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2 격정시대 하-62

더좋은래일 | 2023.11.13 11:13:19 댓글: 1 조회: 194 추천: 3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7236


62

이해 겨울 반(反)<<토벌>>작전에서 서선장, 마점산 등은 반해량지대에 소속되여 원씨현 경내로 진출하고 또 양씨동, 래태성 등은 윤대성지대에 편입이 되여 내구현경내로 진출을 하였다. 그리고 리정호, 박문 등은 리자인지대에 소속되여 멀리 평원구로 진출을 하여 심현, 무강 일대를 전전하게 되였다. 근 20명으로 불어난 녀대원들은 윤곡홈이 령솔하고 우군의 야전병원을 따라 이동하기로 하고 그리고 부업생산으로 기르던 돼지들은 김문이가 <<돼지사령>>이 되여 거느리고 우군의 후방부에 합류하기로 하였다(태항산에는 술이라는것이 먹고 죽을래도 없었으므로 김문이가 술주정뱅이질을 할 념려는 만만 없었다). 대원들은 가지고 다니기 불편한 물건들을 전부 땅속에 파묻고 일후에 돌아와 찾기 쉬우라고 표적들을 해두었다. 선전부의 공문서와 사무용품 따위를 함께 파묻으며 류신이가

<<길이길이 잠들어라, 불멸의 화필.>> 하고 추도가 흉내를 내여 다들 웃는데 미술가 장지광이가

<<방소꺼린다, 그 입 좀 닥쳐라.>> 하고 참 반 거짓 반으로 탄해 나섰다. 탄피에 양털을 꽂아가지고 맨 그 화필들을 장지광의 수제품이였다.

<<체, 화필이 임자 대신 죽어주면 액땜이 되지, 방소를 왜 꺼려?>>

<<그러게 말이지. 반실이 같은게 잘두 알았지.>>

<<반식자 우환 몰라?>>

류신이와 박문이와 선장이가 중구난방으로 몰아세우니 장지광이는

<<야, 이 떼거지들 좀 봐라.>> 하고 손으로

<<훠이...>>

새떼 쫓는 시늉을 하였다.

밤, 잎이 거의다 진 호두나무밑에서 선장이와 송일엽이 조용히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쪼각달이 호두나무가지에 얽히여 은근하게 비치는 밤경치는 자못 아름다왔다.

<<견우직녀두 아니구 이게 뭐예요. 글쎄... 밤낮 갈라졌다 만났다 갈라졌다 만났다...>>

<<남두 다 그런걸요.>>

<<누가 남의 말 하겠어요, 우리 말 하겠지.>>

선장이가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으니까 송일엽은

<<내 팔자탓인지 일본놈들탓인지...>>하고 킥 웃었다.

<<윤곡흠동지는 로련한 지도일군이니까 그의 말만 들으면 실수없을겁니다. 그러구 그 애인 조영숙동무 말입니다. 그 동무두 국내에서 파업을 조직지도하다가 감옥살이까지 한 로투사니까... 그 지도를 좀 많이 받두룩 하십시오, 이번 기회에...>>

송일엽이 말머리를 돌리기 겸

<<자요.>> 하고 선장이 손에다 무엇 하나를 쥐여주었다.

<<이게 뭡니가?>>

<<털양말... 보세요. 내 조끼치마를 풀어가지고 뜬거예요.>>

<<괜히 그건 왜 풀어요? 두구 입잖구!>>

<<군복을 입는데... 조끼치마는 해 무어해요? 오호호!...>>

<<그래두요...>>

<<남은 실로는 세타를 떠서 연안에다 보내줄래요 남시한테. 고 어린게 가엾잖아요? 엄마를 떨어져가지고. 나 같으면 아이따라 연안 가지 남편따라 여긴 안 오겠다.>>

송일엽의 입엣 심사 틀린 말이 섰여나오는것을 보고 선장이가 적이 웃으며

<<그래두 착한 녀자지요.>> 하고 두둔하는 어취로 말하니 송일엽은 대번에

<<변함없는 숭배자시군!>> 하고 눈이 샐쭉해졌다.

아침에 일어나는 길로 선장이가 선전부 사무실 겸 침실에서 행장을 수습하고있을 때 느닷없이 양씨동이가 찾아왔다.

<<웬 일이요, 벌써 다 꾸렸소 짐을?...>>

<<뭐 꾸릴게 있니? 아무렇게나 해서 걸머지면 떠나는게지.>>

<<난 아직 세수도 못했소.>>

<<옜다 이거.>>

<<뭐요 그게?>>

선장이가 받아보니 로획품 붕대주머니다. 구급용으로 일본병들이 하나씩 꼭 몸에 지니고 다니는것이였다.

<<이걸 날 주군... 어떻걸 작정이요?>>

<<내야 나가서 또 하나 얻지, 걱정이냐!>>

씨동이는 검은 얼굴에 흰 이를 드러내보이며 싱긋 웃었다.

그리고 덧붙여서 한마디

<<조심해.>>

당부하고 돌아서 나가다가

<<오 참.>> 하고 되돌아서서

<<간밤에 쌍년이가 보이잖겠니, 별일이야.>> 하고 고개를 한번 흔들고 그대로 가버렸다.

리자인지대가 마령관에서 하산하여 림성, 찬황, 고읍, 백양 네 고을의 중심점이 되는 압합영 부근에서 려정조부대의 두개 대대와 함께 적군 점령하의 평한선을 넘은것은 교교한 찬 달빛이 온 누리에 가득 찬 한밤중이였다. 적군이 철길 량편에 깊고 넓은 차단호를 파놓고 그리고 철길을 따라 우뚝우뚝 솟아있는 망루에서 감시를 하는 까닭에 공병역할을 하는 전사들이 재치있게 발판을 놓아주지 않으면 부대의 통과는 거의 불가능하였다. 소리소문없이 맡은 일을 충실히 해내는 그 전사들은 실로 전진하는 부대의 앞길에 가로놓인 모든 장애물을 없애주는 <<열쇠>>의 역할을 하였었다.

평원구의 좋은 점은 조밥, 옥수수밥을 먹지 않고 밀것을 먹는것이였다. 소금도 과히 귀하지가 않은것이였다. 그 대신에 거의 날마다 같이 숙영지를 옮기는것은 성가셔 죽을 지경이였다. 적군에게 꼬리를 밟히지 않기 위해서였다. 적군하고 숨박곡질을 하며 사는거나 마찬가지였다. 리가 있으면 꼭 페도 있다는 말이 과시 옳았다. 태항산에서는 험한 밥을 먹는 대신에 숙영지만은 여러달씩 한군데 붙박혀 살수가 있었다.

리정호와 박문이가 밀짚북데기우에서 잠이 깨여 누운채 소근소근 지껄였다.

<<밥은-여기서 먹구 잠은-태항산에서 잔다면 좀 좋아.>>

<<꿩먹구 알먹잔 수작인가.>>

그들은 이때 심현, 무강 일대를 맴돌고있었다. 분산된 적을 보면 덮치고 집중된 적을 보면 피하였다. 참새떼처럼 모아들었다가는 흩어지고 흩어졌다가는 또 모아들었다. 그것이 유격전이였다.

<<난 잠이 부족해 머리가 다 뗑하다니까.>>

<<그거야 차차 습관이 되면 괜찮겠지.>>
<<벼룩은 태항산보다 좀 적은것 같지?>>

<<좀 뭐야, 퍽 적지.>>

태항산에서는 세수물을 떠놓으면 대야에 금세 새까맣게 벼룩이 뛰여들었었다.

<<겨울이 돼 그런지두 모르지.>>

<<그것두 있겠지.>>

<<광동서는 겨울에두 모기장을 치구야 잔다며?>>

<<거기 모기장은 침대에 딸린것이지, 장식품처럼.>>

이날 오후 리지대장은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전체 대원들에게 비상한 소식을 알리였다.

<<일본해군항공대가 지난 8일 새벽, 하와이의 진주만을 기습해가지고 미국함정들에 심대한 손실을 입혔답니다...>>

대원들은 아연 긴장해나 모두 리지대장의 입만 바라보았다. 리자인대장은 호리호리한 몸매에 홀쪽한 얼굴에 눈까지 가늘었다. 그러나 강기와 활력이 언제나 온몸에서 넘쳐나는 사람이였다. 그는 중앙군교 10기 보병과 졸업생이였다.

<<...일본제국주의는 그예 남진을 단행했습니다. 사회주의쏘련에다가 아니라 제국주의미국에다 불을 걸었습니다. 레닌의 론증은 또 한번 실증이 됐씁니다. `자본주의국가 발전의 불평형법칙`은 다시한번 그 투철함을 전세계에 과시했습니다. 제국주의강도들은 서루 물어뜯느라구 다른것을 돌볼 겨를이 없습니다. 전국은 우리에게 대단히 유리하게 전변되구있습니다...>>

회의가 끝난 뒤에 박문이가 사기가 부쩍 올라 리정호를 돌아보고

<<이러다간 나두 정말 멀잖아... 내 그 약혼녀를 만난단 소리가 나잖겠나?>> 하고 싱글벙글 하였다. 리정호가

<<약혼녀? 언제 그런게 다 있었는가?>> 하고 의아쩍어하니 박문이는 짐짓

<<그럼 없어?>> 하고 흰목을 썼다.

<<금시초문? 흥, 네 그 장옥연이따위는 와서 신발을 들구 따라 다닌대두 부요(不要)다... 어림없이.>>

<<희떱기는 까치배바닥일세. 어디 사진이나 좀 보자구... 얼마나 이쁜가.>> 이제까지 옆에서 시물시물 웃으며 보고있던 진국환이가 갑자기 소리내여 웃으며 말참녜를 하였다.

<<사진 보면 꿈에 보인다... 볼 생각 말아. 수레바퀴에 치인 맹꽁이상이더라... 나 봤다.>>

<<참말이야?>>

<<내가 언제 거짓말하던가? 편지까지 다 일어봤는데. `장연 최참봉댁 맏손녀와 혼인을 정하였으니 그리 알아라.` 아버지가 썼더라 붓글씨루.>>

박문이는 황해도 해주사람인데 그 부친은 요부한 부재지주였다.

<<그게 언제야?>>

<<남경 있을 때지 언제야.>>

<<남경 있을 때? 그게 어느 옛날이야. 그럼 인젠 다 늙어 꼬부라졌겠구나.>>

<<저치가 전장귀신이 되면... 까막과부가 되겠지... 봉건가정이니까.>>

리정호와 진국환이가 서러 지껄이는 소리를 듣고 박문이는

<<똥본 오리처럼 잘두 지절댄다.>> 하고 진국환이의 어깨를 한번 탁 쳤다. 진국환이는 하하 웃고

<<아니다. 실상은.>> 하고 실토를 하였다.

<<저치가 그때 편지를 받구 골이 나서 사진을 쪽쪽 찢어버린걸 내가 한쪼각한쪼각 주어모아가지고 제모습대로 한번 붙여봤다. 아주 얌전하게 생겼지 뭐야.>>

<<그럼 이제라두 늦지 않으니 얼른 편지를 띄워라. 기다리라구, 곧 간다구.>>

리정호가 흥감스레 말하고 깔깔 웃으니 진국환이와 박문이도 깔깔 따라웃었다. 일본제국주의가 태평양전쟁을 발동하였다는 소식이 그들에게는 승리가 가까와온다는 랑보로 받아들여졌던것이다. 일제가 북진을 단행하면 쏘련이 복배수적으로 크게 어려움을 겪어야 할것이때문에 그들은 은근히 근심을 하고있었다. 그래서 <<남진>>한마디에 안도의 숨을 쉬고 기분들이 명랑해진것이다.

한 나달 지나서의 일이다. 다저녁때 한개 분대가 유림에서 네댓마장 떨어진 자그마한 주막거리에 정찰을 나와보니 마침 한대의 승용차-검은색포드가 머리를 서쪽-석자장쪽으로 두고 멎어서 있었다... 이길은 창주-석가장을 련결하는 간선도로였다(석가장의 지명을 이때 점령군은 석문시로 고쳤었다). 국방색국민복을 입고 고깔모양의 전투모를 쓴 운전사가 주막집에 들어가 라지에타에 채울 물 한초롱을 얻어들고 막 나오는중이였다. 운전석에는 양장을 한 젊은 녀자 하나가 앉아있다. 그리고 뒤좌석에는 양복차림의 나이 지긋한 코수염을 기른 뚱뚱이와 국민복차림의 서른나문된 남자가 타고있었다.

(야 이게 웬 떡이냐.)

한개 분대 근 20명 무장대원이 불시에 달려드 운전사는 초풍하여 물초롱을 떨어뜨리고 엉덩방아를 찧고 그리고 자동차안의 남녀 세 사람은 모두 실색하여 옴짝달싹을 못하였다. 코수염 기른 뚱뚱이의 손가락사이에서 타고있는 권연이 알릴듯말듯 떨렸다. 눈 깜박할 사이에 남녀 네 사람을 차에서 끌어내고 또 땅바닥에서 잡아일으켜 앞세우고 곧 자리를 떴다. 뒤에 남은 몇 사람은 리정호와 함께 뛰여다니며 빠라를 붙이고 또 몇 사람은 박문이와 함께 자동차에 불을 질렀다. 말끔한 새 자동차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이는것을 본 박문이가

<<우등불모임이나 한번 했으면 좋겠다.>> 하고 웃으며 불쪼이는 시늉을 하니

<<소불알은 안 구워먹구?>>

누군가가 옆에서 한마디 빈정거렸다.

걸음을 통 못하는 남녀 네 사람을 앞에서 끌고 뒤에서 떠밀다싶이 하며 논틀밭틀로 숙영지에를 돌아오니 벌써 밤이 이윽하였다. 사내 셋은 한방에 몰아넣고 녀자 하나는 따로 가두고 보초에게 말을 이른 뒤 잘 차비들을 하였다.

밝은 날 아침에 먼저 사내 셋을 신문해본즉 코수염 기른 뚱뚱이는 일본의 이름난 토목건축회사 하자마구미의 석문출장소 소장이고 젊은 남자는 건축기사 그리고 나머지는 녀비서와 운전사였다.

<<어디를 가는 길인가? 아니면 어디를 갔다오는 길인가?>>

<<창주에 볼일이 있어서... 저 사람을 데리구 갔다오는 길입니다.>>

<<군(军)의 일루?...>>

<<아닙니다 아닙니다... 군하구는 아무 상관두 없는 일입니다. 민간일입니다. 순전한 민간일입니다.>>

코수염 뚱뚱이는 군의 일이 아니라는 발명을 부옇게 하였다. 박문이는 씩 웃고 지꿎이

<<여기 남아 우리하구 같이 지낼 생각은 없는가? 우리 일을 맡아해볼 생각은 없는가?>> 하고 떠보니 코수염 뚱뚱이는 괴상야릇한 얼굴을 하고 대답을 못하였다. 건축기사는 식혜먹은 고양이상을 하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운전사는 두 상전의 눈치만 보았다.

박문이와 리정호는 신문을 일단 마치자 바로 녀비서를 가두어놓은 집으로 왔다. 녀자는 안날 저녁녘 경황 없는중에 본 기억이 있는것 같은 두 젊은 군인(그녀의 생각대로 표현을 하면 두 젊은 공산비적)이 문을 열고 들어서는것을 보자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얼른 구들(炕)구석에 피해가 무릎을 쪼크리고 앉아 오돌오돌 떠는데 그 덜 밉지 않은 얼굴은 백지장같이 창백하였다.

<<무서울것 없으니 진정하구 편히 앉으시오.>>

박문이가 부드러운 일본말로 안심을 시키는데 녀자는 두 사람의 얼굴에 악의가 없는것을 보고 적이 마음이 가라앉는듯 눈치는 여전히 살피면서도 앉음앉음을 편히 하는체하고 또 떠는것도 좀 덜 떨었다. 두 사람은 구들(炕)끝에 걸터앉았다. 박문이가 짐짓 상가럽게 한마디 건네여보았다.

<<이름은요?>>

<<녜?>>

녀자는 너무 긴장하여 묻는 말의 뜻을 못 알아들은게 분명하였다.

<<못 알아들으셨소? 이름이 무어냐구 물어봤는데...>>

<<아 녜, 저... 야나가와 아끼꼬라구 합니다.>>

<<야나가와 아끼꼬...>> 하고 되뇌고 박문이는 리정호와 얼굴을 한번 마주보고나서 다시 물었다.

<<고향은요?>>

<<고향 말입니까? 녜 저 고향은... 인천입니다.>>

<<인천이라니... 조선 인천?>>

<<녜 그렇습니다.>>

<<인천이 출생진가요?>>

<<녜.>>

박문이와 리정호는 또 한번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럼 학교는 어디를?...>>

<<경성녀고예요. 경선녀고를 나왔에요.>>

서울 재동에 있는 경성녀고는 조선녀학생들이 다니는 공립학교다. 박문이가 놀라서 저도 모르게 조선말로

<<그럼... 조선분입니까?>> 하고 소리치듯 물으니 녀자는 잠시 얼떨떨한 눈으로 박문이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조선분들이십니까?>> 하고 곧 무릎걸음으로 다가드는것이였다. 지옥에서 부처를 만난것으로 여기는 모양이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스물셋인 류명자는 하자마구미에 입사를 한지가 겨우 돌이 지났다.

당일로 지대본부에서는 다음과 같이 결정을 지었다.

일본남자 셋은 쓸데없는것이니 곧 돌려보내기로 한다. 조선녀자 하나는 포섭할 대상이 되므로 남겨두기로 한다.

다저녁때 무장대원 대여섯이 주막거리가 멀리 바라보이는데까지 일본사람들을 데려다주는데 갈라질 때 박문이가 코수염 뚱뚱이더러

<<저 주막거리까지 가면 오가는 군용트럭들이 있을테니까 손을 들어 세워서 타구 가시오. 다들 당신네 사람이 아니요. 어려울것 없겠지. 그리구 녀비서는 조선사람이니까 우리가 맡았다구... 당신네 령사관에 가 신고를 하시오.>> 하고 말을 이르는데 옆에 섰던 리정호가 삐라 한묶음을 그 호주머니에 밀어넣어주며

<<야스다소장, 약소하지만 이거 전별하는 뜻으로 드리는 선물이니 그리 아시오.>> 하고 말하여 사람들을 웃겼다.

이튿날부터 류명자는 부단히 이동하는 항일부대를 따라 내키지 않는 전투행각을 부득이 하였다. 박문이가 책임지고 교양을 하는데 녀자는 매번 다 고개를 다소곳하고 듣고있다가 박문이의 말이 다 끝나면 의례 판에 박은것 같은 말로 비대발괄을 하는것이였다.

<<말씀은 잘 알았에요. 그렇지만 이번만은 그대루 돌려보내주세요. 부모님을 만나뵙구... 말씀을 여쭙구... 다시 오겠에요. 꼭 다시 온다니까요. 녜, 선생님.>>

아무리 타일러도 막무가내였다.

<<말씀은 잘 알았에요. 그렇지만 이번만은 그대루 돌려보내주세요. 부모님을 만나뵙구... 말씀을 여쭙구... 다시 오겠에요. 꼭 다시 온다니까요. 녜, 선생님.>>

소귀에 경읽기였다. 땅팔노릇이였다. 귀신은 경문에 막히고 사람은 인정에 막힌다지만 류명자씨만은 아무것에도 막히는게 없었다. 약석이 무효였다. 자갈을 솥에 넣고 삶고 또 삶고 하는거나 마찬가지였다. 절대로 익지 않았다. 그 상이 장상으로 <<말씀은 잘 알았에요. 그렇지만... 녜 선생님.>> 을 되풀이하는것이였다. 똑같은 말을 끈질기게 곱씹고 또 곱씹고 하는것이였다.

성미가 느슨한편인 박문이도 고패를 빼였다, 할수없이 리재대장에게 사실대로 전말을 보고하였다. 리지대장은

<<참 별란 녀자 다 봤군.>> 하고 한참 생각해보다가 고개를 들고

<<까짓거 돌려보내까? 공연히 끌구 다니며... 귀찮게시리.>> 하고 박문이의 의향을 물었다.

<<아무려나 좋두룩 하시지요.>>

거치른 남자들의 세계에 연연한 녀자 하나가 끼이면 오죽 좋으랴. 그렇지만 당자가 굳이 싫다니... 아쉽기는 하지만 부득이한 일이였다. 박문이가 그길로 가 녀자에게 오늘밤 돌려보낼테니 그리 알라고 미리 일러준즉 녀자가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며

<<선생님 고맙습니다, 고마와요.>>

백배사례를 하는데 박문이는 밉상스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마음이 허전하도록 아쉽기도 하였다.

밤, 뭇별로 장식된 밤하늘에 심현성 성가퀴의 륜곽이 뚜렷이 드러나보이는데까지 와가지고 박문이가 걸음을 멈추니 류명자도 발을 멈추고 또 호송하는 대원들도 따라서 걸음을 멈추었다.

<<자 여기서부터는 혼자 가시오. 조기 조 성문을 향하구 꼿꼿이 걸으면 됩니다. 우린 여기서 무사히 들어갈 때까지 지켜볼테니까... 안심하구 행동하십시오. 내가 일러준대루 하십시오, 그럼 자 안녕.>>

마지막 작별의 인사로 굳은 악수를 나누는데 녀자의 손의 땀기가 박문이 손바닥에 오래도록 남아 가셔주지를 앟았다.

녀자가 얼마동안 앞으로 걸어나가다가 멈칫 서서 잠시 망설이는듯... 무슨 생각을 먹었는지 홀지에 되돌아오지 않는가! 박문이의 가슴은 높이 뛰놀았다. 걸어오던 녀자가 또 멈칫 서서 잠시 망설이더니 다시 돌아서서 성문을 향하고 조심조심 걸어갔다. 박문이는 갑자기 다래맥이 풀리는것 같았다. 어둑컴컴한 성문의 문루에서 날카로운 수하가 날아내려왔다.

<<다레까?>>

그러자 류명자가 박문이에게 배운대로 하는 대답이 어둠속에서 또렷이 들렸다.

<<팔로군에 랍치당했던 하자마구미 석문출장소의 야나가와 아끼꼬가 돌아왔습니다.>>

문루에서 두런두런하는 소리가 났다. 한참만에

<<좋다. 그럼... 두손을 들구...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려라.>>

거친 목소리가 위협적으로 대답을 주었다. 그리고 또 한동안이 지나서 국게 닫힌 성문틈으로 불빛이 어른거리더니 이내 삐이걱하고 성문이 사람 하나 겨우 들어오리만큼 열렸다. 두손을 높히 쳐든 녀자의 그림자가 성문안으로 사라지자 성문은 다시 삐이걱 쾅당 육중한 소리를 내며 굳게 닫혀버렸다. 성문틈으로 어른거리던 불빛도 사라졌다. 만뢰가 구적한데 밤하늘에서 별찌 하나가 지평선을 향해 줄을 그으면 내리꼰졌다. 박문이의 가슴은 가을뒤의 목화밭처럼 어수선산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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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박 (♡.43.♡.108) - 2023/11/13 18:08:59

박문이라는 사람이 그 여자를 살짝 좋아햇나봅니다..ㅎㅎ
두번 다시 못 만나는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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