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마음속에 내가 산다면 9~10

단차 | 2023.11.17 06:26:03 댓글: 4 조회: 262 추천: 2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18227
9.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4)


지민이 주차된 차를 빼러 나가자, 재현이 계산서를 들고 카운터로 갔다.

자리에서 일어선 서연이 두고 가는 것이 없는지 확인차 테이블 위를 한번 눈으로 훑었다.

밖으로 나온 셋은 가게 앞에서 지민을 기다렸다.

들어가기전에 많은 사람이 오가던 가게 앞은 어느새 고요해져 있었다.

가게 내부에서 새어 나온 따뜻한 빛이 가로등과 어우러지면서 가게 앞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고즈넉한 거리의 풍경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느슨히 풀어졌다.

“재현아, 덕분에 맛있게 먹었어. 그런데 너 돈 많이 쓴 거 아니야?”
“이 정도는 뭐, 안 그래도 오늘은 내가 사고 싶은 기분이었어.”

서연이 걱정스레 묻자, 재현이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뭐, 정 부담되면 다음에 누나가 사줘. 우리 언제 만날래?”
“응? 뭐 시간 될 때?”

서연이 자연스럽게 대답하자, 하은이 옆에서 소리죽여 웃었다.

‘아, 또 만나야 하는 거구나.’

대답하고 나서야 사태를 깨달은 서연이 괜히 한걸음 옆으로 물러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은이 재현에게 가까이 가더니 뭐라고 소근거렸다.
얼마 안 지나 한 차량이 천천히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누나, 하은 씨. 저기야.”

하은은 멈춰 선 차량의 앞좌석 문을 열고 잽싸게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재현과 서연이 뒷좌석에 앉게 되었다.

차에 올라탄 서연은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한 내부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렸다.

“어디부터 가면 되죠?”

지민이 운전대를 잡고 앞을 주의 깊게 주시하면서 물어왔다.

“저요! 저는 합정역에서 내려주시면 돼요.”

하은이 빠르게 대답하고, 재현이 서연을 돌아보았다.

“누나는 집이 어디쯤 있어?”
“나는 성수역에서 내려주면 돼.”

“아, 가는 길이네. 형, 나도 서연이 누나 내리는 곳에서 같이 내릴게.”

약간은 정적이 흐르고 지민이 뒤늦게 대답했다.

“그래.”

서연은 시선을 빠르게 스쳐 가는 바깥 풍경으로 돌렸다.

차 안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줄곧 말을 쉬지 않던 두 사람도 지친 건지 아무 말도 없었다.

합정역이 가까워져 오자 하은이 좌석에 기댔던 등을 뗐다.

“언니, 들어가면 연락하고, 재현 씨는 알아서 잘 들어가고.”
“지민 오빠도 안녕히 가세요. 태워다 주셔서 감사해요.”

차량이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멈춰 서자, 하은이 빠르게 인사말을 날리고 차에서 내렸다.

서연은 시간이 빨리 흘러 차에서 내리길 바랐다.

역 근처에 도착하자 둘은 지민에게 인사하고 차에서 내렸다.

떠나가는 차량을 바라보던 서연과 재현이 차량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서로를 바라보았다.

“너도 이 근처 살아?”
“아니, 나 전혀 다른 방향인데?”

“그러면 왜 여기서 내린 거야?”

진심으로 궁금해서 묻는 듯한 서연의 질문에 재현이 못 참고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누나. 아까 같이 내리겠다고 할 때 눈치챈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재현이 겨우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오늘 누나랑 제대로 대화한 것 같지 않아서, 시간 내달라는 뜻이었지.”
“아, 그런 거였어? 그럼, 가까운 공원에 갈래?”


“뭐, 그것도 좋긴 한데, 공원이 집이랑은 가까운 거 맞지?”

서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재현은 안심하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어느새, 조금은 선선해진 밤공기를 맞으며 둘은 풀벌레 소리가 들려오는 작은 공원에 들어섰다.

동그란 조명이 작은 달 같이 공원을 밝게 비추며 아늑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로 감싸 안았다.

공원의 나무들이 가로등의 빛을 받아 은은한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밤 산책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간혹 보였다.

말없이 서연을 따라 걷던 재현이 정적을 깼다.

“공원이 조용하고 좋네. 누나는 여기 산책 자주 나와?”
“응, 별일 없으면 나와서 걷는 편이야.”

앞서 차분히 걷던 서연이 벤치를 발견하고 재현을 돌아보았다. 

“우리 앉아서 얘기할래?”
“좋아. 마침 앉고 싶었는데.”

먼저 가서 앉은 서연의 옆으로 재현이 조금의 간격을 두고 앉았다.

“누나, 오늘 괜찮았어?”
“응? 뭐 좋았지.”

서연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답하자, 재현이 잠깐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사실은 둘이서만 만나고 싶었는데, 저번에 누나가 좀 불편해했던 것 같아서.”
“아, 뭐.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네.”

“어? 누나, 너무 솔직한 거 아니야?”

재현이 서운한 듯한 표정을 짓다가 피식 웃었다.

“그럴 수도 있을 거로 생각했어. 그날, 누나는 내가 오는지 모르고 나왔다면서?”
“맞아. 하은이가 아무 말도 안 해줬거든.”

재현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나는 얘기가 다 된줄 알고 나간 거거든. 어쩐지 이상해서 집에 돌아가서 하은에게 물어봤었어.”
“너도 몰랐었구나. 그래도 뭐 나쁘지는 않았어.”

서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답하자, 재현이 뭔가 결심한 듯 말했다.

“시작이 좀 그러긴 했지만, 우리 계속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누나 생각은 어때?”
“뭐, 안될 건 없지 않아?”

“아, 진짜?”

재현이 살짝 들뜬 목소리로 되물었다.

“조금 걱정했는데, 안 싫어해서 다행이야.”
“너는 좋은 사람인데 왜 싫어하겠어.”

“하하, 내가 좀 그렇긴 하지? 농담이고, 아무튼 좋게 봐줘서 기분이 좋네.”

재현이 예의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이만하고 누나 집에 보내줘야겠다.”
“응, 다음에 또 보면 되니까.”

둘은 공원을 다시 천천히 걸어 나오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원의 조명은 여전히 아름다운 빛으로 그들이 나가는 길을 조용히 지켜주고 있었다.

잠시 후, 재현은 아쉬운 듯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돌아섰다. 

그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야, 서연은 공원의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묵묵히 걸어가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서연이 문득 멈춰 섰다.

재현과 계속 친하게 지낸다는 것은, 또 지민을 마주치게 될 일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사람, 왠지 불편한데.’

첫 만남에서 꼬인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었다. 
오늘에는 딱히 거슬릴 만한 일이 없었음에도 한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가 살짝 숨막히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내일의 내가 해결하겠지? 아마도?’

서연은 한숨을 내쉬고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내려서 부지런히 걸어가야 했다.




10. 기시감[ Deja vu ]


늦은 밤, 지민은 재현과 서연을 역 근처에 내려준 뒤 바로 출발했다.

사이드미러로 보니 왠지 둘이 떠나지 않고 그가 탄 차량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는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천천히 속도를 올렸다.

도착 예정 시간은 20분이었지만 도로가 뚫려서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의 밝고 어두운 부분이 교차하는 거리를 운전하며 가고 있으니 이따금 다른 차량이 어둠을 가르며 지나갔다. 

혼자 남게 되자 미뤄두었던 생각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서연이었다.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을 때 방황하던 시선 같은 거나, 드문드문 내뱉던 말들. 가끔 조용히 미소 짓던 모습까지.

그녀는 처음에 인사 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에게 조금의 시선도 두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피한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한 공간에 있었음에도 둘 사이에는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아마도 라이브 바에서 만났을 때 있었던 일과 연관이 있을 것이었다.

라이브 바의 무대에 비해서 객석이 조금 어둡긴 해도 생각보다 잘 보이는 편이었다.

지민은 무대에 올라서 마이크를 세팅하면서부터 객석에 앉아있는 재현과 서연을 발견했다.

재현이 친구들을 종종 데려오긴 했지만,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은은한 조명에 맑게 빛나는 얼굴과 유려하게 어깨선을 타고 내리는 긴 머리카락이 그녀의 청순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부각했다.

호기심을 품은 순수한 갈색빛의 눈동자가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무대를 바라보는 그녀와 달리, 재현은 그런 그녀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친구를 데리고 온다고 하더니, 친구는 아닌가.’

지민은 언뜻 스치는 상념을 뒤로하고 무대를 시작했다.


무대가 끝나고 그는 가져온 장비들을 정리하고 나오다가 재현을 마주쳤다.

재현은 가게 사장에게 인사겸 할말이 있다면서 먼저 가서 앉으라고 했다.

낯선 사람과 마주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피할 정도로 꺼리는 건 아니었기에 그는 부담 없이 재현이 앉아있던 테이블로 걸어갔다.

가까이에서 본 그녀는 수수한 메이크업 때문인지 어딘가 모르게 천진난만한 느낌까지 났다.

서연의 예를 차린 부드러운 인사에도 그는 늘 그러듯 적당히 거리 두며 자리에 앉았다.

생각 밖의 반응에 당황한 그녀는 어색하게 유리잔을 매만졌고 둘 사이에는 적막한 공기가 흘렀다.

지민은 신경을 쓰지 않고 핸드폰으로 홈 캠을 확인했다.

그가 기르는 고양이 바니가 소파에서 평온하게 자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든 그는 서연과 시선이 오롯이 마주쳤다.

찰나이긴 했지만, 그는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이를테면 데자뷔와도 같은.

몇초도 안 되어 그는 그 생각을 지워버렸지만, 그 생각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요?”

조금 놀라긴 했지만 이름 지을 수 없는 불명확한 감각일 뿐이라고 결론지은 그는 차갑게 반응했다.

다시 핸드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집중력은 흐트러진 뒤였다.

곧이어 재현이 와서 서로에게 소개를 해주었다. 
재현이와 친한 사람에게 필요 이상으로 냉정하게 굴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그가 조금 전의 일을 만회하려고 나름의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였지만 그게 잘 먹힌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재현이 두 사람에게 공감대를 찾으며 대화를 유도했지만, 그녀의 반응은 어색하기만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걸어가는 서연의 뒷모습을 잠시나마 쫓던 지민이 재현을 보았다.

“가야겠다. 더 있으면 방해될 것 같은데.”
“뭐야. 형, 눈치 빠른데? 하하. 장난이야.”

지민은 곧이어 그래도 반은 진심이라며 장난스럽게 덧붙이는 재현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것 없었다.

재현이가 한번 친해지기로 마음먹은 사람과는 꼭 친해지는 편이라서 그녀를 다시 보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다.

그날이 오늘이 될 줄은 몰랐지만. 

다시 그녀를 보기 전까진 분명 잊고 지내고 있었다.

차를 주차하고 난 지민은 센서 등 불빛을 따라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 집 문 앞으로 걸어갔다.

고요한 복도를 울리는 도어락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닫혔다.

집에 들어서자, 현관 센서 등이 켜지며 평온한 공간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방묘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고양이 바니가 반짝이는 동공으로 그를 주시하며 가볍게 꼬리를 옆으로 살랑 흔들었다.

그가 등을 켜고 들어서자, 바니가 그를 한번 쳐다보고는 사료 그릇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바니가 멈춰 선 곳은 타이머를 맞춰 놓아서 일정 시간에 한 번씩 사료가 나오는 사료통 앞이었다.

바니가 억울한 듯 특유의 가여운 울음소리를 내며 지민을 쳐다보았다.

지민은 몸을 숙여서 고양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바니가 그의 손에 머리를 비볐다.

“너 오늘 충분히 많이 먹었어.”

그러거나 말거나 바니는 또 한번 사료 그릇을 봤다가 지민을 다시 쳐다보았다.

지민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 어쩔 수 없이 조금만 덜어서 담아주었다.

“이걸로 끝이야, 더 없어.”

바니는 사료 그릇에 머리를 파묻고 냠냠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지민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샤워를 마친 지민은 여유롭게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며 나왔다.

그는 편안한 잠옷을 입고 주방으로 나와서 물을 마셨다.

당연하다는 듯이 소파를 차지한 고양이를 한번 확인한 뒤 그는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웠다.

방 안은 불필요한 장식 하나 없이 조용하고 미니멀한 구조로 꾸며져 있었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에 커튼이 살랑이고 있었다.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에 놓인 핸드폰에 진동이 들어왔다.

재현의 인사 문자였다. 
간단히 답장하고 난 지민이 인터넷 검색창을 열었다.

검색창을 켰지만 무엇을 입력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데자뷔’를 입력했다.

화면 최상단에 검색 결과가 떴다.

‘처음 본 것을 이미 봤거나 경험한 것처럼 느끼는 현상.’
‘기시감’
‘뇌의 착각’

여러 항목을 읽어보았지만, 정설이라고 결론 난 건 없었다.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 내용의 글들을 읽어 내려가던 지민은 어느 순간 스크롤을 멈추었다.

더 읽어봤자 쓸만한 정보를 건지기 어렵겠다고 생각한 지민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대로 눈을 감자 머릿속에서 조금 전에 읽었던 글들이 어지럽게 뒤섞이다가 흐릿하게 번져갔다.




추천 (2) 선물 (0명)
IP: ♡.252.♡.103
뉘썬2뉘썬2 (♡.169.♡.51) - 2023/11/17 06:57:06

역시 재현이는 어려도 자상하고 센스넘치네요.지민닮은 박지민은 잘생겨도
너무 멋대가리없어서 근데 서연이랑 말없이 통하는거보면 어딘가 심상치않
아 보이기도하고.이것참 연애의 갈림길에 들어섯네요.

고양이가 등장한것도 취향이죠?ㅋㅋ

단차 (♡.252.♡.103) - 2023/11/17 07:02:04

뭔가 묘하죠? 연애에 중요한건 뭐니뭐니해도 말 없이도 통하는 느낌이죠.ㅋㅋ

네, 맞아요. 고양이가 등장한건 당연히 쓰는 사람의 취향이죠.ㅋㅋ

뉘썬2뉘썬2 (♡.169.♡.51) - 2023/11/17 07:26:40

묘하나마나 양손에 떡쥐고 선택장애에 걸리겟어요.그래도
궁금하면 내심히 지켜바야죠.ㅋㅋ

단차 (♡.252.♡.103) - 2023/11/17 07:33:35

주인공들의 마음은 저도 긴가민가해요. 일단 무대를 만들어주고 그저 지켜보는거죠. 어떻게 하나하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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