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날이 올까 (17회)

죽으나사나 | 2023.12.23 19:01:32 댓글: 0 조회: 364 추천: 3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33251
따스한 봄날이 올까.  어딘가 달라진 그 사람.
(17회)

“집에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왜 다시 레스토랑 방향으로 가고 있어?”

도진이 물었다.

“아… 그게…”

유나는 갑자기 왔다 갔다 하는 자신의 변덕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망설였다.

“말하기 난처하면 말 안 해도 돼. 너한테 궁금한 거 투성이지만 네가 저절로 말하고 싶을 때 말해도 되고  그것도 아니면…  굳이 말 안 해도 되고. ”

유나는 도진이의 말이 너무 고마웠다.

“고마워요. 사장님. ”

도진은 유나를 보고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유나 손에 있는 캐리어를 잡아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유나는 그런 도진이의 뒤를 총총 쫓아가면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을 물었다.

”근데요. 사장님. “

”응.“

도진은 그의  발걸음을 맞추려고 짧은 다리로 총총 걸어가는 유나의  가쁜 걸음을 아직 못 느낀 채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근데 왜 갑자기 저한테 반말을 해요?“

유나의 질문에 도진은 갑자기 멈춰 버렸고 유나는 뒤를 급하게 쫓아가다 그의 등에 머리를 들이 박고는 아픈 코를 어루만졌다.

”반말하면 안 돼? 내가 나이는 너보다 많잖아. “

도진의 대답은 생각조차 못 한 답이었다. 도진은 그 자리에서 뭐라고 응대를 해야 할지 몰라 서있는  유나를 힐끗 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앞으로 걸어나갔다.

“어? 유나 씨. 사장… 님도 같이 들어오네?“

레스토랑에 들어 서자 먼저 이들을 발견한 건 송 매니저였다.

둘이 같이 들어오자 궁금해서 바로 다가왔다.

”어떻게 둘이 같이…“

”요 앞에서 만났어요. 유나야. 이 캐리어는 내가 올려줄게. 엄청 무겁네? 그동안 어떻게 끌고 다닌 거야?“

도진은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된 송 매니저를 뒤로하고 유나의 캐리어를 번쩍 들고는 2층 계단을 밟았다.

”아, 저 괜찮은데…“

유나는 송 매니저한테 간단한 목례를 하고 다급히 도진의 뒤를 쫓아갔다.

”뭐…지? 뭐가 이상한데??“

눈썹을 씰룩이면서  어딘가 이상해진 지금 상황을 곱씹고 있는데 뒤에서 화영이의 목소기가 들려왔다.

“사장님께서  지금 유나•라고 한 거죠?”

“그랬나?”

이상한데 뭐가 이상한지 갑자기 생각이 안 난 송 매니저의 머릿속은 의문이 가득했다.

“아니, 지금 유나 언니한테 유나 씨라고 안 했다고요!“

화영은 신기루라도 발견한 듯 소리 질렀다.

“그게 왜? 뭔데 뭔데?“

송 매니저는 궁금해 미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화영을 다그쳤다.

”아니~~“

그런 송 매니저가 답답한 화영이가 더 큰 소리를 질렀다.

”사장님이 언제 직원한테 이름만 부른 적 있냐고요!  보통 화영 씨, 나리 씨, 석호 씨 그렇게 부르잖아요! 반말한 적이 없다고요! “

”아!!“

송 매니저는 그제야 막힌 두 뇌가 뚫린 듯 화영의 대단한 눈썰미에 감탄의 뱉음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쑥 내밀었다.

공교롭게도 도진을 찾으러 왔던 다미가  이 둘의 대화를 듣게 되고는 표정이 일그러져 갔다.

같이 올라가서 대체 뭐 하는지 바로 안 내려오는 2층 쪽을 노려보던 다미는 여기에 더 있었다가는 미칠 거 같아서  레스토랑 문을 쾅-하고 닫고는 밖으로 나갔다.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안 도와주셔도 되는데… 많이 무거웠죠?“

유나는 무거운 캐리어에 살짝 숨차 하는 도진을 바라보면서 인사했다.

”아, 아니야~ 이 정도는 껌이지.”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은 도진이가 숨을 억지로 고르면서 아닌 척 우겼다.

“네네~”

유나는 그러는 도진이가 웃긴 듯 씩 웃어버리고는  돌아앉아서 짐을 풀려고 캐리어 지퍼를 풀었다.

“… 이제야 웃네.”

“… 네?”

혼자 중얼거리는 도진의 말을 확인하고 싶은 유나가 갑자기 몸을 돌렸다.

”흡!…“

유나는 숨을 마음대로 내쉴 수가 없었다. 도진이가 어느새 유나의 뒤에서 그녀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고, 그걸 모르던 그녀가 갑자기 등을 돌리자  그와의 시선 거리는 손바닥 두께 정도로 너무나도 좁았다.

까만 눈동자,

그윽한 눈빛…

유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이 강렬한 눈빛은 이 작은방 공기가 사르르 사라진 듯 숨이 막혔고 시간은 멈춘 듯 조용했다.

유나는 당황해서 뒤로 몸을 내빼고 황급히 머리를 돌렸다.

이대로 있다간, 무슨 일이라도 생길 듯한 분위기였다.

도진은 당황해하는 유나를 보고는 그제야 살짝 민망해져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 쪽으로 갔다.

“쉬고 있어. 혹시 괜찮다면 가게 마감하고 내가 부르면 나올 거야?”

“…”

”저녁에 전화할게. “

도진은 뭐라고 해야 할지 고민하는 유나의 답을 기다리지는 않았고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전보다 달라진 도진의 태도에 유나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어제 힘들어하던 자신을 보고 또…

[도진 선배가 요즘 유나 씨한테 꽤 친절하고 잘해 주고 그러죠? 그게 다 유나 씨가 입양아라고….]

다미의 날선 말이 떠오른 유나는 몸을 움츠리며 머리를 저었다.

그런가 보네. 내가 입양아라서…

그 입양아가 또 힘들어하는 거 같아서…

어느새 늦은 밤이 되었고 유나는 엄마한테 가서 상태를 살피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저번까지만 해도 독기가 넘치던 엄마의 얼굴이 많이 온화해져서 다행이어서 기분이 살짝 좋아진 유나다.

“지이이이잉~”

진동 소리에 확인 한 전화에는 <레스토랑 사장님> 이라는 문구가 떴다.

[... 혹시 괜찮다면 가게 마감하고 내가 부르면 나올 거야?]

낮에 도진이가 했던 말이 떠오른 유나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2층은 아닌 거 같고 근처 어디에 갔다 오나 봐? "

부드러운 도진의 목소리가 전화기 밖에서  들려왔다. 전화기 속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유나는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뒤 방향에서 자신을 보고 손을 흔들며 오는  도진을 발견했다.

"사장님이 왜 여기에..."

"이 근처에 어머니가 살고 계시는 거지?"

"아... 네."

여기에 왜 있는 건지 의아해 하는 표정을 본 도진이가 답을 내놓았다.

"낮에도 이 근처 골목길에서 나오길래 생각했지. 다른 곳에서 온다면 큰 도로에서 레스토랑으로 올 텐데 왜 큰 도로랑 거리가 먼 골목길에서 나올까 하고, 그러다 생각한 게 집이 여기겠구나 했어."

아... 그래서, ...

"그래 어머니랑은 좀  풀었어?"

유나는 고개를 살짝 내렸다가 자신을 걱정하는 도진을 바라보면서  살짝 억지스러운 미소를 보여줬다.

"네. 걱정 마세요. 그리고 사장님은..."

"응?"

말을 흐리는 유나를 쳐다보는 도진이.

"제가 어제 사장님 앞에서 실수를 해서 죄송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데 ... 그걸로 끝이에요. 전 지금 괜찮고  사장님이 굳이 저를 안 챙기셔도 돼요. 신경 씌어하지도 말고요."

유나는 참고 참았던 말을 꺼내면서 저도 모르게 눈을 찔 끈 감아버렸다. 도진이가 이 말을 듣고 어떤 얼굴을 할지 보기가 두려웠다.

어제 힘들 때  어찌 되었던 옆에서  위로도 해주었는데  이렇게 매정한 자신한테 실망하고 화를 내면 어떡하지? 다신 가게로 오지 말라고 하면 어떡하지?

순간 별의별 생각이 들면서 괜히 말했나 하는 생각이 확 들어서 불안했다.

근데 이때, 커다랗고 따스한 손이 유나의 머리 위에 얹었고  아주 천천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유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유나의 상상과는 달리 무척이나 나른한 표정을 한  도진과 눈이 마주쳤다.

왜...

"딱!"

"아앗!"

머릿속에 갖은 의문으로 가득하던 유나가 아파서 소리를 질렀다.

도진은 점점 토끼 눈처럼 커지는 유나를 바라보다 머리를 만지던 그 손으로 순식간에 그녀의 이마에 딱밤 한 대를 세게  때렸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모습의 유나가 귀여웠다.

"뭐, 뭐 하시는 거예요!"

무척이나 당황한 유나는 뒷걸음질하면서 몸을 뒤로 젖히기 시작했다.

"어, 조심!"

도망치고 싶다... 여기서 이런 상황은 꽤  많이 난감하다...

사실 누가 보면 드라마를 찍고 있나 싶을 정도다. 당황해서 뒤로 젖히다가 넘어지려는 유나의 손을 제 쪽으로 잡아당기면서 허리를 확 끌어안아버린 도진이었다.

“이, 이거 놔요.”

도진은 미동이 없는 얼굴로 놀라서 말을 더듬는 유나의 꽉 잡은 손과, 허리를 감은 팔을 풀어주었다.

”진짜… 병 주고 약 주네.“

유나는 나지막한 한숨과 함께 혼자 중얼거리면서 레스토랑 방향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정유나. 내가 널 신경 쓰는 게 싫으면 날 피하지는 말아야지. 피할수록 더 신경 쓰이니까.“

긴 다리의 소유자는 몇 걸음을 하지 않았음에도 저 먼발치에 있어 보이던 유나의 옆에서 어느새 나란히 걸으면서 시큰둥하게 내뱉었다.

”사장님.“

유나는 이러는 도진이가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갑자기 도진의 옷을 확 당기면서 멈췄다.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왜 그러냐고?“

“네.”

분명히 멀리해 달라는 말 뜻을 전했는데 자기 말을 무시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살짝 언짢아진 유나가 도진을 노려 보았다. 무엇 때문인지 자신을 아까부터 놀리는 기분이었다.

“… 네 반응이 재밌으니까.”

잘못 들은 거 같다.

입꼬리에 희미한 미소가 걸린 도진이는 그 자리에서 돌덩어리처럼 굳어버린 유나를 뒤로하고 어느새 코앞까지 도착한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걸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모르겠는 유나는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했다. 그저 자신이 들키지 말아야 할 걸 들켜서 바보가 되는 느낌이었다.

‘근데, 사장님은 왜 이 시간에 레스토랑에…’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유나도 조용히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어서 와. 같이 저녁 먹자고.”

“이건….”

테이블에 잔뜩 올려진 갖은 음식들… 상다리가 부러질 거 같이 많이도 올려져 있었고 그 앞엔 여유로운 표정의 도진이가 손짓을 하며 유나를 부른다.

무슨 상황인지 얼떨떨해하는 유나를 보던 도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유나한테 다가갔다. 그녀의 뒤에서 양어깨를 잡고 자기 반대편 의자에 살짝 눌러 앉혔다.

“요 이틀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거 같아서 내가 좀 해봤어.”

“네?”

별게 아니라는 듯한 표정의 도진과 반대 되게 얼빠진 표정의 유나가 반문한다.

”빨리 먹어.“

유나의 손에 직접 포크까지 쥐여 주면서 앞에 있는 슈림프 파스타를 눈으로 가리켰다.

”아, 알러지 같은 건 없지? 있으면 미리 얘기해 줘. 빼게. “

알러지?

[저 딸기 알러지 있어요. 케이크는 먹은 걸로 할게요. 그리고 제가 듣기론 도진 선배가 저번에 땅콩 알러지때문에 쓰러진 손님을 대처 잘 해줬다면서요?]

다미가 했던 말이 또 떠올라 미간이 좁혀진 유나. 손에 들려 있던 포크를 살포시 내려놓았다.

“그때 보니까 알러지 반응에 대처를 엄청 잘 하시던데 그게 딸기 알러지가 있는 다미 씨 때문에 예전에 배운 거라면서요??”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이게 아닌데…

여기서 이렇게 질투나 하는 여자처럼 뽀로통해서 질문을 하려던 게 아닌데 유나의 입에선 벌써 주워 담을 수 없는 말들이 줄줄 새어 나왔다.

그런 유나의 갑작스런 질문에 약간 흠칫하던 도진이가 알겠다는 듯 씨익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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