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球上唯一的韓亞 8

단차 | 2023.11.13 10:22:51 댓글: 2 조회: 164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7224

8


국정원에 들어온 지 1년 반이 된 정규는, 안정적인 사람이었다. 

몇 년 전의 민간인 사찰과 댓글부대 운영, 선거 개입으로 한바탕 뒤집어진 후 들어갔기에 직접 관련은 없어도 어디 가서 국정원에 다닌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문과대를 졸업하고 어렵게 찾은 직장이었고, 어떻게든 밥벌이를 하게 되었다는 데에서 오는 안도감이 컸다. 

정서적으로 안정적이고 정치적으로 중도에 가깝게, 잔잔하게 오래 일하고 싶은 게 정규의 소망이었다. 

 건물 안의 공기가 떨떠름함과 불신으로 가득찬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적응 잘하는 2년 차가 되기로 조용히 마음먹는 정규였다.

  그런 정규가, 지금 전화 상담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아주 불안정한 심정으로 고민하고 있다.

  “그러니까…… 남자친구분 입에서 초록색 빛이 나왔다고…… 그래서 전화를 주셨다고요? 뭔가 잘못 보신 게 아닐까요? 레이저 포인터로 장난치는 초등학생이 있었다던가요.”

  전화기 저편에서 한아는, 공중전화 수화기를 흔들며 강력하게 의사 표현을 하는 중이다.

  “아니, 제가 본 것은 확실해요, 지금까지 한 이야기가 꽤 이상하게 들리는 건 알아요!”

  “오늘 이 통화로 주신 정보만으로는 일단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조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추가적으로 알아보시고……”

  “아뇨, 아까 뭘 들으신 거예요? 흉터가 없어졌고요, 가지도 먹었다니까요. 게다가 엄청 다정해지고 어디로 훌쩍 떠나지도 않아요!”

  “가지를 먹었다고 국가정보원이 움직일 순 없지 않겠습니까. 그럼 다시 연락주십시오. 전화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규는 전화를 끊은 다음, 통화 기록 일지에 뭐라고 써야 할지도 판단이 안 되어서 의자에 등을 푹 기댔다. 이러니 상담원이 갈피를 못 잡아 정규에게까지 연결해버렸구나 싶었다. 

아주 이상한 사람 같지는 않았는데, 어쩌다 그렇게 불안한 상태가 되었는지 개인적으로는 안쓰러웠다. 역시 여러모로 사람은 안정적이어야 한다고 다시금 느꼈다.

   

  한아는 좌절감을 이기지 못한 채, 평소보다 큰 소리를 내며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지난 석 달간,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겨우 털어놓았는데 전혀 전해지지 못했다. 대단한 기대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고개를 들던 한아가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전화 부스에 비스듬히 기대어, 경민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너 보러 가게에 가는 길이었는데, 여기서 뭐 해?”

  “아, 아니, 아무것도 안 해……”

  “전화기 고장났어? 나한테 전화하고 있었던 거야?”

  경민이 자기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다시 한아를 보았다. 온화하고 애정 깃든 표정으로, 의심 없이 한아를 보는 경민의 눈에 혼란스러워 보이는 자신이 비쳤다.

  “배터리가 없어서…… 유리한테 전화하고 있었어.”

  “나였으면 했는데, 유리씨였구나?”

 
 경민은 가벼운 질투와 함께 한아의 대답을 받아들이는 듯했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흐트러진 한아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고 기분 좋게 정리해주었다. 

한아는 경민을 의심해서, 무려 국정원에 전화를 건 자신이 믿어지지 않았다. 마음이 위태로운 상태였나?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큰 스트레스가 있었나? 입시 미술을 할 때 심리적으로 무척 힘든 때가 있었는데 비슷한 상태가 된 걸까? 

 그런데 사람 눈이 원래 이렇게 반사가 잘되던가? 경민의 눈 속 자신의 실루엣이 지나치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아의 팔에 소름이 돋았고, 들키지 않기 위해 소매를 끌어내려야 했다.

  이상한 건 역시 경민이다.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져야 한다. 

 한아는 태연해 보이려 애를 쓰며 큰 걸음으로 발을 옮겼다. 경민이 따뜻한 손을 한아의 등에 가볍게 얹고 곁에서 걷기 시작했다.

  “가게엔 왜? 전화하고 오지.”

  “전화해봤자 배터리 없어서 못 받았겠네, 뭐. 그냥 잠깐 들르려고 했어. 너 전에 와인 먹고 간 다음부터 연락이 너무 없기에 아픈가 걱정했거든.”

  “……경민아.”

 
 “응?”

  “나 생각할 게 좀 있어서. 며칠만 연락 없이 지내자.”

  한아는 계속 걸었고, 경민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두 사람의 좌표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추천 (2) 선물 (0명)
IP: ♡.252.♡.103
로즈박 (♡.43.♡.108) - 2023/11/13 11:39:48

아이고..나도 같이 혼란스럽다..ㅎㅎ
갈피를 못 잡겟네..

단차 (♡.234.♡.82) - 2023/11/13 12:54:39

보는 우리도 이런데 여주인공은 더 혼란스러웠겠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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