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球上唯一的韓亞 3

단차 | 2023.11.11 12:19:36 댓글: 6 조회: 261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6686
3



이틀 후 저녁이었다. 한아는 편한 잠옷을 입고 머리를 위로 돌돌 감아올린 채 사과를 깎고 있었다. 

사과머리 하고 사과 깎기 흠흠흠, 말도 안 되는 노래를 지어 불렀다. 

한아의 부모는 번갈아가며 등뒤에서 혀를 찼지만 서울 집값 때문에 얹혀사는 형편인 한아는 자체 음소거를 택했다. 

남들 사는 대로 회사에 들어가고 새 옷을 만드는 쪽을 택했으면 독립할 수 있었을지 가끔 궁금하기는 했다. 

일일 드라마 엔딩 시그널이 들리고, 한아의 어머니가 뉴스 채널을 틀었다. 모친과 부친이 리모콘을 두고 벌이는 신경전은 황야의 결투 같다고 속으로 웃었다. 


언제 또 바뀌었는지 영 낯선 얼굴인 앵커가 말했다.

  “캐나다 밴쿠버 근교에 미처 예상하지 못한 소형 운석이 떨어져 천체 관측중이던 시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습니다.”

  한아가 깎던 사과의 껍질이 중간에 툭 끊어졌다.

  “경민이 놈 저기 가 있는 거 아냐?”

  엄마가 물었다. 하지만 한아는 대답하지 않고 사색이 되어 휴대폰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신호음이 계속 갔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그럴 거면 로밍은 왜 했는지 분통이 터졌다.

  “받아…… 받아, 이 멍청아!”

  현지 리포터가 현장에서 상황을 보고했다.

  “운석 자체가 입힌 피해는 크지 않으나, 한때 방사선 수치가 미미하게 올라갔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리 국민 피해가 있었는지는 대사관에서 파악중입니다.”

   

  경민은 그대로 연락 한 번 없다가, 귀국 전날에야 전화를 걸어왔다. 

경민은 경민대로 고생을 좀 했는지 서걱거리는 목소리로 귀국 비행기 편명을 알렸다. 

화를 내야 마땅했으나, 한아는 화낼 힘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고 오로지 걱정이 되어서 공항까지 달려갔다.

  공항의 입국 통로가 열리고, 사람들이 다 흩어지고 나서야 경민이 걸어나왔다. 

거리가 크게 멀었던 것도 아닌데, 어째서인지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을 한아는 기억한다. 

하지만 실루엣만으로도 오래된 남자친구를 알아볼 수 있었고, 달려가서 안길 정도의 애정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경민을 사랑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한아는 그 순간에도 체념하듯 생각했다. 체념이라고 부르는 애정도 있는 것이다.

  “한식이 먹고 싶어.”

  기죽은 목소리였다. 경민은 아무렇지 않은 말을 할 때도 특유의 리듬감과 활기를 띤 채 말하곤 했는데 말이다. 

한아는 그런 경민이 안쓰러웠고, 이렇게 안쓰러워하는 걸 유리가 알면 엄청난 쓴웃음을 지으리라 생각했다.

  “그래 그래, 먹으러 가자.”

  한아는 피곤해서인지 약간 열이 나는 듯한 경민의 팔을 감으며 공항 지하로 내려갔다. 식욕은 여전히 왕성했다. 

한아는 뿌듯하게 경민이 시래기된장국 두 그릇을 비우는 것을 보았다. 

경민은 국물이 내려가고 있을 가슴팍을 가볍게 두드리더니, 정확한 젓가락질로 가지무침을 집어들었다. 

언제 젓가락질이 저렇게 좋아졌지, 한아는 생각했다. 한국인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만한, 해가 바뀌어도 하나도 안 느는 젓가락질이었는데. 

그러나 더한 이질감은 젓가락 끝의 가지무침 때문이었다.

  “너 가지무침 안 먹잖아?”


  한아가 놀라 물었고, 경민은 좀 멍한 표정으로 그런 한아를 바라봤다.

  “내가?”

  “응, 촉감이 개구리 같아서 싫다며. 개구리 채 친 것 같다고 맨날 그랬잖아.”

  “그랬던가? 이거 맛있는데. 어쩐지 고향의 맛이 난달까?”

  “고향은 무슨 고향, 서울 사람이.”

  “아니, 말하자면 그렇다고.”

  “별 보고 오더니 철들었나보네. 입맛 바뀌면 철드는 신호지.”

  그때 한아는 별생각 없이 웃었고, 심지어 경민이 대견하기까지 했다. 

그런 한아의 마음을 본능적으로 알아채기라도 했는지, 경민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우겼다. 

그렇게 오래 사귀었는데도 경민이 데려다준 적은 많지 않았다. 

한아는 자립적인 성격이라 그 편이 편하고 좋았지만, 굳이 데려다준다니 그건 함께 시간을 더 보내고 싶은 거구나, 또 기쁜 것이었다.

 

  “피곤할 텐데, 푹 쉬어.”

  “응, 들어가.”

  한아는 들어가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왜 안 가고 그래?”

  경민은 한아가 그때껏 본 적 없는 표정을 지었다.

  “뒷모습 보여주기 싫어서. 지금껏 너무 많이 봤잖아.”

  “캐나다 수질이 좋은가봐? 갑자기 왜 그래?”

  솔직하지 못한 한아였지만, 오랜만에 심장이 뛰었다. 

가벼운 위험, 몇 센티미터쯤 죽음과 재난에 가까이 간 것만으로 경민이 이렇게 변화했다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앞으로 변화할 게 더 남아 있다면, 오래된 관계를 체념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등뒤에 경민의 시선이 머무는 걸 느끼며, 마치 그런 시선을 감지하는 신경세포가 따로 있는 것처럼 강렬하게 느끼며, 한아는 문을 닫았다.

  문을 닫았지만, 그날은 아무것도 닫히지 않았다.

 

 
추천 (2) 선물 (0명)
IP: ♡.252.♡.103
산동신사 (♡.79.♡.87) - 2023/11/11 13:13:28

카나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보네요.외계인이라도 만나서 정신상에 무슨 변화가 생겼나요 ㅎ.

단차 (♡.252.♡.103) - 2023/11/11 14:14:26

이런 소설은 상상을 자극해서 더 좋아요. ㅋㅋ

뉘썬2뉘썬2 (♡.203.♡.82) - 2023/11/11 21:16:15

이런엉뚱한 소설을 좋아하네요.ㅋㅋ

단차 (♡.252.♡.103) - 2023/11/11 21:23:56

추리나 판타지 소설 좋아해요.ㅋㅋ

로즈박 (♡.43.♡.108) - 2023/11/12 21:54:53

오우..사람 자극시키네요..ㅎㅎ
캐나다에서 먼 일이 잇엇나봐요..
넘 졸려서 오눌은 여기까지만 볼게요.
굿나잇~~

단차 (♡.252.♡.103) - 2023/11/12 21:56:47

네, 앞으로도 시간 있으니까요. 오늘은 굿나잇이요~

23,513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단차
2023-12-12
1
218
단차
2023-12-12
1
189
단차
2023-12-12
1
178
단차
2023-12-12
1
266
단차
2023-12-12
1
174
단차
2023-12-11
1
250
단차
2023-12-11
1
240
단차
2023-12-11
1
177
단차
2023-12-11
1
176
단차
2023-12-11
1
218
단차
2023-12-10
1
166
단차
2023-12-10
2
158
단차
2023-12-10
1
136
단차
2023-12-10
1
160
단차
2023-12-10
2
241
뉘썬2뉘썬2
2023-12-10
1
276
뉘썬2뉘썬2
2023-12-10
1
287
단차
2023-12-09
1
284
단차
2023-12-09
1
234
단차
2023-12-09
1
158
단차
2023-12-09
1
232
단차
2023-12-09
1
169
단차
2023-12-08
1
149
단차
2023-12-08
1
116
단차
2023-12-08
2
160
단차
2023-12-08
1
120
단차
2023-12-08
3
300
단차
2023-12-07
1
146
단차
2023-12-07
1
127
단차
2023-12-07
1
160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