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6ㅡ헛소리 할망구

뉘썬2뉘썬2 | 2023.10.26 03:29:15 댓글: 0 조회: 255 추천: 0
분류단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1833

6

"귀화를해서 오지안이라는 호적을 갖고잇습니다만 영어학원에서는 케빈,불어를 가르치는
데서는 장이라는 이름을 쓰고잇습니다.디자이너로서의 기록은 그다지..근무기간이 워낙
짧아서말입니다."

미스터박의 보고를 강노인은 거의 흘려듣다시피햇다.핵심이없는 이야기는 언제나 지루하
다.그러나 자기가시킨 일이엿다.더구나 산에서 어찌할바를 모르는 자기를 구원해준 은인
이 아니던가.어떻게든 보답을해야 도리다.제대로된 감사표시는 가장필요한 도움을 주는것.

"일일교사라는걸 자네도아나?그것때문에 고민이던데."

"그럼요.예전에 딸내미때문에 저도 해봣습니다만."

"그건 전문직업인이라야 한다던데."

"꼭 그렇지는 않을겁니다.하지만 전문직 종사자면 분명 아이들이 더 흥ㅁㅣ로워하겟지요."

"자네는 뭐가 전문이지?"

그걸몰라서 물은게 아니다.미스터박이야 어디까지나 전문비서다. 다만 가까운 사람ㅇㅣ
해봣다니 호기심이 발동한것이다.만약 그에게닥친 문제엿다면 도저히 해결할수없는 일
이라서.

"스쿠버다이빙에 대해서."
강노인은 눈을끔뻑엿다.

"네,저는 주말에거의 정기적으로 물속에 들어갑니다.전문가 자격증도잇고 비서보다는 그
쪽이 보여줄게 많지요.장비를 착용하고 설명하느라 애를좀 먹엇습니다만 인기는 좋앗다
고 할수있습니다."

강노인은 미스터박의 코가 벌름거리는걸 멍하니 바라보앗다.그리고 반성햇다.자기가 다
안다고 믿는게 사실은 코끼리다리 더듬는 정도일지도 모른다고.비서가아닌 미스터박을
상상한적도없고 딱달라붙는 잠수복에 물안경을 쓴 모습은 더더구나 상상이 안되지만.

다소 우쭐해잇는 미스터박을보며 강노인은 빙그레 미소지엇다.

"오지안이 봉착한 문제를 그런식으로 푼다면?"

"무슨 말씀이신지.."

"메일을 보내지.뒤뜰의 무단경작과 일일교산가 하는것에대해.아마 공문을 준비해야 할지
도몰라."
강노인은 고개를 끄덕엿고 미스터박은 고개를 갸웃햇다.

"게다가 그녀석이 같은반이야.."
강노인의 입꼬리가 짓궂게 비틀렷다.미스터박은 강노인이 확실히 예전같지않다고 생각햇
다.하긴 이집에서 혼자살겟다고 한것부터가 아무도 짐작하지 못한일이엿으니.

강노인은 그밖에도 여러가지 보고를 들엇다.관리업체가 보낸 울타리 상황이라든지 피엘 아
버지의 현재상황,기타교실에서 온 전화내용까지.그러나 스쿠버다이빙만큼 인상적이지는
못햇다.게다가 그의 머릿속에는 엉뚱한 생각이 스멀스멀 차오르는 중이엿다.

잠자리에 들면서 강노인은 웃엇다.그가 소리내여 웃는건 아주 드문일이엿다.

"그래서 불만이엿군.주말에 물속에 처박히지 못해서."

꼬끼오오오오.
오늘따라 수탉의 기상나팔 소리가 우렁찻다.강노인은 미련없이 일어나 옷을 챙겨입엇다.그
러다가 멈칫햇다.

"아 메일을 안보냇다!어떻게 할일을 남겨두고 잘수가 잇엇지?"
그는 서둘러 컴퓨터앞에 앉앗다.

매사에 빈틈없고 일처리를 정확하게 마쳐야 비로소 안심하는 사람이 할일을 까먹엇다.그러
고도 아주잘잣다.그런데도 기분 나쁘지가않다.분명히 실수인데도 느긋한 기분이드는 마치
하나풀어진 스웨터를 걸친 느낌이랄까.

"이봐 덩어리씨.당신짓이지?날 손아귀에 넣으려는 수작.그러지말자고.잘 지내보자고."
컴퓨터가 부팅되기를 기다리며 그는 이죽거렷다.

막상 편지를 쓸 준비가되자 이번에는 편지내용을 충분히 고민하지 않앗다는걸 깨달앗다.그
야말로 아무생각없이 잠자리에 들엇던것이다.

"허어!강대수맞아?어디 나사가 하나 빠져버렷군!"

강노인이 모니터를 멍하니 보는동안 뒤뜰에서는 수탉이 또 자지러지게 울어댓다.무시할수
도 잇는일이건만 강노인은 초조해졋다.그는 이마에 가득 주름이 잡히도록 집중햇다.미스터
박이 스쿠버다이빙 이야기를 하는동안 번개처럼 스쳣던 힌트에대해.

생각이낫다.

"이런..이봐 강대수.가능하겟어?"
그러 면서도 그는 메일을썻다.그야말로 대충.

1.오지안에게 문의하게.
일일교사수업에 미래건설 디자이너가 도우미로 파견되여도 좋은지.

2.뒤뜰 무단경작자 문제 해결하게.
잡음없이 신속하게.

꼬 끼오오오.
드디어 수탉이 세번째 홰를쳣다.

"알앗다!보채지마라."

수탉이 자기를 부른것도 아니건만 그는 뒤도 안돌아보고 뒤뜰로갓다.그리고 기다려준 친구
들에게 합류하듯 닭들사이를 걸어갓다.

슬그머니 비켜날뿐 닭들은 강노인을 그다지 경계하지 않앗고 그도 닭들을 그러려니하고 봐
주엇다.오히려 암탉이 앉앗다 떠난자리에 달걀이 남아잇는 광경은 아침풍경을 더 풍요롭게
하고 그의 마음까지 흐뭇하게 만들어주엇다.

강노인은 장화로 이슬을 툭툭차며 자기영역을 돌아다녓고 마음껏 아침을 느꼇다.누군가 걸
어갓음직한 오솔길을 따라서 산중턱ㄲㅏ지 올라가보고 내려오면서 각기다르게 생긴 나무들
을 관찰햇다.혹시 누가오는지 살피고는 어린나뭇잎을 손끝으로 잡고 악수도햇다.살갗에 착
감기는 느낌이 풋풋하다.

연못으로 가서 속을 들여다보고 활짝 벌어진 붓꽃을 구경하고 아침햇살을 받으며 조는 개구
리도 지켜보앗다.이 모든것을 날마다 경험할수 잇다는 생각만으로도 그의가슴은 가득해졋
다.

"하고싶은 일 하나더추가."
나무에 가려져 보이지않지만 그는 위쪽을보며 싱그레 웃엇다.

산꼭대기까지 산책하기.

텃밭쪽으로 가는데 달걀이 또하나 눈에띄엿다.유리가 오늘은 늦잠이라도 자는모양이다.지
금까지 달걀을 거두어가지 않는걸 봐서는.청미래덩굴 아래에도 하나.원추리 싹들 사이에도
하나.

달걀은 건드리지 않는게좋다.유리가 쉬지않고 또랑또랑 떠들어대면 감당하기 어려우니.그는
텃밭으로갓다.누가 다녀간것 같지는않앗다.

어제도 앞뜰에서 한참 서성거렷다.무단경작자가 어떻게 생겻는지 보려고.사실 한편으로는
진짜 마주치면 어떡하나 싶엇지만.

그는 싱싱하게 자라난 푸성귀들을 요리조리 구경햇다.몇잎 따보고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햇
는데 해당화밑에서 쳐다보고 잇는 얌전이덕분에 체면을 지킬수잇엇다.

"그런눈으로 볼거없다.나 점잖은 사람이야."
강노인은 손을 탁탁 털어보이고 해당화 쪽문을 열엇다.그런데 눈앞에 누가잇엇다.

"허어.."
너무놀라서 비명조차 안나왓다.몸집이작고 머리카락이 하얀 할머니가 그를 빤히 보고잇엇다.
몹시놀란듯 머리를 떨면서.그쪽에서도 막 들어오던 참이엿던가보다.

약한노인을 너무놀라게 햇다는 생각에 강노인은 하마터면 사과를 할뻔햇다.그런데 정신을
차리고보니 여기를 찾아올 사람이라고는 딱하나.무단경작자.무단경작자가 이런 할망구일줄
은 생각도 못햇다.강노인이 어떻게해야 할지 몰라 주춤거리고 잇는데 할머니가 문을밀고서
들어왓다.어쩔수없이 비켜주면서도 강노인은 어이가 없엇다.사과하거나 얼른 도망가야 정
상아닌가.

"흐음.."
강노인은 일부러 소리가 들리게 헛기침을햇다.

"안녕하세요?"

뜻밖에도 할머니가 인사를햇다.모르는 사람에게도 할수잇는 그런말투의 인사엿다.그러더니
들고온 바구니속에서 봉지를꺼내 얌전이 앞에 흔들어댓다.낟알이엿다.강노인을 신경도 안쓰
는거엿다.어쨋거나 짐작대로 얌전이를 여기로 데려온 사람이맞다.유리 할머니일지도 모른
다고 강노인은 생각햇다.

텃밭에 쪼그려 앉으며 할머니가 그를보앗다.

"댁은누구요?"
강노인은 그저 눈만 끔뻑거렷다.

"어디로 들어오셧소?"
어이가없다.마치 집주인처럼 묻고잇지않은가.화를 낼수도없고 따질수도없고 이럴때 미스터
박은 도대체 어디잇는가.

그는 귀밑까지 확확 달아오르는걸 느끼며 할머니가 푸성귀 따는걸 지켜보앗다.주먹을 쥐엿다
폇다하고 괜히 이리저리 걷고 허공을 쳐다보며 한숨을 쉬면서.남의집에 멋대로 들어와서 밭
을만들고 그걸 마음대로 수확하고 집주인 눈치도 전혀안보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저렇게 비상식적일수가 잇나.

어쩌면 이집 주인이란걸 몰라서 자기처럼 몰래들어온 동네노인쯤으로 생각해서 저럴수도 잇
다.그렇다쳐도 얼굴빛하나 변하지 않는건 고약한 노릇이다.오랫동안 여기를 사용해서 아예
자기땅으로 믿어버린게 아닐까.

강노인은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할말을 찾아냇다.체면에 어긋나는 일은 되도록 피하고싶지만
도저히 그냥 넘어갈수없다.

마침 할머니가 푸성귀 가득한 바구니를 들고 다가왓다.그는 침을꾹 삼키고 말햇다.그런데 거
의동시에 할머니도 말햇다.

"내가 여기 주인이오."
"상추좀 드실라우?"

강노인은 또 침을꾹 삼켯다.그리고 할머니가 건네는 상추를 받앗다.대뜸 집어주는데 거절이고
인사고 할 겨를이 없엇다.

할머니는 서두르는 기색하나없이 해당화문을 열고는 사라졋다.내말을 못들은걸까.목소리가
좀 작기는햇다.강노인은 얼른 뒤따라 나갓다.할머니는 그새 포도나무밑을 지나고잇엇다.

"이보시오!이런경우가 대체.."
할머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노인을 쳐다보앗다.엉뚱하게도 지금 처음 본다는듯 고개까지
갸웃햇다.

"그런데 누구요?"
"......"

고개를 갸웃하는 할머니를 그는 멍하니 바라보앗다.아무래도 정상이 아닌것같다.헛소리하는걸
보니.아무리 얼굴이 두꺼워도 저리 천연덕스럽게 굴수는없다.

"날씨가 참좋아요."
그말을 남기고 할머니는 총총 멀어졋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말씨,미소짓는 표정을 봐서는 그리 막돼먹은 사람같지 않은데 행동이 도무
지 상식적이지가 않다.강노인은 머리가 지근거려서 느티나무 아래 그네에 주저앉앗다.그때 희
미하게 대문닫히는 소리가 들렷다.

강노인은 벌떡일ㅇㅓ낫다.대문으로 나갓다.저기로 나갓다는건 곧 거기로 들어왓다는것.

"열쇠를 가졋어!저 헛소리할망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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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너의뒤에서 널 안아주고싶어
너의모든걸 내가 지켜줄께

넌 혼자가아냐. 내손을잡아
함께잇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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