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2 격정시대 하-54

더좋은래일 | 2023.11.08 17:27:29 댓글: 1 조회: 220 추천: 4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6006


54

독립려단사령부가 설치된 양방림은 양신을 거쳐 양자강으로 흘러드는 부수의 상류에 위치하였는데 거리도 오뭇하려니와 주변의 농가들도 모두 기와집인데다가 마을을 끼고 흐르는 물까지 맑기가 수정 같아 내바닥의 조약돌이 손에 잡힐듯하여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늑하게 해주었다. 려단사령부가 들어있는것은 거리에서 초간히 떨어진 무슨 큼직한 사당인데 그 마당가의 디딜방아에서 병정 둘이 쌀을 쓿고있는 풍정이 전시 같지 않게 한가로와보였다.

사령부에서는 이렇게 다시 쓿은 옥배미로 밥을 짓는것이였다. 그리고 상심부름하는 근무병들로 전 려단에서 홍안의 미소년만을 골라 뽑은 까닭에 꽃같은 색시들이 군복차림을 하고 모젤권총을 엇메고 시중을 드는것 같았다.

선장이가 리정호와 둘이서 내가로 세수를 하러 나왔다가 동네처녀 하나가 먼저 와 무슨 나물을 씻고있었다. 둘이 서로 눈짓하고 물 웃쪽에서 가 세수를 하는데 일부러 치솔질을 하고 뱉은것을 허옇게 떠내려보내니 나물을 씻던 처녀가 뾰로통하여 입속으로 종알거렸다. 그것이 재미가 있어서 두 총각이 짐짓 더 지꿎이 하니 골이 난 처녀는 발딱 일어나 나물다래끼와 물이 흐르는 소쿠리를들고 밉살맞은 두 놈팽이를 에돌아 물 웃쪽으로 자리를 옮겨앉았다. 두 총각도 지지 않고 곧 세면주머니들을 들고 처녀를 에돌아 물 웃쪽으로 자리를 옮기니 처녀는 다래끼와 소쿠리를 놓아둔채 눈을 흘기며 일어나 두 놈팽이의 더러운 세수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두 총각이 장관의 세수를 마치고 되돌아들어오며 서로 쳐다보고 하하 웃으니 처녀는 못마땅하여 자꾸 종알종알 주둥이를 놀리며 다시 나물을 씻기 시작하는것이였다. 시골녀자라도 고놈의 성질이 되우 나긋나긋하지가 않았다. 선장이가

<<저런걸 녀편네루 삼았다간 큰일난다니까.>>하고 말하니 리정호는

<<왜, 엄처시하소리 들을가봐?>> 하고 말을 받았다.

<<꼴을 보면 몰라? 바늘루 찔러두 진물 하나 나오지 않게 생겼는데. 아마 사내를 개떡 주무르듯할걸.>>

<<쉐익스피어의 `상사말 길들이기` 왜 모르나? 그렇게 길을 들여가지고 살면 되지... 걱정이 뭐야.>>

<<생각나는거 무어?...>>

<<내 어렸을 때 일인데... 우리 이웃에 녀편네에게 꼭 쥐여지내는 사내 하나가 있었어. 그게 여름이였는데... 밤에 더우니까 다들 멍석을 내다 깔구 둘러앉아 이야기장을 벌였지 뭐야. 그집에선 일찌감치 불을 끄구 잠들을 자는 모양이더군. 그런데 불시에 그 사내가 열어놓은 방문으루 하닥닥 뛰여나오잖겟어. 다들 놀라서 돌아보니 글쎄 그 사내가 홀랑 벗은 알몸둥이루 꽁지가 빠지게 들구뛰는게 아니겠어. 모두들 허리를 잡구 웃느라구 볼일을 못 봤지 뭐야.>>

리정호가 한바탕 깔깔 웃는 끝에

<<녀편네는 따리나오지 않구?>> 하고 웃음빛이 채 사라지지 않은 얼굴로 물으니

<<녀편네야 따라나올리 있나 창피한걸 아는게.>> 하고 선장이도 웃음기가 다 가시지 않은 얼굴로 대답하였다.

남림교와 백예교 사이에서 소로길과 교차되는 길목 하나를 골라 삐라를 뿌리기로 의논이 맞았는데 그 길목인즉 그 일대를 정찰한 결과 얻어낸 이른바 명당자리였다. 우군부대 한 소대의 배합밑에 선장이일행이 숙영지를 떠난것은 첫 닭울이였으나 목적지에 당도하였을 때는 이미 어뜩새벽이였다. 우군들이 신기한듯 바라보는 가운데 조선의용대 대원들은 재빨리 큰길에 올라가 크고작은 각가지 삐라들을 길바닥에 죽 벌여놓고 바람에 날아가지 못하게 하나하나 돌멩이로 지질러놓았다. 부랴부랴 일을 마치고 일행은 곧 우군의 엄호대와 함께 한 200메터 떨어진 둔덕뒤에 와 몸을 숨기고 동정을 살폈다. 적군의 트럭들은 야간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빈번히 이 길을 오갔었다. 그러므로 놈들이 우리의 삐라를 어떻게 대하는가 한번 보자는것이다.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자는것이다. 기다리는 시간은 의례히 더디게 가는 법이다. 둔덕뒤 풀밭에 가로서로 누워있는 사람들이 모두 기다리기에 진력들이 났을즈음에(연기가 나는것을 저어하여 담배들도 못 피웠다.)

<<사람!>>

둔덕우에 엎드려 망을 보던 장준광이 낮게 소리쳐 누웠던 사람들이 모두 벌떡벌떡 일어나 앉았다. 오쎌로가 도마뱀같이 민첩한 동작으로 둔덕우에 기여올라가 엎드려서 장준광의 손가락질해 보이는데를 잠시 여겨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이키고 한손으로 뒤로 내한들며

<<아니야 아니야, 적이 아니야.>> 하고 일어나 앉은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

<<소로길루 백성 하나가 염소 두마리를 끌구 오는중이야. 적이 아니야.>>

말하고 오쎌로는 팔꿈치로 옆에 엎드려있는 장준광을 한번 쿡 지르고

<<저게 어디 적이야?>> 하고 타박하였다,

<<누가 적이랬어? 그저 사람이랬지.>>

장준광이 되받았다.

<<제가 분명히 적이라구 해놓구선.>>

<<그 귀구멍이 어떻게 잘못되잖았어?>>

<<그냥 백성 하나가 오는걸 가지구 호들갑을 떨건 무어야? 그래두 잘했다구.>>

선장이가 둔덕우에 기여올라와서

<<고만들 두어. 색다른 친구들이 무슨 일인가 해 쳐다들 보는데.>> 하고 두 사람을 말린 뒤에 앞을 바라보니 뜻밖에 사태가 큰길에서 벌어졌다.

<<아 저런!>>

백성이 끌고 오던 두마리의 염소가 길바닥에 돌멩이로 지질러 놓은 삐라로 아침요기를 하고있는것이다! 염소의 주인인 그 백성도 저의 염소들이 공것으로 요기하는것을 해롭지 않게 생각하는모양으로 염소들 목에 맨 줄을 느슨히 잡고 서서 구경만 하고있었다. 오쎌로가 적후인것도 잊어버리고 후닥닥 뛰여일어나 손을 내저으며 고함을 쳤다.

<<여보-염소 끌구 어서 갈길이나 가우!>>

그러나 그 백성은 오쎌로의 고함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양으로 아무 반응도 보이지를 않고 그저 염소들이 빠라를 차례차례로 먹어나가는것만 지켜보았다.

<<저 망할 자식, 귀머거린가베?>>

<<그런지두 모르지. 귀가 절벽이 아니구서야 그렇게 큰소릴 못들었을리 있나.>>

오쎌로가 또 한번 고함을 쳤으나 이번에도 역시 그 백성은 고개를 들지 않았고 또 돌아보지도 않았다. 언제 적의 트럭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형편이므로 정황은 긴박하였다.

<<귀머거리가 틀림없어, 망할것!>>

<<리태성!>>

리태성이가 소총을 거머쥐고 부리나케 둔덕우로 달아올라왔다.

<<저 염소 한마리 얼른 좀 제끼라구!>>

선장이 말이 떨어지기가 바쁘게 리태성이는

<<념려 말랑이.>>

자신만만하게 말하고 땅바닥에 엎드리며 곧 소총의 안전장치를 열었다. 이어 총성 한방이 울리는것과 동시에 큰길에서 아침요기를 하던 염소 한마리가 깩 소리도 못 지르고 나가너부러졌다. 리태성이는 과연 명사수였다(밤이 아니고 낮이였으므로). 횡액을 입은 염소 임자가 그제야 놀라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둔덕우에서 손을 내젓는 군인 둘을 보고 기절초풍을 하였다. 허둥지둥 죽은 염소를 껴들더니 삐라에 맛을 들인 산 염소를 발길로 걷어차며 오던 길로 되돌아서서 똥줄이 빠지게 달아나버렸다. 주인이 귀머거리만 아니였던들 염소는 삐라 몇장쯤 먹었다고 죽을리가 없었다. 주인을 못 만난탓으로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고 할가.

뜻하지 않은 막간극이 상연되는통에 분위기가 흥성흥성해져서 조금전까지만 해도 적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느라고 진력이 났던 사람들이 모두 활기를 띠였다. 한 반시간 더 기다려서야 남림교방향에서 자동차 달려오는 소리가 차차로 가까와왔다. 둔덕뒤에 숨은 사람들은 아연 긴장해났다. 불독처럼 코가 짧고 뭉뚝한 카키색의 <<도요다>>대형트럭 한대가 달려오는것이 바라보였다. 무엇을 실었는지는 모르나 적재함에는 전투모를 쓰고 총을 거머쥔 왜병 하나가 곡식밭의 허수아비모양 홀로 서서 운전칸 지붕너머로 전방을 경계하고있었다. 삐라장을 벌여놓은데까지 오자 차가 갑자기 삑 급정거를 하더니 운전칸의 문이 덜컥 열리며 상등병쯤 되여보이는 놈 하나가 펄떡 길우에 뛰여내렸다. 그자가 와 삐라들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허리를 구푸리고 한장한장 주어모았다. 그 동안에 적재함에 서있던 놈도 뛰여내려와 한손에 총을 쥔채 삐라들을 주어모으더니 대충 접어가지고 걸머멘 잡낭속에 집어넣었다. 트럭이 다시 달리기 시작하였을 때 신명이 난 오쎌로가 저도 모르게 뛰여일어나서

<<오-이!>> 하고 소리치며 두손을 흔드니 적재함의 놈이 돌아보고 마주 손을 흔들며 굽인돌이를 돌아갔다.

<<저 자식이 나를 보고 좋아하지 않는가!>>

오쎌로가 신기로와하며 감탄 비슷이 말하였다.

<<마점산장군을 알아본게지.>>

마점산은 오쎌로의 성명이다

<<아니야, 초록은 동색이야. 그놈두 먹자주의가 틀림없어.>>

오쎌로의 먹자주의는 유명하였다.

<<그 왜놈의 새끼 왜 한방 갈길 생각을 안하구 손을 흔들어.>>

<<오쎌로가 전장귀신이 되면 그 기집애가 좋아서 깡충깡충 뛰라구?>>

<<어느 기집애가 좋아서 깡충깡충 뛰여?>>

<<아 맥주병찜질당한 기집애지 어느 기집애여?>>

귀대하는 길에서 여럿이 받고차기로 이와 같이 오쎌로를 시달구었다.

적후활동에 차차 익숙해짐에 따라 의용대 단독드로 적의 치중트럭을 한번 습격해보자는 의견이 고개를 쳐들게 되였다.

<<해보는것두 좋지만 실패하는 날이면 망신인걸, 우군들 보는데.>>

리정호의 신중론을

<<구데기 무서워 장 못 담글가!>>

장군광이 되받고 또

<<일승일패는 병가의 상사지. 망신이란 다 뭐 말라뒈진거야!>>

오쎌로가 타박을 주는데

<<넨장할, 되든 안되든 한번 해볼판이지!>>

리태성이까지 팔을 걷고 나서서

<<그럼 우리 한번 해보는게 어때?>> 하고 선장이가 좌중을 둘러보니 다들 좋다고 찬동을 하여 일은 마침내 하기로 작정이 되였다.

습격조는 이튿날 미명에 체코경기를 둘러멘 꺽다리 래태성을 선두로 숙영지를 출발하여 백예교에서 한 오륙마장 떨어진, 미리 선정해두었던 지점으로 왔다. 큰길가에 토비들이 숨어서 목을 지키다가 지나가는 장군들을 떨었음직한 잡목림 하나가 있어서 매복을 하기에는 십상이였다. 우리의 선조들은 일찌기 임진왜란때에 벌써 매복전으로 침략자를 타격하는 영광스러운 전통을 이루었었다. 리조말련의 의병들도 역시 그러하였다. 그 전통을 이어받은 조선의용대는 지금 단지 그 활동무대를 중국의 양자강이남으로 옮겼을뿐이다.

늦은아침때가 지나도록 적의 치중트럭은 한대도 나타나지를 않고 반갑지도 않은 농민 둘이 휘청거리는 멜대 량쪽끝에다 대둥구미 하나씩을 달고 큰길건너 소로길에 나타났다. 큰길을 건너서 이리로 올 모양이다.

<<이런 제기.>>

숲속에 은신한 사람들이 서로 돌아보고 쓴입을 다실즈음 남림교방향에서 자동차의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공교하기는 마디에 옹이로군.>>

오쎌로가 못마땅해 한마디 툭 내뱉었다. 총질을 하다가는 애매한 농민들을 상할 념려가 있었다.

일본군의 트럭은 모두 세대였다. 모두들 쥐죽은듯이 숲속에 엎드려 제발 어서 지나가주기만을 바랐다. 멜대를 멘 농민들이 큰길에 올라서자 트럭들이 공교롭게 들이닥쳐 일분군인들과 중국농민들은 피차에 생각지 않은 상봉을 하게 되였다. 앞차가 삑 브레키 거는 소리를 내며 멎어서니 뒤차들도 따라서 멎어섰다. 앞차의 운전칸에서 하사관 같아보이는 놈 하나가 뛰여내리더니 어찌할바를 몰라 허둥허둥하는 농민들앞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숲속에서는 총가목을 단단히 틀어쥐고 숨들을 죽였다. 하사관놈이 농민들이 멘 대둥구미를 와 들여다보더니

<<오, 띵하오, 띵하오!>> 하고 너털웃음을 치며 두손을 내밀어 대둥구미에 담긴것을 움키였다. 다음 차에서 역시 하사관 같아보이는 놈 하나가 차창으로 전투모 쓴 대가리를 내밀고

<<나니까(무어야)?>> 하고 소리쳐 물으니 이쪽 하사관놈은 손에 움킨것을 앞으로 내들어보이면서

<<삐단(皮蛋), 삐단! 우마이조(맛이 좋다구)!>> 하고 시시덕거렸다.

그 소리를 듣자 앞차와 중간차와 뒤차의 운전칸과 적재하에서 예닐곱놈이 우르르 쏟아져내려오더니 제각기 대들어 <<삐단>> 즉 송화단(松花蛋)을 움키는것이였다.

뜻밖에 횡재를 한 왜놈들의 탄 자동차가 엔진소리를 울리며 차례차례로 떠나가는데 손재수가 뻗친 두 농민은 그냥 멀거지 쳐다보기들만 하였다(둘이서 한 50알은 잘 떼웠을것이다). 맨 뒤차의 적재함에서 왜병 한놈이 송화단에서 벗겨낸 왕겨가 듬성듬성박히 석회쪼각을 재수가 옴붙듯한 송화단 임자에게 던지며 히히닥거렸다. 이 광경을 숲속에 숨어서 지켜보는 의용대 대원들은 몸속의 피가 끓었으나

<<급살을 맞을 놈들!>>

<<에, 저놈들을 그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한 20분쯤 지나 이번에는 백예교방향에서 자동차들이 달려오는데 보니 트럭 두대에 사오십명의 왜병들이 분승하였다. 이번에도 또 곱게 그냥 지나보내는수 밖에 없었다. 숲속에 매복한 습격조가 조급증들이 날즈음 남림교방향에서 또 자동차소리가 나길래 내다보니 꽁무니에 먼지가 꼬리를 길게 끌며 달려오는것은-한대다. 보통 그러하듯이 적재함에 서서 운전칸 지붕너머로 전방을 경계하는 보초병도 한놈이다. 자, 때는 왔다! 자동차가 가까와오자 경기를 꼬나든 리태성이가 번개같이 큰길로 뛰여나가며 자동차를 향하여 호통을 쳤다.

<<도메로(세워라)!>>

질겁한 운전병이 삑 급정거를 하는것과 동시에 적재함우에서 보초병이 한방을 갈겼다. 리태성이의 왼쪽귀방울이 뜨끔하는 순간 꼬나든 기관총이 불을 내뿜으니 적재함우의 보초병이 상판대기에 몰방을 뒤여쓰고 나가너부러졌다. 그통에 운전칸의 앞유리도 웃부분이 깨여져 박산이 났다. 운전병이 차를 세우는결에 문을 열어젖뜨리며 뛰여내려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을 쳤다. 그 등판에다 대고 리태성이가 또 한번 방아쇠를 그러당기니 그놈은 두팔을 쩍 벌리며 곤두박이를 쳤다. 리태성이의 군복어깨는 귀방울에서 떨어지는 피로 점점이 물들었다. 운전사옆에 앉았던 상등병놈은 혼비백산하며 저항할념도 내뺄념도 다 못하고 그저 멀거니 좌석에 앉아만 있었다. 오쎌로가 문을 열며 곧 꼭뒤잡이를 하여 끌어내리는데 그놈은 허깨비처럼 끌려나오다가 휘뚝하더니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 실로 이 모든것은 다 눈 깜박할 사이에 이루어졌었다. 선장이외 몇몇이 적재함에 올라가 대가리가 묵사발이 되여가지고 뻐드러진 송장을 맞들어 길바닥에 내뜨리자 오쎌로가 생포한 상등병의 엉뎅이를 떠밀어 적재함으로 올려보냈다.

<<이놈 좀 맡으라구.>>

바로 이때 또 백예교쪽에서 자동차 달려오는 소리가 났다. 분초를 다투어야 하였다. 선장이가 웨쳤다.

<<빨리 빨리!>>

리태성이는 적재함으로 올라오며 곧 경기의 탄창을 갈아끼웠다. 상처에서 흐르는 피는 돌볼 겨를이 없었다. 리정호가 제일 찰찰하였다. 황급한통에도 잊지 않고 쫓아가 엎어져죽은 운전병의 군복호주머니에 삐라묶음을 밀어넣었다. 그리고 또 달려와서는 네활개를 벌리고 죽어자빠진 보초병의 호주머니에다도 삐라묶음을 질러주었다. 그는 어떠한 경우에도 삐라전을 잊지 않았다. 오쎌로가 운전칸으로 뛰여오르자 리정호도 적재함으로 바라올랐다. 선장이가 운전칸의 지붕을 손바닥으로 쾅쾅 울리니 벌써부터 발동을 걸어놓고 핸들을 틀어잡고 대기하던 장준광이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트럭이 큰길을 벗어나 소로길로 꺾어드니 차체가 풍랑만난 배처럼 크게 뒤뚝거렸다. 적의 트럭 두대가 달려오다가 길바닥에 엎어지고 자빠진 황군의 시체를 보고 놀라 급정거를 하고 둘러보니 한대의 황군트럭이 방장 숲을 끼고 논틀밭틀로 뺑소니를 치고있는중이였다. 앞차에서 뛰여내린 하사관이 무어라고 고함을 지르며 손을 한번 내젓고 차에 뛰여오르자 두대의 트럭이 곧 큰길을 벗어나가지고 하나는 앞을 서고 하나는 뒤를 서서 소로길로 꺾어들었다. 추격전이 벌어졌다. 앞차의 적재함에 앉아오던 네댓놈이 38식으로 도망치는 차를 향하여 란사를 하였다. 몹시 들추는 차우에서 마구 쏘는 총알이 잘 맞지는 않아도 그냥 내버려둘수는 없었다. 도망치는 트럭우에서는 리태성이가 짐짝우에 경기를 걸어놓고 드립다 맞불질을 하였다. 한동안 쫓고 쫓기고 하다가 추격자들은 아무래도 안되겠던지(적의 활동구역으로 깊이 들어가는것은 위험하였다) 그만 차를 멈춰세우고 천방지축 도망질치는 황군트럭을 닭 쫓던 개 울 쳐다보듯 바라보기만 하였다. 입맛들이 썼을것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잡히지를 않는데야.

추격자를 떼쳐버리고 한 10리 무사히 왔을 때 <<고장왕>>장준광이 또 고장을 내놓았다. 귀하게 자란 카키색<<도요다>>가 난생처음 마구잡이에게 끌리여 험한 길을 달려서 그런지 투정을 부린것이다. 아무리 달래도 막무가내로 떡 버티고 서서 움직여주지를 않는것이다. 장준광이 자동차수리공으로서의 가진 재주를 다 부려본 끝에 마침내

<<이런 제기.>> 하고 고패를 빼였다.

<<왼새끼 내던졌군.>> 하고 뒤통수를 긁적거린것이다.

이때에야 비로소 생각들이 나 트럭에 실은 짐짝들을 살펴보니 마사무네(일본청주)와 권연 그리고 각가지 통졸임과 과자붙이... 모두가 식료품이였다. 이것을 보자 모두들 갑자기 시장기가 났다. 오쎌로가 선등으로

<<우선 요기들이나 좀 하구나서 보자구... 어때?>> 하고 말을 내니

<<지당한 말씀!>>

<<먹자주의의 의견이 옳소!>>

대번에 호응들 해나서는것을 선장이가

<<술만은 우리 좀 삼가하자구... 아직 어떻게 될는지 모르니까.>> 하고 말하니

<<지당한 말씀!>>

<<그 의견두 옳소!>>

우스개말로 찬동들 하였다. 수시로 적의 래습이 있을것을 고려하지 않을수 없었기때문이였다.

트럭우에 둘러안자 로획품으로 유쾌한 회식을 하는데 한쪽구석에 쭈크리고 앉았는 일본상등병은 어서 너도 좀 먹으라고 먹을것을 집어주어도 락태한 고양이상을 하고 받으려 하지 않았다. 아마 끌고 가 눈을 도려내고 코를 베고 하려는줄 아는 모양이였다. 회식이 끝난 뒤에 리정호의 발기로 가까운 마을에 가 촌장을 불러 내가지고 마을사람들을 운력을 시켰다. 장준광이 핸들을 잡고 네댓마리의 물소가 앞으로 끌고 또 10여명 사람이 랑옆과 뒤에서 밀고 떠들썩하며 양방림까지 오는데 무슨 경사라도 난것 같았다.

이튿날 독립려단의 려단장 석소장이 부대를 정렬시켜놓고 조선의용대의 기지와 용감성을 따라배워야 한다고 일장의 훈유를 한 다음 앞으로 나와 조선의용대의 멋진 전첩을 열렬히 축하해주었다. 리태성이의 한쪽 귀방울이 떨어져나간데 대해서도 위문할것을 잊지 않았다.

의용대는 로획품을 네몫으로 나누어 한몫만 차지하고 나머지는 다 려단사령부에 밀맡겼다. 자동차는 수리할잡이도 없고 휘발유도 없고 또 몰고 다닐만한 넓은 길도 없어 그냥 내깔렸다. 선장이가 자동차의 앞바퀴를 한번 툭 걷어차고

<<이야말루 개발에 주석편자로군... 아무 쓸모가 없으니... 임자를 잘못 만났지.>> 하고 웃으니 리정호는

<<카메라가 없는게 유감스러운걸. 사진을 찍어가지고 편집부에다 보냈으면 멋이 있겠는데.>> 하고 혀를 쯧 찼다. 리정호가 말하는 편집부란 <<조선의용대통신>>의 편집부를 말하는것이다.

<<버젓하게 옆에다 포로병까지 하나 세워놓구?...>>

<<아 그랬으면야 더욱 좋지, 넨장.>>

<<사진은 없더라두 보도기사나 하나 써보지.>>

<<쓰잖구. 내 오늘 당장 쓸테야.>>

이날 밤 잠들은 자는데 오쎌로 마점산과 고장왕 장준광이 엇갈아 들락거리는 바람에 깊은 잠을 통 잘수가 없었다.

<<너절한것들. 공짜라구 걸신스레 쓸어넣더니만... 보지!>>

포로병을 신문할 때 선장이가 로획품 은사담배 한갑을 피우라고 건네니 포로병은(하루밤을 무사히 자고난 까닭에 극도로 긴장하였던 정신상태가 한결 안정이 되였었다) 황공한듯이 두손으로 받아가지고 머리우에 한번 공손스레 받들었다가 비로소 봉을 뜯었다. 한가치를 뽑아내여 피우는데 황실전용의 국화문장이 찍히지 않은쪽을 입에 물고 성냥을 긋는것이였다. 선장이가 괴이스레 여겨 그 까닭을 물어보았더니

<<피우다 남은 꽁초에 국화어문이 있으면 불경스러우니까요.>> 하는 대답이 그 입에서 나왔다.

선장이와 리정호는 고개를 여러번 끄덕였다. 딴은 그럴 일이였다. 꽁초는 발에 밟히거나 아니면 밟아뭉개는것이였으니까. 신문은 서선장, 리정호 두사람이 맡아하였다. 신문하는 사람들이 얼굴에 웃음기를 띠는것을 보고 포로병 요시오까 노보루는 한동안 주저주저하다가 어렵게 입을 떼였다.

<<저 두분께 보여두리구싶은게 하나 있는데... 어떨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언데? 주저 말구 어서... 꺼내보이라구.>>

요시오까상등병은 곧 앞섶을 헤치고 속에 지녔던 부적주머니를 꺼내여 아구리를 열더니 그속에서 차곡차곡 접은 종이 한장을 꺼내여 공손히 바치는것이였다. 선장이가 받아서 펼쳐보니 놀랍게도 그것은 아군이 발행한 <<통행증>>이였다. 그 통행증에는 일본글과 중국글로 무릇 이 통행증을 가지고 넘어오는 일본군인은 환영을 받을것이고 또 우대를 받을것이라는 사연이 찍혀있었다. 조선의용대가 갖은 방법을 다하여 적군의 눈에 띄게 한 바로 그 삐라들중의 한장이였다! 요시오까는 만일의 경우를 생각하여 그 통행증을 소중히 부적과 함께 몸에 지니고 다녔던것이다.

<<제 발루 걸어오지 않구... 이렇게 붙들려온것도 됩니까?>>

요시오까가 가장 알고싶은것이 바로 이것이였다(목숨이 왔다갔다하는 마당이였으므로).

<<돼돼... 괜찮아. 생명의 안전은 보장할테니까... 념려 말아.>>

선장이의 명확한 보증의 말을 듣고 요시오까는 적이 마음이 놓이는 모양으로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묻는 말을 수월스레 대답할뿐아니라 묻지 않은 말까지 아는대로 다 지껄였다. 요시오까는 찌바시 어느 중학교 교장의 막내아들로 대학시험에 미끄러져 한해 더 시험공부를 하던중에 징집이 되여 전선에를 나오게 되였다는것이였다.

<<우리 여기두 일본사람이 적잖은데... 망명해온 인테리두 있구 또 포로된 장교, 병사들두 있구...>>

선장이의 이 말을 듣고 요시오까는

<<그렇습니까 그러세요?>> 하고 놀라며 그 눈에 반가운 빛을 띠웠다. 절망적인 고독감에서 갑자기 풀려난것이다.

(동포들이 있다니!)

<<그들을 곧 좀 만나봤으면 좋겠습니다.>>

<<만나보는거야 어렵지 않지... 하지만 그보다두 통산으루... 부대루 돌아갈 생각은 없는가?>>

<<녜? 뭐라구요? 부대루요?>> 하고 요시오까는 입을 딱 벌리더니 한참만에

<<안됩니다 안됩니다. 그건 안됩니다. 절대루 안됩니다.>> 하고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어째서?...>>

<<어째서요?... 이전에 저의 전우 하나두... 나까무라 1등병두... 중국군에 생포됐다가 놓여나 돌아온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부대에서는 그가 전사한줄만 알구 벌써 그 유골을 내지(즉 일본)에 보낸 뒤였으니까... 어떻겁니까, 처리할수가 있어야지요...>>

<<아니, 살아있는 사람의 유골이 어디서 나? 무슨 도깨비 같은 소리야?>>

<<하, 그건 잘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우리 거기선 전사자가 많을 때는 그 시체들을 무더기루 쌓여놓구... 휘발유를 끼얹어 한목 화장을 해치우거든요. 그러니 어느 뼈가 어느 뼌지 알게 무업니까. 아무거나 한토막씩 유골상자에 주어담구 이름표를 붙이면 고만이지요.>>

<<오 그런 속내평이였구먼.>> 하고 선장이와 리정호가 서로 돌아보고 웃으니 요시오까도 두 사람의 눈치를 살펴가며 요공하는 웃음을 웃었다.

<<그래 그 돌아온 1등병은 어떻게 됐지?>>

<<어떻게 됐겠습니까, 처치해버렸지요.>>

<<처치를 해버리다니?>>

<<쥐두 새두 모르게 없애치웠습지요, 소문이 날가봐.>>

<<없애치워? 죽였단 말인가?>>

<<녜.>>

<<저런!>>

<<그러잖으면 어떻겁니까? 후방에서 알게 되면... 유골상자의 비밀이 탄로날텐데!>>

<<음.>>

<<그러니 저두 돌아가기만 하면... 모가지 뎅겅은 떼놓은 당상입니다.>> 하고 요시오까는 제 목에다 손칼치기 시늉을 해보였다.

이날 오후에 쓴 리정호의 통신보도에는 요시오까의 이러한 진술도 빠지지 않고 다 들어있었다. 그 표제를 선장이가 아주 멋지게 달아주었다. 왈<<적후통신>>.

이무렵 막부전선에서는-

양씨동이가 령솔하는 분대는 공교롭게도 지난가을 대사평에서 협동작전을 한바 있는 공부장의 중대와 또 함께 출격을 하게 되였는데 이때 공부장은 이미 중위에서 대위로 승진을 하였었다. 그는 워낙 빽이 든든한데다가 사실상 하급지휘관으로서의 지휘능력도 일정하게 갖추었었으므로 승진이 빨랐다. 그러잖아도 전시에는 일반적으로 승진이 빠른 법이다. 이날의 공격목표는 적군이 이미 점령한 한 통성의 전초기였다. 젖통처럼 불룩하게 두드러져나온 두개의 민뻔뻔이 언덕마루에 구축해놓은 화점이였다. 두개의 화점이 의각지세를 이루어서 아군의 진격을 빈틈없는 화력으로 제압하는 까닭에 그 두 화점을 빼버리는게 급선무였었다. 이날 전투에 투입된 병력은 모두 1개 련대-9개 보병중대와 3개 기관총중대 및 반개 포병중대였는데 양씨동이의 분대는 선두부대인 공대위의 보병중대와 함께 행동하였다. 적의 전초기지로 된 두 언덕은 본디 울창하지는 못하나마 잡동사니들이 제법 보기 좋게 들어섰던것을 적군이 가시할 시계(시야)와 사격할 시계를 틔우느라고 백성을 강제동원하여 빽빽히 작벌을 하였었다. 그 살풍경한 모양이 마치 아름다운 산천에 틀고앉은 악마의 소굴과도 같았다. 침략자들은 이 나라의 선량하고 근면한 백성들에게만 재난을 들씌웠었다. 부드러운 봄바람이 솔솔 불어 품속으로 스며드는 이좋은 날씨에 꽃달임을 하고 춤과 노래로 즐길 대신에 총으로 쏘고 칼을 찌르고 또 포탄과 폭탄을 터뜨리며 죽이고 죽고 해야 하는 인간들의 운명은 아무리 력사가 마련해준것이라 하더라도 비참하다고 아니할수가 없었다.

종래로 돌격나팔소리란 사람들로 하여금 전투에로서 충동을 걷잡게 못하게 하는것이였다. 사람뿐만아니라 군마까지도 그 소리를 들으면 머리를 높이 쳐들고 두귀를 쫑긋 세우고 그리고 앞발 뒤발을 들먹들먹하였었다. 이날의 돌격나팔소리가 귀청을 때리자 양씨동이는 걷잡을수 없는 격정에 사로잡혀 탈토와 같은 기세로 달려나갔다.

꼬나든 총끝의 날창들이 해빛에 번쩍번쩍 찬빛을 반사하였다. 적아 량군의 기관총이 맹렬하게 맞불질을 하는 가운데 야포탄, 박격포탄이 싸움터를 점철하여 광란적분위기를 더한층 들끓게 만들었다. 공격부대가 입입이

<<싸(杀)-!>>

웨치는 소리가 성난 파도와도 같이 여기서 높았다 저기서 낮았다 하는중에 맞은편의 적군도 지지 않고

<<고로세(죽여라)-!>>

위압적으로 맞소리를 질러대였다. 돌격부대는 적의 화점들이 내뿜는 십자포화속에 들었다. 열에 들떠 돌격해들어가던 병사들이 전후좌우에서 픽픽 쓰러졌다. 공대위가 모젤권총을 내두르며

<<내뒤를 따라라!>>

소리치며 앞으로 뛰여나갔다.

<<자, 올려밀어라!>>

고함을 지르다말고 공대위는 권총을 떨어뜨리며 털썩 엉덩방아를 찧었다. 씨동이가 눈결에 보고 쫓아와 들여다보니 벌써 군복자락이 피에 젖었었다. 쓰러지려는것을 얼른 붙들어주며

<<공형, 어디야? 맞은데가 어디야?>>

씨동이가 성급하게 물으니

<<배...>> 하고 공대위는 아픔을 참느라고 입이 비뚤어졌다. 복부에 받은 총상이 제일 아픈 법이다. 공대위의 친신-전령병이 달려왔다.

<<중대장님!>>

공대위가 얼굴에 진땀을 흘리며 겨우 입을 열어

<<지휘-제1소대장...>>

복창한 뒤 곧 우박치는 탄우속을 누비듯이 달려갔다. 씨동이가 옆에 와 붙어서서

<<어때?>> 하고 묻는 윤지평에게

<<분대를 맡으라구.>>

말을 이르고 곧 달려들어 눈을 감고 늘어진 공대위를 두리쳐 업었다. 시각이 급하였다. 포화가 맹렬한데 겁을 집어먹어서인지 또는 부상병이 너무 많아 손이 모자라서인지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위생병의 그림자는 눈에 띄워주지를 않았다. 등에 업힌 공대위는 조금만 들추어도 아파서 마지막 모지름을 쓰는것처럼 신음소리를 질렀다. 배에서 흐르는 피가 씨동이의 허리를 척척하게 적시였다. 간단없이 날아오는 탄알을 피하느라고 고개도 들지 못하고 허리도 펴지 못하고 거북스럽기짝이 없게 엉거주춤한 자세로 붕대소를 찾아가야 하였다. 험한 길에서 발을 헛디디고 어푸러지면서도 등에 업힌 사람을 떨굴가봐 손을 빼지 않아 코밀이를 해도 몹시 하였다. 천신만고로 붕대소를 찾아와 들것에다 내려눕히니 공대위는 출혈이 심한탓으로 혼수상태에 빠졌었다. 씨동이가 얼굴이 곱살하게 생긴 젊은 군의에게

<<괜찮을가요?>> 하고 물으니 군의는

<<빨리!>> 하고 제 수하의 간호병부터 독촉을 하고나서

<<수술을 해봐야 할겠지만... 아마 좀 어려울거 같습니다.>>

사무적으로 씨동이의 물음에 대답을 해주었다. 씨동이가 또 무슨 말을 물어보려 할즈음에 간호병 하나가 핀세트로 빨간약 묻힌 약솜을 집어들고 오더니 제잡담하고 껍질이 벗겨져 피가 내밴 씨동이의 코를 문대였다. 보기 흉하게 주홍코를 만들어가지고 싸움터로 되돌아오며 씨동이가 혼자 쓴웃음을 웃었다.

이날의 전투는 대첩이라고 해도 좋을만하였다. 엄청난 대가를 치르기는 하였지만 원쑤의 화점들을 쑥대밭으로 만드는데는 성공을 하였다.

어질더분한 전장을 청소하던중에 씨동이가 귀결에 들으니 어디서 말다툼하는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이 났나 하고 소리나는데를 찾아가보니 고집통이 윤지평이와 래태성이의 조카 리돈호가 맞붙었었다. 리돈호가 죽어자빠진 일본병의 몸에서 군복을 벗기고 군화를 벗기고 또 피가 벌건 속내복까지 벗겨내는것을 총을 짚고 옆에 섰는 윤지평이가 그러지 못하게 밀막는중이였다.

<<야 이놈아, 죽었으면 고만이지... 악착스레 그게 무슨짓이냐!>>

<<헤, 그런 거룩한 자비심은 두었다 이담에 느그 마누라한테나 베풀어주어라.>>

리돈호는 비양스레 대꾸질하며 코방귀를 뀌였다. 뱁새눈에 옥이박이인 그는 뱀을 잡아 매달아놓고 껍질을 홀딱 벗겨 삶아먹는것쯤은 식은 죽 먹기로 하는 올차고 다부진 악바리였다. 군관학교시절에 그는 야외연습에서 정찰병으로 나갔다가 뱀잡이를 하느라고 정찰임무를 잊어먹은 벌로 그 잡은 뱀을 총끝에 매달아메고 전중대가 정렬하여 지켜보는 가운데 명예위병대를 사열하듯이 이쪽끝에서 저쪽끝까지 <<정보로 갓>>을 해야 하였었다. 그와는 달리 황소눈에 메기입을 한 윤지평이는 고집은 세여도 마음만은 무르고 어진 사람이였다. 리돈호가 끝내 빤쯔(팬티)까지 벗기여 시체를 알몸을 만드는것을 보고 윤지평이는 씨동이에게 리돈호를 손가락질해보이며

<<저거 사람이 아니야, 승냥이야.>> 하고 오만상을 짓는것이였다.

나중에 리돈호는 그 피에 젖은 속내복을 제 손으로 말끔히 빨아입고 코가 우뚝해가지고 자랑을 하였다. 무슨 놈이 취미가 그렇게 야만적인지!

추천 (4) 선물 (0명)
IP: ♡.208.♡.80
로즈박 (♡.43.♡.108) - 2023/11/09 22:01:11

그때 일본병사들도 강제로 막 전쟁터로 끌려온 사람도 많앗을거 같애요..
좀 평화롭게 조용하게 살거지 전쟁은 왜 하면서리..
그때는 다들 먹고살기도 힘든때인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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