거워진 제 몸을 겨우 일으키자 뭐라도 돕고 싶은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그의 손을 빌리지 않았다. 손목의 통증을 느끼며 침대를 짚고 등받이에 상체를 기댔다.
"보다시피 저 아무 일 없어요. 바쁘실 텐데 그만 가셔도 돼요."
아주 냉랭하게 그를 똑바로 마주 보며 말했다.
"많이 놀랐을 거 같아서 걱정했습니다."
눈가에 고였던 눈물을 닦을 생각이 없는 권기혁이 입을 열었다.
대신 닦아줄 수도 없고 그의 생경한 모습을 보려니 마음이 더 이상 해진 하정은 고개를 밖으로 돌려버렸다.
"놀라긴 했는데 이렇게 아무 일 없잖아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돌린 고개로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내 조심스레 뺨에 닿은 그의 손길에 의해 얼굴이 다시 그에게로 돌아갔다.
"얼굴에 상처가 났어요."
아...
잔잔한 그 눈동자에 온통 내가 담겨 있었다.  그러다 고개를 떨군 그의 시선이 내 발개진 손목에 닿았다. 내 두 손을 조심스레 끌어당기더니 차마 손목에 닿지는 못한 채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아팠겠어요."
안타까워하는 그의 말에 손목의 통증이 아까보다 심해지는 거 같았다. 꽤 많이 아프다고 투정을 부려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럴 수는 없겠지만.
"괜찮아요. 금방 나아질 상처니까."
잡힌 그의 손에서 또 한 번 손목을 빼며 하정이가 담담하게 답했다.
하정은 이상했다.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그의 표정에서 왠지 들으면 안 되는 말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귀를 막아야 할 거 같았지만 그 생각이 들자마자 꾹 닫고 있던 그의 입이 벌어졌다.
"보고 싶었는데 이런 식으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하정 씨."
하정과 마주한 그의 눈빛은 너무 슬프고 강렬해서 그녀는 그 자리에 굳은 채 한참이나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보고 싶었다는 말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얘기한다고? 강은서의 연인인 권기혁이 지금 내 앞에서 보고 싶었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지?
큰일을 당할 뻔한 나한테 달콤한 사탕을 주는 건가 싶으면서도 어이가 없어서 픽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저 강은서가 아니에요. 윤하정인 건 잘 알고 있죠?"
또 착각을 하는 건 아닌지 재차 확인을 해주었다.
"압니다. 윤하정인 거."
그 실없는 말에 또 진지하게 대답을 하고 있는 기혁이 때문에 어쩔 바를 몰랐다.
그런 눈으로 언제까지 저를 뚫어져라 쳐다볼 건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1차 적으로 납치를 당했다는 충격과, 또 차에 치일 뻔하며 받은 2차 충격으로 하정은 제 얼굴만 좇고 있는 기혁의 눈을 요리조리 피하다가 급 몰려오는 졸음 때문에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내려오는 눈꺼풀을 도저히 못 이긴 채 그대로 다시 잠들어버렸다.
***
"누나 지금 어디에 있어요?"
병원 입구에서 은서를 만난 서울이가 조급하게 뛰어오며 그녀를 다그쳤다.
"지금 자고 있는 거 같아요. 간호사한테 물어봤는데 차에 치인 게 아니고 그냥 놀라서 기절을 한 거래요."
"그럼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예요? 안 올라가요?"
서울이가 급한 마음에 빨리  병원 안으로 발을 들이려고 했다.
"대표님이랑 같이 있어요."
다급한 발걸음을 잡은 건 은서였다. 그제야 뒤돌아 살펴 본 은서의 표정이 많이 가라앉아있었다.
왜...
서울의 시야에 들어온 은서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하정이가 다쳤단 소식에 기분이 안 좋아진 걸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뿐이 아닌 거 같은 이 느낌은...
권기혁도 여기에 있었다니.
그 원인도 한몫하겠지.
병원으로 들어가려고 잡았던 문 손잡이에서 손을 뗀 서울이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처음 본 거예요? 둘이 같이 있는 거."
의미심장한 말을 꺼낸 서울을 은서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자신이 모르는 뭔가를 하정의 지인인 박서울은 알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은서는 아까 전에 하정이가 뭐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전화를 걸어봤다. 한참이나 울려서 받은 전화 속 음성은 하정이가 아닌 낯선 여자의 목소리였다.
병원이라고 했다. 차 사고를 당할 뻔한 하정이가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왔고 아직 보호자가 없는데 오고 있냐고 물었다.
병원 위치를 알아내고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정신없이 달려왔다.
몇 호실에 있는 건지 간호사한테 물어보고 바로 그 병실로 들어가려고 했다. 
어?
병실 문 투명한 유리창으로 하정이 혼자 있는 게 아니란 걸 알았다.
익숙한 모습.
아저씨네?
어떻게 여길 알고 왔던 거지?
의문과 함께 문 손잡이에 손을 대었던 은서의 손이 멈추었다.
아직 정신이 안 든 하정의 손을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흐느끼고 있는 그 사람을 보게 되었으니.
구슬피도 흘리는 눈물에 은서의 몸이 굳어버렸다.
아저씨가 우는 건,
처음 보았다.
뭐.... 왜...?
아저씨가 왜....?
저렇게 슬프게 우는 건데?
대체 자신이 모르는 뭐가 있는 건지,
은서의 가는 손이 덜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병실 안은 차마 못 들어갔다. 
한참을 병실 밖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생각난 사람이 박서울이었다.
혹시 그는 알지 않을까.
[권기혁 대표하고는 어떤 사이세요?]
하정의 지인인 박서울이 자신을 보자마자 굳이 그 이름을 꺼내 물었었다. 처음엔 그냥 누구나 알법한 사람이라 단순 궁금증으로 심심하게 물어본 거라 생각했다.
근데,
이제 와 보니 그게 아닌 거 같은 느낌은...
하정과 아저씨한테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었던 걸까.
그 답을 박서울이 해줄 거 같았다.
병원 옥상 정원.
크지는 않지만 푸르른 녹지가 잘 되어있는 이 공간에는 작은 커피숍도 있었다. 서울은 그늘이 있는 쉼터에 멍하니 앉아있는 은서에게 커피숍에서 주문한 밀크티를 내밀었다.
은서는 그가 내민 밀크티에 시선을 두었다가 서울을 쳐다보았다.
"아. 저번에 보니까 커피를 잘 안 마시는 거 같아서요."
은서는 머리를 살짝 숙였다 올리며 차를 받아 쥐었다.
서울은 그런 그녀를 살피다가 뉘엿뉘엿 지는 붉은 노을을 눈동자에 가득 담았다.
누나가 있을 병실에는 못 갔다.
둘의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낀 듯한 강은서를 두고 누나를 먼저 만날 수가 없었다.
누나가 걱정되기도 하고 그것도 권기혁이랑 같이 있다고 하니 빨리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어서 마음이 심란했다.
서울은 제 얼굴을 손으로 비벼댔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이 앞섰다.
충격이 클 거 같은데.
어떻게 말해야 하는 거지. 사실 둘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자신이 누나 남자친구라고 하면 믿을까.
무엇을 보았길래 저런 표정을 하고 있는 거지.
누나는 설마... 권기혁을 받아준 걸까.
에이...
그럴 리가 없어.
서울이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표님이... 울고 있었어요."
서울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라도 하 듯 내내 꾹 붙이고 있던 입술을 뗀 건 은서였다.
"누워있는 하정의 손을 잡고 울고 있더라고요."
하...
서울이 두 눈을 감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부터였죠?"
은서의 고개가 서울에게로 틀어졌다.
"언제부터 둘한테 그런 기류가..."
말끝을 흐렸다.
"저희 회사에서 거래처인 영진 그룹과의 납품 일을 못 맞춰서 계약 해지 위기에 놓인 적이 있었어요. 누나가 그때 그걸 해결하려고 권 대표를 만난 후부터였을 거예요. 그전에는 서로 마주칠 일이 없었으니."
[오늘 너랑 똑같이 생긴 여자를 봤어.]
약 2개월 전,
가게로 찾아온 아저씨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 아저씨는 은지를 처음 만났다. 
일 적으로 자주 마주치면서 감정이 생긴 걸까.
난 왜 그거 하나 눈치를 못 채고 여태껏 이렇게 바보같이...
은서는 제 입을 손으로 가로막았다.
그때였을까.
[은서야. 설명이 필요한 거 같아.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그 고맙단 말 그만하면 안 돼? 맨날 뭐가 그렇게 고마워. 네가 그럴 때마다 내가 얼마나 숨 막히는지 넌…]
아저씨 본가 앞에서 기자한테 찍힌 사진들로 스캔들 기사가 터진 날.
걱정되는 마음에 아저씨한테 전화를 했다가 오히려 그의 화를 돋우고 말았지.
평소랑 다르게 초조한 눈빛을 한 아저씨가 은지의 손목을 끌고 가면서 찍힌 사진은 보는 당시 조금은 이상하단 생각은 했었지만 의심을 안 하려고 했다.
타 회사 직원이랑 회사도 아닌 본가 앞에서 왜 필요 없는 신체 접촉을 했을까 싶었지만 그 당사자가 아저씨와 은지였기에.
더 생각을 안 했다.
그랬다.
은서의 입매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이 2 개월간.
어딘가 모르게 저를 대하는 공기가 달라진 아저씨를 보며 내심 불안하기도 했었다.
이러려고 그랬구나...
피할 수도 없는 이런 날을 맞닥뜨리려고 그랬구나...
추천 (0) 선물 (0명)
IP: ♡.101.♡.99
힘나요 (♡.208.♡.81) - 2024/04/13 17:42:00

잘 보고 갑니다 ㅎㅎㅎ

힘나요 (♡.208.♡.81) - 2024/04/13 17:42:12

잘 보고 갑니다 ㅋㅋㅋ

힘나요 (♡.208.♡.81) - 2024/04/13 17:42:22

잘 보고 가요 ㅎㅎㅎ

힘나요 (♡.208.♡.81) - 2024/04/13 17:42:44

잘 보고 가요 ㅎㅎㅎ

힘나요 (♡.208.♡.81) - 2024/04/13 17:43:05

잘 보고 가요 ㅋㅋㅋ

힘나요 (♡.208.♡.81) - 2024/04/13 17:43:18

잘 보고 가요 ㅋㅋㅋㅋ

힘나요 (♡.208.♡.81) - 2024/04/13 17:43:24

ㅎㅎㅎㅎ

힘나요 (♡.208.♡.81) - 2024/04/13 17:43:29

ㅋㅋㅋㅋㅋ

힘나요 (♡.208.♡.81) - 2024/04/13 17:43:36

ㅎㅎㅎㅎㅎㅎ

힘나요 (♡.208.♡.81) - 2024/04/13 17:43:40

ㅋㅋㅋㅋㅋ

힘나요 (♡.208.♡.81) - 2024/04/13 17:43:46

ㅎㅎ

힘나요 (♡.208.♡.81) - 2024/04/13 17:43:54

ㅋㅋ

힘나요 (♡.208.♡.81) - 2024/04/13 17:43:58

힘나요 (♡.208.♡.81) - 2024/04/13 17:44:04

22,943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보라
2006-08-09
33
63071
죽으나사나
2024-04-24
1
230
죽으나사나
2024-04-23
1
220
여삿갓
2024-04-21
4
602
죽으나사나
2024-04-21
0
333
여삿갓
2024-04-20
3
1095
죽으나사나
2024-04-18
2
955
죽으나사나
2024-04-16
2
987
죽으나사나
2024-04-16
1
319
죽으나사나
2024-04-15
1
214
죽으나사나
2024-04-15
1
223
죽으나사나
2024-04-14
1
291
죽으나사나
2024-04-14
1
238
죽으나사나
2024-04-13
0
272
죽으나사나
2024-04-13
0
179
죽으나사나
2024-04-12
0
222
죽으나사나
2024-04-12
0
192
죽으나사나
2024-04-11
1
177
죽으나사나
2024-04-11
0
124
죽으나사나
2024-04-10
1
242
죽으나사나
2024-04-10
0
131
죽으나사나
2024-04-09
1
246
죽으나사나
2024-04-09
1
160
죽으나사나
2024-04-07
1
208
죽으나사나
2024-04-07
1
176
죽으나사나
2024-04-04
2
271
죽으나사나
2024-04-04
1
234
죽으나사나
2024-04-02
2
300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