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2 격정시대 하-55

더좋은래일 | 2023.11.09 12:00:35 댓글: 1 조회: 198 추천: 4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6167


55

지대의 령도를 강화하기 위하여 반해량과 윤대성이 제1지대의 부지대장들로 임명되여오는데 녀대원 둘이 동행을 한다는 기별이 있는 뒤 10여일만에 비로소 장사련락처에서 래일아침에 떠난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군용트럭편으로 갈것이니까 늦어도 오후 서너시쯤에는 당도하리라는것이였다. 이때 제1지대는 안해 가을에 지대본부를 설치하였던 상계거리에 되돌아와있으면서 각 부대에 분견하였던 전원을 불러들어다가 총화를 짓는중이였다. 녀대원들이 도착한다는 소식을 듣자 각 분대는 아연 분주살스러워졌다. 면도칼이 갑자기 세가 나고 또 빗, 솔 따위가 다 한몫을 보았다. 수염이 텁수룩해가지고 때묻고 꿰진 군복을 아무렇게나 입고 다니던 게으름뱅이들이 일심정력을 기우려 몸닥달질들을 시작한것이다. 그리하여 불과 몇시간 뒤에는 다들 말끔한 신랑쟁이들이 되였다.

<<야 이게 우리 그 오쎌로야? 난 또 게리 쿠퍼라구!>>

전우들이 손채양을 하고 눈이 부신듯 바라보며 놀려주면 오쎌로는

<<이젠 알았어, 내가 미남잔걸?>>

넉살 좋게 대꾸하고

<<그년의 기집애 눈이 삐였군, 이런 훌륭한 인물을 몰라보구.>> 하는 동정하는투로 이죽거리면 오쎌로는

<<느 형수 말이지.>> 하고 욕으로 오금을 박았다.

동행한다는 두 녀대원이 누구인지를 몰라 다들 몹시 궁금하였다. 가르쳐주는 사람이 감주 한턱쯤 내도 좋다고 생각들 하였다. 이 지방에는 감주가 흔하여 어디를 가나 감주집이 있었다.

<<반해량이 안해를 데리고 오는거 아니야?>>

<<그런지두 모르지.>>

<<그럼 또 하나는?...>>

<<지재장부인을 모시구 오는건 아니겠지?>>

<<참말 그런가보다.>>

<<내 생각엔 그런것 같잖아.>>

<<그런것 같잖으면 어드런것 같아?>>

<<중경, 계림에 왜 녀대원이 한둘인가?>>

이때 후방가족들은 대개 중경에 있었고 의용대지휘부는 계림에 있었다.

<<그렇게 두리뭉시리루 말하지 말구 딱 찍어서 말을 해봐.>>

<<내 눈으루 보지 못한걸 찍어서야 어떻게 말해.>>

<<에끼 이 바사기! 서울 가서 김서방 찾겠다.>>

명절기분으로 요제나조제나 고대들 하는중에 급기야 트럭이 와닿아가지고 내리는것을 보니 우람스럽게 생긴 반해량과 말라꽹이 윤대성의 뒤를 따라 차를 내리는것은 군복차림을 한 두 젊은녀자-금잉어같이 발랄한 송일엽과 선병질적으로 가냘픈 장옥연이였다. 장옥연은 남경 화로장에 있었던 까닭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나 송일엽을 아는 사람은 몇이 안되였다. 서선장, 양씨동, 오쎌로 마점산, 리정호, 장준광의 몇몇 상해에서 모험활동을 하던 사람들만이 그녀를 알았다.

<<저게 누구야?>>

<<글쎄 모르겠는데.>>

<<멋이 있구먼.>>

<<여간내기가 아닌상싶군.>>

이와 같이 서로 귀속말을 소곤거리는중에 반해량이 앞으로 나서서 송일엽을 가리키며

<<이분은 송일엽... 신입대원...>>

들떼여놓고 소개를 하는데 오쎌로가 싱글거리며 한걸음 마주 나서서

<<좀더 구체적으루 소개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하고 익살스레 요청을 하여 다들 웃음을 터뜨리니 반해량은 할수없이

<<우리 안사람의 올케 되는이의 외사촌동생.>> 하고 처가의 족지족을 다 대였다. 또다시 웃음판이 벌어지는데 개중에는 박수를 치는 싱검둥이가지 있었다.

<<리정호, 리정호! 무얼 우물쭈물하구있어?>>

<<야, 어서 나가 그러안구 키스나 한번해라.>>

<<내괘, 리정호가 면도질을 유난스레 하더라니.>>

<<크림까지 발랐지 아마.>>

<<저희끼리 무슨 짬짜미가 있었던가보군.>>

<<내 흉한 놈, 밑구멍으루 호박씨만 까구.>>

받고치기로 이와 같이 리정호를 시달구면서도 다들 선장이만은 건드리지 않았다. 선장이와 송일엽의 관계를 아무도 모르기때문이다. 선장이가 그 비밀을 사향 싸듯 싸고 또 싸서 냄새가 하나도 새여나가지를 않으것이다. <<8.13>>때 상해 근교에서 선장이가 팔에 부상을 당하여 한쪽 소매가 없는 군복을 입고 위문대의 일원으로 전선에를 나왔던 송일엽과 잠간동안 서로 만나 반긴이래 만 이태만에 해후를 한 두 사람이였다. 주위의 눈을 꺼리여 두 사람은 남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 정도로 오래간만에 만난 인사를 나누었다. 전에 한지붕밑에서 살았고 또 같이 모험활동을 하였다는것을 다들 아느터였으므로 두 사람 사이에 사담이 각별히 길다 하더라도 자여스러워보일것이였다. 어디서나 잘 보이는 가까운 나무그늘에 마주서서 두 사람은 여러해 밀린 이야기의 보따리를 다 털어놓았다. 선장이가 먼저

<<정말 뜻밖입니다. 대체 상해에서 언제 떠났습니까 미스 송?>> 하고 물으니 송일엽은 매혹적인 눈웃음을 치며 손가락을 하나 제 입술에 갖다대고

<<쉬, 동무... 일엽동무... 나두 이젠 어엿한 의용대 대원이예요.>> 하고 주위를 주었다. 그리고

<<년초에 홍콩경우루 중경에를 왔다가 이번에 계림을 거쳐가지고 여길 나오는 길이예요.>> 하고 묻는 말을 대답한 뒤

<<내가 이렇게 나타날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하셨죠?>> 하고 호호 웃었다.

<<애인리 식구들은 다 어떻게 됐습니까?>>

<<언니하구 이모두 다같이 왔지요... 지금 중경에들 기세요. 이모는 남시하구 시름을 하느라구 세월 가는줄 모르시는걸요.>>

<<남시 엄마는 그럼?...>>

<<남시 엄마는 부녀회에서 일을 하느라구 분주하지요. 이번에 우리가 가지구 온 위문품두 다 그 부녀회에서 해보낸거예요.>>

<<미스터 리는... 아니... 리춘근동무는 어떻게 됐습니까?>>

<<그이가 우리를 중경까지 데려다주셧지요. 그렇지만 한 달포 묵구 되돌아가셨에요.>>

<<되돌아가다니... 어디루요? 상해루요?>>

<<녜 물론이죠. 저 조경산동무를 아시지요? 그분하구 둘이서 가셨에요.>>

선장이는 강녕별장에서 당시 지도원이였던 조경산에게 사격술을 배우던 일이 생각났다. 조경산은 외양은 잔잔해도 날파람 찬 사람이였다.

<<선재수동무의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까?>>

<<선전부장?... 그분은 신사군으루 넘어갔답디다.>>

<<신사군으루?>>

<<녜 그렇게 들었에요.>>

<<흠, 그에 그렇게 됐구먼요.>>

<<왜요, 무슨 일이 있으세요?>>

<<아니 뭐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 전선생할이 어때요?>>

<<전선생활... 그저 그렇지요. 그보다도 이번에 얼마동안이나 두류하실 예정들입니까?>>

<<얼마동안? 얼마동안이 뭐예요 아주 나왔는데.>>

<<녜? 아주 나왔에요? 난 또...>>

<<왜, 귀찮으세요?>>

<<아니, 귀찮기야 왜... 환영합니다. 그렇지만 좀 위험한걸요.>>

<<위험은 각오하구 나왔에요. 옥연이두 마찬가지예요. 후방에서 무어합니까, 사람 갑갑증 나게. 편안히 앉아 만수무강을 누리느니 차라리 이리 뛰구 저리 뛰구 하다가 죽어버릴래요. 정말이예요.>>

선장이가 변함없는 송일엽의 활달한 성질을 눈앞에 보고 적이 웃으며

<<상해는 어떻습디까?>> 하고 말머리를 돌리니 송일엽은

<<상해? 상해 말두 마세요. 온통 왜놈들 판이지요. 눈꼴이 틀려 사람이 살수가 있어야지요. 왜놈이라면 인제 아주 넌덜머리가 난다니까요.>> 하고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밤에 환영회의를 열고 모두 모여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데 여흥에서 단연 압도적으로 인기를 한몸에 모은 사람은 천만뜻밖에도 한구에서 연극을 준비할 때 특무역은 죽어도 못 맡겠다던 그 진경성이였다. 이 반실이 같은 친구가 독연하는 <<배뱅이굿>>을 보고 허리를 잡지 않는 사람이 없는중에 모두들 향토예술의 강렬한 숨결에 도취되여 황홀한 경지에서 한동안 헤여나지를 못하였다. 생김생김이 보잘것없는, 또 원숭이 같이 생긴 진경성이가 그천재적인 연기로 이렇게 사람들을 마구 잡아휘두를줄이야!

군입 다실 다과중에 가장 신가한것은 량서였다. 량서는 호남지방의 특산으로 생기기는 고무마같이 생겼고 빛갈은 무우같이 희였다. 껍질은 바나나껍질처럼 손으로 벗기게 되였고 살은 마름처럼 물이 많고 달았다. 흔하고 값이 싼 대중식품으로 특히 외지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았었다. 이날 모임의 주인격인 두남자와 두 녀자가 다 처음 먹어보는 말하자면 진수성찬인 셈이였다.

모임에서는 또 후방가족들이 보내온 위문품도 나눠주었는데 그속에는 발신인과 수신인의 성명을 밝혀 적은 편지 한통도 들어있었다. 이 편지가 웃음거리로 되였다. 수신은 리현순이고발신인은 감사엽인데 리현순이는 제1지대에서 나이 제일 어린 대원이고 또 김사엽은 로선배 김두봉선생의 큰따님으로 방년 18세다. 장난군들이 달려들어 그 편지를 빼앗다 펼쳐본즉 거기에는 고운 녀자의 글씨로

...어디서 뵈였던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와 같이 적혀있었다. 이 엉큼한 친구가 제 얼굴도 어디서 뵈였던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스승의 령애에게 뒤구멍으로 편지를 내여 짝사랑을 고백하였던 모양이다. 후추는 작아도 맵다더니! 부끄러워 낮을 못 드는 리현순-짝사랑에 외기러기를 모다들어 시달구느라고 한동안 왁자하니 웃고 떠들었다. 그리고 두고두고 놀려주었다(후에 1941년 12월에 태항산에서 전사하는 바로 안날까지 놀려주었다).

위문품속에는 후방가족들이 손수 바느질을 한 정성의 빤쯔들도 들어있었다. 그런데 리현순의 짝사랑사건의 영향을 받아-조건반사가 이루어져-총각과 로총각들이 모두 제게 차려진 빤쯔의 제작자를 김사엽아가씨라고 단정하고 또 그것을 강렬히 주장들 해나섰다. 그가운데 사엽아가씨가 만든것도 한둘 혹은 두서넛 들어있을것이지만 상식적으로 판단할수가 있는 일이였다. 그러나 그 많은 빤쯔를 다 그 아가씨의 작품인지는 서명이 없는 한 알아낼 재간이 없는것이다. 그것은 오직 하느님밖에 모르실 일이였다. 총각과 로총각들이 제각기 제게 그거라고 입심들을 겨루다가 나중에는 모두 지쳐버려 아Q의 정신승리법으로 저마다 승리자의 쾌감에 잠기여 잠들이 들었다.

송일엽과 장옥연의 출현은 제1지대에 이름 못할 화기를 가져왔다. 회전축에다 윤활유를 치는것과도 같은 고르로움을 가져왔다. 아침마다 반시간씩 전원을 모아놓고 조선, 중국, 쏘련의 혁명가요를 가르치는데 그중에는 서정적인것도 적잖았다. 장옥연이 애처로울 정도로 가냘픈 쏘프라노로 선창을 하거나 송일엽이 시름겨워 영탄하는것 같은 메조쏘프라노로 선창을 하면 씩씩한 사내들의 높낮은 목소리가 그 뒤를 감싸주며 따랐다. 그 우렁찬 노래소리는 젊은이들의 피를 끓어번지게 하고 그 비장한 노래소리는 젊은이들로 하여금 민족의 운명에 대한 책임을 가슴깊이 되새기게 하였다.

양씨동이가 포연탄우속에서 업어내온 아래배가 관통상을 입고 빈사지경에 이르렀던 공대위가 상담후방병원에서 적어보낸 형의 덕에 내가 목숨을 건졌다는 내용의 감사의 편지를 받은 다음날, 양씨동이는 지대장을 따라 우군의 사단사령부에 출두하여 군사위원회에서 수여한다는 훈장을 받았다. 우군의 중대장-공대위의 일명을 구원한데 대한 표창이라는것이였다. 훈장도 해로울것은 없지만 그에 따르는 몇상자의 소고기통졸임이 더욱 좋아 씨동이는 입이 벌어졌다. 씨동이가 벌어온 통졸임으로 회식을 벌이고 기분들이 좋아 이 사람이 한마디 저 사람이 한마디

<<여게 씨동이, 이제부턴 전쟁판에서 전문적으루 사람만 업어나르게.>>

<<급이 높은것만 골라 나르라구, 졸병은 소용없으니까.>>

<<살아날 가망성이 보이는것만 날라라, 아무거나 맹탕 나르다가 헛수고하지 말구.>>

이와 같이 한바탕 씨동이를 놀려주었다. 그러나 강남전선은 씨동이에게 다시는 부상병을 업어낼 기회를 마련해주지 않았다. 씨동이뿐만아니라 다른 아무에게도 그런 기회는 다시 마련해주지를 않았다. 전쟁이 교착상태에 들어가 애당초에 부상볍이라는게 존해하지를 않았기때문이였다.

회의를 열고 정치위원 왕통이 정세를 분석하였다.

<<적군이 공세를 취하지 않은것은 피를 흘리지 않구 정치적으루 해결을 할 심산인것입니다. 이렇게 보아서 틀림이 없을것 같습니다. 남경에다 괴뢰정권을 세운 왕정위가 그 좋은 본보기가 아니겠습니까. 국민당내부의 타협주의자들과 동요분자들을 꾀여내자는 술책. 이렇게 보아서 틀림이 없을것 같습니다. 싸우지 않고 적병을 굴복시키는것이 상수중의 상수라구 손자두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풀이하고 왕통은 장내를 한번 돌아보고나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구 우군들이 손끝 맺구 않아서 파리만 날리구있는것은 각자의 실력을 보존하려는데 그 의도가 있습니다. 이렇게 보아서 대개 틀림이 없을것 같습니다. 밑천이 없이지면 빈털터리사령노릇을 해야 아니까요. 부대가 곧 밑천이란 말입니다. 그러니 강남전선에서 우리가 원쑤들을 족칠 기회는 인제 다시는 있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보아서 대개 틀림이 없을것 같습니다.>>

매우 비관적인 분석이였다. 그러나 명석한 분석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러니 우리는 할일없는 전선에서 엉거주춤해가지구 무위도식을 하느니 차라리 가까운 어느 후방에 들어가 정돈휴식을 하며 리론학습이나 합시다. 때를 기다리며 힘을 기릅시다.>>

이리하여 제1지대는 막부전선에서 남쪽으로 백수십리 떨어진 류양으로 이동을 하게 되였다. 몇해전에 각처에서 모여들어 군관학교를 들어가기전에는 제각기 유아독존식의 개인영웅주의자였던것이 여러해동안의 집단생활에서 규각들이 닳아 이제 와서는 다들 규률성이 있는 혁명군인으로 되였던 까닭에 무슨 결의를 하든 행동을 하든 들쭉날쭉하는 일이나 말썽스러운 일이 거의 없었다. 일사분란이라고 형용을 해도 좋을만하였다.

류양은 소상강의 지류인 류양하를 옆에 낀 읍으로서 일찌기 평강-류양쏘베트가 수립되였던 곳이다. 그 동문밖에 회화나무가 우거진 절 하나가 있는데 그 절을 제1지대가 독차지하다싶이 하고 들었다. 바로 눈앞을 흐르는 풍경이 수려한 류양하백사장에는 모시를 필필이 널어 바래는 사람들이 그칠 새가 없었다. 모시는 본지 소산이 아니였지만 자고로 류양하 맑은 물에 한번 헹구어 널어야만(수질관계로) 빛이 고와진다고 하여 이렇게 가깝지도 않은 길을 수고스럽게들 찾아온다는것이였다. 본지의 소산물은 딱총(폭죽)이였다. 그 거의 전부가 가내수공업인데 어느 집에를 가나 젊은 아낙네와 처녀들이 밀대로 부지런히 누런색의 종이를 미는것을 볼수 있었다. 류양의 딱총은 국내에서만 유명한게 아니라 국외에까지 널리 수출이 되였다. 조선에서 설밑에 팔던 딱총들에도 그 포장지에 한문글자로 <<류양>> 두 글자가 찍혀있던것이 생각나 다들 입을 딱 벌렸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딱총의 본향을 찾아온 셈일세그려.>>

류양에서도 성벽을 허는 공사가 진행되고있었다. 적을 막는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지만 일단 적이 점령한 뒤에 아군이 반공격을 하는데는 장애로 된다는 리유에서였다. 공군과 포병의 력량이 미약하기때문이다.

예정대로 리론학습이 시작되였다. 아무 근심걱정 없고 조용한 학습환경은 더말할나위없이 좋았다. 변증법적유물론과 유물사관을 비롯하여 <<련공당사>>, <<레닌주의 제 문제>> 등등 그리고 그밖의 맑스-레닌주의의 중요한 저작들을 섭렵, 정독하고 또 열렬히 토론들 하는중에 술고래 김문이만은 소득이 극히 묘연하였다. 다시말하면 그윽하고 멀어서 눈에 아물아물하는것이다. 김문이가 학습이 시작된지 달포만에 하루는 선장이를 보고 묻기를

<<이봐 선장이, 이 `사대림(斯大林)`이라는게... 이게 무슨 뜻인지?>>

이와 같이 물은것이다. 선장이가 하도 어이가 없어 한참 말을 못하다가 짐짓

<<아 그거... 그 사대림이란건 말이야... 이것은 큰 수풀이란 뜻이라구. 알겠어? 이것은 큰 수풀.>> 하고 빗대주니 김문이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오, 그런 뜻이였구먼. 이것은 큰 수풀. 인제 알았어.>> 하고 다시 열심히 쓰딸린의 <<민족문제>>를 파고들어 연구를 하는것이였다.
유물론변증법을 토론하는 시간에 <<배뱅이굿>>의 천재적배우 진경성이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들이대여 만좌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어떠한 사물이나 다 라선형으로 발전을하는 법이라구 했습니다. 그렇다면 내 한가지 좀 물어보겠습니다. 여기 청개구리 한마리가 있다구 가정을 합시다. 그 청개구리를 이 진경성이가 구두발로 꽉 밟았다구 합시다. 물론 청개구리는 질크러져 배창자가 터졌습니다. 그렇다면 이 청개구리가 장차 어떻게 라선형으루 발전을 할것인가... 납득이 가게끔 설명을 좀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상!>>

이에 대하여 마점산 오쎌로가 선등으로 손을 들고 일어나가지고 조선의용군사에 영원히 빛날 명답을 다음과 같이 주었다.

<<어떠한 사물이나 다 라선형으루 발전을 하는 법이라구 했습니다. 그렇다며 나두 한가지 좀 물어봅시다. 여기 진경성이 하나가 있다구 가정을 합시다. 그 진경성이를 이 마점산이가 구두발루 꽉 밟았다구 합시다. 물론 진경성이는 질크러져 배창자가 터졌습니다. 그렇다면 이 진경성이가 장차 어떻게 라선형으루 발전을 할것인가... 납득이 가게끔 설명을 좀 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상!>>

두 녀대원중에 장옥연은 진보가 여간 빠르지 않았다. 그러나 송일엽은 전연 진보가 없었다. 까맣게 뒤떨어졌다. 애를 써봐도 되지 않으니까 나중에는 숫제 애도 쓰려 하지 않았다. 지대장 방효삼도 매우 힘이 들어하였다. 그는 유능한 군사인재였다. 그러나 맑스주의에 들어서는 거의 초학자나 다름이 없었다. 그는 강렬한 민족감정을 가진 애국자였다. 그러나 이때까지 엄격한 의미에서 맑스주의는 아니였다. 부지대장 반해량도 맑스주의리론학습에는 어지간히 당혹해하는것이 알렸다. 정치위원 왕통을 비롯한 몇몇은 쟁쟁한 맑스주의리론가들이였다. 서선장이도 상당히 자신을 가지고있는축에 들었다.

류영극장무대에 연극 하나를 올려놓자고 하여 안해 가을 한구에서 하던것처럼 서선장이가 극본을 쓰고 리정호가 연출을 맡아가지고 <<승리>>라는 소인극 하나를 만들어내였는데 그 내용인즉 조선의용대의 막부선전에서의 활동을 극화한것이였다. 진경성이가 이번에는 악한의 역을 말썽없이 맡아주어 배역문제는 수월하게 해결이 되였다. 주인공의 역을 맡은것은 <<땅딸보>>라는 별명을 가진 문명철이였다. 군관학교시절에 한 교관이 수업중에 그의 이름이 얼른 떠오르지 않아 손으로 가리키며

<<저기 저 당딸막한 학생... 대답해보라.>> 한것이 기인이 되여 그는 죽는 날까지 그 땅딸보란 별명으로 불리게 되였었다. 그러나 기실 그는 키가 작지도 않았고 또 딱 바라지지도 않았었다. <<승리>>는 주인공이 무대우에서 가짜로 전사를 한 문명철이 후일 태항산항일근거지에서 진짜로 전사를 할줄은 당시 아무도 몰랐었다.

공연을 하루 앞두고 10여명 사람이 텅 빈 극장에서 시연을 준비하고있을 때 우발적인 사고 하나가 발생하였다. 최성장이라는 일본헌병의 역을 맡은 친구가 권총을 만지다가 실수하여 오발을 한것이다. 탄알은 정치위원 왕통과 나란히 앉아 서로 의견을 나누고있던 선장이 바로 발옆의 콩크리트바닥을 깎으며 지나갔다. 콩크리트바닥에서 불꽃이 튀는것과 동시에 날카로운 총소리가 들렸다. 총을 맞을번한 선장이는 오히려 놀라지 않았는데 오발을 한 일본헌병의 복색을 한 최성장이가 되려 얼굴이 해쓱하게 질리였었다. 뱁새눈이 빈대코 최성장이는 말 잘 타고 칼 잘 쓰는 호걸남아였다. 열여덟살적부터 테로활동에 종사를 하였다는 그 경력만 보아도 알 일이다. 그는 한때 남경영화촬영소에서 모험하는 장면을 찍을 때 배우의 대역을 담당하기도 하였었다. 그러한 그가 낮빛이 그 지경으로 질렀을제는 아마 어지간히 놀랐던 모양이다.

공연의 결과는 한구에서 처음 할 때보다는 다소 진보가 있기는 하였으나 역시 그리 만족스럽지가못하였다. 그래도 이튿날 지방신문에서는 례의도덕이 있다는것을 보여주려고서인지 억지로나마 좋다는 극평을 실어주기는 하였었다.

이에 관하여 리정호가 편집부에 보도기사를 써낸것이 <<조선의용대통신>>에 실린것을 보고 다들 리정호를 시달구었다.

<<연출은 개뿔같이 해놓구 또 기사는 번지레하게 잘 쓴다.>>

<<옥연이한테는 그래두 제가 잘한다구 나발통을 불어댈테지.>>

<<전쟁판에서 그렇게 멋들어지게 죽는걸 너 본적 있니? 순 거짓말쟁이 같으니라구. 총맞아 죽는 놈이 언제 그렇게 늘어지게 유언을 다할 새가 있어!>>

<<각본이 원래 그렇게 되먹었는걸 뭐!>>


<<두놈이 다 한박에서 켜낸 바가지다.>>

<<옳은 말이야.>>

애매한 선장이에게까지 불똥이 튀여왔다.

이즈음부터 지대내에는

<<여기서는 인제 볼장 다 봤다.>>

<<북상하자.>>

<<우선 제2지대하구 합류부터 하자.>>

<<해방구로 넘어가야 한다.>>

<<팔로군과 합류를 하는게 유일한 출로다.>>

이와 같은 사상조류가 대두를 하기 시작하였다.

류양 명물의 하나가 <<랭면>>인데 밀국수를 찬국에 만것으로서 조선랭면과는 풍미가 퍽 좀 다르기는 하나 더운 지방에서 더운 여름에 먹기에는 그저그만이였다. 게다가 지방색이 농후한 랭방장치가 또 재미가 있었다. 천정에다 천쪼박들을 드리워놓고 줄을 당겼다 노았다 하면 그 천쪼박이 펄럭펄럭하며 바람을 일으키는것이다. 이날 선장이랑 서너시 랭면추렴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리강이 혼자 가는것을 보았다. 그도 거리에 들어왔다 나가는 모양이였다.

<<여보 리강동무, 어디 갔다오우?>> 하고 선장이가 알은체하는데 리강은 흘끔 뒤를 한번 돌아보더니 그대로 제 갈길만 갔다. 아무 대꾸도 아니하였다. 선장이들 일행 서넛이 서로 돌아보고 눈짓을 하였다.

<<또 발작했군.>>

<<그런 모양이야.>>

<<계림이나 중경이나 어디 멀직이 후방으루 들여보내야지... 전방에 나와있는건 무리야.>>

<<그러잖아두 지대본부에서 무슨 토론들이 있는 모양이이더군.>>

이와 같이 지껄이며 동문밖에를 나서보니 리강은 벌써 초간히 앞서 걸어가고있었다.

이때로부터 오륙년전 상해에서 있은 일이다. 한번은 로련한 테로분자 즉 독립투사 둘이 첩자놈을 처단하러 가는데 신인을 육성할 목적으로 견습생 하나를 데리고 갔다. 그 견습생이 바로 혁명에 갓 참가를 한 리강동무였다. 리강의 두 테로선배는 잡아치울 희생물-신세를 조진 첩자놈을 옴짝 못하게 량쪽에다 꽉 붙들고 리간에게 명령하였다.

<<어서 이리 와. 그 권총의 실린더를 풀어! 요놈의 대가리를 겨누구... 아니야, 총구멍을 바싹 들이대! 옳지, 쏴라! 겁내지 말아!>>

리강은 겁이 나 죽을 지경이였으나 명령을 거역할수 없이 마지못해 시키는대로 하였다. 그 결과 그는 온몸에 선지피를 뒤집어썼다. 코를 거스리는 피비린내에 걷잡을수없이 구역질을 하였다. 그때부터 가엾은 리강은 거의 정신병환자가 되다싶이 하였다.

달마다같이 급료만 나오면 그는 의럐 거리에 나가 다홍색물감을 사다가는 자신의 안팎옷과 침대보, 수건 따위에 몽땅 물을 올렸다. 그리고는 그것을 빨래줄에 내다 널어 짜지 않은 빨래에서 다홍물이 피물처럼 들게 하였다. 그런 연후에 걸상을 내다놓고 혼자 앉아 흡족한 마음으로 그것들을 바라보는것이다. 그의 이렇듯 해괴한 거동은 달마다 되풀이되고 또 해마다 되풀이되였다.

이밖에 또 그는 매일 식사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자신의 그늘 같기도 한 새 이름을 일동에게 통보를 하였다. 그것은 마치 군대의 군호처럼 날마다 갈릴뿐아니라 결코 또 중복이 되는 일도 없었다. 리강은 본시 붓글씨를 쓰는데 뛰여난 재주를 가지고있었다. 그래서 다들 무었을 쓸 때면 늘 그의 손을 빌군 하였다. 그러나 함부로 엄벙덤벙 찾아가 가지고

<<여보 리강동무, 나 뭐 하나 좀 써줘야 하겠소.>> 하였다가는 낙자없이 코빵을 맞았다. 그는 찾아온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않는것이다. 오직 그날의 새 이름을 부를 경우라야만 상냥하게 그 사람의 청을 들어주는것이였다. 그래서 누구나 그에게 무엇을 부탁하려면 먼저 돌아다니며 그의 그날 새로 간 이름부터 수소문을 해야하였다.

신입대원 20여명이 떠난다는 전보가 계림지휘부에서 왔다. 제1지대는 새 사람을 받아들일 준비에 한 이틀 잘 분주하였다. 급기야 당도한것을 보니 그 구성성분이 상당히 복잡하였다.

김광이라는 스물한살 먹은 젊은 사람은 일본군 점령하의 상해에서 무턱대고 조선항일세력을 찾아 떠났다가 중국측에 붙잡히여 스파이혐의로 절강성 제기현공안국에 억류가 되였던것을 중경을 떠나 금화를 경유하여 상해로 향하던 리춘근과 조경산이 구출하여 계림으로 보내왔었다. 제기현공안국국장이 리씨와 조씨가 조선의용대사람인것을 알고 우리 여기 이러이러한 조선사람 하나를 붙잡아두었는데 어떻게 처리하였으면 좋을지 몰라 골머리를 앓고 있는중이니 한번 만나보잖겠느냐고 먼저 의논을 걸어왔더라는것이다.

제주도사투리로 말을 하는 중년의 남자 넷은 제주에서 발동선을 타고 고기잡이를 나왔다가 기관의 고장으로 배가 표류를 하던중 산동반도 어느 지명도 잘 모르는 포구에 와닿은것을 중국군대가 붙들어가지고 배는 몰수하고 사람은 후방으로 압송을 하여 사천성 기강포로수용소에 일단 수용이 되였다가 다시 조선의용대로 인도가 되였다는것이다.

송지영이라는 서른살 먹은 남자는 원래 서울 종로경찰서의 고등계형사였는데 어느날 정치범 하나를 련행하다가 놓치는 사고를 저질러 직무태만죄로 면직을 당하고 분연히 조선항일세력을 찾아 떠나가지고 무사히 중경에 당도를 하였다는것이다.

<<그 정치범은 어떻거다 놓쳤습니까?>> 하고 정치위원 왕통의 물음에 송지영은 전 지대성원앞에서 그날의 일을 이렇게 회고를 하는것이였다.

<<락원동 그 사람의 하숙에서 련행을 하는데 인사동을 지나 종로 뒤길에 들어섰을 때 그사람이 저를 설복을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무어라구요?>>

<<당신두 조선사람인데 왜놈의 앞잡이노릇을 하는게 부끄럽지 않으냐. 나는 우리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구 싸우는데 당신은 다같은 조선사람이면서두 이렇게 나를 왜놈에게 바치니... 이게 그래 수치스러운 일이 아닌가. 이런 식으루 말입니다.>>

<<그래 어떻게 했습니까?>>

<<그 말을 듣구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이거 한심하구나... 사람기와깨미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잖구 뭡니까. 회심이 들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까짓거 놓아주구보자...>>

청중들속에서

<<그거 잘했다!>>

<<옳소!>>

찬동하는 소리와 함께 박수가 터졌다.

<<그래서 난 그 사람을 보고 말을 하기를... 그럼 날 콱 떼밀어 저 시궁창에 처박으시오. 그러구 뛰시오... 하잖았겠습니까. 거기가 바루 YMCA(기독교청년회관)뒤였지요. 거기 시궁창이 아주 지저분하잖았습니까.>>

<<그래 어떻게 됐습니까?>>

<<그래 저는 시궁창에 처박히구... 그 사람은 수갑을 찬채 들구 뛰였습니다.>>

만좌가 이 토막에서 활기를 띄였다.

<<그러나 제 주제꼴이야 말이 아닐 밖에요. 온통 시궁범벅이 돼 가지구 서에를 들어갔습죠. 그렇지만 산 눈깔 빼먹을 놈들이 그렇게 어리무던하게 곧이들어줍니까, 제 그 그럴사한 거짓말을. 어림두 없지요. 그래 결국은 목을 잘리구말았습니다.>>

이밖에 또 유별난것은 한쌍의 청춘남녀인데 남자는 길가성을 가진 조선사람이고 녀자는 데라모도 아사꼬라는 조선말을 썩 잘하는 일본녀자였다. 녀자는 조선 대전에서 큰 약방을 경영하는 일본사람의 딸이고 남자는 그 약방에서 사환노릇을 하던 사람인데 이 둘이 눈이 맞았었다. 그래 완고한 부모의 반대를 피하여 손에손을 맞잡고 도망을 친것이 일본관헌의 손이 미치치 않을데로 자꾸 피해오다보니 결국은 중국정부의 통치구역으로 들어오게 된것이였다. 데라모도 아사꼬는 자원하여 조선의용대에 입대를 한 유일한 일본녀자였다. 그리하여 제1지대에는 녀대원 둘에서 셋으로 늘어났다.

신입대원가운데는 서주에서 전투중에 일본병사들과 함께 아군에서 포로된 조선인통역 하나가 있었다. 황해도사람으로 이름은 최치봉이고 나이는 스물여덟인데 사람이 대단히 매끄러워보였다. 이 알량한 량반이 신입대원들속에서 속달속달 당치않은 소리를 지껄인다는 반영이 있어서 어느날 정치위원 왕통이 한번 조용히 불러다 물어보았다.

<<없습니다. 절대루 없습니다. 그건 누가 저를 무함하느라구 일부러 지어낸 말이 틀림없습니다. 전 절대루 없습니다. 제가 뭐 한두살 먹은 어린아입니까, 그건 지각사니 없는 소릴 지껄이게. 없습니다. 절대루 없습니다.>>

최지봉이 생파리 잡아떼듯하는 바람에 왕통은 속으로 좀 미타히 생각은 하면서도

<<좋습니다. 그러 돌아가보십시오.>>

그냥 돌려보내였다. 그러나 사흘이 멀다 하고 또 반영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제주도 발동선의 기관사가 용기를 내여 감히 왕통을 찾아들어온것이다.

<<...여기 그대루 있다가는 생벼락을 맞을테니 알아서 해라... 이따위 소릴 지껄이지 뭡니까?>>

<<그래요? 그래 무슨 생벼락을 어떻게 맞는답디까?>>

<<백만황군이 밀구 들어오면 추풍락엽이 될판인데... 항일이 다 뭐냐구요. 귀순하면 살길이 있다구요. 총 한자루씩 들구 황군에 대항하는건 버마재비가 수레를 막자는 격이라구요. 웃음거리라구요.>>

<<그런 말을 할 때 또 누가 있었습니까, 같이 들은 사람이?>>

<<저하구 단둘이 강뚝을 거닐며 한 말이니까 다른 사람이 아무도 듣지 못했습니다. 너 혼자만 알구있어라, 아무한테두 말하지 말아라... 당부를 하던걸요.>>

<<좋습니다. 그럼 가 그 사람을 내가 좀 보잔다구 데리구 오십시오.>>

기관사가 정치위원의 분부를 받들고 곧 물러나와 최치봉을 보고

<<최동무, 정치위원이 동무를 좀 보자시우. 같이 갑시다 나하구.>> 하고 말하니 최치봉은 대번에 낯색을 변하며

<<나를 왜 보재?>> 하고 뇌며 벌떡 일어나는결에 총가로 다가가더니 잽싸게 총 한자루를 거머잡았다(총끝에는 날창이 칼집에 든채고 꽂혀있고 또 칼집에는 둘둘 만 탄대가 꿰여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손으로 벽에 걸린 수류탄을 네댓개 움키더니 미처 붙들 사이도 없이 와닥닥 밖으로 뛰여나가는것이였다. 기관사를 위시한 방안의 사람들이

<<어디루 가?>>

<<섰거라!>>

소리를 치며 따라나오자 최치봉은 개끗이 쓸어놓은 넓은 마당을 단 몇걸음에 뛰여건너 산문으로 내빼려 하였다. 마침 거리에 나갔다가 돌아오던 몇 사람이 이것을 보고 얼른 두팔을 벌리며 막아서니 최치봉은 황망히 몸을 돌치여 가까운 전각안으로 뛰여들어갔다. 사람들이 급히 뒤따라들어갔을 대는 최치봉이 이미 전각안침 반자에 나있는 인공(人孔)으로 더그매에 바라올라가지고 사다리를 끌어올리는중이였다.

<<이놈아, 내려오나!>>

<<죽고싶어 몸살이 나니?>>

<<썩 내려오지 못할가!>>

뒤쫓아들어온 사람들이 반자에 빠끔히 뚫린 사각형의 인공을 쳐다보며 소리치니 더그매우의 최치봉은 제잡담하고 수류탄 한개를 내리쳤다. 사람들이 질겁하여 와 몰려나오자 수튜탄이 터졌기에 사람은 하나도 상하지를 않았으니 맨 끝자리에 모셧던 부처가 애매하게 봉변을 당하여 만신창이가 되였다. 이 뜻하지 않은 폭탄란리에 숙숙하던 절간이 발깍 뒤집혔다. 최치봉은 더그매를 점거하고 마당쪽으로 난 뙤창구멍으로 총부리를 내밀었다. 마당에 웅기중기 모여서서 쳐다보며 어서 투항하라고 소리치는 사람들을 향하여 냅다 총질을 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돌진을 하려고 하면 수류탄을 내리쳐서 근접을 못하게 하였다. 나중에 참을줄이 떨어진 양씨동이가 권총을 허리춤에 지르고 헛간에 가 사다리 하나를 들어다 기대놓고 단신으로 올라가 해제끼겠다는것을 지대장이 못하게 밀막았다.

<<좀더 두구봅시다.>>

<<두구보면 무어합니까 아주 미쳐났는데. 미치지 않구서야 저럴수가 있습니까?>>

<<모험할 필요는 없단 말이요.>>

정치위원과 부지대장들이 나무줄기뒤에 숨어서서 고개들만 내밀고

<<총을 놓구 내려오면 용서할테니 어서 내려오나!>>

투항을 권유하기도 하도 또

<<계속 항거하면 가차없다.>>

<<그래두 냉큼 내려오지 못할가!>>

으르기도 하였다. 더구나 더그매속에서 롱성투쟁을 벌이는 최가는 말로 할 대신에 7.9밀리총탄으로 대답을 하였다. 계속 총질을 하여 사람이 붙어서있는 나무줄기의 껍질이 여러군데 깎이고 벗겨지고 하였다. 지대본부성원들-지대장과 정치위원과 부지대장들이 한데 모여 잠시 의논한 뒤 지대장이 곧 양씨동이를 불렀다.

<<기관총을 갖다가 제압하시오.>>

씨동이가 들었다보았다하고 달려가 경기 한정을 들고 왔다. 장탄하여 꼬나들고 나무줄기뒤에 붙어서서 기회를 노리다가 최가가 뙤창구멍으로 또 총부리를 내미는 순간 방아쇠를 당겼다. 몰방을 얻어맞고 더그매속은 잠잠해졌다. 한동안 기다려보았으나-제사대 합문하고 귀신의 식사가 끝이 나기를 기다리는것처럼 그렇게 조용히 서서들 기다렸으나-소식이 감감하였다. 나중에 사다리를 맞들어다 기대놓고 더그매에 올라가보니 최가는 피의 늪속에 코를 틀어박고 어푸러져 죽었었다.

12월 중순에 제1지대에서 한개 분대의 선발대가 북으로 떠나갔다. 그 종국적인 목적은 해방구로 넘어가 팔로군에 합류를 하는것이였으나 우선 초보적으로 호북 제5전구에서 활약을 하고있는 제2지대와 련계를 가지자는것이였다. 제5전구의 사령장관은 리종인이고 그의 사령부는 한수가의 상업도지 로하구(지금의 광화시)에 설치되여있었다. 제2지대의 지대본부도 거기에 있었다. 서선장이도 들어있는 선발대의 명단이 발표되던 날 저녁때 선장이와 송일엽이 강뚝밑에서 조용히 만났다.

<<나두 같이 갈테예요. 나 혼자 여기 떨어져있기 싫어요.>>

<<지대본부에서 일단 결정을 한 이상은 그대루 해야 합니다.>>

<<난 싫어요.>>

<<여기는 군댑니다. 사정이 통하지 않는 곳이예요. 결정에는 무조건적으루 복종을 해야 한단 말입니다. 그러구 또 뭐 아주 갈라지는것두 아니구... 곧 다시 만나게 될텐데.>>

<<곧 다시 만나게 될텐데...>> 하고 송일엽은 한다미를 받아뇌고

<<다시 만나게 될 때까지... 사람 애말라죽으라구요.>> 하고 선장이 가슴에 파묻고 흐느꼈다.

<<인제 제발 이 이야긴 좀 고만합시다. 다른 이야기나 합시다.>>

<<다른 이야긴 나 다 듣기 싫어.>>

<<그러구 다른 녀대원들은 다 남아있는데... 혼자서만 부적부적 따라간다는것두 좀 무엇하잖습니까?>>

<<무엇하긴 뭐가 무엇해!>> 하고 송일엽은 반항적으로 얼굴을 되들었다.

<<따라가면 따라가는게지!>>

송일엽은 집체관념이라는게 거의 령이였다. 선장이는 그녀를 설복하느라고 애를 먹었다. 입이 닳아야 하였다.

먼길을 떠나는 일행이 남문밖에서 배에 오르는데 송일엽이 잎진 버드나무밑에 망부석처럼 혼자 오뚝이 따로 서서 점도록 바라보았다. 흐름을 따라 장사로 내려가는 배우에서 선장이는 가슴속에서 무엇인가가 찢기는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 무중력상태에 놓인것 같은 허전함을 느꼈다.

로즈박님이 100포인트 선물하셨습니다.
추천 (4) 선물 (1명)
IP: ♡.208.♡.69
로즈박 (♡.43.♡.108) - 2023/11/09 22:25:30

어마나..설마 선장이도 송일엽이를 좋아햇을가요?
나중에 선장이 누구랑 결혼하는지 너무 궁금합니다..ㅎㅎ

23,512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단차
2023-12-12
1
189
단차
2023-12-12
1
178
단차
2023-12-12
1
265
단차
2023-12-12
1
172
단차
2023-12-11
1
248
단차
2023-12-11
1
240
단차
2023-12-11
1
176
단차
2023-12-11
1
175
단차
2023-12-11
1
217
단차
2023-12-10
1
165
단차
2023-12-10
2
157
단차
2023-12-10
1
136
단차
2023-12-10
1
160
단차
2023-12-10
2
239
뉘썬2뉘썬2
2023-12-10
1
275
뉘썬2뉘썬2
2023-12-10
1
286
단차
2023-12-09
1
283
단차
2023-12-09
1
233
단차
2023-12-09
1
155
단차
2023-12-09
1
232
단차
2023-12-09
1
168
단차
2023-12-08
1
147
단차
2023-12-08
1
114
단차
2023-12-08
2
157
단차
2023-12-08
1
120
단차
2023-12-08
3
300
단차
2023-12-07
1
146
단차
2023-12-07
1
126
단차
2023-12-07
1
159
단차
2023-12-07
0
285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