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5ㅡ또하나의 문

뉘썬2뉘썬2 | 2023.10.26 01:23:38 댓글: 0 조회: 274 추천: 0
분류단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1832

5

피엘이라는 동네아이 아버지에 대해 조사하게.
미래건설 디자이너로 일한 경력까지.

강노인은 메모지를 탁자에놓고 뒤뜰로갓다.수탉의 기상나팔은 어김이없다.그래서 이젠 마음을 고쳐
먹엇다.짜증내다가 이를가느니 늦잠을 포기하고 산책하기로.

"덩어리씨를 자극해봐야 나만손해지."
인내심이 좀 필요할것 같기는하다.이게 자신에게 좋은지 나쁜지는 알수없으나 수탉의목을 비틀수 없
다면 적응하는수밖에.

기상나팔수답게 수탉은 벌써 산책중이엿다.가슴내밀고 느긋하게 거닐다 주위를 살피는 본새가 영락
없이 자기 영역을 확인하는 자세다.강노인이 서류상 주인이든 아이들이 자기들 세상인양 떠들어대든
상관없이 여기는 닭들의 터전이 분명햇다.

"고것참 볼수록 잘생겻어!"
강노인은 고개를 끄덕엿다.낯선사람의 시선을 알아채고 수탉이 경계하며 암탉들에게 가는데 그모습
이 제법 가장다웟다.

살갗에 선득하게 닿는 아침공기가 새롭다.공기도 살아잇다는걸 강노인은 처음느꼇다.상수리나무 꼭
대기 어디쯤에서는 청설모가 벌써 아침먹이를 찾앗는지 딱딱 소리를 내고 새들도 아침사냥에 분주하
다.

이 하나하나의 새로움은 그의가슴 깊숙이 차갑고 맑은 물방울이 떨어지는듯한 느낌을 남겻다.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감정이라 신중하게 침을 삼켜 눌러야만하는 순간들.그러지않으면 깊은속 어딘가에서
비어져올라오는 뜨거운것을 막지 못할것이다.목구멍에 걸리는 그것은 늘 아버지엿다.새로운것에 놀
라고 기쁠때마다 그는 자꾸만 아버지를 불러보고 싶어졋다.

강노인은 곧장 연못으로갓다.산책이란 원래 천천히 느긋하게 하는것이다.하지만 연못의 올챙이와 도
롱뇽알이 궁금해서 유유자적할수가 없엇다.만약 여기가 공개된 곳이엿다면 당연히 점잖은 체면에 어
울리는 행동을 햇을것이다.그러나 그자신만의 뒤뜰이고 지금은 이른아침이다.

도롱뇽알도 올챙이도 별로 달라지지않아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서야햇다.붓꽃의 첫봉오리가 노랗게
솟은것이며 물가에서 졸던 개구리가 놀라 물속으로 뛰여드는게 그나마 위로가됏다.어이없게도 거꾸
로 어린애가 된기분.그의 어린시절은 이런세계와는 너무멀엇다.

다섯살 이전은 그리 기억나는게없다.전쟁이 끝난뒤엿고 어떤시설에서 낯선 아이들과 지냇다는것뿐.
아버지가 그를 찾아왓고 그때부터 이집의 창고방에서 살앗다.그의기억에 아버지는 허드렛일을 하다
가 사고로죽은 사람이다.어떤사람인지 알거나 느낄 시간이 없엇다.고작 오년이엿으니.좋은사람이지
만 운이 아주나빳던 남자라고 짐작할뿐이다.분명한것은 그에게 공부나 경쟁에서 지지않을 머리를 물
려주엇다는 사실.

창고는 주저앉을듯한 모습으로 여전히 뜰한쪽에 잇다.빼곡히 자라난 대나무에 둘러싸인채.

집에 들어서자마자 그게보여서 얼마나 우두커니 서잇엇는지 모른다.창고가 남아잇을거라는 생각을
못한터라 가슴이 섬벅 베여지는듯햇다.아마도 이집의 창고로 근근이 쓰인모양이고 헐릴위기에 매입
되면서 '원래상태를 유지하며'라는 계약사항에 묶여버렷으리라.

장화를 신엇는데도 바짓가랑이가 흠씬젖엇다.농사를 지어본적이 없는데도 농부가된 기분이다.지금
쯤 부엌은 밥냄새로 가득할것이다.밥냄새는 충만함이다.그에게는 그랫다.

강노인은 시간이 흐르는걸 잊고 일에만 매달린 사람이엿다.언제까지나 경쟁하고 이기는 사람으로 살
줄알앗다.그러다가 정지선에 걸린것이다.

머릿속에 혹이생겻는데 그게 제법 크다는걸 알고나서 강노인은 문득 이렇게 살아보고 싶어졋다.대학
생이되여 독립햇을때 맨먼저 장만한게 전기밥솥이엿다는걸 생각해낸것이다.따뜻한 밥이라는걸 먹어
본적이 없는데도 밥냄새가 그리웟고 덕분에 편안해질수 잇엇다.그때가 그리웟다.자기에게 따뜻한 밥
을 지어주고 음악을 들려주고 즐거움으로 웃게하던 시절.

여기를 사들인건 나머지 인생따위와는 거리가먼 불순한 의도에서엿다.복수심이라고 해도 좋을것이
다.그러나 결국 여기로 오고말앗다.이유는 간단하다.단하나의 가족이엿던 아버지와 지냇던 유일한
곳이므로.

밤나무 아래를 지나는데 강아지 소리가낫다.

망망망.
"얌전아!얌전아! "
유리 목소리도 들리고.

"또 들어왓군!울타리 정밀조산가 뭔가는 하고잇는ㄱㅓ야? "
그는 뒷짐을지고 성큼성큼 걸어갓다.투덜거리기는 햇어도 처음처럼 어이없거나 성가시다는 감정은 아
니엿다.그렇다고 눈감아줄 생각도없다.이건 어디까지나 원칙과 질서의 문제이므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던 유리가 또 무릎을 까딱하며 인사햇다.한번봣다고 이제는 경계하지도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울것같은 표정이 뭘 일러바치기라도 할 모양새다.

"거인할아버지!"
그소리에 강노인은 침을꾹 삼켯다.

망망망.
강아지는 아직도 그를 경계햇다.

"거인?너희는 왜나를 그렇게 부르지?"
유리가 찡그린채 입술을 쭉내밀엇다.

"이렇게 큰집에 살잖아요."
강노인은 고개를 끄덕엿다.이유가 참 단순하다.

"근데요 얌전이가 안보여요.분명히 얌체가 잡아먹엇을거예요.얌체고양이는 만날 그러거든요.아주못돼
서 어미닭들을 괴롭히고."

강노인은 난처햇다.손녀는 고사하고 자식도없는 처지다.아이들이 이렇게 나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상상한적도 없다.얌전이는 뭐고 얌체는 또뭔가.들은소리를 따져보니 얌전이는 암탉이고 얌체는 고양
이다.또 생각해보니 고양이가 닭을 잡아먹기도 할것같다.원래 그러는거 아닌가.

"닭한테 이름을 지어줫어?네가?고양이한테도?왜?"
유리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햇다.그러고보니 한꺼번에 너무 여러가지를 묻긴햇다.그렇지만 갑
자기 그게다 궁금햇다.

"그게왜요?이름은 다 잇어야 하잖아요.나는 조유리.할아버지는 거인.얘는 호두나무.수탉은대장.토끼는
겁쟁이.고양이는 얌체.고양이 나빳어!"

갑자기 유리가 소리를 꽥질럿다.딴에는 고양이에게 화를내는 것이엿는데 느닷없는 행동이라 강노인은
깜짝놀랏다.아이들이 원래 이런건지 이꼬맹이가 특별한건지 가늠이 안된다.

"나는 아직 학교에 안다녀서 병아리 못삿어요.내년에 살거예요.대장은 미호언니가 삿구요,어미닭중에
말썽이랑 꼬미는 상훈이오빠가 삿어요.원래는 더많이 학교앞에서 삿는데요.병아리때 죽엇ㅇㅓ요.얌
체가 그랫어요.알록이랑 달록이랑 얌전이는 피엘오빠가 태여나게 햇어요.처음에는 달걀이엿는데 따
뜻하게 해줘서 병아리가 된거예요.근데 얌체가 또그랫어요.얌체고양이!나빳어!내가 혼내줄거야! "

숨도안쉬고 말하다가 또 소리를 꽤액.강노인은 고개를 저엇다.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쉬지않고 재재거
리는걸 듣기만해도 숨이차고 무슨말인지 다 알아듣기도 어려웟다.유리표정을 살피는게 흥미롭기는햇
다.

대충내용을 정리해보니 닭들에게 주인이잇다.그것도 여기를 들락거리는 아이들.학교앞에서 삿거나 달
걀을 부화한 모양이다.집에서 부화한다는게 가능한지 몰라도.아무튼 병아리들을 여기다 풀어놓고 키
우면서 아침마다 달걀을 챙기는거다.생각할수록 맹랑하다.

고양이 얌체를 욕하면서 유리는 덤불속이며 울타리 근처를 기웃거리고 돌아다녓다.아직도 암탉 얌전
이에게 미련이 남은것이다.

강노인은 그런 꼬맹이를 물끄러미 구경하다가 멀찍이서 따라다녓다.어슬렁어슬렁.뭘어떻게 해주려는
게 아니라 그냥그래야 할것같앗다.뭘모르는 꼬맹이라고 해도 멋대로 들어와 돌아다니는걸 그냥놔두고
들어갈수야 없지않은가.

유리가 쓰러진 나무에 시무룩하니 걸터앉앗다.강노인은 멈칫서서 그만 돌아가버릴까 생각햇다.만약
울기라도하면 감당할수 없을것같아서엿다.그런데 꼬맹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작은돌멩이를 가져다가
뭘쿡쿡찧엇다.

강노인이 다가가 기웃거리자 유리가 종알거렷다.

"쓰러져서 다시 박앗어요."

참나무가 곤파스에게 당햇어요.

말하자면 참나무의 묘비명이엿다.웃음이 절로나왓다.정말 아이다운 상상력이다.그는 김박사에게 아이
들이 천국에서 쫓겨난 천사들이라고 햇다.그건 아이들도 어른이나 마찬가지로 짓궂고 독한데가 잇다
는 뜻이엿고 그건바로 이동네 아이들에대한 그의생각이엿다.예나지금이나 변함없는.그런데 이런장면
은 참으로 순수해보인다.

"그것도 너희생각이냐?"

"아니,우리할머니.할머니 나무엿는데 쓰러졋어요.저기저건 새끼참나무.저기도 저기도.할머니랑 우리가
심엇는데 저만큼 자랏어요."

갑자기 가슴이 묵직해졋다.할말이 없어졋다.

유리할머니라면 아까시나무 꽃으로 부침개를 부쳐 장영감에게 줫다는 그노인네다.아직 못봣지만 보나
마나 감정이 좋을리없는.이걸보니 꽤나 감상적인 구석이잇는 모양이다.어쨋든 애들을 데리고 죽은나무
의 자손을 저렇게 심어키운걸 봐서는 교육적인것 같기도하고.

"할머니한테 일러야지.얌체가 그랫다고."
유리가 또 무릎을 까딱하더니 바구니를 들고 타박타박 걸어갓다.강노인은 잠자코서서 꼬맹이가 사라지
는걸 지켜보앗다.

왠지 마음이 무겁다.갑자기 여기가 다르게 느껴진다.자기와는 다르게 움직여온 세상.아주오랫동안 이
곳을 관리하고 지켜왓다고 믿엇는데 그가 전혀 몰랏던 내용이 이안에 널려잇지 않은가.강노인은 나무
를 하나하나 살피며 천천히 거닐엇다.그러고보니 쓰러진 큰 나무들에는 어김없이 묘비가 세워져잇다.
어떤나무에는 심은사람 이름표가 붙어잇고 기분참 묘하다.마치 남의정원에 들어온것같다.

"흠 할일이 하나더 생겻군.내나무심기!"
명색이 주인이다.자기뜰에 다른사람들 이름표가 붙은 나무들만 잇어서야 되겟나.어린나무를 심고 이름
표를 걸어주는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나무가 자라는걸 언제까지 보게될지 모르지만.

"저건 또뭐야?"
부드럽게 기울어진 언덕밭이다.갖가지 푸성귀가 자라고잇는 채마밭.누군가 몰래들어와서 가꾼 명백한
증거다.이건 아이들과는 다른침입ㅇㅣ다.무단경작.아예 농사까지 짓는어른이라.

원칙과 법에따라서 일을 처리해온 사람이라 이런상황이 강노인은 혼란스러웟다.감정도 덩달아 혼란스
러웟다.어이가 없으면서도 어리고 싱싱한 채소들이 신기하니 말이다.

"호오 이게 상추로구먼.이건뭐지?이건또뭐야?전부다르게 생겻어.누군지 재배능력이 좋군!그런데 언제
부터 이랫던거야?보고가 없엇다는건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게 잇엇다는뜻이야?무단경작은 분명한데 그
럼 이상추 권리는 누구한테 잇지?나야?아니면 무단경작자?이거야 원.."

미스터박에게 시킬일이 또 생겻다.그는 텃밭을 신중하게 둘러보고 돌아섯다.도대체 누구작품인지 확인
하고 확실히 짚고넘어가야한다.눈치껏 들락거리는 수준을 넘어섯으니.엄중한 경고는 물론이고 계속할수
없게끔 조치를 취해야 할것이다.

여기는 도심의 작은산.조용해보이지만 결코 조용하지않다.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뭔가를 발견하게된다.
그게 골치아픈 문제든 놀라운 광경이든간에.피엘 아버지 말마따나 살아잇는곳.어디나 숨통이 트여잇는
곳.

"내가아주 요상한데로 찾아들엇군!"

무단경작자는 대체 어디로 들락ㄱㅓ릴까.아이들처럼 저쪽의 쥐똥나무 울타리를 이용할것 같지는않다.
여기서 거기는 너무 멀기도하고 어른이 아닌가.분명히 남들이 모르는 비밀스러운 틈이 이쪽어딘가에 잇
을것이다.

해당화가 한무리를 이루고잇는 곳에서 강노인은 걸음을 멈추엇다.밑에 희끄무레한것이 보엿기때문ㅇㅣ
다.허리를 굽히고보니 암탉한마리가 웅크리고 앉아잇엇다.

강노인을 보더니 목덜미 깃털을 파르르 세우는게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그러면서도 피하지않는다.
그는암탉이 알을품는걸 본적도 상상한적도 없엇다.그런데돈 자기가보는 광경이 그것임을 알아차렷다.

"허어!설마 그때그달걀?"

머리카락이 쭈뼛서는 놀라움이엿다.하얀 이어미닭이 그는 낯설지않앗다.틀림없이 유리가찾던 얌전이일
것이다.하지만 그가 달걀을 돌려준 자리는 여기가 아니엿다.혹시 이것도 무단경작자의 짓일까.

"아무튼 꼬맹이가 좋아하겟어."

방해하지 않으려고 강노인은 슬그머니 물러낫다.그러다가 담장과 해당화 사이에 끼워진 뭔가를 발견햇
다.해당화이파리 때문에 못볼뻔햇지만 그건 쥐똥나무에 붙들어맨것과 같은 문이엿다.또하나의 문.강노
인은 우뚝서서 앓는소리를 내고말앗다.

"감히 저기로?"
건방지게도 참으로 과감한곳에 숨ㅇㅓ잇는문.

입술을 꾹다문채 강노인은 손잡이를 옆으로 밀엇다.잔가시때문에 접근하기도 어려운 해당화 가지들이
기우뚱하며 틈을내주엇다.직접 열어보니 해당화가시에 찔릴 염려따위는 안해도 되게생겻다.가지치기를
얼마나 교묘하게 해놓앗는지 분명 해당화 더미인데도 드나드는데 아무런 문제가없다.바닥에 붉은벽돌
까지 깔린게 어제오늘 만들어진 통로가 아니다.

"아이고 이런!"
고작 서너걸음에 그는 잔디가깔린 안마당으로 넘어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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