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2 격정시대 하-53

더좋은래일 | 2023.11.08 10:34:19 댓글: 0 조회: 155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5903


53

제1지대의 본부는 상계거리 가까이에 설치되여있었다. 상계는 주변의 농민들이 장을 보러 모여드는 장거리엿다. 82사단 사령부와 상거가 불과 두어마장 밖에 안되였으므로 지대장 방효삼은 날마다 출근을 하다싶이 사령부에를 드나들며 전황을 료해하였다. 주로 참모장이-룡소장과 일을 의논하고 타협하였다. 그런데 이날 참모장이 방효삼을 보자마자 <<방대장, 우리 사단장이 만나뵙구 말씀할게 있다시는데... 지금 나하구 좀 같이 가십시다.>> 하고 말하여 방효삼은

<<무슨 일인데요?>> 하고 걸상에서 일어선 허우대 큰 참모장을 쳐다보았다.

<<장관사령부의 길부참모장이 아까 아침에 전화루... 진장관의 의사를 전달해왔는데... 조선의용대에 관한 일입니다.>>

진장관이란 제9전구 사령장관 진성이를 말하는것이였다.

<<녜 그래요. 그럼 어서 가십시다.>>

사단장은 방효삼을 국제전우라고 특별히 친절하게 대하였다. 사단장과 방효삼이 담화하는 동안 룡참모장은 걸상에 앉지 않고 책상옆에 서서 이따금 사단장의 말을 거들어주군 하였다. 사단장이 전달하는 진장관의 의사라는것의 대의는 이러하였다.

지금의 전국으로 보아 막부산전선에서의 아군의 전면적철퇴는 불가피적인것 같다. 조선의용대는 귀중한 국제부대이다. 그러나 아직은 소부대이므로 실전의 의의보다는 그 정치적선전적의의가 더 크다. 전투에서 희생이 나면 인원의 손실을 보충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므로 특히 아낄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각 부대에 분산시킨 인원들을 모두 거두어들여 일단 장관사령부 소재지까지 후퇴를 하는것이 좋을것 같다. 다른 뜻은 없다. 심사숙고하기를 바란다.

이 문제를 가지고 방효삼과 정치위원 왕통이 상의하였다.

<<아마 뒤죽박죽 퇴각하는 꼴을 우리에게 보이구싶지 않아 그러는 모양이요.>>

<<창피해서요?>>

<<죽어두 `멘즈`는 돌봐야 하니까.>>

<<그놈의 멘즈. 목매 죽은 귀신이 분을 바른다더니.>>

<<아무튼 일단 철퇴는 하는수 밖에 없을것 같소. 우리 단독의 힘으루 적의 진공을 막아내지 못할바에는.>>

<<동무들이 아마 납득이 잘 안 가 할걸요.>>

<<어떻게든 납득을 시켜야지. 진성이가 제 말 안 듣는다구 틀어지면... 앞으루 공급을 받는 면에서 지장이 있을테니까.>>

<<우리는 항일을 하는데두 곁방살이로구먼요.>>

<<이불안 보아가며 발을 펴야지... 하는수 있소?>>

왕통은 쓴입을 다시고 더 말을 아니하였다. 목숨을 걸고 정의의 전쟁에 뛰여들어서까지 남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신세가 한스러워서였다.

이삼일후, 각 부대에 분산되였던 제1지대 전원은 남강교거리에 집결하여 행군을 시작하였다(남강교는 전국시대 초나라의 대시인 겸 정치가인 굴원이 몸을 던진 멱라강의 지류에 걸린 다리다). 교통수단이라고는 군용트럭밖에 없는데 군수물자를 부리운 트럭들이 돌아갈 때는 중상을 입어 앉지 못하고 누워가야 하는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부상병들을 실어날라야 하는 까닭에 성한 사람은 편승할 여지가 없었으므로 천생 도보행군을 하는수 밖에 없었다. 능히 걸음을 걸을만한 부상병들이 아다모끼로 트럭을 가로막고 야료를 부리는 광경을 도처에서 볼수가 있었다.

매선, 평강, 옹강, 금정을 차례로 거쳐 사흘째인가 나흘째 되는날 한낮때 황화시에를 다달으니 멀리 바라보이는 장사의 하늘이 온통 연기로 뒤덮였었다. 조선의용대 대원들은 까닭을 몰라 모두 눈들이 휘둥그래졌다. 얼마 더 아니 가 피난민들과 마주쳤다. 도망군의 보짐 같은 보따리들을 메거니지거니 한 남녀로소가 풀들이 죽어가지고 길에 메게 몰려나왔다. 개중에는 말을 죽어라 하고 들어주지 않는 중돼지 한마리를 싸리개비로 때려서 몰고 오는 중년의 남자가 있는가 하면 또 헌 다래끼에 암탉 두마리를 담아가지고 오는 아낙네의 실심한 얼굴도 보였다.

<<웬 일들입니까 대체?...>>

이편에서 묻는 말에

<<온 장사가 불바다가 돼버렸다오.>>

대답하며 손을 들어 방금 빠져나온 장사의 하늘을 가리켜보이는 중늙은이의 얼굴에는 동란의 자취가 력력하였다.

<<적군이 들어왔나요?>>

<<적군이요?... 아니요.>>

<<그럼 일본비행기가 와... 소이탄을 떨궜던가요?>>

<<아니요 아니요.>>

<<그럼 저렇게 큰불이 대체 어떻게 일어났단 말입니까?>>

<<우리 사람들이... 헌병하구 보안대가... 석유초롱을 들구 다니며... 닥치는대루 불을 놓는다구요.>>

<<아니 그건 어째서요?...>>

<<어째선지... 우리 백성이... 어떻게 압니까?>>

참으로 놀라운 소식이였다.

피난민의 물결이 거스르다싶이 하며 장사교외에 이르니 하늘을 뒤덮으며 날아오는 불티때문에 눈들을 뜰수가 없었다. 적들의 정찰기 한대가 날아와 불타는 장사의 상공을 빙빙 몇바퀴 돌아보더니 어처구니가 없는모양으로 그냥 날아가버렸다.

2천만 인구를 가진 풍요한 호남성의 수부-유서깊은 장사시가 불바다로 화한 광경은 오직 경심동백(惊心动魄) 넉자로 형용할 밖에 없었다. 폭군의 대명사로 쓰이는 로마의 황제 네로가 로마시에 지른 불이 이러하였을가? 나뽈레옹의 침략군을 굶겨죽이고 얼궈죽이려고 로씨야의 명장 꾸두조브가 모스크바에 지른 불이 이러하였을가? 지난 밤중까지만 해도 장사시 시민들은 하늘이 이런 재앙을 자신들에게 들씌울줄은 미처 몰랐을것이다!

불구뎅이속에 숙영을 한다는며리가 없어서 대오는 장사성을 오른손편으로 끼고 돌아 칠리포라는 주막거리에 와 숙영을 하였다. 칠리포라는것은 장사시에 7리 떨어진 주막거리란 뜻이다. 민심이 황황한중에 하루밤을 드새고나니 북쪽하늘의 연기는 밤사이에 기세가 조금도 죽지지 않고 계속 충천하였었다. 하긴 십만가호의 한개 도시가 재더미로 화하는데는 시간이 걸릴것이였다. 아침식사가 끝난 뒤에 방효삼이 밤사이에 료해한 정황을 전원에게 알리였다.

<<...통성을 점령한 적군이 장사까지 밀구 내려올거라는 진성이의 보고에 근거해 장개석이가 장사를 포기할 결심을 내렸는데 그냥 내주지 않구 꾸두조브의 고사를 본따서 초토화를 하기루 했다는겁니다. 그래서 시민들에게는 미리 알리지두 않구 그저께 오밤중에 불시루 군경을 출동해서 계획적으루 시내 각처에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는겁니다. 그리구 장관사령부는 이미 형산에 옮겨앉았으니까 우리더러 곧 형산까지 따라오라는겁니다.>>

이렇게 말하고 방효삼은 잇달아서

<<그러니 우리는 다시 형산을 향해 행군을 계속해야 하겠습니다. 설영대는 양씨동동무가 인솔하구 지금 곧 떠나주십시오. 그리구 본대는 한시간후에 출발하겠으니 각기 길 떠날 채비들을 해주기 바랍니다. 이상.>>

이와 같이 간단명료하게 지휘하였다.

군단사령부에 빌려주었다가 도로 찾아온 며칠전 남강교에서 복대한 서선장이가 리정호를 돌아보고

<<이러다가 정말 서장(티베트)으루 들어간단 소리가 나잖겠어?>> 하고 웃으니 리정호도

<<히말라야산구경을 한번 하는것두 해롭잖겠지.>> 하고 마주 웃었다.

비극과 희극은 꼬아놓은 새끼줄처럼 서로 엇감긴 두가닥의 개념인 모양이였다. 장사를 내주려고 일껏 초토화를 한 위대한 군사전략가 장개석각하의 일편고심을 몰라주고 일본강도들은 수백리밖 통성에 주저앉아가지고 장사는 넘어다보념도 아니하였다. 이런제기, 적군이 들어와야 20세기의 꾸두조브가 한번 돼보지! 겁에 질린 진성이의 그릇된 전황보고와 위대한 군사전략가로 중외에 이름을 들날려보고싶어 몸살이 날 지경인 장개석이의 허영심 때문에 하나의 멀쩡한 도시가 맥없이 날아가버렸으니 이를 어쩐다? 장사는 곡창 호남의 곡물집산지였다. 그러하기에 두주일후에 조선의용대가 장사로 되돌아왔을 때까지도 산더미 같은 벼무지들은 그냥 타고있었다! 장시시민의 피눈물로 엮어진 일장의 비극은 장개석이의 헛다리 짚은 초토화희극과 엇감겨 중국전사에 길이 남게 되였다.

재더미로 화해버린 장사로 다시 내려올 때 조선의용대는 호사스럽게도 형산서부터 백설실이 두대박이를 타고 물 맑은 소상강을 거드럭거리며 내려왔다. 소상강의 늦가을경치는 천하 으뜸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길손들의 간장을 녹여주었다. 조선의용대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행하는 다른 한척의 두대박이에는 곽말약청장 휘하의 항적연극대 제8인가 몇대인가가 타고있었다. 조선의용대는 모두 정식으로 군사훈련을 받은 군인들이므로 행군을 하나 숙영을 하나 질서가 정연하였지만 그 연극대친구들은 그렇지가 못하였다. 한마디로 말하여-뒤죽박죽이였다. 식사를 하겠는데 식사도구들도 마련이 되여있지는 않아 쑥스러운대도 동행하는 배에다 손을 내밀어야 할 지경이였다.

식사를 마친 뒤에 그들은 빌어쓴 식사도구를 말끔히 씻고 부시여 잘 썼다는 인사의 말고 함께 돌려왔다. 조선의용대의 내무규정에는 <<행군시에는 식사도구를 각자가 보관함>>으로 되여있었다. 그래서 의용대원들은 그 일괄봉환한 식사도구중에서 각기 제것을 찾아가질판이였다. 그런데 의용대의 식사도구를 빌어쓴 그 연극대에는 하늘에서 금세 날아내려온 선녀같이 예쁘게 생긴 젊은 녀배우가 하나가 있었다. 방명은 들어보시지 못했어도 그 아릿다운 용모야 총각, 로총각들의 주목의 초점으로 되지가 않을수 없다. 그런 참에 장난군 하나가 찾아든 제 공기가 저가락에다 우습강스레 쩍쩍 소리나게 입을 맞추며 성명을 하기를

<<바루 내 이걸루 그 아가씨가 밥을 먹었다나!>> 한즉

<<허튼수작!>> 하고 다른 하나가 대번에 면박을 주었다.

<<내걸루 먹는걸 내 이 눈으루 봤는데!>>

이것을 계기로 숱한 짝사랑군들이 너도나도 각자의 독점권을 주장해나섰다. 다들 제걸로 먹었다는것이다. 그러니 그 녀자는 제게라는것이다. 떡줄 놈은 아무 말 없는데 김치국부터 마셔두 유분수지!

이러한 시기에 제1지대에 생김생김도 그렇고 학식, 교양도 그렇고 별로 두드러진데가 없는 황기봉이라는 대원 하나가 있었다. 그도 남처럼 술도 잘 먹고 놀기도 잘하는 보통인간이였다. 그런데 이치가 갑자기 바른길에 들어서서 성인군자가 될 결심을 하였는지 남하고 휩쓸리지를 않고 외톨로 삐여지기 시작하였다. 급료를 타도 뭍에 올라가 한잔 할 생각을 아니하고 혼자 오도카니 배에만 머물러있었다. 그리구 뜸막우에 군용지도를 펼쳐놓고 종일 무슨연구에 골몰을 하였다. 그러니 자연 친구들의 말밤에 오를 밖에.

<<왜, 갑자기 구두쇠가... 한밑천 잡을 생각인가?>>

<<리태백이하구는 인제 그만 혼을 끊을 작정이야?>>

<<저리들 물러서라구. 남은 지금 참모총장이 될 준비를 하고있는데!>

<<다들 모르는 소리다.`전략개론`을 집필하시는중이다!>>

아무리 놀려주어도 황기봉이는 그저 싱글싱글 웃기만 하였다. 모두 못 들은체 지도만 파고드는것이였다.

<<조사연구없이 함부루 지껄이지들 말아, 남은 지금 황자가 되려는 판인데.>>

<<황자? 황자란게 도대체 뭐 말라뒈진게야?>>

배안은 갑자기 웃음판으로 변하였다. 정 성화를 바치면 황기봉이는 사정을 하는것이였다.

<<제발 좀 내러려둬줘! 저희끼리 놀련 되잖아?>>

이튿날 서선장이가 우연히 황기봉이가 돛대밑에서 저의 그곁에다 차는 모젤권총을 상의속에다 차는것을 보았다. 의용대는 정찰활동을 하는 부대가 아니였으므로 휴대하는 무기는 언제나 정정당당하게 겉에다 차게 마련이였다. 황기봉이는 허리를 구푸리고 한손으로 제 엉뎅이를 만져보았다. 그리고 선장이게로 고개를 비틀고 웃으며 묻는것이였다.

<<겉으로 뵈니?... 총끝이 드러나 안 드러나?...>>

<<왜 갑자기 정보원노릇이 하구싶어?>> 하고 선장이가 빈정거린즉 그는

<<뵈나 안 뵈나만 말해.>> 하고 싱글거리며 대꾸를 하는것이였다. 그리고 덧붙여 말하기를

<<인간이란 경우에 따라... 눈치놀음두 할줄 알아야 한다니까.>>

<<황너구리가 다르긴 하다.>>

황기봉이는 허리를 펴며 제법 의논성 있게

<<아무래두 멜빵이 좀 느슨하지? 한구멍 죄야겠다.>> 하고 또 싱글싱글 웃는것이였다.

이튿날아침, 의전례하여 모두들 뭍에 올라가 강뚝을 따라 달렸다. 행군중의 아침체조인 셈이다. 삼삼오오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륙마장, 칠팔마장씩 달리고나면 몸이 거뜬해지고 또 정신도 상쾌해진다. 그런 연후 다시 배에 올라와 아침식사를 하면 밥맛이 좋기가 비길데 없다. 각 반조(饭组)는 네 사람씩이다. 그런데 이날 아침 황기봉이네 반조 식구 하나가 목을 길게 늘이고 두리번거리며 들떼여놓고 묻는것이였다.

<<우리 여기 어째 식구 하나가 모자라는구먼. 황기봉이가 안보이니 웬 일이야?>>

그 말을 듣자

<<물에 빠져죽은건 아니겠지.>>

누군가가 한마디 비꼬았다.

<<기운이 뻗쳐 혼자 마라손경주를 하는게지.>>

<<배때기가 고프면 어련히 찾아오잖을라구.>>

그러나 황기봉이는 한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를 않았고 또 두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를 않았다. 의혹이 차차로 짙어가는중에 한낮때가 다되여 지대본부에서는 마침내 긴급회의를 소집하여 사태를 분석하고 또 대응책을 강구하였다. 그 결과 황기봉이는 배반도주를 한게 틀림이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는데 그 론거인즉 이러하였다.

첫째, 돈을 쓰지 않구 꽁꽁 묶어둔것은 도망질칠 로자를 장만한것이였음.

둘째, 지도연구에 골몰한것은 도망질칠 로선을 선정하느라고였음.

셌째, 권총을 속에다 찬것은 도망질치는데 편리하라고였음(군인이 단독으로 려행할 때는 려행증서에 기재가 없으면 무기를 휴대하지 못하므로).

이상고 같은 분석을 거쳐 진상이 명확해지자 사람들은 아연실색하여 개개 다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엿다. 제1지대 전체가 다 경각성이 발뒤꿈치같이 무디였다! 련일 가지가지의 수상한 거동을 눈으로 보면서도 빈정거릴줄이나 알았지 누구 하나 랭정히 분석해볼 생각은 안했으니까! 황기봉이가 배반도주를 한것은 왕정위의 남경괴뢰정부가 성립되기보다도 둬서너달 앞서서였다.

이때부터 조선의용대의 사전에는 새 단어 즉 <<배반도주>>라는 단어 하나가 더 늘었다.

즉각 추격대가 무어졌다. 령솔자는 정치위원 왕통. 다섯사람중에 서산장도 들었다. 지대장의 명령으로 탈주자가 <<항거하면 즉시 사살>>하기로 하였다. 일행 다섯 사람은 급히 배를 강안에 갖다대고 하륙하였다. 얼마 아니 가 지나가는 군용트럭 한대를 만나 편승하고 주주로 직행하였다. 주주는 세갈래이 철길이 교차되는 교통요충지이다. 급기야 주주에를 다달아보니 정거장부근은 온통 폭탄구뎅이천지로 흡사 망원경으로 관측하는 달의 표면과도 같았다. 구뎅이가 큰것은 직경이 10메터에 깊이가 오륙메터씩이나 되는데 바닥에는 물이 충충 괴였었다.

주주에서 일행은 주둔군을 찾아가고 공안국을 찾아가고 또 지방행정기관을 찾아가 수소문해보았으나 다 허사였다. 하여 이튿날은 기차로 강서방면에 발을 뻗기로 하였다. 그런데 워낙 시원찮은 증기기관차가 때는것까지 렬등석탄이라 달리는 속도가 형편없이 느릴뿐더러 도무지 고개길을 오르지 못하여 올라가다는 뒤로 미끄럼질을 치고 또 올라가다는 뒤로 미끄럼질을 치고 하였다. 선장이는 속에서 불이 나는것을 겨우 참았다. 꼴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고 딱딱한 등받이에 몸을 기대였다.

굼벵이렬차가 천신만고로 례릉역에 당도하였을 때는 일행 다섯 사람이 모두 신심을 잃었다. 잔디밭에 가 바늘을 주으라지, 어디 가 붙잡는단 말이. 다섯 사람은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여버렸다.

례릉성밖에서의 일이다. 선장이는 속에 쌓인 울분을 풀 길이 없어 잽싸게 권총을 빼여 황기봉의 배반도주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시꺼먼 도적고양이 한마리를 쏘아죽였다. 그 앙칼스러운 꼴이 공연히 비위에 거슬려서였다. 선장이의 그러한 돌연적인 거동을 보고도 동행들은 그저 덤덤히 서있기만 하였다. 그들의 속도 역시 선장이처럼 울울하고 불쾌하였던것이다.

그후에 황기봉이 어떻게 되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조선의용대가 장사에 돌아와보니 타다남은 거리거리에 벌써 복구사업이 벌어졌는데 적의 폭격기가 날아와서는 종이폭탄-삐라를 뿌리여 장사거리에는 때아닌 종이비가 내렸다. 백성들이 삐라를 줏느라고 우 달려들어 벼락맞은 소 뜯어먹듯하는것을 경찰들이 못하게 말리느라고 호통을 빼며 이놈 차고 저놈 차고 하는 활극이 도처에서 벌어졌다. 선장이가 한장을 집어보니 그 내용인즉 항일용공(容共)정책을 포기하고 일(日), 만(满), 지(支) 3국이 제휴하여 신질서를 건립하여 함께 벴공반쏘를 하자는것이였다.

조선의용대는 부득이 남아서 복구사업을 도와주게 되였는데 그동안에 해가 바뀌여 1939년이 되였다. 년초에는 일본놈의 품속으로 도망질을 친 국민당 부총재 왕정위를 성토하는 대회가 열리고 또 시위행진이 벌어졌다. 짚으로 만든 왕정위의 제웅을 불사르며 기세를 올리기도 하였다.

2월초에 조선의용대는 다시 막부산전선으로 진발하는데 그동안에 제9전구의 사령장관이 갈리여 역시 장개석의 심복인 설악이가 진성이의 대신으로 왔었다.

전선에를 나와보니 적아 량군이 대치한 진지라는게 그냥 평행선을 이룬게 아니라 개이발처럼 들쭉날죽 엇물려서 상거가 가까운데는 오륙메터, 먼데는 이삼천메터씩이나 떨어져있었다. 적이 진격을 돌연히 중지한 까닭에 전투는 소강상태를 유지하고있었다. 이따금 생각난듯이 총성이 몇방씩 들릴뿐 사납던 기세가 숙어들어 전선은 고자누룩하였다. 적아 량군이 다 그 사령부에 올려보낸 전황보고는 모름지기 이러하였으리라-<<막부전선 이상없음.>> 한마디로 말하여 삐라전을 전개하기에 알맞춤한 환경이였다. 이에 비추어 제1지대는 회의를 열고 삐라전의 문제를 집체토의에 붙였다. 맨먼저 정치위원 왕통이 좌중을 한번 둘러보고나서 입을 열었다.

<<적군은 비행기가 있으니까 삐라를 맘대루 갖다 뿌릴수가 있지만... 우리는 그런 수단이 없으니 어떻거면 좋겠습니까? 무슨방법으루 우리의 대적삐라를 적군이 받아볼수 있게끔 하겠는지... 좀 토의를 해보십시다.>>

리정호가 선등

<<밤에 그놈들의 전호 턱밑까지 기여가지구 수류탄을 던지듯이 삐라묶음을 던지는게 어떻겠습니까?>> 하고 제 생각을 말하니 왕통은

<<그것두 한 방법이겠구... 또?...>> 하고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 내 생각엔 동남풍이 몹시 부는 날... 바람에 날려보내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장준광의 이 의견에는 중구난방으로 반박이 튀여나왔다.

<<아니 풍속이 얼마나 되기에... 삐라를 천메터씩이나 날리누?>>

<<그렇게 하자면 아마 한 25메터는 불어야 할걸, 초속으루.>>

<<25메터! 너를 날려가라구 해라...25메터>>

<<쉬, 잡담 금지!>>

<<그럼 장관사령부에다 비행기 한대만 보내달라구 전보를 치는게 어떨가요?>>

<<또 공상적랑만주의.>>

<<밑져야 본전이지.>>

선장이가 가만히 듣고있다가

<<아니 그렇게 아니라... 연을 리용합시다.>> 하고 말을 내니 왕통은 귀가 솔깃한 모양으로

<<연을 리용해? 어떻게?>> 하고 선장이의 입을 쳐다보았다.

<<큰 연을 만들어가지구 거기다 삐라묶음을 매달면 되잖겠습니까?>>

<<능히 날가?>>

<<대문짝만한 연에다 삐라 몇십장 묶은거야 못 매달겠습니까?>>

<<하긴 그렇겠군.>>

<<그럼 뿌리긴 어떻게 뿌리구?>>

<<선향 한토막을 매달지요, 불을 붙여가지고... 그 선향이 타들어가면... 삐라 묶은 끈이 타서... 저절루 끊어질게 아닙니까.>>

<<된수야!>>

<<딴은 그렇겠군.>>

<<딴은 그렇겠군.>>

선장이의 제안이 좌중의 일치한 지지를 받았다. 그러자 연을 만드는 문제는 더구나 대문짝만한 연을 만든다는 기술적문제는 해결이 아니 났다.

<<어떻건다?>>

<<제기, 혁명을 하는데 연을 만드는 재주가 필요할줄이야 누가 알았나.>>

<<아니 저... 그치가 어떨가?...>>

<<그치라니? 누구?...>>

<<아 왜... 김문이 말이야.>>

<<김문이?.. 그따위 술망나니...>>

<<아니야, 김문이가 연을 만들어 팔아서 집안살림을 도왔다는데 이야기를... 언젠가 하는걸 들은것 같아.>>

<<맞아 맞아... 나두 들었어.>>

김문이는 술고래였다. 게다가 술버릇까지 좋지 못하여 술주정뱅이질을 일쑤 잘하였다. 그가 이 회의에 참석을 못한것도 벌써 이틀째 창고안에 갇히워 <<반성>>을 하는중이였기때문이다. 이때 김문이는 어둑컴컴한 창고속에서

<<내가 왜 또 술을 퍼먹구 그런 실수를 저질렀을가?>>

후회의 벌레에 염통을 좀먹히며 고민을 하고있었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죽어두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맹세를 땅땅 하고있었다. 회한의 눈물로 그 훌쭉한 볼을 적시고있었다.

그러나 <<반성>>이 풀려가지고 한주일만 지나면 그 식이 장식으로 그는 또 술을 퍼먹고 실수를 저지르게 마련이였다. 하지만 그 손을 빌어야만 일이 될 형편이라 할수없이 창고에서 데려내다가 앞에 세워놓고 왕통이 따졌다.

<<김문동무, 자신이 한 일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김문이가 서슴없이

<<깊이 반성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테니... 이번 한번만 더 두구보십시오, 절대루 없을테니... 두구보십시오.>> 하고 말하는데 그 얼굴에는 비장한 결심의 빛이 떠올랐다.

김문이는 몸집이 작아서 열네댓살 먹은 아이만 밖에 안되였다. 그래도 그 오목눈은 원숭이의 눈처럼 판득판득한게 생기가 있었다. 그러한 그가 요 대목에서는 순교자와도 같이 경건해지고 또 무기형을 받은 죄수와도 같이 가련해졌다.

<<김문동무의 반성을 해제하는데 다들 동의합니까?>>

왕통이 이렇게 묻기가 바쁘게 만좌가 이구동성으로 웨쳤다.

<<동의합니다!>>

김문이의 명연기에 감동이 되여 뻔히 속는줄을 알면서도 다들 동의를 한것이다. 김문이가 만좌를 향하여 감사하다는 뜻으로 국궁 한번을 하고 물러서려는것을 보고 왕통이

<<동무가 연을 만들줄 안다지?>> 하고 물으니 김문이는

<<연? 띄우는 연?>> 하고 손가락을 천정을 가리키며 되물었다. 왕통이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니 김문이는 대번에

<<만들줄 알잖구! 장수연, 반달연, 방패연, 가오리연, 초연, 발연, 꼭지연, 치마연, 박이연, 동이연... >> 하고 연이름을 한바탕 주어섬기고나서

<<연에 들어서야 박사지.>> 하고 흰목을 썼다.

웃음소리와 박수소리가 어울려 터지는중에 김문이는 가까이에 앉았는 오쎌로에게 손을 내밀었다.

<<담배 한대만 달라구. 이틀동안 죽을번했다. 담배가 없어서.>>

김문이가 조수 둘을 데리고 이틀이 걸려 대문짝만한 방패연 하나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냈을 때 선장이와 리정호가 서로 보고 웃었다.

<<저치야말로 20세기의 계명구도(鸡鸣狗盗)로군.>>

<<계명구도가 아니라 연을 만드는 제연(制鸢)구도야.>>

<<제연구도? 그 구도를 주도(酒徒)로 고치면 더욱 좋겠군그래.>>
<<제연주고? 술 주자 주도? 아하하... 제연주도!>>

<<아하하...>>

김문이가 얼레에다 연줄을 감다말고

<<허파에 바람들라, 작작들 웃어라!>>

비양스럽게 말하며 꿀종지눈을 희번덕거렸다.

준비는 다되였으나 한가지가 모자랐다. 동남풍이 불어주지를 않는것이다.

<<제갈량이 동남풍을 빌었다더니 우리가 바루 그쪼로구먼.>>

삼국시절 제갈공명이 동남풍을 빌었다는 고전장-적벽이 예서 그리 멀지는 않았다.

<<넨장, 개똥두 약에 쓸라면 없다더니.>>

<<괜찮아. 좀더 기다려봐. 풍향은 수시루 바뀌는거니까.>>

<<늘어지기는 오뉴월 소불알일세.>>

<<체, 무슨 뾰족한 수도 없으면서 같잖게.>>

<<비렁뱅이끼리 자루찢기야? 어서 더해봐라.>>

이튿날 한낮때부터 기다리던 동남풍이 불기 시작하여 다들 아연 활기를 띠웠다. 선장이가 좋아서 부지런히 연을 내다가 삐라묶음음을 매달고 또 신향토막에 불을 달았다. 적군의 진지에다 삐라비를 내려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들먹거렸다. 그러나 이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리론적으로는 꼭 될것 같은 일이 의외에 장애가 많아 좀처럼 목적을 달할수가 없었다. 두어시간 착실히 헛애들만 쓰다가 바람방향이 바뀌여 이날 일은 만사필로 한장의 삐라도 적진에 뿌리지를 못하였다. 적아 량군이 흥미를 가지고(심심한 전선에서 무슨 줄타기나 그네뛰기라도 구경하는것과 같은 심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망신만 하였다. 다들 맥살이 나 입맛을 젖혔다. 발기자인 선장이는 아주 파김치가 되였다.

나흘동안 고심참담한 끝에 처음으로 한번 성공을 하였을 때는 전호속에 모두들 환호성을 올리고 박수를 쳤다. 그러나 실상은 예닐곱장의 삐라가 겨우 적진에 떨어졌을뿐이였다. 선장이가 쌍안경으로 그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적들은 그 삐라를 주으러 전호속에서 기여나오지를 않았다. 첫째는 우리 저격수의 저격이 무서워였을것이고 둘째는 저의 상관의 눈이 무서워서였을것이다. 그런데 이튿날아침에 다시 쌍안경으로 살펴보니 전호 바로 턱밑에 뿌려졌던 삐라들은 온데간데가 없었다. 밤사이에 적들이 내려와 집어들여갔는지 아니면 바람에 어디로 다 날아가버렸는지 하여튼 한장도 남지 않고 다 없어졌었다. 첫 성공에 기운을 얻어 계속 연날리기를 하였으나 성공하는 률이 극히 낮아 열번에 한번 폭도 될가말가하였다. 차라리 야습을 나갔다가 적의 전호밑에까지 박근하여 갖고 간 삐라를 던지거나 뿌리거나 하는것이 더 손쉽고 더 효과적이였다. 그동안에 전국이 바뀌여 적군은 전호를 굳히고 수세를 취하는 반면 숨을 돌린 아군은 비번히 출격을 하게 되였었다(주로 야습을 들이대였다).

춘분 전후에는 적의 후방을 교란하는 유격활동이 활발해져 두개의 독립려단이 적후로 들어가가지고 하나는 양방림에 또 하나는 횡석에 각각 거점 즉 사령부를 설치하고 교통요충인 남림교와 서갱 일대를 출몰하며 기습작전을 감행하여 적에게 타격을 주었다. 조선의용대가 그 유격활동에 참가한것은 더 마할것도 없는 일이 였다.

남경 화로강에서 초면인사도 하기전에 서선장이의 만년필부터 가져가 분해해보던 괴짜-리태성이가 이번에는 선장이와 같은 분대에 속하게 되였다. 그러하여 조선의용대 재원들은 두고두고 전해내려갈 이야기거리를 장만하게 되였다.

리태성이가 그의 명중률이 놀랄만큼 높은 저격탄으로 적들에게 본때를 보이는것은 아침에 해가 떠가지고 저녁에 지는 그 어간 즉 낮에 한하였었다. 일단 날이 저물기만 하면 그는 맥을 못썼다. 아예 페물이 되여버렸다. 제아무리 사나운 대닭도 해가 지면 어쩌지를 못하는것과 같은 리치였다. 그러므로 밤행군은 그에게 있어서 저승으로 들어가는 귀관(鬼关)으로 되였다. 그래서 비타민A와 돼지간을 숱하게 먹었건만 웬 까닭인지 도무지 효험을 보지 못하였다. 모지락스러운 야맹증은 그 식이 장식으로 계속 그를 괴롭혔다. 그러니 그가 어찌 고민을 하지 않을건가!

밤에 행군을 하게 되면 그는-낮에 용맹을 떨치는 그는-청맹과니처럼 그저 앞의 사람이 하는대로 따라하는수 밖에 없었다. 앞의 사람이 멎어서면 저고 멎어서고 또 앞의 사람이 물도랑을 띄여건느면 저도 뛰여건너야만 하였다.-몹쓸 장난은 여기서 시작이 되였다.

밤행군을 하게 되였을 때 선장이서껀 몇몇 장난군이 미리 짜고 대거리로 리태성이앞에 서기로 하였다. 그 결과 물도랑이 있어서 건너뛰는것은 더 말할것도 없거니와 아무것도 없는 펀펀한 땅에서도 훌쩍훌쩍 건너뛰여 하루밤사이에 무려 사오십번 이나 건너뛰게 되였다. 장난군들은 대거리로 건너뛰지만 리대성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도거리로 맡아뛰였으니 어찌 고달프지가 않았으랴.

날이 밝은 뒤에 숙영하는 농가에서 대충 아침밥들을 먹어치우고 죽 누워 잘 채비들을 하였다. 리태성이도 선장이옆에 와 누웠는데 그는 그 긴 다리를 죽 뻗으면서

<<별 망할 놈의 고장 다 봤지... 웬 놈의 물도랑이 그리두 많담!>> 하고 혼자말로 투덜거렸다.

그 소리를 듣고 선장이가 참을수가 없어서 얼른 한쪽으로 돌아눕다가 고만 웃음보를 터뜨렸다. 짬짜미한 친구들이 급히 선장이에게 눈짓을 하였으나 이미 뒤늦었었다. 리태성이가 순간에 눈치를 챈것이다. 그는 벌떡 일어나 앉아 눈방울을 불리며 불만을 내뿜는것이였다.

<<어, 알구보니 늬들이 날 놀리느라구 한짓이였구나! 못된것들 같으니라구!>>하고 그는 그 큰 주먹으로 선장이를 한대 콱 쥐여박는것이였다.

<<다 늬가 주동이 돼 한노릇이 앙이가?!>>
리태성이는 한번 골탕을 먹은 뒤로는 아무도 믿지를 않았다. 다시는 그런 못된것들에게 속임을 당하지 않으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그는 또다시 밤에 행군을 하게 되였을 때 앞사람이야 물도랑을 뛰여건느거나말거나 아랑곳없이 례사걸음으로 걸었다. 한즉 다음 순간 그의 발목은 첨벙 물속에 빠졌다.

<<이키나, 이건 진짜였구나!>>

그후 얼마 지나가지고 선장이가 우리 총탄에 맞아죽은 일본병정의 소지품을 뒤지다가 배낭속에서 일본 어느 제약회사의 <<하리바>>라는 상표가 붙은 정제어간유 한병을 뒤져내였다. 한 반병 착실히 남아있는것이였다(리태성이의 조카 리돈호는 적병의 시체에서 피에 젖은 속옷까지 홀랑 벗겨내여 빨아입는 버릇이 있었지만 선장이는 께그름해서 그런짓은 종래로 안하였다. 군화는 더러 벗겨서 신어보았지만). 선장이가 리태성이를 전위해 찾아가 그 전리품 어간유정을 건네며

<<이봐 꺽다리, 이걸루 그만 쓱싹해버리지.>> 하고 그의 어깨를 툭 쳤다. 리태성이는 금세 입이 벌어지며

<<별소릴 다하는구먼, 쓱싹은 무슨... 내가 언제 골을 냈었남.>> 하고 그 자그마한 선물-야맹증특효약을 받아챙기는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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