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2 격정시대 하-39

더좋은래일 | 2023.11.01 16:50:18 댓글: 1 조회: 208 추천: 3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3810


39

송일엽이 소리없이 일어나 그림자처럼 내려간 뒤에 선장이는 침대를 독차지하고 편안히 누워서 고대 있은 일을 되새겨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너무나 뜻밖의 일이였다. 도저히 상상할수가 없는 일이였다. 그러나 실지로-꿈이 아닌 생시에-있었던 일이였다. 무슨 귀중하것을 잃은것 같은 섭섭하고 아쉬운 생각이 드는 한편 포근하고 흐뭇한 느낌도 바이 없지는 아니하였다.

아침에 일어나 옷을 주어입고 소세를 하고(3층베란다에 수도전이 있었다) 아래에 내려가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 대할 일이 난감하였다. 더구나 송일엽과 한식탁에 마주앉을 일이 난감하였다. 안날 낮에 강도질을 한것을 량심에 거리끼는것이 하나도 없었다. 아니 도리여 떳떳하고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어두은 밤중에 돌발적으로 생긴 일에 수치감과 가책을 느꼈다. 도덕적타락과 지어는 범죄감까지를 느꼈다. 그러나 아무리 난처해도 어차피 한번은 넘어야 할 고비였다.

김혜숙과 전보경을 대할 때 선장이는 자격지심이 들어서 공연히 얼굴이 붉어졌다. 전보경이 가까이 와 얼굴을 들여다보며 안날있은 모험활동의 로고를 위로하는 뜻으로

<<눈이 다 부석부석하시네요.>> 하고 따뜻하게 말하는것을 선장이는 도적이 제 발자국에 놀라 아무 대꾸도 못하고 그저 어색한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김혜숙도

<<난생처음 그런 경난을 했는데 신경이 쓰이잖구요. 왜 고단하잖겠어요.>> 하고 다정한 말로 위로해주는데 선장이는 더욱 난당하여 땅속으로 꺼져들어가고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이윽고 층층대에서 슬리퍼를 끌며 내려오는 소리가 났다.

20초... 15초... 10초... 5초... 1초... 령-선장이가 타임을 거꾸로 세며 마음을 조이는중에 연분홍색 화장옷을 입은 송일엽이 액틀속의 미인도처럼 문얼굴속에 나타났다. 입에 물었던 권연을 뱅어같이 희고 가냘픈 두손가락으로 떼여들고 빨간 입술사이로 흰 이를 드러내보이며 신비로운 웃음을 상끗 웃고

<<굳모닝 젠틀맨(신사)!>>

선장이에게 아침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태연하게 식탁앞에와 앉으며 전보경을 보고

<<게으름병이 걸렸나 왜 이렇게 고단한지 몰라 요새는.>> 하고 걸상등밭이에 한팔을 걸어 늘어뜨리고 반몸을 비틀고 앉았다.

그 자약한 태도에 선장이는 속으로 경탄을 금치 못하였다. 그리고 인제 어려운 고비는 없었구나 하는 안도감에 한시름이 덜리는듯 어깨가 거뜬해졌다.

그럭저럭 해가 바뀌여 봄이 일찍 찾아드는 강남의 들판에서 아지랑이들이 가물가물 피여오를무렵 생각지 않은 일거리 하나가 또 생겨서 선장이가 신떨음을 해보게 되였다. 어느날 송일엽이 밖에서 돌아오는 길로 발에다 하이힐을 신고 손에다 핸드빽을 든채 급한 걸음으로 김혜숙의 방으로 들어왔다. 방안에서는 짙은 구두약냄새가 풍겼다.

<<언니, 미스터 리랑 의논할 일이 한가지 생겼소.>>

김혜숙이 닦던 구두 한짝을 왼손에 꿰들고 또 오른손에 구두솔을 쥔채 허리를 펴고 일어났다.

<<무슨 일인데?>>

<<왜 그 있잖우... 오빠랑 배군이랑을 고문했다는... 고등계주임놈 말이요. 무라다라나 하는... 경부놈...>>

<<응 그래서?...>>

자기 동생과 양씨동이를 혹독하게 고문했다는 원쑤놈의 이름을 듣자 김혜숙의 눈에는 금새 시퍼런 불이 켜졌다. <<배군>> 이란 양씨동의 별명이다.

<<그 자식이 자꾸 치근거리지 뭐요.>>

김혜숙은 손을 이마에 대고 하늘에 감사를 드리고싶었다.

<<일엽아, 오빠 원쑤를 갚아주자. 동지들의 원쑤를 갚아주자. 꼭 갚아주자.>>

무라다는 이때 상해 일본총령사관 경찰서의 고등계주임이였다. 상해에서 붙잡힌 조선혁명자들에게 야만적인 고문을 가한것으로 공을 세워 경부보에서 쉽사리 경부로 승진을 한자였다. 그후 제2차세계대전때 <<리욘의 망나니>>라는 별명으로 세상에 소문을 놓은 게스타포의 바비와 같은 부류의 악마였다.

한 사날 지나서다. 황포탄 모터뽀트 세놓는 곳에 봄바람에 흥들이 난듯싶은 남녀 네 사람 일행이 와서 소정의 보정금을 들여놓고 모터뽀트 한척을 세내여 타고 봄물이 치런치런한 황포강에서 배놀이를 즐겼다. 일행은 나이 근 40한 장년남자 하나와 애숭이청년 둘 그리고 사치한 양장차림을 한 젊은 녀자 하나인데 그중에서 키잡이를 하는것은 색안경을 쓴 장년남자였다. 그들이 탄 모터뽀트는 여느 모터뽀트들처럼 흐름에 따라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거슬러 우로 올라갔다. 주가나루를 썩 지나올라가서야 속도를 푹 줄여서 차차로 배를 세우며 타수석에 앉은 두 사람이 말을 주고받았다.

<<미스터 장, 이젠 한번 잡아보겠습니까?>>

<<녜.>>

<<차를 모는것과 뭐 별루 다를게 없으니까... 요령만 알면... 곧 익숙해질겝니다.>>

<<글쎄요. 어디 한번 잡아보십시다.>>

리춘근과 장준광은 곧 자리를 바꿔앉았다. 그 바람에 모터뽀트가 크게 뒤뚝거렸다.

<<우리두 좀 배워야지요.>>

뒤좌석에 앉은 송일엽이 한마디 참녜하고 곧 옆에 앉은 선장이를 돌아보며

<<그렇지요 미스터 서?>> 하고 동의를 구하여 선장이는 말없이 고개만 한번 끄덕하였다.

<<물론물론.>>

리춘근이 뒤를 돌아보고 안심을 시킨 뒤에 다시 장준광을 향하여

<<자 그럼.>> 하고 떠날것을 명하였다.

자동차수리공 장준광은 기계붙이를 다루는데는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있었다. 얼마 오래지 않아 곧 손에 선 모터뽀트를 제 수족같이 자유자재로 부리였다. 서선장이도 배질에 이골이 난 배군의 아들인만큼 잠재적인 적응력을 가지고있어서인지 크게 어려울게 없었으나 송일엽만은 마음뿐이지 손발이 제대로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 송일엽이 모는 모터뽀트는 넓은 물길이 좁다는듯이 갈지자형으로 빗꺾으며 달려서 여러번 충돌사고를 이르킬번하였다. 지나가는 배들을 들이받을번한것이다. 한 발동선에서는 화가 난 기관사가 선창으로 고개를 내밀고 입이 걸게 욕을 하였다.

<<눈깔이 멀었니? 이 화냥년!>>

한동안이 지난 뒤에 선장이가 웃으면서

<<술에 취했나 이 모터뽀트가?>> 하고 놀려주는데 눈치 없는 장준광이 멋도 모르고

<<아니 파업자들이 데모야-지그자그행진.>> 하고 맞받아 비웃었다. 조금전에 들은 <<화냥년>> 소리에 비위가 거슬렸던 송일엽이 성을 발끈 내며

<<남은 속이 상해 죽겠는데 옆에서들 그렇게 시까스르기요?>> 하고 눈이 상큼해지니 옆에 앉은 리춘근이 부드럽게 웃으면서

<<허허, 미스 송이 그렇게 유머를 리해 못하는 막대긴줄은 여적 몰랐었는걸.>> 하고 한술을 더 떴다.

장관의 배놀이를 마치고 강안에 올라와 리춘근은 바로 황포탄에서 작별하고 셋이 함께 2층뻐스를 타고 오다가 장준광은 정안사거리 초입에서 내리고 송일엽과 선장이만 혁달거리까지 왔다.

집에 돌아와서 선장이가 곧바로 3층으로 올라가려고 한즉 2층 꺾임목에서 송일엽이 그의 팔죽지를 잡아끌었다.

<<잠간 들렸다 가세요.>>

송일엽이 핸드빽을 화장대우에 놓고 가 창문을 열어놓고나서 권연 한가치를 피워물었다. 걸상에 앉지 않고 침대에 와 걸터앉으며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번 일을?>>

<<어떻게 생각하다니요?>>

<<무라다 말이예요>>

선장이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잠자코 있었다.

<<왜 말이 없지요?>>

<<무슨 말을 할게 있습니까?>>

<<내가 무라다하구 같이 자는데 대해서 말이예요.>>

선장이는 슬그머니 부아가 났다.

<<동의하세요?>>

선장이는 슬쩍 외면을 하였다.

<<고만둘가요? 이번 일?...>>

<<난 고만 올라가보겠습니다.>> 하고 선장이가 걸상에서 벌떡 일어서니 송일엽은 얼른 도로 붙들어 앉히며

<<화났어요?>> 하고 선장이의 얼굴을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이담에 나 같은 녀자 말구... 순결한 아가씨 한분 골라서... 같이 잘사세요.>>

선장이가 말없이 발등만 내려다보고있으니까 송일엽은 손에 들었던 권연을 창문밖에다 내던지고 곧 선장이의 등을 꽉 그러당겨다 가슴에 붙이며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내가 미친년이지... 거짓말이 아니구.>> 하고 울음 반 웃음 반 지껄이는것이였다.


무라다경부는 마누라가 아이들을 데리고 일본 시즈오까로 친정나들이를 간 동안에 새암바리 마누라의 질곡에서 벗어나 난봉을 부리는데 늦게 배운 도적이 날 새는줄 모른다고 인물이출중한데다가 사내를 놀리는 수단이 좋은 메트로폴리스의 프란시스-송일엽에게 홀딱 반하여 고걸 그저 한입에 꼴딱 집어삼켜도 시원찮을 지경이였다. 그래서 공공조계 애드워드거리에 있는 맨숀(호텔식아빠트)에 욕실과 객실이 딸린 방 하나를 얻어놓고 프란시스와 단둘이 밀회하는 장소로 삼을 생각을 하였었다. 말하자면 상해판하렘 같은것을 하나 꾸며놓고 거드럭거려볼 생각이였던것이다.

<<마누라님이 이런걸 아시면 아마 기가 차실걸요.>>

프란시스 즉 송일엽이 무라다경부의 무릎에 앉아 짐짓 이렇게 버르집으니 무라다경부는 눈이 가늘어져가지고 송일엽의 아래배를 더 꽉 그러안으며

<<그깟년 무어라구 주둥이만 한번 놀려보지... 내 대번에 료정을 내놓잖나!>> 하고 흰목을 쓰는것이였다.

<<고만두세요 나리두, 다 알았네요.>>

<<어어, 내가 거짓말하는줄 아나베.>>

<<마누라앞에선 꼼짝을 못하시며 무얼 그러세요. 엄처시하라구 다들 흉을 보는데.>>

무라다경부의 장인은 시즈오까의 갑부였으므로 그 딸에게도 거액의 지참금이 딸려왔었다. 무라다가 그 덕을 보는것은 더 말할것도 없는 일이다. 안해가 곧 재록신이였던것이다.

<<두구보지 내가 허튼소리 하나. 이제 또 쨍쨍거리기만 하라지. 당장에 들그서내구 프란시스를 대루 들여앉히잖나.>>

<<녜녜, 태산같이 믿는척하구 기다리겠습니다.>>

송일엽은 엇조로 대답하며 무라다경부의 가슴에 실그러지니 무라다는 인중이 닷발이나 늘어져가지고 그러안은 녀자의 귀밑에다 게걸든 놈처럼 입을 들이맞추는것이였다.

<<래일 우리 황포강에 나가 배놀이해요.>>

<<좋지 좋지... 마침 또 일요일인데.>>

<<모터뽀트를 몰구 전속으루 물살을 한번 헤갈라봤으면 통쾌하겠어요. 그렇지만 나리는 모터뽀트를 몰줄 모르시죠?>>

<<천만에 천만에, 내가 요꼬하마에 있을 때 한 이태 수상경찰에 근무를 해놔서 기계배를 부리는데는 솜씨가 무던한걸... 제 자랑이 아니야.>>

<<믿습니다 믿어요 나리. 그 무던한 솜씨를 한번 좀 보여주세요.>>

<<보여주지 보여주지... 보여주다마다.>>

<<자동차루 드라이브하는것과 어때요?>>

<<거기다 비해? 저우(저위) 낫지.>>

<<아이 좋아! 그럼 우리 꼭 가요.>>

<<가지 가지.>> 하고 무라다는 당치않은데로 손을 디밀며

<<요것이 하자는걸 내가 왜 안하겠어.>> 하고 콩본 당나귀같이 흥흥하는것이였다. 송일엽이 무릎우에서 홀제 반몸 돌아앉아 목에 매달리며 기관포같이 급한 키스의 세례로 경부나리를 막히게 해주었다.

<<인제 꼭이예요.>>

<<꼭 꼭...>>

<<그럼 우리 손가락을 걸어요.>>

<<걸지 걸어... 자.>>

껍질이 악어같이 꺼끌꺼끌한 악마도 제가 좋아하는 녀자앞에서는 강아지 배바닥같이 말랑말랑해지는 모양이였다.

말랑말랑해진 무라다경부가 주말의 밤을 흐뭇하게 지내였다. 안이고 밖이고 다 천금값이 가는 봄밤이였다. 송일엽은 <<빼앗으려면 먼저 주어야 한다>>는 리치를 누구보다도 밝히 아는 녀자였다. 미끼 안 꿴 민낚시에는 멍텅구리 가재따위만이 걸리는 법이였다.

샐녘에 송일엽이 살그머니 일어나 무라다의 숨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여본 뒤 자리바람으로 복도에 나서며 곧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맨숀의 숙직원은 그녀가 2층의 전화를 놓아두고 아래층의 전화를 사용하는 까닭을 몰랐다. 그렇지만 팁을 후히 주는 고객의 괴상한 성미는 무조건 친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것이 그들의 신조였으므로 그는 여공불급하게 웃음을 지으며 묻는것이였다.

<<무엇을 도와드릴갑쇼 마담?>>

늦은아침때가 훨씬 지나서 사복차림을 한 무라다경부와 그 정부 프란시스가 황포탄으로 나왔다. 모터뽀트를 세내여 타고 계류 선창을 떠나는데 타수석에 같이 앉은 송일엽이

<<웃쪽으루.>> 하고 이미 하류로 향한 배머리를 돌리라고 하니 무라다정부는

<<왜?>> 하고 괴이쩍게 여기는 눈치를 보였다.

<<그저... 가보구싶어서요.>>

<<거기 무에 볼게 있다구.>>

<<싫으세요?>>

<<아니 싫기야 뭐... 가지 그럼.>>

모터뽀트는 요란하게 엔진소리를 울리며 크게 카브를 꺾어서 상류를 향하였다. 흐린 물결이 넘실넘실하는 황포강은 크고작은 세계 각국의 선박들로 붐비였다. 차차로 속력을 내기 시작하여 배와 배 사이를 누비듯이 달리는 모터뽀트우에서 송일엽이 연송 무라다를 치살렸다.

<<아이 정말 보통이 아니시네요.>>

<<20대 청년 같으시네요. 참말이예요.>>

그러다가 호들갑스레

<<어머!>> 하고 새된소리를 지르며 비범한 키잡이솜씨를 자랑하려고 뼈무는 무라다에게 찰싹 가 달라붙었다가

<<아이 아슬아슬해, 난 꼭 부딪치는줄만 알았에요.>> 하고 요사를 떨며 따로 떨어져 앉기도 하였다.

그 맛에 무라다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신바람이 나가지고 뽀트를 재주껏 몰아대며 주가나루를 언뜻 지나 룡화를 바라보고 치달았다. 여기까지만 와서 벌써 강을 오르내리는 배들이 뜨음해져서 배길이 마냥 넓어 거치는것이 없었다. 앞길에 사주-모래가 쌓여서 이루어진, 폭이 좁고 길이가 긴 섬-하나가 나섰다. 그 섬 그늘에서 모터뽀트 한척이 나타나가지고 완완한 속도로 마주오는 것이 바라보였다.

<<이런 호젓한데를 찾아다니는게 우리만이 아니군.>> 하고 무라다가 웃어서 송일엽은

<<누가 아니래. 오호호!... >>

따라웃으며 무라다의 허벅다리를 한번 꼬집어주었다. 이렇게 꼬집히면 금시로 온몸의 뼈가 녹아서 흐물흐물해지는 사내들도 이 세상에는 더러 있는 모양이였다.

완완히 내려오는 뽀트와 전속으로 치닫는 뽀트의 거리가 삽시간에 줄어들었다. 얼굴을 서로 알바볼만큼 가까와졌다. 내려오는 뽀트에도 역시 탄 사람은 둘이였으나 남녀 한쌍이 아니고 둘이 다 남자였다. 애숭이총각들이였다. 송일엽이 별안간

<<어머 내 모자!>> 하고 새된 소리를 지르고 잇달아서

<<나리, 내 모자... 모자가 날아났에요!>> 하고 호들갑을 떨었다. 무라다가 놀라서

<<무엇이?>> 하고 뽀트의 속력을 푹 줄이는데 송일엽은 웃몸을 비틀고 손으로 가리켜보이며

<<저것 좀 보세요. 물우에 동동 떠내려간다니까요.>> 하고 안달하고 또

<<너무 속력을 내니까 그렇지요.>> 하고 당찮은 원망을 내놓았다.

<<얼른 배를 멈추세요, 얼른요! 저거 저거...>>

떠내려가는 모자를 건지려고 무라다경부가 흐르는 물우에 크게 반원을 그리며 배머리를 돌려세웠다. 배를 살랑살랑 저속으로 몰아서 하얀 깃 하나가 삐서 꽂혀있는 모자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 모양이 흡사 물에 내려앉은 새를 맨손으로 붙들려가는것과도 같았다. 그동안에 내려오는 뽀트가 들아닿았다. 좌측에서는 건축자재를 만재한 끌리는 배를 끄는 허술한 발동선 한척이 허덕거리며 거슬러올라오고있었다. 송일엽이 물결따라 너울거리는 모자를 건지려고 웃몸을 배전에 걸고 팔을 늘이였다. 무라다경부는 그 동작에 맞추어 배를 조절하느라고 주의를 모두 거기다 돌린 까닭에 내려오는 뽀트의 키잡이옆에 앉은 청년이 권총을 빼드는것을 보지 못하였다. 다음 순간 마른 나무가지가 부러지는것 같은 총성 한방이 울리는것과 동시에 무라다경부가 타륜을 잡은채 앞으로 폭 고꾸라졌다. 면바로 대갈통에 명중되는 바람에 비명 한번 질러볼 사이도 없었다. 좌측을 통과하는 발동선에서는 제 기계소리때문에 총소리를 듣지 못한 모양이였다. 설사 들었더라도 결과는 매 한가지로 못 본체하고 그냥 지나쳐버렸을것이다. 시끄러운 일에 참섭되는것을 꺼리여 이때의 상해사람들은 고함소리에 쫓기는 도적이 눈앞에 닥들여도 얼른 한옆으로 비켜서기가 일쑤였으니까.

강복판에서 두 뽀트의 배전이 맞닿자 송일엽은 건지는체하던 모자를 내버려두고 얼른 이쪽으로 뽀트를 옮겨탔다. 그 바람에 뽀트가 금세 뒤집힐것처럼 크게 한번 뒤뚝하였다. 타륜을 잡은 장준광이

<<아예 수장까지 지내주지.>> 하고 뽀트를 가재걸음을 시키다가 반원을 그리며 되돌아와가지고 무라다가 대가리에서 피를 쏟으며 나가너부러진 뽀트의 배전을 배머리로 콱 들이받았다. 들이박힌 뽀트가 허깨비처럼 휘뚝 뒤집히니 무라다의 시체는 물속으로 가라 앉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었을것이다. 수장을 지내주는데 성공을 한 장준광이 승냥이 이발 같은 덧이를 드러내며 씩 웃고

<<자, 떠납시다.>> 하고 액셀을 꽉 밟으니 세 사람을 태운 뽀트는 급작스레 요란한 엔진소리를 울리며 분마의 기세로 내닫기 시작하였다.

선장이가 창백해진 얼굴로 뒤좌석을 돌아보고 거센 바람에 머리카락이 마구 헝클어져 나붓기는 송일엽에게

<<옷에 어디 피가 튀지 않았나 좀 살펴보지요.>> 하고 주의를 주니 선장이와는 반대로 얼굴이 상기한 송일엽이 지꿎은 추파를 보내며

<<녜녜.>>

대답하고 투피스의 우아래갈피를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살펴보는것이였다.

로즈박님이 100포인트 선물하셨습니다.
추천 (3) 선물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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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박 (♡.39.♡.172) - 2023/11/01 21:38:22

손에 땀을 쥐고 봅니다..
다들 강심장이시네요..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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