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球上唯一的韓亞 4

단차 | 2023.11.12 06:40:06 댓글: 2 조회: 143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6863
4


 “그거 알아? 경민씨 갔던 데 근처에서 아폴로가 실종됐대.”

  커피 머신 앞에 서 있던 유리가 갑자기 휙 돌며 한아에게 말했다. 웬일로 친구가 ‘경민씨’에 미미한 적의를 담지 않고 발음해서 한아는 하던 일에서 고개를 들었다.

  “아폴로? 가수 아폴로 말하는 거야?”

  “응, 난리더라. 뉴스고 인터넷이고 다 뒤집어졌어. 경민씨 혹시 거기서 아폴로 못 봤대?”

  “연예인 보면 꼭 같이 사진을 찍든지 사인을 받든지 하는 앤데 그런 말은 없었어. 캐나다가 좀 넓어야지…… 그 사람도 별 보러 갔었나보네. 별일 없어야 할 텐데. 우리도 그 사람 노래 자주 듣잖아.”

  “음모론이 모락모락 올라오더라. 사람들 남의 일이라고 납치니 살해니 함부로 말해. 얼른 멀쩡히 나타나야 할 텐데.”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도 아니고, 싱어송라이터 출신으로 한류 스타가 되기는 쉽지 않은데, 아폴로는 최근 승승장구중이었다. 

한아는 시각에 편중된 편이라 음악을 잘 이해하진 못했지만, 아폴로의 대표곡들과 대표곡이 아닌 곡들을 좋아했다. 

어느 쪽이냐면 대표곡이 아닌 노래들이 더 좋다고 여기면서. 사운드를 산뜻하고 화려하게 쓰는데도 어딘지 본질적인 느낌이 나는 곡들이었다. 

척추로 색채감을 느끼게 하는 음악을 쓴달까, 그렇게 말하면 아무도 이해 못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가사가 정말 좋았다. 

좋은 음악가인데다 세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콘서트장에서 생수병에 든 물이 아닌 정수기 물을 마신다는 기사를 보고는 더 좋아하게 되었고…… 

한아는 아폴로의 무사를 바랐다.

   

  강 건너 영등포구, 액정 화면이 다섯 개 켜진 어두운 방에는 한아보다 실종 사태를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인 사람이 있었다.

  티브이, 데스크톱 모니터, 노트북, 태블릿, 휴대폰이 각각 아폴로에 대한 정보들을 산발적으로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액정들이 뿜어내는 빛 가운데 웅크린 조그만 여자는 제대로 듣는 것 같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까부터 계속 같은 정보가 반복되고 있을 뿐이었다.

  “아시아 스타 아폴로 실종 일주일째……”

  “캐나다에서 개인 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교포 정 모씨가 마지막으로 목격……”

  “들판 한가운데서 사라졌어요. 차도 없이 어디로 갔는지……”

  “현지 경찰과 공조 수사중이며……”

  기민해 보이는 표정과 작은 체구가 설치류를 연상시키는 여자는, 아폴로 공식 팬클럽 ‘오빗orbit’의 회장 이주영이다. 

종종 인터넷상에서는 호빗 회장이라고 놀림받곤 하는, 아폴로를 지원하기 위해 학사 경고를 마다 않는 열정적 팬이었다.

  주영은 본인의 마르고 뾰족한, 그래서 별로 편하지 않은 무릎에 이마를 묻고 아폴로와의 마지막 대화를 끊임없이 재생시켰다.

  아폴로는 이번 앨범 활동을 접고 휴식기에 들어갈 참이었다. 마지막 팬미팅장이었고, 주영은 행사 진행을 보조하느라 무대 뒤에서 분주했다. 

가끔 짬이 날 때에야 무대 옆에서 고개를 빠끔 내밀고 빛나는 아폴로를 볼 수 있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 있지 않아도, 정말 괜찮았다. 이쪽에서 바라볼 수만 있다면. 빙글빙글, 그를 가운데 두고 궤도를 돌 수 있다면.

  “수고 많았어요, 정말.”

  행사가 끝나고 아폴로가 주영을 챙겼다.

  “휴가는 어떻게 보내실 생각이세요?”

  “캐나다에 가려고요. 들판에 가서 유성우를 보게.”

  “멋지겠다.”

  캐나다라니, 멀기도 멀었다. 주영은 아폴로의 휴가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격렬하게 해야 할 판이었다. 

자꾸 오빗의 일정이 끼어들어 과외를 잘렸던 것이다. 하긴, 애초에 과외 따위 시작한 게 무리였다. 학생 때부터 아폴로 따라다니느라 공부도 못 해놓고 무슨 과외를 한다고 했는지 후회였다.

  “……캐나다에 다녀오면, 깜짝 놀랄 만한 투어에 초대할게요. 주영 회장만.”

 
 주영은 투어 얘기를 들은 적이 없는데 무슨 얘긴가 했지만, 아폴로는 물어볼 틈을 주지 않고 가볍게 손을 흔들며 가버렸다.

  대체 어디 있는 걸까.

  주영은 구멍을 뚫어 목걸이로 만든, 낡은 기타 피크를 꼭 쥐었다. 너무 오래 아껴와서, 눈을 감고도 작은 흠집까지 다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하얀 피크다.

  아폴로를 처음 만났을 때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주영은 수습 불가능한 헤어스타일을 한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이었지만 아폴로를 처음 보고, 아니, 처음 듣고 인생의 소명을 알아버렸다. 

저 사람을 벅찬 마음으로 따라가기 위해 태어났다고. 소명을 어린 나이에 아는 것은 사실 엄청난 행운이 아닌지.

  “오빠는, 오빠는, 정말 눈부신 사람이에요. 언젠가 굉장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낯 뜨거운 고백이었으나, 되돌아가도 그렇게 토하듯 감정을 쏟을 것이 분명하다. 턱밑까지 찰랑찰랑 차올라서 어쩔 수 없었다. 

요동치는 마음은 여전히 하나도 변하지 않았으니. 당시 주영의 격찬에 아폴로는 살짝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글쎄요, 여기 공연도 고정이 아닌데 잘되려나.”

  “모든 사람들이, 전 세계가 오빠를 알아볼 날이 올 거예요. 그때가 되면 옛날에 걔가 보는 눈이 있었구나 싶을걸요. 계속 곁에 있었으면 하지만요.”

  아폴로가 드디어 눈으로도 웃었다.

  “고마워요. 오늘 그런 말을 듣는 게 정말 필요했어요.”

  그날 아폴로가 건넨 피크는 모서리가 형편없이 닳아가고 있지만, 주영의 마음은 닳지 않았다. 

어디에선가 아폴로가 주영을 부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경찰도, 소속사도 아무런 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작은 공연을 하던 시절부터 쭉 아폴로의 든든한 측근이었던 주영이었고, 이제 직접 나서야 할 차례였다.

  순간, 창밖에서 눈부시게 밝은 초록빛 섬광이 번쩍했다.

  주영이 창틀을 짚고 서서 눈을 비볐다. 현기증인가? 뭘 좀 먹고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추천 (2) 선물 (0명)
IP: ♡.252.♡.103
로즈박 (♡.43.♡.108) - 2023/11/13 11:21:32

유성우가 무슨 문제잇엇던거 아니엿을가요?
왜 또 엉뚱한 사람이 사라지고..도대체 머가 먼지 아직은 모르겟네요..ㅎㅎ

단차 (♡.234.♡.82) - 2023/11/13 12:52:23

그쵸? 저도 처음 볼때 감이 안 오더라고요. 천천히 나와요.ㅋㅋ

23,512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단차
2023-12-12
1
189
단차
2023-12-12
1
178
단차
2023-12-12
1
265
단차
2023-12-12
1
172
단차
2023-12-11
1
248
단차
2023-12-11
1
240
단차
2023-12-11
1
176
단차
2023-12-11
1
175
단차
2023-12-11
1
217
단차
2023-12-10
1
165
단차
2023-12-10
2
157
단차
2023-12-10
1
136
단차
2023-12-10
1
160
단차
2023-12-10
2
239
뉘썬2뉘썬2
2023-12-10
1
275
뉘썬2뉘썬2
2023-12-10
1
287
단차
2023-12-09
1
283
단차
2023-12-09
1
233
단차
2023-12-09
1
155
단차
2023-12-09
1
232
단차
2023-12-09
1
168
단차
2023-12-08
1
147
단차
2023-12-08
1
114
단차
2023-12-08
2
157
단차
2023-12-08
1
120
단차
2023-12-08
3
300
단차
2023-12-07
1
146
단차
2023-12-07
1
126
단차
2023-12-07
1
159
단차
2023-12-07
0
285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