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球上唯一的韓亞 22~24

단차 | 2023.11.15 07:11:23 댓글: 2 조회: 220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7676
22


주영이 여덟 시간을 푹 자고 일어나 부은 눈을 떴다.

“불침번의 기본이 안 되었군요?”

정규가 놀리는 투로 말했다.

“깨워서 시키지 그랬어요?”

“못 미더워서.”

“언제 잠든지도 모르겠네. 아폴로 꿈을 꿨어요.”

주영의 표정으로는 좋은 꿈인지 나쁜 꿈인지 판별할 수 없었다.

정규는 시계를 보았다. 곧 출근해야 할 시간이었다. 공무를 하고 있는 거긴 한데, 보고를 안 했으니 무단결근이 될 위기였다. 해가 뜨니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왜 이 여자애랑 여기서 이러고 있지? 모든 게 커다란 착각이 아닐까? 정규는 어긋난 느낌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 변태 외계인은 도망간 거 아닐까요, 눈치채고?”

주영이 싱크대에서 대충 세수를 하며 물었다.

“그럴 수도 있죠. 슬슬 철수해야겠다. 학교 안 가요?”

“갔다가 나중에 또 올 거예요. 요원님은요?”

“저녁때 시간이 되려나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혼자 이런 위험한 물건 들고 다니는 건……”

“다른 수가 없잖아요? 상대방은 막 레이저 쏘는 모양인데.”

달칵, 자물쇠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쉿!”

정규와 주영이 소리 없이 움직여 각자의 무기로 손을 뻗었다. 하루 사이에 호흡이 무척 잘 맞게 된 두 사람이었고 문이 열리자 동시에 현관 쪽으로 총을 겨누었다. 한아와 경민이 거기 멈추었다.

그 시각, 유리는 평소보다 일찍 나와서 한아 대신 가게 문을 열고 있었다. 친구와 그 약혼자에게 닥친 위기를 전혀 생각지 못한 채였다. 전화를 한 번 놓치는 바람에 어떻게 되었는지 전해 듣지 못했고 얼른 듣고 싶어 휴대폰을 자꾸 들여다보았다.

“깨가 쏟아져서 전화 안 하나? 그래도 나한테 말해줘야지. 센스가 없어, 센스가.”



23


긴장 속에 네 사람이 서 있었다. 한아는 이 모르는 사람들이 왜 여기에 침입해 있나 충격을 받았다.

한 사람은 자기가 초대한 거나 다름없다는 걸 꿈에도 생각 못한 채. 전날 밤에 받은 충격만으로 평생 받을 건 다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끝이 없었다. 우주적으로 꼬인 인생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단 총들 치워주세요.”

한아보다는 덜 놀란 것 같은 경민이 제안했다.

“위험 요소가 없다고 판단될 때까지 그럴 수 없습니다.”

정규가 말했고, 한아는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라고 생각했다.

“주영씨.”

경민이 여자 쪽을 향해 이름을 불렀다. 아는 사람?

“역시 뭔가 있는 거네. 내 이름도 알고 있고. 그쪽 뭐야? 아폴로를 어쩐 거야?”

“아폴로씨와 연관이 있긴 한데, 아폴로씨한테 어쩌진 않았어요. 그보단 아폴로씨가 저한테 부탁을 했다는 게 더 정확한 설명이겠네요. 주영씨에게 전할 게 있어요.”

“같이 있었잖아, 캐나다에, 유성우 때! 죽였어? 묻었어? 빙빙 돌리지 말고 말해봐.”

“스쳐지나가긴 했죠. 아폴로씨는 아주 잘 계세요.”

그러나 주영은 한마디도 믿을 수가 없었고 고함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헛소리하지 마! 아폴로는 어딨어? 내가 장난치는 것 같아?”

주영이 한 걸음 더 경민에게 다가갔다.

“잠깐만 들어봐요. 아폴로씨 부탁으로 전해줄 물건이 있다니까요. 총을 내려놔요. 한아가 다칠 수 있어.”

“너 같은 사이코 얘기, 어떻게 믿어?”

주영의 가는 팔은 총의 무게에 떨리기 시작했고, 사태가 악화되어가고 있다고 판단한 정규는 일단 주영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어깨를 살짝 주영에게 대며 호흡을 고르게 했다.

주영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위기를 느낀 경민의 입가에서 초록빛이 스며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조난 요청 랜턴 좋아하네, 정규는 스스로의 감이 맞아떨어졌음을 알고 어찔했다.

“이러면 나도 방법이 없어요. 아무리 의뢰가 있어도 한아가 더 중요해요.”


그때까지 상황을 관망하던 한아가 조용히 앞으로 나섰다.

“한아야, 그러지 마. 내 뒤에 있어!”

“이쪽으로 오지 마요. 가만히 있으라고.”

“뭐야, 뭐하자는 거야?”

세 사람을 완전히 무시한 한아는, 조용히 양손을 뻗어 두 개의 총구를 손바닥으로 막았다. 그 느린 동작에는 어쩐지 거부할 수 없는 구석이 있었다.

“괜찮아요. 얘기 들어요. 경민아, 너도 입에 불 빼라.”

“하지만……”

경민은 망설였다.

“반지 뺀다?”

“알았어.”

시계의 앞자리가 바뀌기 전, 정규가 전화를 걸어 오늘 출근이 늦을 것임을 알렸다.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들렀다 가는 걸로 해두었다.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듣고 싶은지는 확신할 수 없어도.



24


단란하게 식탁에 둘러앉았다. 경민이 차와 과자를 내놓았다. 유통 기한이 아슬아슬했지만 어쨌든 넘지 않았으니 괜찮을 것 같았다. 정규가 먼저 받아들고는 킁킁 냄새를 맡아보았다.

“아주 흔한 지구산 실론이거든요.”

경민이 발끈했다.

음식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으며 주영이 다시금 물었다.

“우주…… 투어중이라고요?”

“네. 아마 아직 이 은하계에 있을 거예요. 범우주적 활동을 지원하는 기획사에서 아폴로를 영입할 계획이 있다고 소문은 계속 있었는데, 아폴로 쪽이 받아들인 건 뜻밖이었어요. 어쨌든 지금까지 이룬 걸 버리고 가야 하고, 신체적인 위험도 분명 있으니까요.”


“그 욕심쟁이가…… 못살겠네 진짜.”

주영은 웃고 싶은 건지 울고 싶은 건지 눕고 싶은 건지 뛰고 싶은 건지 스스로의 상태를 확신하기 어려워졌다.

“대단한 도전이죠. 음악이 정말 보편적인 예술 형식인지 실험해보고 싶었다고 최근에 인터뷰를 했어요. 지금까지와는 듣는 이들이 다르니, 스스로는 듣지 못하는 음역까지 건드려야 할 텐데 야심 있더라고요. 아마 주영씨한테는 얘기하고 싶어했던 것 같은데, 자세히 말해버리면 계약 사항 위반이니까.”

“그런 건 또 칼같이 잘 지켜요. 투어 얘기를 하긴 했지만……”

“이번 달 안에만 출발하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어요. 어제 도착한 티켓, 먼저 주영씨 생체 정보를 보내야 하거든요. 그래서 주영씨 집 밖에서 스캔한 건데 크게 오해할 줄 알았으면 미리 설명할 걸 그랬어요. 설명했어도 믿어주셨을지는 또다른 문제지만요.”

“시도나 해보시지 그랬어요.”

“티켓 보여드리면서 말씀드리는 게 제일 이상적일 것 같았는데 말이죠.”


“이상적인 상황과는 많이 멀었네. 그쪽이 아폴로를 죽인 줄 알았다고요.”

거기까지 얘기하고는 급격한 허기를 느꼈는지 과자를 집어먹는 주영이었다. 정규는 영 찜찜함이 풀리지 않는 듯했다.

“전달은 왜 상관없는 김경민씨가…… 아니, 김경민씨 외피를 입은 당신이 하는 겁니까?”

“여기까지 오느라 빚을 많이 져서요. 조금씩 잔심부름하며 갚아나가야 합니다.”

“서류를 좀 봤으면 하는데요.”

“저도 따라야 하는 사항들이 있어서 바로 보여드릴 수는 없고, 제 관리자에게 먼저 말하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정규씨한테 연락이 갈 거예요.”

“그걸 제가 어떻게 믿어요?”

“아저씨, 좀 믿어요. 입에서 불 뿜는 사람 말을 안 믿고 뭐 어쩌려고요?”

주영이 정규에게 핀잔을 주었다.

“못 미더우시면 언제든 저나 한아를 찾아오시면 되죠.”


한아가 냉동실을 뒤져 언제 적 것인지 모를 식빵을 찾아냈고, 외계인이 무쇠 팬을 맨손으로 다루며 굽기 시작했다.

“티켓, 받을 거예요? 원하지 않으면 돌려보낼 수 있어요. 아직 환불 기한이 남아 있거든요.”

“일단 보여줘봐요.”

주영이 머뭇거리며 요구했다. 경민의 팔에 잠시 빛이 올랐다. 한아는 잠을 못 자서인지, 콘서트 같은 데 가면 꽤 쓸 만하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망설임을 비롯해서 각종 부정적인 감정이 20퍼센트 이하일 때만 전달하고 전달받을 수 있어요. 무단 탈취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평화로운 지역도 있지만 상당한 무법 지대도 가로질러야 하다보니 나온 방책이죠.”

“어떤 방식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데요?”

“그냥, 악수하듯 손을 잡으면.”

“만약 내가 망설이면요?”

“전달이 안 되겠죠.”

“그럼 못 받아요?”


“천천히 기다릴게요. 몇 번이라도 시도하면 되니까, 급할 거 없어요. 아폴로씨가 상당히 여유 있게 날짜를 잡아줘서 될 때까지 하면 돼요.”

“……그럴 리가.”

주영이 순간 아주 분명한 눈을 했다.

“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아폴로가 날 불러줬는데, 내가 망설일 리가. 난 확신 백 퍼센트 나올지도 몰라. 자, 이리 줘요, 티켓.”

손을 뻗어 경민을 잡으려는 주영에게, 정규가 정색을 했다.

“야 야 야, 생각을 좀 하고……”

“야? 지금 저한테 야라고 하신 거예요?”

주영이 발끈했다.

“아니, 너무 급해서 반말이 나왔는데 생각을 좀 하고 결정하시죠?”

“백날을 생각해봤자 답은 똑같을걸요. 어떤 특별한 사람은 행성 하나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때가 있어요. 그걸 이해하는 사람이 있고 못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저한텐 엄청 분명한 문제예요. 난 따라갈 거야, 내 아티스트.”

경민은 주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정한 미소를 띤 채 한아를 보았다. 한아 역시 경민을 마주보며 슬쩍 물었다.

“주영씨, 위험해지는 건 아니야?”

“여행은 항상 위험하지.”

경민이 쉽게 인정했다.

“감수할 수 있어요.”

그 말에 정규는 전날부터 줄곧 하고 싶었던 말들을 뿜어버렸다.

“가족도 아니고 연인도 아니잖아? 그냥 가수일 뿐이잖아?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주영은 정규에게 이상한 고마움을 느끼며 대답했다.

“말 그대로 스타라니까. 중력이 없으면 스타겠어요? 벗어날 수 있었으면 나도 다르게 살았지. 가끔은 포기가 더 효율적일 때가 있죠. 자, 외계인 아저씨, 손 줘요. 난 100퍼센트 긍정적이야.”

그렇게 주영과 경민이 손을 잡았다.

초록색 기운은 한 사람의 팔에서 다른 사람의 팔로 옮겨갔고, 곧 희미해졌다.

“애걔, 이게 끝이야? 스페셜 이펙트가 약하네.”

달라진 점을 찾을 수 없는 자기 팔을 내려다보며 주영이 말했다.

“괜찮아요?”

정규가 호기심을 못 이기고 주영의 팔을 꾹꾹 찔러보았다.

“약간 뜨끈뜨끈한가?”

“정말 굉장하네. 망설임이 5퍼센트도 안 돼.”

경민 역시 나름대로 놀라고 있었다. 한아는 문득 진짜 경민도 외계인 경민과 여행권을 주고받을 때 망설임이 그렇게 없었을까 궁금했다. 몇 퍼센트나 망설였을까. 그 망설임 중에 또 얼마가 한아에 대한 망설임이었을까.

“그럼, 이거 이제 어떻게 써요?”

“셔틀이 올 거예요. 나중에 위치를 정확히 알려줄게요.”

“셔틀?”

“좀 멀리 가야 할지도 몰라요. 대개는 인적이 드문 데서 착륙하니까. 그전까지 예방 주사도 맞아야 하고 미리 먹어둬야 되는 약들도 있어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되도록 건강에 신경쓰고 계세요.”

주영과 정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상한 밤이 지나고 찾아온 전혀 다른 날 속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경민과 한아가 피로에 지친 몸을 끌고 배웅했다. 한아는 확실히 피곤했고, 경민은 어떤지 몰라도 일단은 그래 보였다.

“좀 조심하지 그랬어요? 왜 뉴스에 나고 그러냔 말입니다.”

정규가 마지막으로 따끔한 주의를 주었다.

“상황이 어쩔 수 없었습니다마는, 혹 다른 분들께도 정보를 공유할 생각이신가요?”


경민의 물음에 정규는 고개를 돌려 한아에게 물었다.

“글쎄…… 정말 괜찮아요?”

“네?”

“괜찮냐고요.”

한아는 잠깐 생각했다. 괜찮은 걸까? 11년 사귄 남자친구와 정체성을 교환한 채 세 달을 속인 외계인과 약혼해버린 지 몇 시간이 채 되지 않은 지금, 과연 괜찮다고 말할 수 있나?

“네, 괜찮아요.”

당장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일단 대답해버렸다.

“안 괜찮아지면 다시 전화해요.”

정규가 직통 번호가 적힌 명함을 건넸다.

“고맙습니다.”

돌아서기 전 마지막으로 주영이 물었다.

“언니, 근데 우리 어디서 보지 않았어요?”

“어, 그러게요. 왠지 낯이 익네.”





추천 (2) 선물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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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박 (♡.43.♡.108) - 2023/11/15 15:57:26

그럼 다들 실종이 아니네요..ㅎㅎ

단차 (♡.234.♡.189) - 2023/11/15 16:12:59

다행이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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