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3ㅡ당돌한 녀석

뉘썬2뉘썬2 | 2023.10.24 07:02:21 댓글: 0 조회: 277 추천: 1
분류단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1379

3

"내일은 일요일이지만 직원이 오전 열시까지 갈겁니다."
비스터박의 말에 강노인은 눈살을 찌푸렷다.내일은 일요일이지만,이라는 말이 거슬렷다.

울타리 관리부실이 든러난 마당이다.당장 달려와 문제를 해결하겟다 해도 모자랄판에 일요일
운운하다니.그러나 너무 시시콜콜 따지는건 체면에 어긋날 일이다.아무리 부리는 사람이라지
만 주말도 없이 밤낮없이 일하기를 바라는것도 무리다.ㅅㅣ대가 달라지지 않앗나.참을성이
필요하다.

"계약 불이행에 따른 조치일세."
"물론이죠.추가요금 청구서 같은건 없을겁니다."
강노인이 먼저 전화를 끊엇다.

요즘들어 이상하게 미스터박이 못마땅하다.일처리가 분명치않고 따지는것같은 말투에다 뭘
숨기는게 분명한 표정까지.

"아무래도 신경과민이지!"
ㅅㅏ실 아침부터 강노인은 신경이 좀 날카로워져 엇엇다.아이들 때문이다.기상나팔 불어대는
수탉도 모라자 오늘은 아이들까지 뒤뜰에 몰려와 잇는것이다.


"기껏해야 동네 조무래기들이야.."
호흡을 조절하며 천천히 거실을 돌아다녓다.팔걸이마다 호랑이 머리가 조각된 소파들을 지나
고 박물관에나 잇어야 할것같은 전축을 지낫다.여러나라에서 들여온 장식품들이 진열된 기다
란 콘솔을 지나고,창가에 검은 덩어리처럼 놓인 피아노를 지나고,마치 벽에 붙어버린것 같은
거대한 책장을 지나고.

벽구석에 세워진 괘종시계 앞을 지날때 '데엥'소리가 낫다.이시계는 매시각 종소리를 내는것
은 물론 십오분마다 한번씩 또 소리를낸다.자기가 여전히 괜찮은지 확인해 보려는것처럼.

'한시간뒤에 출발해야해.그런데 저것들을 저대로 두고서?"
머리가 지근지근.한숨도 포옥나왓다.오늘부터 마을 도서관에서 기타를 배우기로햇다.개인지
도를 받을까하다 마음을 바꾸엇다.이미 뻣뻣해진 손가락 사정도잇고 까짓 기타때문에 지진아
취급받기도 싫어서 여러 사람속에서 천천히 시작하기로햇다.자기에게 예술적소질이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아는터라.어차피 한곡만 능숙하게 칠줄 알면된다.자신을 위한 단한곡.

그가 마음을 다스리며 오락가락하는 동안에도 뒤뜰에서는 끊임없이 아이들 소리가 들려왓다.

"하아,참!집주인이 잇는데도 울타리를 넘어온단 말이지.뻔뻔하고 당돌한 녀석들!버르장머리라
고는 눈곱만큼도 없는녀석들!저 부모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거야.."
강노인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을 크게 들이마셧다가 내쉬엿다.

"이봐,덩어리씨.혹시말야,지금 고소해하고 잇나?"
다시 크게 숨을 내쉬엿다.

"그렇겟지!자네는 내 스트레스를 먹고사니까."
강노인은 현관에 세워진 거울앞으로 가서 자기표정을 살펴보앗다.미간의 주름살이 깊어진것
같아서 얼굴근육을 풀엇다.머리도 매만지고 앞뒤모습을 비추어본 뒤에 뒷짐을지고 뒤뜰로갓
다.

되도록 소리가 나게끔 문을 열어젖혓다.그리고 꼿꼿한 자세로 걸어가며 아이들 하나하나를 정
확하고 신중하게 바라보앗다.그러면서 중얼거렷다.

"흥분할지 말것.골치아픈 문제는 전문가에게."
그는 문제가 심각할수록 말을아끼는 사람이다.그러면 대부분은 저쪽에서 눈치를 보며 해결책
을 찾는다.전문가들도 그렇게 다루엇는데 애들쯤이야.

아이들은 버즘나무에 원숭이처럼 기어오르거나 매달리거나 거기서 뛰여내리는 중이엿다.어찌
나 시끄럽게 구는지 청설모가 상수리나무에서 감히 내려오지도 못할 정도엿다.누가 뛰여내리
기라도 할라치면 수탉은 화들짝 놀라 달아낫고 나무밑에서 암탉들을 살피던 고양이도 움찔 물
러낫다.

강노인을 맨먼저 알아차린 아이는 피엘이엿다.피엘은 나무에 오르려다말고 강노인을 보앗다.
나뭇가지에 매달렷던 아이도 강노인을 보자 맥없이 떨어졋다.강노인을 못본 상훈이만 타잔같
은 소리를 내지르며 사뿐히 뛰여내렷다.겁도없도 부드럽고 가벼운 몸이다.

공기같군,하고 강노인은 생각햇다.

강노인이 뒷짐을지고 떡하니 버티고 서서 쳐다보는게 아이들로서는 께름칙한게 당연햇다.여
기가 남의집이라는것도 들어오면 안된다는것도 자기들이 몰래 숨어들엇다는것도 충분히 알기
때문이엿다.하지만 강노인의 정체를 모르는 상태라 도망칠 생각같은건 하지도 않앗다.다만 여
기서 낯선어른을 보는게 익숙하지 않아 경계할수밖에.

"혹시 할아버지가 거인이세요?"
피엘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엇다.집주인이냐고 물으면서도 믿지않는 태도.강노인 눈썹이 꿈틀
햇다.유리도 거인 어쩌구 햇엇다.어째서 거인일까.

"그래요?경고판에 적힌 주인백씨예요?"
다른아이도 물엇다.뒤늦게 강노인을 본 상훈이가 어기죽거리며 다가오더니 감정이라도 상한듯
한 표정으로 강노인을 훔쳐보앗다.언제고 된통 혼꾸멍내고싶은 녀석이다.

"그럴리 없잖아.여기주인은 크리스티앙 강 헌터랫어."
강노인은 속이 뜨끔햇다.

"백씨가 아니고?"
"외국사람이 주인이야.우리아빠는 틀린말안해.알지?"
삐딱한 시선과 볼멘소리에 강노인의 신경이 바짝 곤두섯다.처음 볼때부터 보통내기가 아닌줄
짐작은햇다.그런데 이제보니 그정도가 아니다.어린것이 노인을 상ㄷㅐ로 기싸움이라도 할 기
세아닌가.

불량하기 짝이없는 태도지만 자기 아버지를 내세우는 품은 뜻밖이엿다.중요한게 빠져나간듯
멍해보이던 부동산 남자에게 저런아들이 잇는것이다.

"피엘,너 올라갈 차례야.이제 한단계위다."
상훈이가 피엘어깨를 툭쳣다.강노인의 볼이 부르르 떨렷다.어린것에게 이런 무시를 당하다니.
뭘어떻게 해야할지 판단이 서지않앗다.내가바로 크리스티앙 강 헌터라고 해봐야 믿지도 않을
테고 남의집에 무단으로 침입하는건 범죄라고 해봐야 통할것 같지도않고 무례하게 굴엇으니
뒤탈이 잇을거라고 협박할수도 없다.솔직한 마음은 뒤통수를 갈겨주고 싶을뿐.성질대로 하던
장영감이 차라리 부러웟다.그러나 그는 꽤 오랫동안 점잖게 살아온 사람이엿다.

이대로 돌아서는것도 사람좋게 표정을 푸는것도 불가능하다.이사태를 어떻게 수습한단 말인가.
차라리 나오지 말걸.그가 지금 할수잇는거라고는 굳건히 버티고서서 눈을 부라린채 상훈이를
쏘아보는 일뿐이엿다.어찌나 눈에 힘이들어갓는지 눈물이다 나올 지경이엿다.

"아냐,난 그만할래.숙제해야지."
피엘이 먼저 물러낫다.다른아이도 머리를 긁적이며 뒷걸음질 쳣다.같이싸워줄 편에게 배반이
라도 당한것처럼 상훈이얼굴이 일그러졋다.그러나 곧 턱을 쳐들더니 기어이 한마디 하고 돌아
섯다.

"쳇!혼자놀면 무슨재미야!"
순간 강노인은 심장이 날카롭게 찔리는것처럼 아팟다.무서워서 피하는게 아니라는 저 오만한
태도.입꼬리가 묘하게 비틀리며 턱을 쳐드는 저모습.저 반지르르한 뺨.잠깐이엿지만 상훈이
의 그말투와 태도는 강노인의 모든신경을 건드렷다.아주오래전,어떤 여자애가 꼭 저런 모습으
로 자신을 수치스럽게 만들곤햇다.

상훈이는 자기가 무슨짓을 햇는지 생각도 못할테지만 강노인은 달랏다.가장아픈 자리를 덮고잇
던 딱지가 느닷없이 뜯기는듯한 충격을 받앗다.

"우웁.."
어금니를 깨무는 강노인 얼굴에 경련이 일엇다.어느누구도 강노인 앞에서 저토록 오만하게 굴
지못한다.그가 용납하지 않앗기때문이다.

강노인을 모욕하고 수치스럽게 만든사람은 오래전 그여자애 하나뿐이엿다.그가 평생 이기는것
을 목표로 살아온데에는 그아이의 영향이 컷다고 할수잇다.그는 지기싫엇고 지지 않앗기때문
에 어린시절의 상처도 그럭저럭 덮어두고 살수잇엇다.조금전까지는 그랫다.

아이들은 어깨를 툭툭치거나 엉겨붙기도 하면서 울타리까지 갓고 조금도 거리낌없이 거기를
빠져나갓다.마치 자기집 대문을 열고 나가는것처럼.뒤에남은 강노인은 그저 주먹을 부르르 떨
뿐이엿다.기타고뭐고 다 집어치우고 당장 여기를 떠나고싶엇다.가슴이 허물어지는것 같은 모
욕감에 다리가 휘청거렷다.

"설마 판단착오를 한거야?내가?"
강노인은 간신히 호두나무까지 가서 돌무더기에 주저앉앗다.위엄이고 체면이고 다 땅에 떨어져
버린 이상황이 믿기지 않앗다.이게 무슨꼴인가.도대체 나이를 어디로 먹엇고 그숱한 어려움을
해결해온 세월은 다 뭐란말인가.

"아아 이런.."
강노인은 어깨를 늘어뜨린채 집과뜰을 둘러보앗다.여기라서 이럴수밖에 없는것일까.더없이 초
라하고 비참한 기억이란 어쩔수 없는것인가.어떤위엄도 여기서는 그저 껍데기에 불과한가.여기
를 사들이고 장식품 하나까지 고스란히 남겨둔것은 어린시절 자신을 위해서엿다.창고방에서 주
눅든 아이를 본채로 불러들이고 보상해주고 싶엇다.그런데 상훈이라는 악동이 그 가엾은 아이
를 아프게 깨워버렷다.

동네 아이들의 놀림감.창문도없는 창고방에서 쥐처럼 살던아이,다른 아이들은 모두 드나들수 잇
는 뒤뜰에 금지당한 아이.뒤뜰에 오려면 공주에게 절하듯 고개를 숙이라던 주인집딸.그애의 그
네를 매주다가 나무에게 떨어진뒤에 앓다가 세상을떠난 아버지.잠자리에서 안아주는것밖에 할
수없던 아버지엿다.그모든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이가 깨여나고 말앗다.

"아아.."
강노인은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고개를 떨구엇다.차가운 밤바다에 버려진것 같던 오래전 감정
이 아직도 이렇게 생생할 줄이야.울지않으려고 얼마나 버티엿던가.낯선 나라에서 다르게 생긴
형제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얼마나 이를 악물엇는지 모른다.울지 않으려고 아버지도 잊엇다.초라
하고 수치스러웟던 그런날은 아예 덮어버렷다.

사실 상훈이가 뭘알고서 그랫을리 없다는걸 강노인도 모르지않앗다.그러나 머리가 이해해도 가
슴에서 걸리는 문제들이 잇는것이다.이건 강노인 자신의 문제엿다.어린애의 한마디에 자존심이
바닥까지 무너져버릴수도 잇는 내면의문제.아무리 초라햇어도 어린시절은 잠깐이엿고 거의 평
생을 부유하게 살앗다.성공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며.그래서 다 괜찮아졋다고 믿엇다.

강노인은 나무를짚고 일어나 천천히 집안으로 들어갓다.절망과 후회로 무너지는 몸을 간신히 이
끌고서.

"김박사가 옳앗던거야.여기로 오는게 아니엿어.."
헐거운 슬리퍼가 벗어지고 겉옷이 벗겨지고 바지가 흘러내리는줄도 모른채 그는 유령처럼 집안
으로 들어갓다.그리고 침대에 웅크렷다.의지할데를 잃어버린 어린애처럼.마치 그옛날 아버지의
죽음과함께 어둠속으로 던져지던 그때처럼.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그가 할수잇는 일이라고는 침대머리맡의 빨간버튼을 누르는것밖에 없엇
다.위급한 상황에서 모두를 호출하는 장치.그것을 이렇게 일찍 누르게 될줄몰랏다.그사실이 그를
더 절망에 빠뜨렷다.희미해지는 의식끝에서 그는애타게 중얼거렷다.울지않으려고 목구멍으로 삼
키고 삼켜야만햇던 이름.

"아..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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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너의뒤에서 널 안아주고싶어
너의모든걸 내가 지켜줄께

넌 혼자가아냐. 내손을잡아
함께잇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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