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球上唯一的韓亞 1

단차 | 2023.11.11 11:29:30 댓글: 8 조회: 234 추천: 3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6663
地球上唯一的韓亞

작가 : 鄭世朗

장르 : SF 로맨스 


1




그러니까 이 모든 일은 결코 한아의 외모 때문에 벌어지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추측과는 달리.

어쩐지 친해지고 싶은 호감형이기는 하지만 평일 오후 두시의 6호선에서 눈에 띌 정도지, 출퇴근 시간 2호선에서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을 희미한 인상이었다. 

길에서 말 걸어오는 사람들 때문에 피곤한 인생을 살아야 했던 적은 한 번도 없고 본인도 그 점을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다.

6개월에 한 번도 손질하지 않는 아무렇게나 늘어진 머리에, 직접 짠 니트와 걸을 때마다 편안하게 접히고 움직이는 긴 치마는 한아의 가게가 있는 서교동 골목의 분위기 그대로였다. 

조금 멍하게 걷는 편이었다. 가만두면 정거장이나 역을 늘 놓칠 것 같은 표정으로.

언제나 서교동 근처였다. 의상디자인과를 졸업한 다음, 모두 유학을 갈 거라고 예상했지만 가지 않았다. 대신 모아둔 돈을 다 털어 지구 곳곳의 빈티지 시장을 여행했을 뿐이다. 

파리 생투엥 시장에서 시작하여 브뤼셀, 다마스쿠스, 이스탄불, 부다페스트, 예레반, 아스완, 뭄바이, 카슈가르, 베이징, 교토, 뉴욕을 거쳐 돌아왔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알록달록한 쓰레기로 보일 듯한 패브릭과 부자재들을 도시에서마다 커다란 소포로 부쳤고, 그후 몇 년 동안 여행하지 않았다. 

한아는 여행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국내에 빈티지 문화가 정착하기 시작하자 더욱 여행할 필요가 없어졌다. 늘 가게에 있다. 버려질 뻔하다 다시 발견된 물건들로 가득한 ‘환생’에.

환생은 큰길에서 먼 한가한 지역에, 약간 움츠린 듯 보이는 작은 벽돌 건물 일층에 있는 옷 수선집이었다. 수선을 한참 넘어가는 영역으로 들어선 지 오래지만, 딱히 또 수선이 아니라고 하기도 어려웠고 업사이클링이라는 말도 맞긴 맞지만 어쩐지 그러면 큰 단위로 뭔가를 해야 할 듯해서 대충 얼버무리기로 했다. 

‘환생—지구를 사랑하는 옷 가게’라는 간판은, 그래서 직관적인 듯도 아닌 듯도 했다. 

창가에는 패스트패션이 얼마나 기이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환경을 망치고 있는 있는지 한아 나름대로 설명해보려고 노력한 팸플릿이 놓여 있었는데 별로 가져가는 사람이 없어서 가장자리가 나달나달해지는 중이었다. 

‘정말 좋아하는 옷들을 새롭게 만들어드립니다’ 같은 손글씨 포스터들도 작게 벽에 붙어 있었다. 

철저히 소문과 추천으로 굴러가는 사업인데도 망하지 않은 건, 해외에 있는 건물주가 월세를 올리는 걸 까먹은 지 오래이기 때문이었다.


“아, 저기, 친구한테 이야기를 듣고……”

들어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그렇게 말을 시작했고, 한아는 손부터 내밀었다.

“어떤 옷을 가져오셨어요?”

“딸 옷들인데, 웬만한 건 다른 사람들 물려줬는데요, 애가 정말 좋아하던 옷은 나이마다 한 벌씩 보관해왔었어요. 젊은 애가 얼마 전에 수술을 받아서 속이 상해요. 아주 심각한 수술은 아니었지만…… 힘내라고 이걸 모아서 뭘 좀 만들어줄까 하고요.”

“따님이 정말 좋아하시겠어요. 뭘 만들 수 있을지 구상을 좀 해보고 2, 3일 후에 연락을 드려도 될까요?”

좋게 말하면 아주 사적인 데가 있는 가게였고, 나쁘게 말하면 시대착오적이라 할 만큼 생산성은 떨어지는 편이었다. 

일이 몰리거나 한가한 걸 조정하기 어려워서, 동양화과 출신의 절친한 친구 유리에게 공간을 일부 내어줬다. 

유리는 월세의 3분의 1을 부담하며, 넓은 테이블을 두고 개인 작업을 하거나 팔기 위한 상품으로 대나무 섬유 티셔츠에 난을 치고 새를 그린다. 

그건 그것대로 또 찾는 사람이 있다. 매화나 모란이 그려진 캔버스화는 마르기 무섭게 팔렸다. 

한아와 유리는 각자의 일에 몰두하다가, 한 사람이 엉망인 음정으로 둘 다 잘 아는 오래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합세하거나 둘 다 잘 모르는 신곡의 후렴구만 부르다가 폭소하곤 했다. 

웃음, 먼지, 허브 화분과 향초의 향, 재봉틀과 공기청정기 소리가 열두 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언제나 가득했다. 한번 환생에 들어선 이는 그 독특한 분위기를 오래 기억하게 되었다. 

언젠가 자기 브랜드를 갖게 될 거라고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한아는 기대했던 사람들을 모조리 배신한 셈이지만, 그 조그만 가게에서 매우 행복하게 일했다.


잔잔하게 이어질 줄 알았던 행복이, 배수구로 빠져나가듯 흔적을 감춘 것은 최근이었다. 

늦은 오전, 2호선 전철 안의 한아는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혼란스러움 그 자체로 한 여자의 얼굴을 빚는다면 딱 이 얼굴이다 싶을 얼굴로, 선반 위의 광고를 오래 보고 있다. 

광고들이 아니라 하나의 특정 광고다. 한아와는 전혀 멀어 보이는 국가 안보 홍보 포스터였다.


조금씩 새어나가면 백두대간도 무너질 수 있습니다. 간첩, 산업 스파이를 막읍시다.

—국가정보원


마치 그 강렬한 글씨체의 포스터가 운명의 지침이라도 되는 듯이 한아는 몇 분째 뚫어져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 한아를 사람들이 힐끔힐끔 돌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한아가 홍대입구역의 공중전화에서 누구나 다 아는 번호 111을 누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터였다. 

차마 개인 번호로 신고할 수는 없었다. 그럴 확신 따위, 가지고 있을 리 없었다.

“남자친구가…… 이상해요.”

한아는 알맞은 형용사를 고르려 애썼지만 ‘이상하다’ 이상의 표현을 찾지 못했다.

“어떤 의미에서 이상하다는 겁니까?”

“위험한 것…… 같아요. 더이상은 이대로 견딜 수가 없어서요.”

한아는 어쩐지 울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위산처럼 감정이 역류해서 꾹 눌러야 했다.

“진정하시고 상황을 알려주세요.”

“그러니까…… 세 달 전이었어요.”












추천 (3) 선물 (0명)
IP: ♡.252.♡.103
산동신사 (♡.79.♡.87) - 2023/11/11 11:38:23

다음내용이 궁금하네요 ㅎㅎ.
주말에 올려주어서 잘 읽었습니다.

단차 (♡.252.♡.103) - 2023/11/11 11:39:39

제가 좋아하는 소설이라서 올려봤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ㅋㅋ

뉘썬2뉘썬2 (♡.203.♡.82) - 2023/11/11 21:01:31

나두 정세랑소설 ㅡ이만큼 가까이 를 삿어요.
집에잇어요.ㅋ

단차 (♡.252.♡.103) - 2023/11/11 21:02:31

와, 진짜요? 저 이 작가 소설 좋아해요. ㅋㅋ 보건교사 안은영이랑요. 다른 책도 보려고 어제 중고서점 찾아보고 그랬어요.

뉘썬2뉘썬2 (♡.203.♡.82) - 2023/11/11 21:14:36

지금소설 끝나면 바로올릴테니 "이만큼 가까이"는
사지마세요.ㅋ

단차 (♡.252.♡.103) - 2023/11/11 21:22:02

알겠어요. 그 책은 제외하고 살게요. ㅋㅋ 고마워요.

로즈박 (♡.43.♡.108) - 2023/11/12 21:45:53

언제 또 요런 잼나는 소설 올리셧네요..
잘 볼게용~~

단차 (♡.252.♡.103) - 2023/11/12 21:47:16

네, 열심히 올려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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