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球上唯一的韓亞 6

단차 | 2023.11.12 06:52:18 댓글: 4 조회: 216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6865
6


아폴로의 매니저는 입가에 물집이 올라온 피곤한 얼굴로 주영을 건너다봤다. 

전화기 대여섯 대가 울리고 있었지만 아무도 받을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가장 곤란한 것은 사무실 사람들일 테고, 대체 이런 순간에 너까지 왜 이러느냐는 눈빛을 주영이 못 읽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 편의를 봐줄 때가 아니었다. 주영은 강력하게 다시 한번 주장했다.

  “무리한 요구인 거 알아요, 하지만 지금까지 확보한 자료를 저도 좀 주세요.”

  “주영씨, 주영씨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 그래? 경찰도 회사도 열심히 움직이고 있어. 심지어 외교통상부 선에서도 캐나다 정부랑 접촉했다고. 속 타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야.”

  “이럴 사람이 아니란 거 알잖아요.”

  “솔직히 범죄나 사고의 흔적은 전혀 없고, 이 친구가 몰래 은퇴해버린 게 아닌가 싶어. 그동안 너무 달렸으니까. 조금 종잡을 수 없는 친구이기도 하잖아. 고집도 있고. 상황 좀 정리되면 우리한테는 연락을 주겠지.”

  “아니에요. 떠나기 전날, 돌아와서 투어가 있다고 했어요. 오래 떠날 기색 전혀 없었단 말예요.”

  “투어라니? 투어 같은 거 잡힌 거 없는데?”

 
 “매니저님은 아실 줄 알았는데, 그럼 왜 그런 말을……?”

  매니저가 두꺼운 손바닥으로 눈썹 위를 마구 문지르기 시작했다.

  “나야 모르지. 몇 년이나 일했지만 그 친구는 안드로메다야. 자, 이거 복사해 가요. 주영씨, 쉽게 물러설 사람도 아니고. 대신 이거 새면 안 돼. 비공식적으로 어렵게 구한 자료들이야. 별거 건지진 못했지만.”

  주영은 매니저가 건네는 서류 묶음을 얼른 넘기며 보았다. 

기간 내 항공사별 한국인 탑승객 명단, 카드 사용 내역서, 통화 내역서, 목격 증언 모음, 렌터카 주행 기록 등 주영으로선 손에 넣기 어려운 자료들을 얻어냈다. 

태반은 정식 요청이 아닌 유출로 얻어낸 게 아닐까 의심되었고 말이다.

  주영은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다음번에 올 때는 자양강장제라도 사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왜 그러고 사니?”

 
 주영이 아폴로를 발견하고 나서 가장 자주 들은 말이었다. 그 말을 정말이지 다채로운 톤으로 들어왔다. 영하 40도의 무시, 영상 23도의 염려, 70도의 흐느낌, 112도의 분노로.

  사람들은 왜 너 자신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느냐고 묻는다. 끝내는 아무것도 남지 않고,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건전한 절대 명제, ‘누구나 하나의 세계를 이룰 수 있다’는 역사상 가장 오래 되풀이된 거짓말 중 하나일 거라고 주영은 생각했다. 

세계를 만들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탁월하고 독창적인 사람들이 만든 세계에 기생할 수밖에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똑같이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 

거인이 휘저어 만든 큰 흐름에 멍한 얼굴로 휩쓸리다가 길지 않은 수명을 다 보내는 게 대개의 인생이란 걸 주영은 어째선지 아주 어린 나이에 깨달았다. 

 끊임없이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세계에, 예수와 부처의 세계에,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의 세계에, 테슬라와 에디슨의 세계에, 애덤 스미스와 마르크스의 세계에, 비틀스와 퀸의 세계에,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세계에 포함되고 포함되고 또 포함되어 처절히 벤다이어그램의 중심이 되어가면서 말이다.

 
 어차피 다른 이의 세계에 무력하게 휩쓸리고 포함당하며 살아가야 한다면, 차라리 아폴로의 그 다시없이 아름다운 세계에 뛰어들어 살겠다. 

 그 세계만이 의지로 선택한 유일한 세계가 되도록 하겠다…… 주영의 선택은,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무 고민 없는 아둔한 열병 같은 것이 아니었다. 차라리 명확한 목표 의식의 결과였다.

  그런데 그 세계가, 주영이 선택한 단 하나의 세계가 사라진 것이다.

 

 
 

 
 
 

 
산동신사님이 100포인트 선물하셨습니다.
추천 (2) 선물 (1명)
IP: ♡.252.♡.103
산동신사 (♡.79.♡.87) - 2023/11/12 13:06:39

오늘도 세집 잘 읽었습니다. 아폴로가 사라진 내막을 경민이하고 연결지어야 할것 같은데 어떻게 엮일지 .

단차 (♡.234.♡.82) - 2023/11/12 13:07:36

네, 기대해주세요.ㅋㅋ

로즈박 (♡.43.♡.108) - 2023/11/13 11:28:18

저도 지금 점심 먹으면서 읽어보는중이에요..ㅎㅎ
점점 빠져드네요..

단차 (♡.234.♡.82) - 2023/11/13 12:53:27

저도 처음에는 갸우뚱하면서 읽다가 묘하게 빠져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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