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球上唯一的韓亞 5

단차 | 2023.11.12 06:44:51 댓글: 2 조회: 189 추천: 3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6864
5


한아가 자리를 비웠을 때, 경민이 가게에 왔다. 유리는 붓을 내려놓지 않고 고개만 까닥했다. 

그 단순한 동작에는, 내가 호호할머니가 되어도 네놈만은 인정 못해,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의도된 거리감이 담겨 있었다. 

주문이 한참 밀린 상태이기도 했기 때문에 유리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유리씨.”

  “한아한테 전화해보세요. 부자재 시장에 지퍼 사러 갔는데.”

  “아, 점심이나 같이 먹을까 하고 도시락 싸왔는데.”

  “두고 갈 거예요, 기다릴 거예요?”

  “유리씨 혹시 점심 약속 없으시면……”

  유리가 붓을 멈추고 미간을 좁힌 채 경민을 바라보다가 판단 내렸다.

  “같이 먹죠, 뭐.”

  경민이 그나마 정리되어 있는 상담 테이블에 도시락통을 펼쳤다. 

무려 6단 도시락이었다. 양으로 승부한 것도 아니고, 유부초밥에 김으로 눈 코 입을 오려 붙인 장식까지 완벽한 도시락이었다.

  “솜씨가 장난 아니네. 경민씨 요즘 요리 학원 다녀요? 요새의 관심사는 이쪽이에요? 뭘 하든 너무 바로 때려치우지는 마요.”

  “아뇨, 그런 건 아니고…… 조금 익숙해져볼까 하고 이것저것 찾아봤어요. 재밌더라고요, 인터넷.”

  “어디에 익숙해진다는 거야?”

  “그냥…… 여기에.”

  “좀 잘해요, 한아한테. 만날 내팽개치고 연락두절되지 말고요. 그런 거야 어릴 때나 이해할 만한 행동이지, 우리 나이에 그러면 징그러워요.

 아무리 한아가 참을성 있고 뭐든 이해하려는 편이라도 언제까지 그렇게 견디겠어요? 

한쪽만 버텨서 유지되는 관계가 대체 무슨 관계예요? 감정적으로 한 단계 올라설 자신이 없다면 이쯤에서 물러서든가요. 

뭐, 그쪽이 해준 밥 먹으면서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유리씨는…… 멀리서 볼 때만큼 가까이서 봐도 좋은 친구군요.”

  유리가 눈썹을 치들었다.

  “멀리서?”

  “한아에게 프러포즈하려고 해요.”

  “엥, 아니, 잠깐, 그건 너무 여러 단계 올라서는 거 아니야? 진짜로?”

  “한아를 위해서라면, 우주를 횡단할 만큼 전 확신이 있어요.”

  유리는 촉촉한 아보카도롤을 씹으며 경민이 언제부터 이런 캐릭터였나 잠시 고민했다.

  “경민씨는 그게 문제라니까. 우주적 규모로 잘할 필요 없어요. 동네 규모로 좀 잘하면 안 돼?”

  경민이 웃었다.

  “한아가 원하는 게 결혼인지는 잘 모르겠네. 좋다, 싫다 별로 이야기한 적 없었는데.”

  유리는 한아보다 먼저 알게 된 것이 약간 혼란스러워졌다.

 

  “뭐, 그렇지만 두 사람 관계는 고냐 스톱이냐 결정할 때가 된 것 같으니, 이 기회에 이야기를 좀 나눠봐도 좋겠네요.”

  유리가 나무젓가락 끝을 씹으며 결론 내렸다.

  “아, 근데 제가 잘 몰라서. 프러포즈는 대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진심이라면.”

  유리는 말을 고르며, 스스로의 내면도 잠시 골랐다.

  “……정말 진심이라면 내가 약간 도와줄 수도 있어요.”

  유리도 경민도 자각하지 못했지만, 오랜 전선이 와해되는 순간이었다.

 

 
 

추천 (3) 선물 (0명)
IP: ♡.252.♡.103
로즈박 (♡.43.♡.108) - 2023/11/13 11:24:32

사람이 쉽게 안 변한다고 햇는데..진짜 벼락을 맞앗엇나?ㅋㅋ

단차 (♡.234.♡.82) - 2023/11/13 12:52:44

하하, 그러게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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