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4ㅡ뒤뜰로 첫나들이

뉘썬2뉘썬2 | 2023.10.24 09:26:13 댓글: 0 조회: 240 추천: 0
분류단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1396

4

너무 고요하다.세상이 멈춘것같다.눈을 깜빡이니 움직여진다.싱긋웃음이 나왓다.

"살아잇으니 걱정마시게."
김박사가 시큰둥하니 말하고 창문을 열엇다.햇살.신선한 공기가 천천히 밀려드는걸 느끼며 강
노인은 그동안 무슨일이 잇엇을지 가늠해보앗다.

비상버튼을 눌럿엇다.보나마나 미스터박과 김박사를 비롯해 회사경영진이 죄다 몰려왓을것이
다.어쩌면 변호사까지.비상버튼의 역할은 그런것이다.위급상황.최악의 경우 강노인의 마지막
신호일수도 잇는장치.그렇게 정한 사람은 강노인 자신이엿다.그런데 너무일찍 써먹은 기분이
다.

"일으켜 드릴까요?"
미스터박이 다가왓다.

"내가 환자로 보이나?"
강노인은 천천히 일어나 앉앗다.경쾌한 새소리가 잠에 붙들려잇던 그의신경을 말끔하게 해주
엇다.아직 여기잇어서 다행이다.

"밖에 누가 와잇나?"
"거의모두."

"별일 아니라고 하게."
"그렇지만 꼬박.."

"아직 내카드가 써먹을만하니 돌아가야지.버튼을 누른건 실수엿어.나중에 좀 위쪽으로 옮겨달
게.잘못누르기 딱좋은 자리아닌가."
미스터박이 고개를 까딱하고 나가려는걸 그가 다시 불러세웟다.

"다들 뭘타고왓지?설마 거들먹거리고 나타난건 아니겟지?나도 저 아래서부터 계단으로 걸어왓
다는걸 다시 일러두게."

"상황이 상황인지라 박사님 말고는 모두 승합차로 같이..걸어서 올 상황은 아니엿습니다."
강노인은 그만 나가라는 손짓을햇다.미스터박이 말햇다.

"관리업체 직원은 오후에 다시오라고 햇습니다만 원치않으시면."
강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햇다.이들에게 어제일은 버튼이 작동된것 이상은 아니엿구나,하
고.오전약속이 오후로 미루어지는 정도일뿐.아무리 절박해도 자신의 문제는 오롯이 자신의 것
이엿다.나가려다 말고 미스터박이 덧붙엿다.

"아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맙소사!그게벌써 그저께 일이란 말인가.꼬박 이틀이나 자다니.이건 자고 일어낫다고 할수없는
일이다.죽엇다 깨여난것이지.개꿈 한조각도 떠오르지 않으니 그야말로 저승에라도 다녀온것인
가.

"여전히 고약해.자기원칙을 왜 남에게까지 강요하나.나는절대로 이 노구를 이끌고 천몇개나 되
는 계단을 걸어서 올라오지 않을거야.환자보다 내가먼저 갈걸."
김박사가 혀를찻지만 강노인은 잠자코 창밖을 바라보기만 햇다.사람들이 떠나는 소리가 어렴풋
이 들려왓다.아직 절망하기는 이르다.어쨋거나 한달음에 달려와준 이들이 잇지않은가.진정으로
걱정햇든,어떤자리가 탐나서 혹시나하고 왓든간에.

"뜻밖이야.난 내가 눈뜨면 어느요양소에 잇을줄 알앗네."

"허락도없이 그럴수잇나.당신이 그리 호락호락한 환자도 아니고.사실은 좀 두고보자 싶엇네.검
사결과 여러수치가 양호해요.지내기에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먼.적당히 산책같은걸
한다면 더 좋겟지.자네 송과체는 햇빛에 자극될 필요가잇어."

김박사도 늙엇나보다.듣기좋은 소리만 골라서하니.어쩌면 남은시간이 얼마 없는지도 모른다.
치료보다 위로가 더 필요해진 상황.여기로 오던날부터 뭐하나 순조롭지 않앗는데 검사결과가
양호할리 잇나.뒤뜰의 골칫거리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일으키는지 알고도 저렇게 말할까.

"이봐.자네는 아이들이 뭐라고 생각하나?"
김박사는 대답대신 강노인을 물끄러미 바라보앗다.그는 고집스럽고 까다로운 이사람이 어쩐지
좀 달라졋다고 생각하는 중이엿다.

"아직 병들지않은 사람들이지."
의사다운 농담이엿다.그러나 그도 강노인도 웃지않앗다.침묵이 흘럿다.

"자,말해보시지.그렇게 물은건 자네 이야기를 하고싶어서가 아닌가?"

"내 머리 꼭대기에 잇다고 착각하지 말게.난 그렇게 단순하지않아."

"그러고 싶지도않아.어지간히 복잡한 인간이라야 말이지.그래서 자넨 애들을 뭐라고 생각하는
데?"
강노인은 한숨을 포옥내쉬고 중얼거리듯 말햇다.

"천국에서 쫓겨난 천사들."

"허허!아주 고약스러운 비유네.그소리 공격당할수잇는 발언이야."

"내주변의 아이들은 하나같이 사악한면이 잇어.착하다거나 순수하다는 말만으로는 안되는 기
질들이 잇다고.어렷을때 나를 포함해서."

"그럼 우리는 뭔가?어른들은?"

"천국마저 까먹은 천사들 아니겟나.돌아갈곳도,날개도 잃어버린 늙은천사들.참 가엾게도."
김박사가 목구멍으로만 웃는소리를 냇다.그는 다음말을 기다렷으나 강노인은 더 말하지않앗
다.

사실 강노인은 하고싶은 말이잇엇다.하지만 차마 꺼내지 못햇다.어떻게 어린애를 미워하게 됏
다고 말할수 잇겟나.절대로 용서하고 싶지않은 녀석이 하나 생겻다고.

"졸리면 그냥 주무시게.난 돌아갈테니."
김박사가 그냥 잇으라는 손짓을하며 나갓다.약간 구부정해진 그의 뒷모습이 강노인은 조금 안
쓰러웟다.이십대에 만나서 지금까지다.노구를 이끌고 달려와준 친구.그친구가 자신을 위한답
시고 무슨짓을 한게 분명햇다.문이 닫히는것과 동시에 잠들어 버렷으니.

다시 눈을 떳을때 남쪽창ㅇㅔ서는 햇살이 물러나잇엇다.강노인은 누운채로 가만히 천장을 바라
보앗다.백만년쯤 잠들엇던것처럼 아무생각이 없다.속이 텅 빈것만같고 몸이 움직여질것 같지가
않다.마치 갓난쟁이라도 된느낌이랄까.

초인종 소리가 난듯햇다.관리업체 직원이 오후에 방문할거라던 미스터박의 말이 생각낫다.천천
히 침대에서 내려와 방바닥을 짚는데 우두둑 소리가낫다.뼈다귀들이 놀라는소리.

"정신들 차려라.나랑같이 더 버텨야할 모양이니."
다행히 몸이가볍다.김박사 능력인지 잠이 보약이엿는지 몰라도 몸이 깃털처럼 가벼운게 한결
나아졋다.엊그제 그 지독하던 감정도 웬만해지고.

그가 거실로 나가고 얼마안되여 현관으로 낯선남자가 들어섯다.강노인은 눈살을 찌푸렷다.어떤
집의 대문도 초인종만 눌러서는 열수없다.미스터박이 아직 돌아가지 않앗다는 뜻이다.여기가
그만의 공간이라는걸 그렇게 누누이 말햇건만.

낯선남자는 정중하게 명함부터 내밀엇다.상대가 누구인지 아는듯 태도도 말투도 조심스러웟다.
강노인은 잠자코 앉아서 남자의 말을 기다렷다.이집과 관련해서는 그가 전문가이고 문제의답도
가져왓을테니.어수룩해뵈는 남자는 다소 긴장한듯햇으나 침착하게 말을꺼냇다.

"울타리 개구멍에 대해. "
강노인과 남자의 눈이 잠깐 마주쳣다.진지하고 긴장된 자리에서 개구멍이라는 표현이 왠지 저
속하고 장난스럽기까지 햇다.

"네,그문제에 대해 완벽한 해결책을 원하신다고 들엇습니다.말씀드렷다시피 저희가 계약을 위
반하지 않은건 분명합니다.다만 외부 침입을 완벽하게 막아야 하신다면 방법은.."

강노인은 오른쪽으로 기대잇던 몸을 왼쪽으로 기댓다.그저 자세를 바꾸엇을뿐인데 머리가 살짝
벗어진 남자는 강노인의 눈치를 한번살폇다.

"아시다시피 전체넓이가 상당합니다.산을 빙 둘러 울타리가 잇지요.거기에 인접한 동네만해도
여섯군데나 되구요.사방에서 이 버ㅉㅣ산을 보자면 말입니다."
강노인은 신음햇다.이 남자가 자기 직원이 아니라서 다행이다.그랫으면 당장 해고감이다.요점
은없고 말이많다.그래도 쓸만한 정보는 잇엇다.버찌산.그는 이작은 산에도 이름이 잇다는건 몰
랏다.

"하고싶은 말이뭔가?"
남자가 긴장햇다.강노인의 말꼬리가 신경질적으로 들렷기때문이다.

"목책기입니다."
강노인의 눈썹이 찌그러졋다.그말을 몰라서가 아닌데 남자가 단호하게 설명을 덧붙엇다.유감스
럽다는 표정으로.

"전기철조망을 둘러치는겁니다."
순간 전기가 흐르는듯한 긴장감이 돌앗다.강노인은 이런 해결책을 들고온 남자가 못마땅햇다.
말투와 태도는 정중해보이지만 감정을 숨기고잇는게 느껴진다.계약위반이 아닌데도 따지고 들
어서일까.목책기 설치하는 비용을 흥정하려는걸까.그것도 아니면 거래를 끝내겟다는 의도인가.

"알앗소.다음 이야기는 미스터박이 전할거요."
남자가 일어나서 고개를 살짝숙엿다.그는 현관을 나가기전에 강노인을 다시보앗다.

"울타리를 정밀조사 하면서 일단 개구멍에 대한 조치를 하겟습니다.저어 괜찮으시다면 결과를
말씀드리러 다시 찾아봬도 될까요?"
강노인은 그를 잠자코 바라보기만햇다.남자는 아무 대답도 듣지못한게 아쉬운듯한 기색이엿지
만 그냥 돌아갓다.

"전기철조망?저자가 나를 범죄자로 만들셈인가.그러고도 다시보자?"
그걸 설치하는게 범죄일리는 없다.그러나 대개 야생동물 막자고 쓰는걸 사람을 막는 목적으로
설치하는건 여러면에서 내키지 않는다.전기철조망안에 산다는것도 끔찍한 일이고.

울타리 조사결과를 받아두게.

강노인은 메모지를 탁자에 두고 뒤뜰로갓다.집안 어딘가에 미스터박이 잇다는걸 그는 알고잇
엇다.아마 늘 그랫을것이다.말하지않아도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는 사람이 미스터박이다.

김박사가 산책을 하는게 좋을거라고 햇다.그게아니라도 진작부터 뒤뜰을 돌아봐야겟다고 생각
하던 참이다.주인이랍시고 서류에 도장만 찍엇지 사실 그는 여기에 대해서 잘 모른다.뭐가잇는
지 정확히 아는게없다.

뒤뜰을 한눈에 보기란 불가능하다.산꼭대기까지 길이는 말할것도없고 집을둘러싼 울타리도 점
점넓어져 넓이를 알려면 직접 걸어서 확인해야한다.완만하게 비탈진 곳까지가 아이들이 들락
거리며 노는곳으로 보엿다.그뒤부터는 잡목이 제법 우거졋고 경사진 굴곡들이 상당하다.그래
도 길이 나잇는것으로 보아 어떻게든 사람들이 들락거리는게 분명햇다.

인기척에 놀랏는지 잡목숲에서 뭐가 후닥닥 달아낫다.토끼다.

"호오! "
놀랍고 신기하다.여기가 야생토끼들이 살만한 곳일줄은 생각도 못햇다.바위가 길을 막기도하고
돌아서 갈수밖에없는 바위틈에서는 물소리가 낫다.물줄기가 흘러든곳에는 작은 웅덩이가 잇고
창포가 싱싱하게 자라잇엇다.게다가 그속에는 뒷다리가 나온 올챙이와 우무질에 싸인 도롱뇽
알까지 잇는게 아닌가.개구리 울음소리가 꿈이 아니엿던 것이다.

"잇을건 다잇구먼! "
강노인은 빙긋웃으며 웅덩이를 들여다보앗다.이곳이 자기소유라는게 새삼 뿌듯햇다.감히 누가
뭐랄것인가.살아남기 위해서 버티고 공부하고 경쟁해서 차지한 재산이다.갑자기 상훈이가 떠올
랏다.진짜주인이 누구라는걸 아는순간 어떤표정이 될지.맙소사.그꼬맹이를 상대로 진짜 뭐라도
할셈인가.나이먹은건 다 어쩌고 이따위 감정이 생기는지 모르겟다.

그만 돌아가야지 생각하면서도 강노인은 자꾸만 산길을 올라갓다.몸상태가 좋지않다는걸 알지
만 뭐가 더잇는지 궁금해서 돌아서지지가 않는것이다.그러다보니 제법높은데까지 올라가고 말
앗다.땀이 비오듯해서 등짝은 이미 다젖엇다.꼭대기가 아닌데도 훤히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자
리에서 강노인은 주저앉앗다.누워도될 정도의 너럭바위엿다.

"이거야 원!내가 정신이 나갓군!"
가벼이 걷자던게 등산이 돼버렷다.준비도없이 여기까지 온것이다.손수건은커녕 물도없이.휴대
전화도 없다.환자로 누워잇다가 겨우 일어난 주제에 이런짓을 하다니.슬리퍼로 어떻게 내려갈
것인가.

어떻게든 물이잇는 곳까지 내려가야한다.이러다 어두워지면 정말 곤란해질거다.여기 올라왓다
는걸 미스터박이 안다는 보장이 없지않은가.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와락 두려움이 일엇다.하지
만 한번 주저앉은 몸은 일어날 엄두를 내지못햇다.

"이봐,강대수.무슨생각이엿지?"
그는 얼굴을 세게 문지르며 정신을 가다듬엇다.그가 믿는건 여기가 자기땅이라는것뿐.그러나
서류쪼가리가 이런상황에 무슨도움이 되나.정신을 차릴수록 그는 자기가 무모하고도 감당할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앗다는걸 더 확실히 깨달을 뿐이엿다.

그때엿다.뒤쪽에서 인기척이낫다.그는 감히 돌아보지도 못할만큼 겁을먹엇다.두려움은 나이와
상관없는것이다.

"이봐요,어르신."
강노인은 천천히 돌아보앗다.등줄기가 서늘해진채로.

"혹시 이상한 생각하는거 아니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강노인은 뚫어져라 보앗다.여기서 만날거라고는 상상도 할수없는 남자가
서잇엇다.머리털이 곱슬곱슬한 흑인.그런데 그는 분명히 우리말을햇ㄷㅏ.

신경이 곤두선 탓인지 머리가 재빠르게 움직엿다.노인네가 혹시 밑으로 떨어질 마음이라도 먹엇
나싶어 걱정하는것같다.우리말을 하는흑인.그것도 아주 능숙하다.혹시 피엘의 아버지가 아닐까.

"같이 앉아도돼요?"
그는 대답도 기다리지않고 옆에와서 앉더니 흙투성이 슬리퍼를보고 강노인을 다시보앗다.이쯤이
면 노인네라고 여겨도 별수없다.

"물좀 드릴까요?"
역시 대답도 기다리지않고 물병을 건넨다.강노인은 잠자코 물을 받아먹엇다.남이 입대고 마시던
거지만 그걸따질 처지가 아니엿다.그야말로 절실하게 목이타던 참이엿다.

"사는게 참 어렵기는 하지요.저도그래서 저꼭대기에 올라갓다 오는길입니다.그렇게라도 안하면
머리가 아파서."

아마 위로한답시고 꺼낸 말이엿을것이다.그런데 역시나 또 거슬린다.물까지 얻어먹엇는데도.아
무튼 멋대로 여길 들어온 사람이다.그것도 어른.짐작건대 처음도 아닌것같다.이런순간에도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자신이 어이없어서 강노인은 부루퉁하니 대꾸햇다.

"여기가 살기어려우면 돌아가면 되지않소?"

"그게 맘대로 되나요.가족이 잇는걸요.아들이 학교에 다녀요.사학년이죠."
역시 피엘의 아버지가 맞는것같다.

둘은 아래도시를 잠자코 내려다보기만햇다.이렇게 잇다가 이사람과 내려갈수 잇다고 생각하니
강노인은 한결 마음이 놓엿다.피부색만 다르지 생각하는거나 말투가 영락없는 여기사람이다.그
것도ㅇㅣ웃.이말이 떠오른게 강노인은 적잖이 놀라웟다.

"애엄마는 여기 사람이오?"

"네.저아래서 미용실해요.원래 이동네 토박이죠.아버지때부터 살앗대요.제가 싼방을 찾아서 여기
까지 왓다가 만낫어요.참좋은 사람이죠.그런데 이런얘기 괜찮으세요?"

토박이,아버지때부터,라는말에 강노인은 신경하나가 탁 걸리는 느낌이엿다.가겟방 장영감이 떠
올랏다.

"누구한테든 이야기가 하고싶엇던 모양인데 해보시게."

"네.그게.아내한테도 좀..저꼭대기에서 하늘에대고 떠들고 싶엇는데 못햇ㅇㅓ요.그냥 어떤때는 모
르는 사람이 더 편할때 잇잖아요."

"듣기만 해달라? "

"죄송합니다.아들때문에요.아들은 제가 창피한가봐요.아시잖아요.피엘같은,제 아들이죠,혼혈아
를 애들이 어떻게 대하는지."

"흐음."
강노인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엿다.그걸 모르겟는가.어려서 숱하게 겪은일.그는 혼혈도 아니
고 동양남자애엿다.쌀눈이라는 별명이붙은.

"일일교사라는게 잇대요.수업시간에 선생님대신 학부모가 수업하는거죠.보통은 전문직업을 가진
엄마나 아빠가 한다는데 그게.."

"창피하다고 아들이 오지말랍디까?"

"아뇨.아들은 아예 말도 꺼내지 않앗어요.반아이들이 피엘을 뽑앗답니다.피엘 아버지가 일일교사
를 하면 좋겟다고.저는 두가지를 생각해요.피엘이 공부를 잘하니까 아버지가 대단한 사람인줄알
고 그랫나.또하나는 혼혈아 아버지가 어떤지 한번 구경해보자.상훈이가 피엘을 마음대로 하는것
처럼 애들이 놀리려고 그랫나."

"아들한테 그러는거 알면서도 가만둬요?상훈이란 놈을?"
갑자기 강노인 목소리에 힘이들어갓다.그걸 깨닫는순간 강노인은 헛기침을 햇고 피엘 아버지는
씨익웃엇다.

"나쁜애 아니예요.아기때부터 형제처럼 자라서 단짝인걸요.사실은 두번째 짐작이 맞는것같아서
우울해요.선생님은 제직업이 디자이너인줄 알아요.상훈이가 그렇게 말해버렷대요.피엘이 창피해
할까봐 도와준다는게."

"둘이 같은반이오?"

"네.상훈이 덕분에 일이 곤란해졋죠.둘중하나는 거짓말쟁이가 되는 상황이니까요."

"실례지만 무슨일을 하시오?"

"결론은,네,그게문제입니다.저는 일일교사를 할만한 직업을..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쳐요.전문직업
이라고 할수없죠.수입도뭐..여기서는 영어 가르치는데도 피부색이 문제가 되더군요.아무튼 이게
제 현실이죠.아들이 말도 꺼내지않는게 당연해요."

"흐음."
강노인은 또 한숨을 쉬엿다.사람에대한 예의나 도리를 알면서도 함부로 대하는 분위기는 어디에
나잇다.아버지를 잃고 남의가정에 끼워지면서 그가 뼈에 새겨지도록 겪은일이다.길거리,학교,또래
집단,심지어는 선생님한테까지.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렵지만 적은 집안에도 잇엇다. 강노인처럼 입양된 다른피부색의 형제.그는 또
다른 형제나 양부모에게 들키지않고 강노인을 괴롭히는 방법을 잘알앗다.일이 어긋난 까닭에는
늘 입술로만 웃는 그녀석이 잇엇다.대학시절까지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숙제든 일이든 강노인 머
리에 기대살앗던 기생충같은 인물.강노인이 그곳생활을 온전히 정리할수 잇엇던건 녀석때문이라
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롭고 가슴아팟던 일들이 되살아나 강노인은 몸이떨렷다.그만 내려가야 할때다.더 늦어지면 어
두워지고 기어이 탈이나고 말것이다.그러나 피엘 아버지는 하고싶은 말이많은지 일어날 생각이 없
어보엿다.

"건축디자이너엿다면 이런 고민도 안하겟지요.아들도 자랑스러워햇을거고.그때 조금만 더 참을걸
그랫어요.프랑스에서 올때는 미래건설 디자이너엿거든요.미래건설은 저랑 안맞앗어요.원칙적이
고 융통성없는 기업ㅇㅣ죠.아마 피엘은 저보다 잘해낼거예요.걔도 디자이너 소질이 잇어요.보면
알지요."

강노인은 피엘 아버지를 슬그머니 돌아보앗다.

"인생은 참 알수없어요.프랑스 사람이 영어를 가르치고 아들때문에 고향에도 못가고 여기서도 이
방인이고."
이젠 뼛속까지 추위가 느껴졋다.

"아 죄송합니다.너무 제생각만 햇어요."
눈치를 챗는지 피엘 아버지가 강노인을 부축해서 일어낫다.그러나 서로 의지해도 언덕을 내려가는
일은 위험하기 짝이없엇다.강노인 다리에서 힘이 빠져버린데다 슬리퍼가 큰 문제엿다.

"저기 내려갈때까지 신발을 바꿔신는게 좋겟어요."
피엘 아버지가 자기신발을 벗어 강노인의 발에 신겨주엇다.그리고 자기는 양말바람으로 강노인을
붙잡고 조심조심 언덕을 내려갓다.일을 이렇게까지 만든 자신이 한심해서 강노인은 군소리없이 따
라야만햇다.

평평한곳에 도착하여 신발을 도로 벗어줄때 강노인은 고맙고 미안해서 차마 입을 떼지못햇다.이런
호의와 배려는 평생처음이엿다.

"다음부터는 이런차림 절대안돼요.집주인 고약하다는 소문잇던데 도망이라도 가려면 신발이 튼튼
해야죠.하하하. "

"흐음. "
그게 고작이엿다.강노인으로서는.

"이제 혼자가실수 잇죠?저는 저쪽으로."
피엘 아버지가 인사처럼 고개를 까딱하고는 돌아섯다.제대로 인사도 못한터라 강노인은 좀 안타까
웟다.

"자네가 드나드는 구멍은 그쪽인가?"

"하하 여기는 살아잇는 곳이예요.어디나 숨통이 열려잇죠.더 내려가면 집주인이 볼지도 모르니까 이
쯤에서 어르신도 자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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